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 오셨네.”
2열왕 4,42-44; 에페 4,1-6; 요한 6,1-15
2024.7.28.; 연중 제17주일
1. 생명을 먹이시는 하느님
오늘 제1독서와 복음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하여 굶주릴 형편에 놓인 사람들이 얼마 되지 않는 소량의 음식으로 배불리 먹은 사건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엘리사는 보리 빵 스무 개로 백 명을 먹였고, 예수님께서는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장정만도 오천 명쯤 되었던 많은 군중을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았습니다. 엘리사는 그들이 먹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하느님을 믿었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에 나누어 주게 하셨습니다. 예언자 엘리사와 예수님께서 행한 나눔의 행동에 하느님께서 함께 하셨던 것입니다. 몸소 지어내신 모든 생명을 먹이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았던 사도 바오로는 에페소 공동체의 교우들에게 이렇게 권고하였습니다.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에페 4,1ㄴ-3)
2. 빵의 기적
엘리사의 고사(古事)를 알고 계셨던 모든 생명을 먹이시는 하느님의 근본 섭리를 일깨워 주시고자 빵의 기적을 일으키셨습니다. 그분은 백성을 찾아오신 하느님이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당신의 가르침을 듣느라 집에도 가지 못하고 며칠째 허기진 처지임을 감안해서 빵의 기적을 일으키셨습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원재료로 해서 장정의 수만 해도 오천 명이 넘었던 그 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이신 것입니다. 그러고도 남은 빵 조각을 담으니 열두 광주리나 남았습니다. 사람들의 배고픔에 대한 연민으로 기적을 일으키신 예수님이셨지만, 그분은 그저 빵을 많게 할 줄 아는 요술쟁이가 아니었으며, 육신의 허기만 채워줄 수 있는 예언자도 아니었고, 영혼의 생기를 돋구어 주시려는 하느님이셨기 때문에, 군중이 그저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의 능력이 탐나서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하자 이들을 피해서 산으로 물러가셨습니다.
3. 생명의 빵이신 예수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생명을 먹여 살리는 하느님의 섭리를 깨닫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빵의 기적에 열광한 군중이 계속해서 빵을 요구하자,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 6,27)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그 양식을 달라고 군중이 청하자, 드디어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고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계시 진리를 밝히셨습니다. “내가 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다. 나를 먹는 사람은 하느님의 힘으로 살 것이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요한 6,51) 우리는 이 말씀을 하신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으로 성체성사를 세우신 역사적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빵의 기적은 성체성사의 배경이요, 최후의 만찬은 빵의 기적을 지속적으로 일으키고자 파스카 축제일에 의도적으로 제자들과 행하신 성체성사의 기원이었습니다. 결국, 성체성사는 예수님 자신을 우리에게 내어 주시는 생명의 성사입니다. 성체는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는 영적인 양식이며, 성혈은 하느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정성이 배어 있는 거룩한 음식입니다.
4. 영원한 생명으로 사는 길
모든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먹어야 삽니다. 그러기에 각자가 일해서 먹을 것을 구해야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굶주릴 형편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먹을 것을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나눔을 행하는 이들은 모두, 엘리사의 기적을 행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육신 생명만 지니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영혼 생명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빵의 기적을 일으키시면서도,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인 당신을 먹으라고 말씀하신 것이고 성체성사를 세우신 것입니다. 우리의 영혼은 예수님을 먹어야 삽니다. 최후의 만찬을 계승하는 성체성사는 영적으로 이루어지는 빵의 기적입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사도 바오로가 에페소 교우들에게 권고했던 바 역시 성체성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일상에서 이룩해야 할, 작지만 거룩한 변화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에페 4,1-3).
5. 예수의 발현이자 재림인 성찬
성체성사가 거행될 때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사랑과 정성으로 우리를 일깨우시고 또한 생명의 힘을 주시러 찾아오십니다. 말씀과 성찬 그리고 사랑이야말로 우리를 찾아오시는 예수님의 발현이며 재림입니다. 말씀도 하느님께 바치는 제사이고, 성찬도 제사이며, 사랑도 제사입니다. 오늘 미사의 화답송 후렴과 복음 환호송으로 이 강론을 마칩니다. “주님, 당신 손을 펼치시어 저희를 은혜로 채워 주소서.” “하느님이 당신 백성을 찾아오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