축단협·전축협, 정부·지자체에 28개 제도개선 요구
TF 주관부서, 농식품부에서 환경부·국토부로 이관 요청
토지경계와 설계·감리비 부담 이행강제금 경감기간 확대 등 시급히 해결할 문제로 꼽아
입지제한지역 축사 대책 마련 인허가절차 간소화도 제기
정부가 주관하는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문정진·한국토종닭협회장)와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회장 정문영·충남 천안축협 조합장)는 5개 분야 28가지의 제도개선 사항을 국무조정실·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국토교통부 등 적법화와 관련된 4개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보내 적극 검토해줄 것을 요구했다.
◆지자체 협조를 위한 조치=축단협·전축협은 가장 먼저 제도개선 TF의 주관부서를 농식품부에서 환경부·국토부로 이관해달라고 요청했다. 적법화의 키를 쥔 환경부·국토부의 입장이 미온적인 탓에 지자체의 건축·환경 담당부서가 농식품부의 적법화 관련 지침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서다. 적법화를 위해선 환경부·국토부가 제도개선 TF를 맡아 적법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마다 같은 기준을 놓고 서로 달리 해석하면서 적법화를 어렵게 만드는 쟁점사안 13가지를 해결해달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두필지 이상에 걸쳐 있는 축사의 건폐율 인정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여러 필지에 걸쳐 있는 축사의 경우 이 필지들을 모두 대지면적으로 봐야 함에도 하나의 필지로만 계산, 건폐율이 초과되지 않았어도 불법 축사로 규정하고 있다. 축단협은 “필지가 다르더라도 축사가 두필지 이상에 걸쳐 있을 때는 건폐율 적용 대지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불합리한 제도·법령 개선=건폐율의 한시적 상향 조정도 우선 해결해야 할 요구사항으로 꼽았다. 무허가축사 가운데 건폐율·용적률을 위반한 축산농가의 비중이 전체의 17.5%로 가장 많아서다. 건폐율은 현재 60%로 묶여 있다. 그런데 일부 지자체는 건폐율을 아예 설정하지 않거나 20~50%로 낮게 운영하고 있다. 이 탓에 건폐율을 위반한 축사는 일부를 헐거나 옮겨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토지 측량이 위성항법장치(GPS) 방식으로 바뀌면서 빚어지는 토지경계 문제 해결도 요구사항 중 하나다. GPS 오차로 다른 대지를 침범해 무허가축사가 된 사례가 허다해서다. 이 때문에 기존공부상 법에 맞게 허가받았던 축사는 적법화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개방형 축사의 옥내 소화전 설치 의무를 제외하고 ▲낙농착유세척시설을 가설건축물 범위에 포함시켜줄 것 등도 요구했다.
◆관계부처 유연한 유권해석 필요=당장 축사설계 및 감리비 경감을 통해 농가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무허가축사는 전체 시설 가운데 일부를 허가받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지자체 상당수는 이미 허가받은 축사에 대해서도 설계도면과 감리를 요구해 축산농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례로 330㎡(100평)를 허가받지 않은 6600㎡(2000평)의 축사가 있다면 330㎡의 설계비는 500만원에 불과하지만 축사 전체로 확대하면 최고 1억원에 달해 농가부담이 20배나 증가한다. 따라서 허가받지 않은 축사에 대해서만 지자체에서 설계도면과 감리를 요구하도록 정부가 행정지도를 해달라는 요구다.
행정구역이 동·읍으로 승격되더라도 종전대로 현행도로만 있어도 적법화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현재 현행도로만 적법화가 가능한 면지역과 달리 동·읍 지역 내 축사는 대지가 2m 도로에 인접해 있어야 한다. 특히 2000㎡(605평) 이상의 축사는 너비 6m 이상의 도로에 4m 이상 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 가축사육제한구역 내 배출시설의 증축에 관한 특례 적용과 이행강제금 경감기간 확대 등도 해결해야 할 요구사항으로 선정됐다.
◆행정절차 간소화=복잡한 인허가 행정절차 문제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상 적법화는 ▲측량 ▲자진신고 ▲이행강제금 부과·납부 ▲건축설계(용역) ▲건축허가(지자체 각 부서 승인) ▲가축분뇨 처리시설 설치 신고·허가 ▲축산업 등록·허가 순으로 진행된다. 신축절차와 별반 다르지 않아 적법화하는 데 통상 5~6개월이 걸린다. 이행계획서 제출시한이 9월24일까지로, 4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행정절차 간소화가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국공유지 매각절차의 간소화도 요구했다. 현재 적법화를 위해 최장 2년 가까이 소요되는 국공유지의 용도 폐지와 농가의 매입과정을 줄여달라는 것이다.
◆입지제한지역 대책방안=현행법상 입지제한지역 내의 축산농가는 적법화가 불가능하다. 가축분뇨법이 다른 법률에서 정한 입지제한지역 내 축산농가의 행정처분을 의무화하고 있어서다. 이들 농가가 “일반농가와 동일하게 적법화 기회를 달라”고 주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축단협은 “가축분뇨법 개정을 통해 입지제한지역의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입지제한지역 지정 이전 농가는 행정처분을 장기유예하고, 지정 이후 농가 역시 지자체에 재량권을 부여해 적법화의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