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그냥 평범한 이 나라의 서민입니다. 굳이 밝히라면 좀 정의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지금껏 살아온 사람가운데 한 명입니다. 일에서 물러나 시골에서 텃밭이나 가꾸며 살아가는 촌부입니다. 하지만 죽기전에 이 나라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잘 되고 발전되는 모습을 보고 싶고, 우리의 후손들이 더 나은 환경속에서 그들의 희망을 펼치는 나라가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 국민입니다.
정의롭다는 것이 그다지 거창한 구호가 아닙니다. 상식적인 선에서 잘 한 사람은 칭송받고 나쁜 짓한 사람은 벌받고, 열심히 일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부유하게 살고 게으름 피우고 자기만 잘 살겠다고 투기에 올인한 사람은 몰락해 가난하게 사는 그런 단순한 정의로움을 원합니다. 자신의 부귀영달을 위해 타인의 행복을 빼앗고 자신에게 주어진 그 알량한 힘을 내세워 호가호위하는 그런 사람들을 향해 자신있게 손가락질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의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요즘 한국 사회를 잘 들여다 보세요. 나쁜 짓 한 사람은 그에 해당하는 벌을 받고 있으며 잘 한 사람들은 칭송받는 분위기입니까. 열심히 산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게으르고 투기나 한 사람들이 가난하게 사는 상황입니까. 그렇다고 판단하시면 이제 그만 읽으시길 바랍니다. 시간 낭비하는 겁니다.
저는 태어나 4.19혁명과 5.16 쿠데타 그리고 10.26 대통령 저격 사건, 12.12 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 6.10민주화운동 그리고 2016년 촛불혁명까지 경험한 사람입니다. 물론 4.19나 5.16은 어릴 때 일이기에 당연히 직접 참여는 못하고 부모형제나 문헌을 통해 교육받은 사람입니다.나름 한국 현대사에 대단히 중요한 시점에 존재한 사람으로서 요즘처럼 이렇게 정의가 상당수 실종되고 사회가 사상누각처럼 변하는 시기를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4.19혁명과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6.10민주화운동 그리고 촛불혁명의 그 정신이 사회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 정의로운 정신이 사회속에 깊숙히 뿌리를 내렸는가에 대해서는 상당히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전원에서 생활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식물들 특히 나무들과 오랜 시간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잠에서 깨어나 잠들 때까지 곁에 있는 것이 바로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나무들의 경우 뿌리가 깊게 자리한 개체는 정말 대단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웬만한 가뭄이나 태풍에도 끄떡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무는 크게 자랐지만 뿌리가 얕은 경우는 심한 가뭄이나 태풍에 그냥 고사하거나 뿌리채 뽑히고 맙니다.
이 나라 이 사회도 마찬가지라 생각이 됩니다. 그렇다면 그 힘들게 이룬 혁명 그 가운데 가장 최근에 일어난 촛불혁명이 왜 이렇게 존재자체가 없어 보일까요. 2016년 늦가을부터 2017년 3월까지 서울 광화문과 전국 곳곳에서 진행된 촛불집회 그리고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고 이 나라에 새로운 바람이 부는 듯했습니다. 이어 벌어진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서 민주세력이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런 흐름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 판단하는 사람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어어어 하다가 아이구 아이구 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습니다.
前 정권은 촛불혁명 세력을 배경으로 검찰 개혁과 부동산 개혁에 나섰습니다. 촛불혁명 세력만 호응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검찰총장만 바꾸면 검찰개혁이 그냥 이뤄지고 다주택자들만 잡으면 부동산 투기세력이 일망타진돼 망국병이라는 부동산 투기가 근절될 것으로 보았습니다. 너무도 안일하고 쉽게 판단한 것입니다. 어떻게 검찰개혁이 총장 한사람 그리고 그 추종세력만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습니다. 검사 한사람 한사람의 기본 정신부터 차근 차근 바꿀 계획은 세우지 않은 채 윗층만 교체하면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권력 최고봉을 비롯해 그 주변에 위치한 인물들도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너무 쉽게 세상을 바라본 것입니다. 진보라는 텐트안으로 그다지 자격도 없어 보이는 인사들이 대거 몰려들었습니다. 한때 최고 권력자에게 조력을 했다는 이유로 이런 저런 자리에서 승리의 기쁨을 원없이 누렸습니다. 그런 인물들이 지금도 다시 그 달콤했던 권력의 맛을 보기위해 야당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기웃거리는 것 아닙니까.
당시 최고 권력자의 복심이라는 모 인사의 추천에 의해 삼고초려를 통해 모셔온 사람이 누구입니까. 그런데 그가 검찰개혁을 이뤄냈습니까. 오히려 항명하지 않았습니까. 전 정권의 권력주변에서 애초 검찰개혁을 너무 쉽게 생각한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권때도 검찰개혁한다면서 젊은 검사들과 맞짱 토론을 벌이다 오히려 역효과를 낸 과거도 있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은 이제 막가자는 것이죠 라는 말만 기억나는 그런 상황 아닙니까. 그렇다면 권력자의 지근거리에 있었다는 비서실장 출신은 그렇게 하면 안되었는데 그냥 전철을 밟은 것입니다. 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부동산 개혁은 어떻습니까. 이 사회의 공공의 적인 다주택자들만 잡으면 만사가 해결될 것이라고 정말 순진한 생각을 한 것이지요. 하지만 영악한 부동산 투기세력은 전국에서 돈다발을 짊어지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강남지역을 필두로 돈되는 지역을 마구잡이로 구입했습니다.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많은 서민들은 벼락거지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전세값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경기도에서 충청도 강원도로, 부동산 폭격으로 피란행렬이 어어졌습니다. 전세난민이 따로 없습니다. 촛불혁명의 거창한 구호는 온데 간데 없고 오로지 벼락거지 신세타령이 온 나라에 가득했습니다. 그런 상황에 무슨 대선이며 지방선거입니까. 그냥 고스란히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정권이 바뀌면 뭔가 하고 싶겠죠. 역사에 남는 치적을 남기고 싶었겠죠. 그런데 전 정권이 남긴 역사적 치적은 무엇일까요. 역사학자들이 어떻게 평가할까요. 코로나 19 선방한 것 그것은 방역당국의 능력이지 정권의 능력은 아닙니다. 남북 해빙무드 그것도 트럼프와 김정은의 불협화음으로 없는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니함만 못한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검찰개혁 물건너 가고 정권을 넘길 토대만 만들어주었습니다. 부동산 개혁 부작용으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당시 야당에게 몰표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뭐하러 그런 개혁에 올인했을까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당시 야당에게 모든 것을 헌납하기 위해 그런 개혁을 한 것으로밖에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
그런 요란한 개혁으로 사회는 이상하게 변했습니다. 그야 말로 사상누각같은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보기 힘든 그런 상황이 지금 이 나라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다가 기존에 있던 단단함도 파괴시킨 결과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모 공영방송도 사장 한사람 바뀌었는데 그동안 나타난 상황은 무엇입니까. 위에서 아래까지 모두 변해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전 사장 시스템하에 이뤄졌던 것은 어떤 존재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그렇게 쉽게 모든 게 바뀔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한 일입니다. 사회 토대가 정말 이렇게 허약했던가 생각이 드는 것은 태어나 처음 있는 일입니다. 특정한 물결에 그동안 쌓아 놓았던 결과물이 여기저기서 파괴되고 붕괴되는 그런 모래성같은 현상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부관계자들은 국민들 그리고 서민들의 성난 마음따위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론 조사는 그냥 여론기관 관계자 밥 먹여주려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여론 조사기관에서 나오는 결과로 어떤 새로운 판단과 조치가 나오는 것을 요즘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자신들이 하고 싶은 데로, 믿고 싶은 데로 행할 뿐입니다. 지금의 이런 모습이 현 정권들어 급하게 만들어진 것입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정권때부터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쌓여서 만들어진 사상누각입니다. 촛불혁명으로 거저 얻은 권력을 마치 자신들이 엄청나게 고생해서 획득한 것인양 여긴 어리석은 판단에 의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당시 야당 인사들이 박 정권의 국정농단에 대해 집요하게 파헤쳤습니까. 아니지요. 특정 언론사들의 노력끝에 얻은 것 아닙니까.
개혁과 혁신은 5년 임기동안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서구의 오랜된 전통들은 수백년동안 갈고 닦고 시행착오를 거친 뒤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금도 그 수정작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단시일안에 대성당같은 특정 건물을 짓지 못해 수백년동안 진행한 것이 아닙니다. 차근차근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정말 근사하고 멋진 작품을 후대에 영원히 남기기위해 만들기 위함 아니였겠습니까. 5년안에 역사에 남는 치적을 만들겠다고 판단한 그 자체부터 문제였던 것입니다. 그런 오만한 개혁에 올인하다보니 정작 해야할 국민과 사회정서를 굳건히 하는데 미약했고 그런 상황이 지금 이런 모습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모래성 그리고 사상누각처럼 허무하고 힘빠지게 하는 단어가 없습니다. 특히 이 나라에서 펼쳐졌던 그 저항의 정신 그리고 혁명의 정신이 모래성처럼 사상누각처럼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아야 하는 사람들은 슬프고 피곤하고 짜증만 납니다. 그리고 그런 한걸음도 진척이 없는 개혁에 모든 것을 건 전 정권의 관계자들은 왜 지금 그것에 대해 조금의 사과도 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전 정권의 후예들은 예전 그들이 활동했던 그 터에서 그냥 영향력을 넓혀볼까 빈틈만 노리는 형국이 되서는 이 나라 이 사회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 그냥 우리도 그때 뭔가를 하려고 했었지에 만족한다면 이 나라 이 사회의 미래는 없습니다. 또 야당의 분열을 노리면서 적당히 빈틈 비집고 들어가기 전략으로 야당속으로 침투해 자리를 확보해 보려는 심보로는 나라의 앞날을 결코 희망적으로도 밝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나라와 사회의 토대는 허약해지고 부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24년 9월 1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