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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재판관들 ‘네이밍 앤 셰이밍’ 안 당하려면
1948년 12월 10일 제3차 유엔총회에서 선포된 세계인권선언문은 명문(名文)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서 동등하다’로 시작하는 선언문 제1조를 읽으며 누구나 가슴이 뛴 적 있을 것이다. 선언문 기초 책임자는 인권운동가 엘리너 루스벨트. 미국의 유일한 4선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FDR)의 부인이다.
‘인간은 하늘로부터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표현은 인류 역사 전체에 대한 통찰 없이는 나오기 어렵다. 역사적 명문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리 없다. 엘리너는 선언문 완성까지 100차례 윤독(輪讀)회의, 1000회의 수정 과정을 거쳤다. 전문(前文)과 총 30개 조는 이런 절차탁마(切磋琢磨) 속에 태어났다.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의 기본 동력 장치는 입법·행정·사법이다. 입법·행정이 엔진과 액셀러레이터라면, 사법은 브레이크다. 대한민국은 입법·행정이 죄다 고장났다. 마지막 제동 장치가 헌법재판소인 셈인데, 이 브레이크를 대다수 국민이 불안해 한다. 전원 반대가 나와야 할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심판이 4대 4가 나왔다. 방통위원장 재임 기간이 48시간 이내다. 제정신인 국민이라면 ‘이것들’이 판사가 맞는가 싶었을 것이다.
탄핵을 찬성한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이들은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재판관으로 여기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도 정치인 쪽에 끼워줘!"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이렇게 허약한 지적(知的)·사상적 멘털로 대한민국 최고재판소를 이끌어 간다고?
물론 지금의 헌재에게 세계인권선언을 기초한 엘리너 루스벨트 팀을 본받으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총체적 위기를 고려하면, 대통령 탄핵만큼은 100차례 회의, 1000회의 판결문 수정 과정을 거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언론사 논설위원 5년차 수준에도 못 미치는 박근혜 탄핵 판결문 같은 것이 두 번 다시 나와선 안 된다.
제네바 유엔인권최고사무소는 인권운동의 2가지 고전적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는 진실 발굴(truth finding), 둘째 나쁜 놈들 공개 망신주기다. 네이밍 앤 셰이밍(naming & shaming)은 공개적으로 이름을 부르며 대중적 쪽팔림을 주는 방법이다. 헌재 재판관들이 후일 그 자손들까지 네이밍 앤 셰이밍을 당하지 않으려면 진실로 ‘법대로’ 해야 한다.
자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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