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특별연주
피아노를 전공하는 만 열세 살의 노엘이가 원로목사님께서 말씀을 전하시는 예배시간에(대구 삼덕교회) 특별연주를 하도록 연락을 받았다.
대구 삼덕교회 원로이신 김태범 목사님은 나에게 대단히 특별한 분이시다. 1992년, 유럽에서 지내던 중 한국에 와서 김태범 목사님의 설교나 인품에 매료되어 삼덕교회에 출석하게 되었고 그것이 오늘에 이르러 30여 년의 세월이 되었다. 그러던 중에 목사님께서 나를 귀히 여겨주셔서 삼덕교회 장학금으로 영국에서 선교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고 또 유럽과 필리핀 선교사역을 위하여 협력선교사로 세워 주시기도 하셨고 의료선교팀을 파송해 주시기도 하셨다. 그리고 결혼예배의 주례로 맡아주셔서 목사님께서 주례하신 수많은 부부 가운데 우리 부부가 “전교 1등”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나는 목사님께서 오래전부터 나에게 함께 여행을 가자고 말씀하시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더 소중하게 내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 지난해에도 함께 알프스를 걷자고 하셨는데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해서 못내 아쉬웠다. 오래전에 함께 네팔과 히말라야를 방문하자고 하신 것도 이루어 드리지 못해 늘 마음에 짐이 되었는데 말이다. 소중하지 않은 사람과 먼 길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가족을 아껴주시는 목사님께서 노엘이가 피아노를 전공하며 어린 열두 살의 나이에 독일 음대 피아노과에서 공부하게 되었다고 하시니 부모인 우리보다도 더 기뻐하시며 노엘이의 앞날을 위하여 이것저것을 재촉하신다. 참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독일로 들어가기 전에 목사님께서 설교하실 때 노엘이에게 특별연주를 시키려 하셨고 교회의 담임목사님과 행정부목사께 연락하셔서 일정을 잡으시고 교회를 통해 연락하셨는데 좀 촉박한 감이 있어서 노엘이가부탁해서 연기하도록 요청하였다. 더 성실하게 잘 준비해서 연주하고 싶다는 노엘이의 생각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조금 전에 목사님께서 전화를 주셨고 그냥 해도 되는데 왜 연기를 하느냐고 서운해하신다. 한시바삐 교인들에게 노엘이를 소개하시고 싶은 목사님의 마음에 사랑이 가득하신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어린 나이여도 무엇이라도 최선을 다하려는 노엘이의 마음을 존중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였다고 목사님께 잘 말씀을 드렸다. 그래서 다가오는 8월 18일, 3부 예배 때 연주하려던 계획이 출국 직전인 9월 29일, 2, 3부 예배 때 연주하기로 변경되었다. 나는 잘 알고 있다. 이것이 하나님의 더 멋진 계획이라는 것을.
내가 노엘이가 피아노를 전공하도록 한 것은 단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그것도 어린아이가 독일에까지 가서 자기보다 나이가 여섯 일곱 살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도록 한 것은 노엘이가 피아노를 통해 창조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행복하고도 거룩한 일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노엘이가 피아노 건반을 두들길 때 하나님의 신이 역사하셔서 듣는 사람들의 심령으로부터 악령이 떠나가도록 늘 간구드린다. 다윗이 수금을 연주할 때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