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마실 당일 날 선생님과 반찬팀과 함께 가조면으로 갔습니다.
전날 장보기에 함께 한다고 말씀하셨던 어르신을 모시러 갑니다.
어르신께 장보러 함께 가자 여쭙는 일도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장봐야 할 것이 많은 것도 아니고 덥고 귀찮다.
번거롭다 가지 않으련다.
말씀은 그렇게 하시나 정말 싫거나 귀찮다기 보다
더운 날씨에 이리저리 모시러 다니며 동분서주 할까 저희들 생각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여쭙는 가운데 오○○할머니, 변○○ 할아버지께서 함께 가겠다 해 주셨습니다.
가지않겠다 하신 어르신들도, 가겠다 하신 어르신들도 모두 감사합니다.
오○○할머니 댁에 가니 냉큼 옷 챙겨입으시며 나오십니다.
더운데 어예 왔노, 차 타고 왔나? 선생은 어디에 있노?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저도 덩달아 마음이 신나기 시작합니다.
이거 백○○ 할머니 가져다 드리자 하시며 마당에서 기르신 늙은 오이도 봉지에 챙겨두셨습니다.
좋은 것으로 골라 따 놓았다고 하십니다.
초대 해 줘서 고마운 마음으로 준비한 할머니의 정성이 느껴집니다.
그 다음 변○○ 할아버지 댁으로 갑니다.
언제부터 나와 계셨던 건지 다 준비 하시고서 집 앞에서 앉아 기다리고 계십니다.
한참을 기다리셨을까 괜히 죄송스러워 집니다.
온다고 한 시간 맞춰 왔으니 괜찮다고 하시며 수박 사 놓았으니 가지러 가자고 하십니다.
할아버지는 지난 마실 때에도 항상 간식거리를 준비 해 주신다고 하십니다.
자상하게 챙기시며 손님으로, 주인으로 대접하려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따스함을 느낍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장을 보러 마트로 갔습니다.
원더걸스 아주머니 중 큰언니이신 아주머님께서 하시는 슈퍼인데
피서철이다 보니 지금은 잠시 원더걸스 활동을 쉬시는 중이라고 하십니다.
선생님과 어르신들이 들어가니 알아보시고 인사하시며 안부를 나눕니다.
어르신들께 시원한 음료수도 내어주십니다.
함께 음료수도 사고 오늘 반찬만들 것들 중 필요한 재료들도 골랐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간식거리도 골랐습니다.
나는 고를 줄 몰라~ 아무거나 먹으면 되지~ 하시면서도
음료수며 과자들도 모두 골라주셨습니다.
슈퍼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고, 채소가게에서 콩과 열무도 샀습니다.
사야 할 것 들은 모두 샀으니 이제 어르신들과 함께 백○○할머님 댁으로 출발합니다.
할머님 댁에 들어섭니다. 어서오라 인사하시며 백○○할머니께서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어르신들과 장을보면 시간이 어중간하게 되어
어제 저녁에 백○○할머님께 전화드려 점심부탁을 드렸습니다.
처음엔 귀찮다고 하셨지만 몇 번 더 부탁드리니 알았다고 허락 해 주셨습니다.
바로 준비해 둔 천막을 할머님 댁 마당에 펼쳤습니다.
집이 작아 마실 못하겠다 몇 번을 말씀하시며 걱정하신 할머니께
마당이 이렇게 좋고 넓으니 이 곳에 천막치고 하면 좋겠다 말씀드렸었습니다.
저희가 다 준비해 올테니 걱정마시라 당부드렸었습니다.
집이 좁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가슴 속에 담고 계실까
사람 좋아하시는 어르신이 손님 초대 못하는 서운함을 담고 계실까
그래서 열심히 조르고 졸랐습니다.
그리고 정말 어르신 댁 마당은 참으로 좋습니다.
그 마당에 말씀드렸던 천막을 척척 선생님과 저희들이 쳤습니다.
요새는 시대가 좋아서 사람힘 많이 들일 것도 없습니다.
조금만 힘 주면 다리가 세워지고 지붕도 세워지고 그렇습니다.
어느새 멋진 그늘이 만들어지고
정말 어느 잔치집보다 더 잔치집스러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마당에 상을 차리고 점심을 나누어 먹습니다.
지난 번에 와서 허겁지겁 맛있게 먹던 저희들의 모습을 기억하시고
너희 주려고 많이 했으니 실컷 먹으라며
준비한 음식들을 내어 주십니다.
정말 한상 가득 차려주십니다.
감주도 시원하게 만들어 두셨습니다.
집 주인 어른이 정성으로 준비한 음식을 하나씩 내어주시면서 주인 노릇 하십니다.
초대받아 온 저희들은 그 음식들 맛있게, 감사하게 먹습니다.
시간이 되어 다른 반찬마실 하시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왔고,
원더걸스 아주머님들도 도착하셔서 본격적인 반찬마실이 시작되었습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까지 않은 콩을 사는 바람에
할머니들과 학생들이 둘러 앉아 콩을 깝니다.
콩이 많이 썩어서 반절 가까이를 내 버려야 했지만
그래도 할머님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참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할머님들은 이런 콩을 돈 주고 샀느냐, 아주 쓸모없다며 한소리씩 하시지만
그래도 저는 그런 할머님들 모습도 참 좋습니다.
선생님과 할아버지들은 열무를 다듬기도 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아주머님들 부름에 이리저리 열심히 심부름을 합니다.
아주머님들끼리 ○○야~ 너 허리아픈데 하지말고 학생들 시켜라. 오늘 같은 날 좀 부리자. 하십니다.
그럼요. 저희는 심부름 하러 왔으니 열심히 불려다니렵니다.
한참 반찬 만들며 나눔하다가 아주머님의 제안으로 수건돌리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돗자리 깔고 둥그렇게 둘러 앉아있으니 딱 소풍나온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소풍엔 역시 수건돌리기지요.
할 줄 몰래~ 우예하는 건데~ 모르겠다~ 하시면서도
진지하게 집중하시는 우리 어르신들.
술래가 등 뒤에 둔 수건을 보고 일어나셔서 "뛰세요~ 뛰세요~" 하는 우리 소리에
아이처럼 신나게 뛰어다니시고 웃으시고 하십니다.
붙잡혀도 신나고 즐겁게 노래도 한 곡조 불러주시고, 춤도 춰 주십니다.
어찌나 웃음이 끊이지 않고 나는지, 참 신나고 즐겁습니다.
잘 놀고 상을 차립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진행되는 반찬마실은 반찬의 목적을 넘어서
일종의 계모임이 되었습니다. 바로 생신잔치 계모임입니다.
그 달에 생신이 있는 어르신과 아주머님들이
마실날 함께 축하받고 케익도 나누어 먹고 합니다.
오늘은 아침에 함께 장을 보았던 변○○ 할아버님의 생신이 축하받는 날입니다.
거기에 8월 중에 생일이 있던 저도 덩달아 축하를 받았습니다.
노래도 함께 부르고 어르신이 한 말씀도 하시고 하면서 즐겁게 진행 됩니다.
즐거워한다고 시간가는 줄 몰랐는지
평소보다 반찬마실 시간이 1시간 이상 늦어졌습니다.
분주하게 마무리를 합니다.
아주머님들께서 정성껏 만들어 주신 반찬을 나누어 어르신들께 드리고
멋지게 제 역할을 해 주었던 천막과 돗자리도 다 거두어냅니다.
백○○ 할머님께서 천막을 정리하는 저희를 가만히 바라보십니다.
이렇게 있다가 가고나면 허전해서 우얄꼬....
니네 싹 가고나면 휑하니 어짜노...
나즈막히 말씀하시는 할머님을 보며 드릴 말씀이 없어 싱겁게 웃고 맙니다.
하지만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즐겁게 지내고 돌아가면 허전해서 어떻게 할까요...
이제는 반찬마실에 함께 하기 힘들텐데 아쉬워서 어떻게 할까요...
이렇게 2008년 8월의 반찬마실의 하루가 저물었습니다.
학교생활에, 바쁘고 복잡한 도시생활에 적응해 나가느라
어느새 잊고 지냈었습니다.
그러나 문득 가만히 반찬마실 하던 날을 생각 해 보았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 날의 풍경은 생각만으로도 슬며시 웃음이 지어집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글로 옮겨보니
흐릿했던 기억에 선이 진해지고 색이 입혀지고
움직임이 생겨납니다. 그 날이 다시 살아납니다.
아름다운 곳에 아름다운 풍경에 함께 하고 있던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2008년 여름, 저는 참 좋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제 삶이 너무나 큰 축복 속에 빛이 났습니다.
행복한 기억을,
농활 3기 거창팀 발걸음을,
2008년 거창의 빛나는 여름을 선물받았습니다.
다시 한 번 뭉클해 진 가슴으로 감사함을 전합니다.
첫댓글 어쩜 하나 하나 다 기억할 수 있지? 샛별이 대단하다^^ 너로 인해 잊혀졌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먼저 글 적어주어 고맙워^^
이웃이 모여 장보고 반찬하며 웃으시니 샛별이가 할머니들께 복이고, 할머니가 샛별에게 복이다.
시골집에 종종 그렇게 생기가 돌면 좋겠다. 우리 큰어머님 (85세쯤..), 그 큰 집이 휑~해요.
샛별언니는 생신잔치를 두번하셨네요.^^ 언니의 글을 통해 그 날의 풍경을 구체적으로 꿈 꿀 수가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간식거리를 고를 줄 모르신다고, 아무거나 먹으면 된다고 하시지만 음료수며 과자들도 모두 골라주셨다는 말씀에 "모른다고, 아무거나"라고 말씀하셔도 여쭤보고 함께 고르는것이 참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집 주인 어른이 정성으로 준비한 음식을 하나씩 내어주시면서 주인노릇하실 수 있도록 점심을 부탁드린 것 또한 어르신을 주인으로 세워드릴 수 있는 좋은 구실이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읽고 또 읽었다. 할머니 댁 마당에 천막치고, 수돗가에서 나물 씻고, 마당에서 밥 먹고 부침개 먹고 열무 다듬고, 둥글게 앉아 수건돌리기 하고 ... 꿈만 같다. 어르신들도 원더걸스 아주머니들도 우리도, 그 시간이 두고 두고 그립겠지. 어르신들도 아주머니들도 자꾸 그 때를 말씀 하시네. / 샛별이 글 고맙다. 잘 썼다.
샛별~~^^ 농활갔던 이야기 아직도 못 듣고 있네. 카페 왔다가 샛별이가 쓴 글이 있어서 읽고 간다. '니네 싹 가고 나면 휑하니 우짜노'하시던 어르신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짠해 오는구나. 10월 중에 한번 보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