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곧 '원유 감산'에 합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국제 유가가 4일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경제제재 해제 후 원유 생산 능력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이란이 당분간 감산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함에 따라 유가 오름세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40센트(1.2%) 오른 배럴당 33.62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4일 연속 오른 것으로 지난달 6일 이후 최고치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3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보다 3.1% 상승한 배럴당 35.99달러까지 올라섰다. 줄곧 곤두박질치던 유가가 지난주 반등세를 이어간 것은 원유 감산 가능성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5% 원유 감산 요청설을 공개했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원유시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오만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감산 협의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확산됐다. 사우디도 원유 생산량 유지를 고수해 온 그간 입장에서 다소 물러설 여지를 보이고는 있지만 감산에 모두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런데 이란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당국자가 이란의 일간 원유 수출량이 150만배럴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감산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내놨다"고 전했다.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서방 세계의 대(對)이란 경제제재 전인 2012년 수준으로 산유량이 회복될 때까지는 감산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셈이다. 이란의 현재 수출량은 하루 평균 110만배럴 정도다. WSJ는 이 같은 이란 입장은 감산이 쉽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란은 원유 생산량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이란 현지 언론은 이란의 1월 원유 수출량이 일평균 150만배럴로 2014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지난달 30일 일제히 전했다. 이는 지난해 동월 대비 20%가량 급증하는 수치다. 현지 언론들은 이란의 유조선 선적 예약분을 고려하면 2월에도 원유 수출량이 일평균 144만배럴 정도로 1월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과잉에 따른 저유가 여파로 미국 2위 정유 업체인 셰브론은 지난해 4분기에 2002년 3분기 이후 13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다. 중소형 정유 업체들의 파산에 이어 굴지의 정유 업체마저 유가 쇼크가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