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색 금’, 꽃소금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오.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빛과 더불어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소금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성경 구절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소금과 노예를 맞바꿨고 로마시대엔 병사들의 월급을 소금으로 지급할 정도로 한때 소금은 금처럼 귀중한 재화의 수단으로 사용됐다. 과거 이불에 오줌을 지린 아이들에게 옆집에 가서 소금을 얻어오게 한 관습은 소금을 액귀 등 귀신을 쫓는 용도로 사용했음을 보여준다. 원거리 어업이 시작된 이후엔 소금으로 생선과 육류를 염장했다. 소금이 식량의 부패를 막고 음식의 맛을 내는 소중한 일상의 재료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소금은 보통 바닷물을 증발시키거나 암염을 채굴해서 얻는다. 암염이 없는 우리나라 등에서는 조수가 있는 호수에 바닷물을 가둬 소금을 생산한다. 유럽에서는 소금을 뜻하는 ‘hals’가 붙은 잘츠부르크, 할슈타트와 같은 도시의 소금 광산이 유명한데, 이 도시들은 암염에서 소금을 얻는 한편 관광산업으로도 활용하니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프랑스에 살면서 ‘하얀색 금’이라 불리는 꽃소금을 쓰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주로 프랑스 북서부 해안의 게랑드 지역 꽃소금을 사용하는데, 이 소금은 바다에서 분리된 자연 호수의 첫 염전에서 채취한 것이다.
갯벌을 평평하게 다져 결정지를 만든 뒤 그 위에서 손으로 일일이 소금을 채취해 얻는 이 소금은 정제염과 달리 미네랄과 각종 유기 화합물이 풍부하게 녹아 있다. 염전의 바닷물 표면에서 걷어내기 때문에 하얗고 작은 결정체가 내뿜는 순백의 광채가 유려하다. 입안에 넣으면 부드러운 단맛과 제비꽃 향기가 뒤섞인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체내 흡수가 빠르다는 과학적 보고도 있다. 비싼 만큼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는 이야기다.
귀한 만큼 꽃소금은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통 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90%에 해당하는 회색빛 굵은 소금은 음식을 절이거나 국물 있는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지만 꽃소금은 요리의 마지막에 깊은 맛을 내는 피날레를 장식한다.
수박과 멜론처럼 단맛이 나는 과일을 자른 다음 표면에 소금을 살짝 묻히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일본 여행을 처음 갔을 때 배운 방법인데, 꽃소금을 뿌리니 짠맛보다 단맛이 극대화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흔히 말하는 ‘단짠’의 조화인 셈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 흔히 판매되는 ‘솔티드 캐러멜’ 역시 프랑스인들이 꽃소금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프랑스 여행 시 이 캐러멜 하나를 입에 물고 걸어볼 것을 권한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