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사건에서 과거로 이어지며 다시 현재로 귀환하는 이 소설은 95세 할머니 후득이 오래 전 헤어진 친구 용자(요코)를 떠올리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928년과 1929년에 태어나 1937년 소학교에 입학해 1943년 3월에 졸업하는 두 소년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일제 말기의 역사가 생동감있게 다가오죠.
역사 공부를 딱딱하게 할 것이 아니라, 이 소설을 차분히 읽어내려간다면
일제강점기에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을 쉽고, 간결하게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순원 작가는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토대로 이 글을 쓴 것 같아요.
소설의 배경이 강릉군 성덕면 납평마을(납돌)이어서 강릉의 역사와 당시 상황이 자세하게 표현되었어요.
이 소설은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실들을 소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고 있어요.
역사가 개개인의 인간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일인칭 시점으로, 소녀가 바라본 세상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내면의 움직임도 섬세하고 포착하고 있어서
이야기 구성이 매끄러워 마치 동화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또 하나!
일제강점기 때 일제에 앞장섰던 인물(강릉보국대장)이 해방되자 어떻게 변신하여 지금까지 잘 먹고 잘 사는지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사실에 바탕을 둔 소설이기에 공감력 있고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순원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 때문에 더 좋아졌습니다.
<줄거리에 따라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
- 관공서에서 조선어 사용금지 일본어만 사용(1937)
- 황국신민의 서사 제정(1937)
- 학교에서 조선어 수업 폐지(1938~1939)
- 조선어 신문 폐간과 창씨 개명(1940)
- 일상에서도 조선말 사용 금지하여 교실에서 서로 딱지 빼앗기(1941)
- 일본의 인도지나반도 침략과 점령 환영대회(1942년 3월)
- 함흥에서 시작된 조선어학회 사건(1942년 10월)에 연류된 홍숙인 선생님과 이것을 조사하기 위해 경찰서에 끌려간 후득은 조선말 옛날얘기 모임으로 상급학교의 진학이 막히고, 용자는 졸업 이태 후(1944년) 강릉보국대장의 함정 같은 꾐에 빠져 정신근로대로 끌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