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일본 주식 투자자들이 기다리는 엔화 강세는 꽤 기다려야 할 것 같다(1) / 2/6(화) / 중앙일보 일본어판
올해도 일본주의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1월 한 달에만 닛케이평균은 10%가량 올랐다. 일본 주식 투자가 테마로서의 위치를 확립했다. 도쿄 증시의 강세와 함께 엔화 저축도 빠르게 늘고 있다. 10조원 상당이 넘는 엔화 저축이 쌓여 있다. 이는 언제든지 도쿄 증시에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자금이다. 실제로 최근엔 엔화로 미국 국채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시장 참가자도 적지 않다.
변수는 엔화 환율이다. 엔화가 떨어지면 환차손으로 투자수익이 줄어든다. 반대로 올라가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일본 주식 투자자들은 엔화 가치가 뚜렷하게 상승하는 '그날'을 고대하고 있다. 최근 엔화 환율은 일본의 경상수지 등 실물경제 변수보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 더 민감하다. 나가이 시게토(長井滋人) 전 일본은행 국제국장과 온라인 인터뷰를 한 이유다. 현재 그는 영국의 경제분석회사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일본 대표다.
―― 엔화 약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많은 한국인들이 엔화와 일본 증권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데.
"최근 엔화 약세는 경상수지 상황보다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에 비해 완화적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 후 시작한 기존 통화정책 재평가 작업이 끝나면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인데 재평가 작업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 같다.
"나도 재평가 작업이 2023년 가을이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2024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은행이 세미나와 워크숍 등을 열어 2000년대 초반 양적완화를 시작한 뒤 20년 넘게 이어진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이 낳은 결과를 재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재평가 작업과 마이너스 금리 정책 종료 등과는 관련이 없다"
◇ 올해 춘투가 엔 환율의 열쇠
―― 1월 통화정책회의(MPC) 성명서를 보면 '안정된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했는데 무슨 뜻인가.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은 국내 총수요가 늘면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다. 임금이 오르고 소비가 늘면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뜻한다.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거나 엔화 가치가 떨어져 상승한 인플레이션은 불안정한 (지속가능하지 않은) 인플레이션이다"
구미 이코노미스트들은 우에다 총재가 1월 22~23일 MPC에서 기존 통화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배경에 춘투가 있다고 분석한다. 춘투로 임금 인상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고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려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