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들어 처음 실시된 국정감사가 10월31일 막을 내렸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은 예년에 비해 차분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만큼 쟁점이 많지 않았다는 의미지만, 한편으론 현장 농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번 국감의 최대 이슈는 역시 쌀이었다. 산지 쌀값이 모처럼 오름세를 탔지만, 사상 최악에 가까웠던 지난해보다 다소 높을 뿐 예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산비 상승분까지 감안하면 문제가 심각한데도 쌀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안 제시는 부족했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물론 국감에서 여당은 쌀값 오름세가 내년에도 이어지도록 면밀한 쌀 생산조정제 설계를 주문했고, 야당은 공공비축용을 포함한 정부 매입량을 72만t에서 100만t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하기는 했다.
국감 직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농업계의 불안감이 커졌지만, 농해수위 국감은 조용하기만 했다. 개정협상 절차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대두되면서 정작 민감농축산물 보호대책 마련 같은 요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은 이르면 내년 초부터 개방 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한·미 FTA를 손질하는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가액 조정이나 법률 개정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도 크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 내에서조차 합의가 안된 가액 인상 계획만 되풀이했고, 법률 개정 권한이 있는 정치권은 ‘가액 조정이 먼저’라며 책임을 정부에 전가했다. 다만 ‘김영란법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자유한국당이 이번 정기국회 내로 농축수산물 제외를 뼈대로 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농업계의 기대감을 높였다.
내년도 농업예산 확보에 농정당국이 소홀했다는 질책도 빠지지 않았다. 정부가 편성한 2018년도 전체 부처 예산은 올해보다 7.1% 늘었지만, 농식품부 소관 예산은 0.04% 증액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편성이다. “한국 농정이 암흑기에 빠졌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농해수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위원들을 통해 농업예산 증액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농해수위 소속이면서 예결특위 위원인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1명(김현권 의원), 국민의당 2명(황주홍·정인화 의원) 등 모두 3명이다.
이밖에 공익형 직불제 확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농업분야 대책 마련, 실효성 있는 농업인안전보험·농작물재해보험 확대, 친환경농업 활성화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그렇지만 국감 초반 쟁점이 됐던 식품안전성 확보방안과 농업관련 기관들의 청렴성 부족문제는 일회성 질의에 그쳐 변죽만 울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감 모니터요원으로 참여한 한 시민단체 간사는 “다른 위원회에 비해 여야를 떠나 농업·농촌 발전을 위한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는 신선하게 보였다”면서도 “국민의 위임을 받은 대표로서 정책에 대해 더욱 면밀하고 철저한 감사준비가 필요하며 중복질의는 개선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