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의 의미
시간의 흐름은 무의미하게 흘러가지만, 한순간을 기억하여 기념하면 의미가 있다. 개인의 생일이나 조상의 기일을 기억하여 가족이 모여 축하하거나 제사의 예식을 올리고 있다. 거국적으로 나라의 경축일이 그러하다. 8월 15일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날로 경축하고 있다. 또한 이날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승천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8.15의 두 가지 의미를 되새겨 본다. 하나는 우리의 해방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난 뜻깊은 날이며 세계 2차 대전의 종식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다. 1945년 8월 두 차례에 핵폭탄이 투하되었다. 천황은 견디다 못해 항복을 선언함으로써 전쟁이 종식되고 우리는 해방의 기쁨을 맞이했다.
당시에 나가사키의 원폭으로 수많은 목숨을 잃었으며 우리의 교민들도 많은 사람이 죽음의 강을 건넜다. 반핵 반전 평화를 부르짖은 나가이 다카시라는 사람은 일본의 패망은 죄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하며 살아남은 자의 죄가 더 크다며 보속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의사로서 원폭의 피해자이면서 자기 몸은 돌보지 않고 구호 활동을 펼친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나는 다카시의 한 평 남짓한 삶의 공간인 여기당을 두 차례나 둘러보면서 일본의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는 그 후 원자병으로 6년을 투병하면서 묵주알 등 2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살아남은 자로서 죗값을 치르고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로 떠났다.
그저께 79주년 815 경축 행사를 시청하면서 대통령의 축사에 과거에 연연하여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관계를 맺어 더불어 발전의 길로 나가자는 역설에 공감했다. 과거에 머무르면 빠르게 진행하는 포스트모던의 시대조류에 따라가지 못한다. 과거는 지난 일이며 현재 오늘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다음 815는 성모승천이다. 공교롭게도 우리의 해방일과 같다. 성모 마리아의 승천은 지상의 삶에서 겸손과 순명으로 하늘에 불려 올려진 것으로 인간의 부활과 승천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성모님의 승천은 예수님의 승천과 다르다. 예수님은 자신이 몸소 승천했지만, 성모님의 승천은 불려 올려진 몽소(피) 승천이다.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을 비롯한 승천한 사람은 4명이다. 구약에서 두 명(에녹, 엘리야) 신약에서 두 명(예수, 마리아)이다. 이는 우리도 예수님의 십자가 부활과 성모님의 승천으로 하늘로 불려 올려질 수 있다는 희망이다. 그 부활과 승천의 의미로 오늘을 산다. 이스라엘은 두 사건(이집트 탈출, 바빌론 유배)를 겪으면서 믿음의 길로 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광복의 구원으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며 승천의 의미와 희망으로 재창조의 길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