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마다 일곱 번 지내는 49재 중 여섯 번째인 6재에 참석하고, 아버지 김장을 하러 대구에 간다는 소식을 블로그에서 본 옛 친구인 풀향기가 동대구역에 나오겠다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주말에 여행을 하기란 주 중보다 불편함이 많아 금요일에 갔다가 월요일에 오기로 예정되어 있어 월요일에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풀향기와의 인연은 유별납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6년간을 한 교정에서 동문수학한 친구지만, 같은 반이 한 번도 안된 이유로 얼굴은 낯설지 않았지만 이름도 모르는 그저 수백 명 동기동창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사랑방' 카페에서 활동하던 중, 중학시절에 유난스럽던 음악수업 이야기를 올렸다가 풀향기와의 인연이 다시 이어진 겁니다. 인연이 있으면 언제라도 어떡하던 만나게 되는가 봅니다.
풀향기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면 엉터리 같은 내 살림에 대해 많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공기 좋고 풍광 좋고 조용한 곳에 넉넉하게 자리 잡은 초당에 사는 풀향기의 야무진 살림 솜씨는 감동과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철철이 나는 먹거리로 장아찌를 만들고, 말려서 갈무리하고, 마당 한 쪽 채미밭에선 여러 가지 채소가 초록의 싱싱함을 자랑하고, 과실나무, 꽃나무도 초당을 아름답고 돋보이게 하며 이런 모든 주위 환경이 초당을 웰빙의 전당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표현은 쉽게 하지만, 안주인의 정성과 수고로 유지되는 초당을 생각하면 보통 사람들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바쁘고도 부지런한 생활입니다.
약속한 10시 10분을 5분 미리 저쪽에서 이리로 걸어오고 있는 풀향기를 내가 먼저 알아봤습니다.
시력이 좋지 않아 얼굴은 똑똑이 보이지 않았지만, 내가 떠서 보내준 빨간색 모자를 쓰고 있어서 풀향기가 맞는다는 확신이 들어 그쪽으로 다가가자 풀향기도 두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으며 걸어왔습니다.
반가워서 너무나 반가워서 찬 손을 부여잡고 서로를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실보다 더 가는 는개비가 내리는 듯 아닌듯한 거리를 우리는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약령시장이 서는 약전골목을 시작으로 대구 중구청에서 개발한 '근대골목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약령시장 대문
계산성당
계산성당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의 이상화 시인 고택
서상돈 고택
잠시 등나무 아래서 친구가 준비한 따뜻한 茶와 검은깨강정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친구가 찍은 사진
친구 스마트폰으로 찍은 셀카
셀카는 처음이라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있는 리리화, ㅎ
선교사 주택이었으며 현재는 선교 박물관
선교사 주택이었으며 현재는 의료 박물관
청라언덕 노래비
3.1 운동길에서 풀향기
3.1운동 길
풀향기가 안내한 갈치조림을 잘하는 집, 동해식당
풀향기가 정성스레 만든 감장아찌와 참외장아찌
묶은 끈도 분홍색 리본으로 만든 장미꽃, 아기자기하고 세심한 친구의 배려가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정성을 들인 만큼 맛도 일품입니다.
감을 따서 껍질을 벗기고 잘라 볕 좋은 초당 마당에서 말린 감말랭이도 예쁜 상자에 담고 랩으로
곱게 싸와서 감동이었습니다.
식사 후엔 입가심으로 내놓은 상큼 달콤한 귤 4 개까지도 풀향기 우정이었습니다.
정성과 수고로 만든 풀향기의 선물에 나는 초라하게도 수세미와 휴대폰 장식고리뿐 내놓을 것이
없어 많이 미안했습니다.
다음엔 초당으로 놀러 오라는 멋진 초대에 그러마라고 했고, 서울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했습니다.
늦가을을 알리는 스산한 바람이 불고, 낙엽이 뒹굴고 간간이 비까지 내리는 날이었지만, 따뜻하고
배려 깊은 풀향기의 우정에 하루가 행복했습니다.
동대구역으로 가는 지하철 타는 곳까지 안내해준 풀향기야, 고맙고도 고마웠어.
건강관리 잘해서 언제가 될지 기약은 할 수 없지만, 우리 이런 멋진 시간 또 갖자꾸나.
친구가 좋은 우리 나이를 맘껏 누리자꾸나, 친구 풀향기야.
첫댓글 내 마음 깊숙히 우정이 스며든다 이렇게 좋은 친구를 둔 옥덕이는 참 잘 살고 있는 사람이야....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고 서로 오래 그 우정 간직하기를...
약전골목, 계산성당 길은 많이 다니든 길이라서 사진으로 보니 반갑구나.
약전골목은 외가에 갈 때 지나는 길이어서, 계산성당은 할머님 장례식장이어서 추억이 서린 곳입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여사 결혼식을 계산성당에서 했는데, 주례하시는 신부님께서 육영수군과 박정희양이라고 바꿔 호징한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합니다.
보고만 있어도 흐뭇해요.
좋게 봐주셔서 흐뭇해요.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밀려 오는군요!
감동스런 댓글, 고마워요.
선배님 좋은 시간 가지셨네요. 그 3.1운동길과 청라언덕길은 1박2일에서 본 후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대구는 늘 있을때 가서 일보고 나면 돌아서서 오기 바빠 마음뿐이었는데 ...
나도 늘 그랬어요.
행사만 보고는 상경하기 바빠서...
중구청 골목 투어 코스가 5개나 있더군요.
하나씩 다 보고 싶었는데, 날씨도 그렇고 시간도 넉넉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청라 언덕 노래로 부를 땐 뜻도 몰랐는데..현장에 가 보고 아하! 했습니다. 靑羅 푸른 비단이 담장이란 걸...
예, 담쟁이를 청라라 한다네요.
풀향ㄱ 아우님은 나와 팬팔로 맺은 이;ㄴ얀인데 옥덕씨가
중매해주어 오래전 초당에서 남편출판기념회를 구경하다
블로그 소개받고 알게된 아우이나 머당의 정갈한 장독대를
보고 친정생각나게한 얼굴못본 친구인데 오늘 옥덕씨덕에
쌍둥이샅은 두여동생을 만나 더눅반갑습니다.
유방암 소식듣고 나의 기도노트에 기록하고 열심히 기도하여
완쾌된모십 정말 반갑습니다.안방같은 마당손질과 웰빙식딘으
먹거리 사진을 보고 이른동문은 키페에 소개해야되는데 `
히제 약전골목에서 만나 반기;ㅂ습니가
언니의 간절한 기도문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습니다.
살림솜씨는 모두가 배워야할 만큼 야무지고 알뜰합니다.
알뜰주부로, 현명한 어머니로, 현숙한 아내로, 정겨운 친구로 만점짜리지요.
백합동산 성지순례 때 가봤어요. 너무나라진 염매시장 주변. 비도 오고 뻐스 안에서 돼지고기 얘기하면서 떡전골목
몽땅 머리속에서 많이들 먹고 웃던 생각 나네요.
반월당엔 동아쇼핑이 들어섰고...길도 얼마나 넓어졌는지, 너무나라진 풍경에 놀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