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리는 어디에 / 박감
삼거리약국 유리문에 파리가 붙어 떨고 있다.
고무줄로 묶은 전표 다발처럼
신신파스 냄새를 돌돌 말아 뱉는 에어컨 앞
말일이면 한 번 찾아오는
박 대리가 다가와 배시시 인사한다
활 약사의 구겨진 눈꼬리가 바둑판에 꽂힌다
깨진 알을 만지작대며 불계승 위치를 계산 중이다
출시된 신약이라며 박 씨는
발기부전제 카탈로그를 슬쩍 들이민다
복날 먹은 보신탕을 선전하듯
생수통을 번쩍 들어 갈아준다. 땀을 닦는다
장부의 빨간 사선처럼 날이 선
종이컵을 벌려 정수기 꼭지에 끼워 놓는다
잠잠했던 물이 새 나오며
통 안은 초조한 마음처럼 기포로 쿨럼댄다
약사의 절벽 같던 하얀 등이 계산대로 돌아앉는다
바둑판 흑집은 견고한 성으로 둘러쳐져 있다.
거래장을 꺼낸다, 배너 광고판에 그간 판
제품들이 거북 눈처럼 끔벅끔벅 점멸하며 지나간다
약사가 만기어음을 끊는 동안
그는 위층 속편한내과의 처방전을 훔쳐본다. 한 달 새
진통제는 타이레놀 혈압제는 노바스크로 바뀌었다. 뒤에서 결제를 기다리는
다국적 제약사 직원의 가방은 선물로 두툼하다박 씨가 받은 골판지 박스엔
반품 처리된 약들이 배꼭하게 쌓여 있다.
휴대폰 전원 끄고 못 벗는다
헐린 위벽 같은
타일 뜯긴 사우나탕에 몸 담그고 앉는다
욕조 수면이 그의 목을 가른다
화난 상사의 콧김처럼 열탕 거품이 부글대고 있다.
카페 게시글
┌………┃추☆천☆시┃
박 대리는 어디에 / 박감
강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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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0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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