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개인 아침의 여름풍경
유옹 송창재
아침의 하늘은 참 밝고 바람은 맑다.
청량하다.
벌써 가을은 아니다.
비는 개고 활짝 빛이 났다.
바람 끝은 더 좋다.
폭우 쏟던 어제가
밤 순간에 가뿐하다.
뜨거움은 또 내릴 것이며 걷기조차 싫어질 것이다.
그래도
지금 바라보는 하늘과 살랑이는 바람은 좋기만 하다.
늘 있던 것은
언제나 거기에 그대로 머무는 줄 안다.
그러나 어제와 오늘은 다르고.
여름과 가을의
하늘과 바람은 다른 것이다.
비 갠 하늘에서 뭉게 구름이 만들어 지고 있다.
여름 하늘에는 온갖 세상이 다 있다.
산도 있고 들도 있고.
사막도 있고, 뭉게구름이 있고, 새털구름도 있고, 알프스의 초원에서 풀을 뜯는 양떼들도 있고 하이디도 있어야 여름 하늘이다.
푸르게 맑고 높은 가을과
예쁜 전설을 간직한 여름 구름의 하늘은 맛이 다르다.
이것들이 여름을 만든다.
여름은 그냥 덥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여름때문에 가을 바람을 느낄 수있고
가을의 맑음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깨끗한 초원에서는 온갖 풀 벌레들이 소란하다.
여치와 베짱이와 귀뚜라미와 찌르레기와 기름치 소리를 알아 들을 수 있고
그들을 구별하느라 밤이 덜 외롭다.
청개구리도 있고 두꺼비도 있고, 그러나 작년에 보이던 녀석이 올해에는 없다.
장구잠자리, 말잠자리, 쌀잠자리, 보리잠자리, 고추잠자리,
된장잠자리, 물잠자리.실잠자리, 그리도 흔하던 송장메뚜기, 때때기…
수 없는 애들이 보이지를 않는다.
어제는 빨랫줄에 제비가
앉아 있었다.
노란색이 남아 있는 것이,
이제 갓 새끼에서 벗어나 독립 연습을 하는 어린 제비이다.
제비꼬리를 보니
아직은 덜 자란 늘씬한 것이 숫컷이다.
연미복을 잘 차려입은 신사가 될 녀석이다.
오랜 만에 제비를 보았다.
장마가 지고 나면,
또는 장마 중에 잠깐 햇볕이 나면 햇볕에 날개를 말리려 나온 잠자리를 잡느라고 마당은 잠자리와 제비의 전투장이었는데….
지금은 볼 수가 없다.
어쩌다 왕거미 줄에 새끼 제비가 걸려 들기라도 하면. 거미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른지를 몰라 당황하는 것도 볼 수 있었던 것이 여름이다.
이것들이 더운 여름을 만들고,
우리에게 꿈을 심는 동화를 만들어 주던 것들인데, 이들과 함께 꿈의 동화가 없어진 더운 여름이 될 것이다.
여름을 만드는 아이들이 보고 싶다.
밑 터진 바지를 입은채
덜 여문 풋 고추를 달랑거리며 훌러덩 벗고, 개울에서 멱감는 개구장이들의 깔깔거리는 소리를 듣고 싶다.
이것들이
여름을 만드는 것 들 이었는데!
여름은 아직 남았다.
풍경도 아직 기다린다.
가을은 온다.
해가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