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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투시경] 트럼프 취임, 새로운 단계 들어선 북핵 위협
정창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1월 20일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로 지칭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12·3 비상계엄’의 후폭풍인 탄핵 정국으로 인해 대단히 혼란스럽다. 이런 와중에 동맹국 안보까지도 협상과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지닌 트럼프의 발언은, 그 진의는 차치하고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한국형 3축 체계’와 미국의 핵확장억제력을 양축(兩軸)으로 김정은의 핵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의 등장으로 핵확장억제 정책이 이완 또는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는 김정은의 정세 오판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안보 전문가가 ‘조건부 핵무장론’, ‘잠재적 핵 능력 보유’ 등을 조심스럽게 개진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우리 민족 전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지당한 의견이다. 다만, 우리의 핵 능력 보유에 더해 다음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첫째, 국민에게 김정은의 핵이 실체적 위협임을 주지시켜야 한다. 김정은은 "임의의 시각에 사용할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국민은 "설마 핵을 진짜로 쏘겠어?"하는 안이함을 넘어 마치 강 건너 불 보듯 방관하고 있다. 이런 심리 상태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 지난해 4월 10일에 치러진 22대 총선 결과다. 당시 총선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대파 가격이 더 큰 이슈로 대두되면서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북한 핵과 관련,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김씨 정권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과 강력한 제재, 그리고 민생까지 포기하면서 ‘왜 핵무기를 보유하려 하는가?’이다. 북한은 심지어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해 오던 중국이 안보리의 제재 결정에 찬성하자, 얼굴을 붉히면서 항의하기도 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을 한국과 미국의 핵전쟁 기도에 대응한 ‘방어용’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들의 주장은 억지일 뿐이다.
김정은이 핵무기 보유 의도는 정권을 위협할 정도로 내부 상황이 악화하면, 이를 외부(한국)에 전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공격용’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더불어 유의해야 할 것은 합리적인 정책 결정 과정을 기대할 수 없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은의 자의적인 결정에 따라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북핵 위협의 새로운 단계 진입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9일 정권 창건일에 당정 간부들만 모아놓고 "우리는 지금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일 데 대한 핵 무력 건설 정책을 드팀(흔들림)없이 관철해 나가고 있으며…"라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일본 연구소 등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는 약 50기 정도로 추정된다. 이 정도 보유량이면 전장 종심이 짧은 남한의 주요 지역은 말 그대로 초토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
꿀벌은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독침을 한 번 사용하고 죽는다. 흔히들 핵무기를 사용하면 자신도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는다는 점에서 꿀벌의 독침에 비유한다. 김정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말벌은 꿀벌과 달리 독침을 몇 번이고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말벌 1마리가 꿀벌 500마리를 상대할 수 있다고 한다. 김정은의 지시는 대미 협박용이든 대남 확인 파괴용이든, 말벌처럼 자신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방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북핵 위협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핵무기의 기하급수적 확대’를 지시한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는 상황임을 감안, 차선책으로 ‘핵 무력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핵 인질 상태에서 미국의 핵확장억제력에 기대 버텨 나가고 있다. 지금 당장은 한미동맹이 굳건해 별문제 없지만, 과연 이 같은 구조가 계속될 수 있을까? 한 나라의 안보를 외국에 맡겨 놓는 것이 과연 맞는가? 우리 국민 마음속에 계속되어 오고 있는 물음(ques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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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열 북한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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