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하다/이령
난 말의 회랑에서 뼈아프게 사기 치는 책사다
바람벽에 기댄 무전취식 속수무책 말의 어성꾼이다
집요할수록 깊어지는 복화술의 늪에 빠진 허무맹랑한
방랑자다
자 지금부터 난 시인是認하자
내가 아는 거짓의 팔 할은 진지모드
그러므로 내가 아는 시의 팔 할은 거짓말
그러나 내가 아는 시인의 일할쯤은
거짓말로 참 말하는* 언어의 술사들
그러니 난 시인詩人한다
관중을 의식하지 않기에 원천무죄지만
간혹 뜰에 핀 장미에겐 미안하고 해와 달 따위가 따라붙어 민망하다
날마다 실패하는 자가 시인이라는 것이 원죄이며
사기를 시기하고 사랑하고 책망하다 결국 동경하는
것이 여죄다
사기꾼의 표정은 말의 바깥에 있지 않다
그러니 詩人의 是認은 속속들이 참에 가깝다
첫댓글 '이령의 시를 한 마디로 말하면 발산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언어들은 빅뱅하는 우주처럼 끝없이 팽창한다. 중략
이 발산하는 언어들 속에 삶의 진실과 세상의 본 모습과 시인 자신의 내밀한 욕망이 언뜻언뜻 스쳐 지나간다.
오직 눈 밝은 독자들만이 이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볼 것이다.' 황정산(시인, 평론가)
톡톡 튀는 시를 맛보시라고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