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9일 열린 대한승마협회의
정기 이사회. 임기가 3년여나 남아 있던 신은철 회장이 돌연 사의를 밝혔다. 그와 함께 김효진 실무 부회장, 전유헌 이사,
손영신 이사 등이 함께 사표를 내겠다고 했다. 신 회장을 비롯한 4명은 모두 한화 계열사 임원들이다. 신 회장이 한화생명 고문을,
김 부회장이 한화호텔&리조트 전무를, 손영신 이사가 한화생명 상무를 맡고 있다. 한화그룹은 고(故) 김종희 선대(先代)
회장 시절부터 승마계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다.
당시 다른 참석자들은 이들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놀라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전날인 4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승마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정윤회씨 딸에 대한 특혜 의혹이 있다”며 “승마계는 특정 선수를 비호하고 지속적으로 특혜를 줘, 국가대표를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검은 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배임과 횡령 혐의로
법정구속됐다가 풀려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론에 민감할 때였다. 승마계 관계자들은 한화가 이 시기에 정치적 시비 등 불필요한 일에
엮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신 회장 사퇴 의미를 해석했다. (한화그룹은 신 회장 사퇴 2주 후 승마협회에 대한 후원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다시 밝혔다. 현재 승마협회 회장은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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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교동에 위치한 한화 본사
정윤회와 얽혀 곤혹스러운 한화 한화그룹이 정윤회씨와 얽힌 것은 그 이전부터였다. 정윤회씨와 지난
5월 이혼한 것으로 알려진 정씨의 전 부인 최순실씨가 한화그룹의 한 임원과 오랜 동향 친구이며, 한화그룹이 이 임원을 통해
정윤회씨에 접근한다는 소문이 정가와 재계에 돌았던 적도 있다.
소문의 당사자들은 모두 관련 의혹을 부인했지만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동선씨가 정윤회씨의 딸과 마찬가지로 국가대표 승마선수라는 점, 정씨가 대표로 있는 ‘얀슨’의 사업자 등록증에
승마장업이 기록돼 있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선 이 소문을 사실로 믿고 말을 옮기는 사람도 나왔다.
4월 당시 승마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가 고 김종희 선대회장때부터 애정을 갖고 지속해온 승마계 지원을 중단한 데는 정씨와 김 회장의 소문 등 여러 가지 부담이 작용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청와대 문건 관련 검찰 압수수색, 한화 직원들도 놀라 ‘정
윤회 문건(文件)’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9일 장교동에 있는 한화 본사 건물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쯤 한화 S&C에서 대관(對官)업무를 담당하는 차장급 직원인 진 모씨의 개인물품 등을 압수한 뒤 11시 30분쯤
철수했다.
검찰은 진씨 책상에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문서 등 개인사물을 확보했으며, 당시 회사에 있던 진씨는 임의동행 형식으로 검찰청으로 연행했다.
청
와대의 문건이 대기업에 유출된 정황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개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나 경찰청
정보국 소속 경찰관들과 긴밀히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진씨 역시 평소 정보담당 경찰관들과 어울렸고, 서울청 정보1분실 소속
최모 경위 등으로부터 청와대 문건을 입수해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진씨가 유출 문건 작성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선 문건이 기업의 어느 선까지 전달됐는지를 궁금해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이 문건을 봤을까 하는 의문인 셈이다. 통상 그룹 내 중요한 현안과 관련된 민감한 정치적 사안 등은
그룹 최고위층에 보고된다. 만약 A씨가 ‘정윤회 문건’을 윗선에 보고했다면, 이것이 그룹 최고위층에 보고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