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잘하는 팀이 되려면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1] 투수를 아껴쓰기
[2] 선수를 많이 확보하기
이거 2개만 하면 됩니다.
[1]을 하는 이유도 결국은 [2]가 되기 위해서니까
야구 잘하는 팀은 결국 '선수가 많은 팀'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야구 잘하는 선수가 많은 팀' 이겠네요
단도직입적으로, 그냥 간단하게 얘기하겠습니다
정근우 이용규 있다고 내년에 당장 4강 가고 우승하는 거 아닙니다
그런데 정근우 이용규까지 없으면 8등이 아니라 9등, 10등을 할 수도 있죠
"어차피 포스트시즌 못 가는데 꼴찌해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막상 또 꼴찌를 하면 분위기는 좀 다를겁니다
6등과 7등은 다르고, 7등과 8등은 다르며, 9등과 10등도 모두 다릅니다.
그리고, 똑같은 꼴찌라도 승률 더 낮은 꼴찌는 그만큼 욕도 더 먹죠.
정근우-오선진-정경운이 있으면 <정근우 부상>이라는 악재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오선진-정경운-아무나 있다면 <오선진 부상>이라는 악재에 대응하기 어렵죠
올해 오선진이 정말 깜짝 놀랄만한 활약을 했는데
그런 깜짝 놀랄만한 활약을 내년에도, 후년에도 계속 할까요?
(물론 계속한다면 너무 좋은데) 혹시 그러지 못하면, 혹은 아프거나 다치면 어떻게 할까요.
<젊은 선수가 성장해야 한다>는 것은 팀의 절실한 숙제지만
젊은 선수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갖추는 게 팀이 할 일이지
<너 스타팅이야, 그러니까 이제부터 커야 돼>하는 건 팀이 할 일이 아닙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고 하지만
이가 없다고 잇몸으로 씹으면 그 잇몸도 다 상합니다
이가 없으면 틀니를 물거나 임플란트를 박아야죠.
젊은 선수의 성장을 바라는 분들이 어떤 그림을 그리시는지 저도 잘 압니다
정수근 나가면 이종욱, 이종욱 나가면 정수빈, 정수빈 나가면 민병헌, 민병헌 나가면 박건우가 나오는 두산처럼
박병호-강정호-유한준-손승락-조상우-한현희 빠져도 누군가 메웠던 넥센처럼
우리 한화도 그렇게 화수분이 되기를 바라시는 마음이겠죠
저도 그걸 바랍니다. 너무너무 바랍니다.
21살 정민철에게, 20살 김태균과 류현진에게 느꼈던 그 감정을 또 느끼고 싶어요.
그런데요, 우리는 아직 그거 안 됩니다.
서울팜도 아니고
2군 투자는 (남들 15년씩 했는데) 이제 겨우 5년 했죠
돈 많이 썼는데도 여전히 가을야구 못한다며 비판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 돈 쓴 것도 겨우 3년입니다.
한화는 야구단에 돈 안 쓰던 팀이었어요.
남들 2군 전용구장에서 훈련할때
대전에서 1군 선수단 스케줄 피해가며 눈치밥 훈련 했고
논산 군부대 운동장 빌려서 훈련 했고
2군 비주전 선수들은 훈련때 공 주우러 다니다 관객 아저씨들 아이스크림 심부름 하던 팀입니다
5개 구단이 2군 선수들 해외 전지훈련+교육리그 보낼때
우리는 경남 남해에서 드럼통에 모닥불 피워놓고 훈련했죠
그걸 바로 잡은지 이제 겨우 4~5년이에요
4~5년이면 제법 긴 시간처럼 보이지만, 남들은 그걸 10년 15년 했습니다
사람들은 두산의 화수분 야구를 부러워하면서 <감독의 뚝심>만 얘기하죠
FA영입에 돈을 너무 안 써서 <빈산>이라는 별명을 얻은 시절 얘기만 하고요
하지만 두산이 2000년대 초반부터 2군 선수단에 누구보다 많은 투자를 했다는 것은 간과하고
장원준에게 큰 돈을 들인 것은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넥센의 성공사례가 있으나
삼성-두산-KIA 등 최근의 우승팀들은 모두 1군 전력보강 + 2군 육성을 동시에 잘한 팀이고
롯데-LG등 암흑기를 딛고 가을야구에 진출한 팀 역시, 외부 FA수혈에 적극적이었죠
현재 전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 그리고 미래 전력을 육성하는 것.
이것은 어느 하나를 취하고 나머지는 내려놓는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라
똑같은 비중으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별개의 숙제가 아니라, 큰 틀에서 하나의 숙제입니다.
<나는 국어를 못하니까 영어만 할래>
<나는 영어가 안되니까 국어만 할래>
이런거랑 똑같은 얘기죠.
잘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 건강해지는거지
안 먹고 운동만 하거나
잘 먹고 운동을 안하면 되겠습니까?
구단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첫댓글 안타깝게도 그룹의 구단운영방침은 이미 정해진것으로 보입니다.
구구절절하게 다 제가 하고싶은 말을 매번해주시네요
저도하고싶은말이었는데 아휴 참고참고 아직 뭐 다 결정난거아니니까 기다리고있는데 속터져죽겠네요 구단유니폼 판매 1위가 정근우 2위 이용규 3위 김태균입니다 구단은 이걸 모를리가없을텐데 뭐하는건지 모르겠네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동감입니다..투자는 투자고, 육성은 육성입니다
동감합니다. 이구동성 한화이글스의 많은 팬분들이 이용규,정근우 잡자고 합니다. 하나를 포기 하면, 하나를 얻는게 아닙니다. 육성과 투자는 함께 해야만 합니다. 구단의 현명한 결정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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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은 같으나 취한 행동이 달랐죠. 남들은 10명 지명할때 우리는 5명만 지명하고, 그 선수들 해외에서 훈련할때 우리는 그러지 않았으니까요.
@5할출루 10여년전에 뿌린 씨앗을 지금 거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서산 지은지 몇년 되지도 않았고요.
상위픽이 다 좋은선수로 크는것도 아니고 구단이 그만큼 육성을 멀리했고 육성을 못하는 구단이니까
다들 리빌딩얘기듣고 걱정하는거지요
이어지는 얘기라고 봅니다
@5할출루 육성을 등한시해와서 아직도 육성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다고 봐야죠. 20대 초반에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정말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라고 봅니다. 특히 이정후같이 고졸 신인이 바로 자리잡는 경우는 요즘엔 정말 드문 케이스구요. 우리팀도 20대 초반 선수들이 없지는 않아요. 하주석과 김재영이 그렇고, 임기영이 만약 보상선수로 가지 않았다면 임기영 역시 그런 선수가 되었겠죠.
@5할출루 그럼 올해는 어땠나요? 그럼 그전에는요? 내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유망주를 못키우고 있습니다. 원인 모르구요. 어떻게해얄지 모르죠. 그 와중에 야구게임도 아닌데 2군 혹은 유망주로 한 시즌을 치룬다는건...... 글쎄요... 박아놓으면 성장하는 게임도 아닌데...
@5할출루 네. 이해했습니다. ㄱㅅㄱ이 와서 유출된 젊은 선수들이 서산의 시스템을 검증해줄 선수들이었던거 같은데... 아쉬울뿐이네요
이건 뭐 팩트네요 마지막줄..구단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한다는 그 말 너무나 너무나 동감 합니다 제발 스스로 땅을 파고 들어가는 구단이 아니기를 원하고 또 원해 봅니다
투자도 안하고 성적도 안나오는 구단은 리그에도 민폐입니다.
프로구단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