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풍요보다는 영적인 부분에 더욱 마음을 두라는 교훈을 하신 후에 혼인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주인을 맞이할 종에 관한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그 당시 유대인의 결혼식은 해가 진 후에 신부 집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혼인 잔치는 7일간 이어졌습니다. 결혼식을 밤에 했고, 또 잔치를 마친 후에 집으로 돌아오는 신랑은 밤에 오는 경우가 많았고, 요즘처럼 서로 쉽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던 시대였기에 신랑집의 종들은 등불을 켜서 들고 신랑이 돌아오기를 무작정 기다려야 했습니다(35절). 허리에 띠를 띤다는 표현은 휴식이 아니라 아직도 일을 하고 있거나 일할 준비를 했다는 의미입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신랑을 깨어서 기다리고 있어야 신랑이 돌아왔을 때 그 주인이 종들을 기뻐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38절에 나오는 이경(二更, Middle watch. 로마식으로 밤 9시부터 밤 12시 정도)과 삼경(三更, Third watch, 로마식으로 밤 12시부터 새벽 3시 정도)은 한밤중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종들이 충실하게 깨어서 신랑을 기다려서 맞이하면 그 주인이 그 종들을 식탁에 앉히고 시중을 들 것이라고 말씀하시기까지 합니다(37절). 이러한 말씀은 그 당시에 매우 파격적인 말씀이기도 한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임당하시고, 부활하셔서 승천하신 후에 다시 재림하시는 그 때엔 이처럼 신실하게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며 믿음 안에서 살아가는 자들에게는 상급을 주시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죽임당하시고 부활하셔서 승천하신 후에 다시 오시는 것은 언제 이르게 될지 모르기에 생각하지 않은 때에 임하실 예수님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함을 말씀하신 것입니다(39절, 40절).
베드로가 이렇게 주님이 다시 오실 날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씀은 누구에게 하시는 말씀인지 물었는데(41절), 42절 이후에 지혜 있고 진실한 청지기가 되어 그렇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청지기(廳지기)는 집사(執事, Steward)라고도 불리는데, 헬라어로는 “오이코노모스”(οἰκονόμος)라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는 관리자(Manager), 집사(執事, Steward) 등을 의미합니다. 이 청지기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지기는 주인의 집을 맡아서 관리하는 종을 의미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님의 것입니다. 우리의 생명과 우리의 소유들도 모두 주님의 것입니다(44절). 그렇기에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것은 나의 생명부터, 내 시간, 내 재능, 나의 소유 등 모든 것이 주님의 것임을 인정하고, 그것들을 주님의 뜻대로 잘 관리할 책임이 있는 자들입니다. 청지기는 종이기는 하지만, 다른 종들을 관리하는 종들의 관리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종들의 필요를 공급해 주기도 해야 하고, 종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구와 자원들을 공급해 주기도 해야 합니다(42절). 그런데 자신의 종들이 아닌, 주인의 종들인데 자기 맘대로 종들을 함부로 대하고, 자기 사리사욕(私利私慾)만 챙기면, 그 집을 청지기에게 맡기고 잠시 떠났던 주인이 돌아와 그러한 것들을 보고 엄히 처벌할 것이라고 말씀합니다(44절~48절). 그런 것처럼 예수님은 대속(代贖)사역을 마치시고 승천하셨다가 생각지도 못한 날에 다시 오실 때 선한 청지기로서 살아가지 않은 이들은 엄중히 처벌하실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의 것을 맡아서 관리하는 청지기로서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우리에게 맡기신 주님의 것들을 하나님의 뜻에 맞게 잘 관리하길 원하십니다. 그리고 마지막 때에 다시 오실 주님께서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살피시고 회계(會計)하실 것입니다(48절). 주님께서 언제 다시 오실지에 대해서는 하나님밖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게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 잘 준비하여 맞을 준비한 종들처럼, 주님의 것들을 잘 관리한 선한 청지기처럼 주님 앞에 설 수 있도록 매일의 삶 속에서 신실하게 살아가는 삶이 되길 기도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