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사랑스럽기 한이 없는 내 아들 노엘이가 생일인 지난 7월 7일을 지나며 만 13살이 되었다. 요즘은 사춘기가 좀 더 일찍 온다지만 노엘이가 이제 약간 고집스러워지며 때론 얼토당토않은 말들로 아빠 엄마의 신경을 건드리기 시작한다. 혹 사춘기인가?
노엘이도 그 어떤 다른 아이에 비해 무척이나 착한 아이이고 부모 된 우리도 경우에 어긋나는 어리석은 자들이 아님에도 갈등의 조짐이 조금씩 보인다.
오늘은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가는 날인데 악보만 챙기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외장하드를 가져가겠단다. 웬만하면 그냥 가져가게 놔둬도 되겠지만 아무리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도 지금 해야 하는 일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이것저것 갖고 다녀야 마음이 놓인다는 그 이상한 버릇을 고쳐야겠다 싶어 가져가지 말라고 얘길 하니 그만 말투에 불평이 섞인다.
그래도 말은 듣긴 듣는다. 하지만 들으면서도 징징대는 게 문제다. 어디서 징징대느냐고 꾸짖으니 그만 울먹인다.
‘왜 자기가 하고 싶은 것 못하게 하느냐고….’
‘아무리 네가 하고 싶어도 불필요한 것은 하지 않는게 맞다고….’
이런 게 갈등인가? 이 갈등에는 그 어떤 정답이 있을까?
입이 툭 튀어나온 아이를 차에 태우고 피아노 선생님 댁으로 가는 길에 두 번 세 번도 더 생각해 보았다. 가져가고 싶은 것을 가져가도록 그냥 내 버려뒀어야 하나, 불필요한 것은 굳이 곁에 둬야 마음 편해하는 저 이상한 버릇을 고쳐줘야 하나라는 두 생각 속을 수십 번도 오갔다. 하지만 피아노 공부하러 가는데 아무런 필요가 없는 외장하드(자기가 찍은 영상, 사진, 글 등이 담겨있는 노엘이의 보물 1호이다)를 가져가는 게 맞지 않다고, 또 가져가지 말라는 부모의 말에 순종하는 게 올바르다고 결론지었다.
무얼 가져가고 말고, 무슨 일을 하고 말고 하는 갈등은 그 어디서나, 그 누구에게나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갈등은 분열을 낳고 분열은 상처를 낳으며 그 상처는 결국 단절을 가져온다. 무엇보다 부부 사이나 부모와 자식 간의 단절은 정말 치명적인 고통이 되고야 만다. 그리고 이웃 간의 단절도 큰 상처를 남긴다.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갈등이 일어날 때 그것을 잘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화하며 올바른 길을 찾아가는 지혜가 서로에게 필요하다.
그렇게 힘쓰고 애쓰며 노력해도 결코 풀리지 아니하는 지독하게 무서운 갈등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