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인들에게 들은 건설 현장에 관한 일들입니다.
#1. 얼마전 전원에 거주하는 지인이 집을 고칠 일이 있었답니다. 단순한 수리가 아니고 거의 한달 정도 걸리는 비교적 작지 않은 공사였습니다.하지만 규모가 있는 공사업체에서는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공사였던 것입니다. 수소문끝에 면단위에서 일할 사람을 찾아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지인은 깜짝 놀랐답니다. 공사를 하러 온 사람들의 나이가 60대 후반이었다는 것입니다. 자재를 운반하는 사람들도 60대 후반에서 70대가 주를 이뤘습니다. 이런 작은 공사를 담당할 젊은이들이 없다는 말도 들었다고 합니다.
#2. 얼마전 대도시 아파트 입주를 앞둔 지인의 말입니다. 입주 한 달을 앞두고 입주할 아파트를 찾았다고 합니다. 아파트 시공사측에서 한달전 미리 아파트를 점검하고 하자가 있으면 지적해 달라는 행사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파트 내부와 외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외국인들이었습니다. 안내자에게 물었답니다. 왜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외국인이냐고 말입니다. 대답은 그들의 일당이 한국인에 비해 훨씬 싸기 때문에 공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한국인보다 외국인을 선호한다는 말입니다. 아파트 내부를 둘러보면서 이래서 하자가 많고 흠집도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지금 건설 노동업의 경우에 한국인들이 일할 곳이 대폭 줄어 사실상 구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건설업에 일감이 부족해 일용직 노동자들의 생계가 막막하다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립니다. 새벽 인력시장이 열리는 서울 남구로역 주변에는 일감을 구하는 인력이 인도를 넘어서 차도까지 가득합니다. 새벽 5시가 채 안된 시간입니다. 사람들이 많다보니 경찰까지 등장했습니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일자리를 구하다가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취재한 기자는 특수한 기술의 소유자거나 운이 아주 좋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건설 현장으로 가는 차량에 탑승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건설경기가 얼어붙어 일감 자체가 대폭 줄어든 탓입니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젊고 일당이 한국인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중국인 노동자까지 몰려들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건설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폭 증가한 현상을 경험했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조사한 것으로 보면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났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80%를 넘었습니다. 건설 노동자들은 건설 시공사측에서 공사 단가를 낮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일당이 낮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선호하며 그 가운데 대부분은 불법 체류 외국 노동자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강원도 춘천의 한 공사장에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250명 근로자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국인 노동자들이며 강원도에 거주하는 인력은 10명에 불과하다는 지역 언론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해당 기자의 취재결과 불법 체류 외국인을 고용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들 노동자들 대부분이 체류 자격이 만료됐거나 취업 제한을 어긴 불법체류자라는 통계도 존재합니다. 건설업체가 외국인을 건설현장에서 쓰려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고용허가를 받는 업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해 한국인 건설 노동자들은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일당이 외국 불법 노동자들에 의해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해든 공사에 참여해 일당을 벌어야 하는 불법 외국 노동자들때문에 한국인 건설 노동자들의 일당이 3/4 또는 절반으로 폭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단순한 일용직이 아닌 나름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외국 노동자들의 일당때문에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건설 현장에서 무조건 싼 값에 노동자를 구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기술을 배우려는 한국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젊은층에서 입사도 어렵지만 해고도 쉬운 단순한 화이트컬러직보다는 기술을 배워 평생 삶의 현장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젊은이들 상당수가 기술 배움터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단순 알바를 벗어나 자신만의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느는 것은 정말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기술을 배워 산업 현장으로 들어설 때 상황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습니다. 건설현장에는 일감도 없는데다가 그나마 외국 노동자들에게 빼앗기기 일쑤라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일당보다 훨씬 하락한 금액에 일을 하려하니 일에 대한 능률과 보람도 줄어든다는 지적도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건설 현장에서는 외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습니다. 줄어드는 인구에 대비해 외국인들을 흡수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불법 체류자 단속은 전혀 다른 말입니다.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체류하면서 한국인 노동자들의 일감은 물론 일당까지 피해를 주는 행위는 철저하게 근절해야 할 것입니다. 한때 불법 체류자에 대한 감독과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시 흐지부지되는 분위기입니다. 이제 기술을 배워 뭔가 제대로 일을 해보려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실망과 좌절을 주지않기 위해서라도 불법적인 건설현장 상황은 철저하게 단속하고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2024년 9월 1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