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30703. 덕골 계곡에서
차박을 왔습니다
포항의 마지막 비경이라는 하옥 계곡
새벽 네 시 50분입니다
새들의 지저귐 속에 잠이 깼습니다
무슨 대화가 그리 많은지 두 놈이 주고 받는 말이 길었습니다
녹음을 하다가 포기하고 그들과 일체가 되어 보려고 귀담아 듣다 보니
먼동이 트고 물안개가 피어 오릅니다
물소리가 어제보다 더 크게 들립니다
어제의 일상들이 씻기고 있습니다
일요일 저녁 수많은 차들과 사람들이 떠나고 난 커다란 주차장에 단 세 가구만 남았습니다
나이 들어 불편한 여행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아내의 잔소리는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시골에서 자란 저는 자연 속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와 장면이
친구였고 이해였고 공존이며 공감이었습니다
어제는 개미들의 행렬을 따라 숲 속을 뒤졌습니다
죽은 지렁이 한 마리를 운반 저장하기 위해
수천 마리의 떼가 일사분란하게 역할을 하는 것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거기에도 인간사 못지 않은 사회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개미들의 무게를 합치면
인간의 모든 무게보다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간들의 모든 죄를 합치면
인간들의 무게의 합보다 많다는 이야기로 바꾸어 들렸습니다
오늘도 더울 것 같습니다, 저는 춥겠지만.
아침을 지어야 하겠습니다.
모두들 멋진 여름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