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주택 보유세 작년수준 동결”… 다주택은 稅폭탄
공동주택 공시가 평균 17.22% 상승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 20~30% 늘어
전문가 “땜질처방… 전면개편 필요”
정부가 올해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공시가격과 1주택자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완화 방안을 발표한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를 찾은 시민들이 서울 도심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올해 전국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17% 넘게 오른다. 정부는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올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지난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겨 일단 올해 세(稅)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내년 이후 다시 보유세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어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23일 내놓은 ‘20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 1453만6958채의 올해 공시가격은 지난해 대비 평균 17.22% 오른다. 이 같은 상승률은 공시가격을 한꺼번에 올린 2007년(22.7%)과 집값 상승폭이 컸던 지난해(19.05%)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높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세법을 개정해 1주택자에 한해 공시가격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1주택자 보유세는 지난해 3조9300억 원에서 올해 4조6800억 원으로 늘 예정이었지만, 이번 완화안으로 3조9400억 원이 될 전망이다. 다만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들은 완화 혜택이 없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은 지난해보다 20∼30% 이상 급등한다.
이번 완화안은 임시방편인 만큼 부동산 세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이대로라면 조세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회 논의 등을 거쳐 종합적인 세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보유세 또 ‘땜질’… 1주택 작년 공시가, 다주택은 올해 공시가 적용보유세 완화방안 1주택자만 적용
반포자이 84m² 1주택자 보유세 1719만원… 예상보다 700만원 줄어
반포자이+광장현대 84m² 2주택자…작년 8814만→올해 1억1668만원
고령자 종부세 부담 완화방안 마련…양도-상속-증여때까지 납부 유예
정부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과 보유세 완화 방안을 동시에 내놓은 건 지난해 집값 급등에 따라 공시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이 또다시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땜질 처방’을 내놓은 것이어서 부동산 세제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1주택자 보유세 사실상 동결… 다주택자 부담 급증
1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인천으로 지난해 대비 29.33% 올랐다. 경기가 23.20%로 뒤를 이었고 서울은 14.22%였다. 지난해 11월부터 실거래가 하락세가 이어진 대구가 10.17% 오르는 등 대부분 지역 공시가격이 급등했다. 지난해 집값 상승폭이 워낙 컸던 탓에 지난해 말 하락세를 반영해도 공시가격 상승이 불가피했다는 의미다. 실거래가 하락세가 뚜렷한 세종만 전국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공시가격이 하락(―4.57%)했다.
본보가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에게 의뢰해 올해 서울 주요 단지 보유세를 추산한 결과 1주택자의 올해 보유세는 지난해와 같거나 다소 오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광진구 광장현대 전용면적 84m²는 올해 공시가격이 12억100만 원으로 지난해(10억3800만 원)보다 15.7% 올라 종부세 과세 대상(공시가격 11억 원 초과)에 처음 포함됐다. 하지만 세 부담 완화 방안이 적용되면서 종부세는 내지 않고 재산세 납부 예정액은 311만 원으로 전년(306만 원)보다 5만 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m² 한 채를 보유한 경우 재산세와 종부세를 더한 올해 보유세는 1719만 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공시가격을 그대로 적용해 지난해(1653만 원)보다 3.99%만 올랐다. 만약 올해 공시가격을 그대로 반영했다면 보유세는 46% 이상 오른 2414만 원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완화안이 적용되지 않는 다주택자 세 부담은 급등한다. 반포자이와 광장현대5단지 전용 84m² 2채를 보유한 2주택자는 올해 보유세로만 종부세 8669만 원 등 총 1억1668만 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보유세(8814만 원)보다 34.26% 증가한다. 정부는 “올해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재산세는 총 3311억 원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공시가격 현실화 조정 등 근본 개선해야
정부는 이날 고령자의 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도 별도 발표했다. 총 급여 7000만 원 이하인 60세 이상 1주택자는 세액 100만 원 초과 등 조건을 만족하면 집을 팔거나 상속, 증여할 때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건강보험료 부담을 늘리지 않기 위해 지역가입자 건보료 산정 시 활용되는 과표를 동결하고, 재산공제액도 현행 500만∼13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확대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누더기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지난해부터 공시가격을 매년 시세에 가깝게 만드는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의 속도나 목표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공시가 현실화율을 2020년 69%에서 지난해 70.2%로 높인 뒤 연평균 3%포인트씩 올려 2030년까지 평균 90% 선을 맞출 계획이지만,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가 빠르다 보니 조세저항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이날 “3년마다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을 재검토하기로 한 만큼 일정 부분 보완하려 한다”고 밝혔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정부가 부동산 세제에 대한 장기적 원칙 없이 1주택자에 대한 ‘땜질 처방’만 반복하고 있다”며 “시장 거래 활성화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는 등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최동수 기자, 정순구 기자, 정서영 기자
‘더펜트하우스 청담’ 공시가 169억… 2년연속 1위
2~4위는 모두 용산구 소재 주택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 청담’(사진)이 2년 연속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아파트로 조사됐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더펜트하우스 청담(전용면적 407.71m²)이 올해 공시가격 168억9000만 원으로 전국 공동주택 중 1위를 기록했다.
청담동 호텔 엘루이 부지에 지어진 더펜트하우스 청담은 3개 동 29채 규모로 2020년 입주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공시가격이 산정되면서 163억2000만 원으로 바로 가장 비싼 공동주택에 이름을 올렸다.
2∼4위는 용산구 주택이 차지했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244.72m²)은 91억4000만 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파르크한남(268.95m²)이 85억2700만 원, 한남더힐(244.75m²)이 84억7500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위 자리를 유지했던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273.64m²)는 81억3500만 원으로 5위에 올랐다. 2위였던 지난해(72억9800만 원)보다 9억 원 가까이 올랐지만 다른 주택들이 더 많이 오르면서 순위가 하락했다.
정서영 기자
尹당선인 “공시가격 2020년 수준 환원” 공약…與도 “2020년 기준 과세”
稅 더 줄어들 가능성
국토부, 보유세 완화 방안 발표하며
“尹공약 부분 인수위와 협의해 보완”
정부가 올해 주택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지난해 정도로 동결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세 부담은 2년 전 수준으로 더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보유세 산정의 기본이 되는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바꾼다고 한 데다 국회에서도 이 방향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3일 진현환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올해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며 “윤 당선인의 공약에 있는 부분은 앞으로 대통령직인수위와 충분히 협의를 해서 보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등 관계부처는 이번 방안을 22일 인수위에 보고했다.
윤 당선인은 앞서 대선 과정에서 부동산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1일 2020년 공시가격을 활용하자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여야가 보유세 산정 기준을 2020년 공시가격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윤 당선인의 공약이나 민주당의 제안과 달리 정부는 일단 공시가격이 급등한 뒤인 2021년 공시가격을 토대로 보유세를 산출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0년 공시가격을 활용하면 종부세는 줄지만 공시가격이 6억 원 이하인 주택의 경우 재산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5000억 원가량의 재산세수 추가 감소가 예상되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과거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려면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한다. 재산세와 종부세는 각각 7월, 12월에 납부한다. 늦어도 각각 5월, 9월 전까지는 법 개정이 마무리돼야 실제로 보유세 부담이 줄어든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보유세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 전반적인 세제 개편은 새 정부 출범 후 더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