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노망들지는 않으셨습니까? - '노망(老妄)'과 '노망'의 어원
어느 집단들을 떠 올릴 때마다 '노망'이 항상 함께 떠오른다. '노망들다, 노망나다'처럼 말하듯, 노망은 나기도 하고, 들기도 한다는 뜻이다. 노망(老妄)은 늙어서(老) 망령(妄)이 난 또는 든 것이다. 흔히 늙어서 치매(痴呆)에 걸린 병(病)으로 생각하듯, 노망(老妄)은 늙어서 벽에 똥칠하는 병(病)을 뜻하는 말이고, 더불어 음차한 말이다.
망령될/망(妄)은 '망(亡)' 글말의 형성자로, '망태기[망(亡)]에 녀미어진[녀(女)]' 현상을 나타낸 글자이다. 망령은 여자(女)만 걸리는 병(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망'은 '막혀 얽힌' 것의 준말이고, 망태기의 준말임을 알 수 있다. 하면 무엇이 망태기에 여미어진 달리 갇힌 것인가? '마음(心)'이다. 그럼 마음을 넣어 글자를 만들지 않고 '녀(女)'로 나타낸 까닭은 무엇일까? 잊을/망(忘)이 먼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여미어진(女)' 상태를 강조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노망(老妄) 또는 망령될/망(妄)의 한말은 무엇인가? 노(老)가 망(妄)을 수식하는 이음절이듯, 노망(老妄)은 '노망'을 음차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한말 '노망'은 무슨 얼개일까? '노를 일으키는 소리'가 노래이듯, '노'는 '얼, 마음, 태양신(님, 니마)' 등을 뜻하는 말이다. 하여 '노망'은 '마음이 망태기에 갇힌 상태'의 다름 아니다. 마음이 막히고 얽혀 망태기에 갇힌, 그래서 마음이 망(亡)한 상태를 이름이다. 그래서 '노망'은 드는 것이고, 노망(老妄)은 나는 것이다. 노망이 들지 않도록 죽을 때까지 항상 배워야 늙어서 노망(老妄)이 나지 않는다는 경계의 말임을 알 수 있다. '노망'을 굳이 '노망(老妄)'의 한자어로 표기하면서, 순수한 한말을 없애 버린 결과를 초래한 거스름이다. 선비연하는 거들먹거림이 '노망'의 큰 뜻을 오히려 늙어서 똥칠하는 치매쯤으로 왜곡시킨 것이다.
노망은 늙어야만 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늙음은 '노'가 영그는 아름다움이다. 치매 같은 추함이 결코 아니다. 늙음은 '노'가 얽히고설키지 않게 끝없이 배우며 영글게 하는 과정이다. 배움을 멈출 때 비로소 '노'가 얽히고설키며 망태기에 갇히는 것이 늙어서 나타나는 노망(老妄)인 것이다.
'노'가 망태기에 갇히는 것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생각의 틀에 갇히면 바로 노망이 든 것이다. 하여 항상 그 노망을 경계 삼아야 한다는 큰 뜻의 아름다운 순수 우리말이다. 저에게 어느 단체들은 그래서 고마운 존재들이다. 제게 '노망(老妄)'을 다시 생각하게 하셨고, 나는 적어도 그렇게는 늙지 말아야겠다고 느끼게 해 주셨으며, 제가 '노망'이 들었음을 일깨워 주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