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침침, 관절은 시큰 ‘VDT증후군’(2)
특히 신경 써야 할 신종 증후군 주의보
손 감각 무뎌지는 ‘손목터널증후군’
휴대전화 사용량이 많은 10대나 컴퓨터 사용량이 많은 20~30대는 손목터널증후군(또는 수근관증후군)에 걸리기 쉽다.
수근관은 손목을 이루는 뼈와 인대 사이에 있는 작은 통로인데, 이곳으로 힘줄 9개와 신경 1개가 지나간다.
심우문 튼튼마디한의원 원장은 “손목에 무리가 가면 이 통로가 좁아지거나 내부 압력이 증가하며 신경이 손상돼 손목이 저려 오고 손가락의 감각도 무뎌진다”고 말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팔에서 발생하는 신경질환 중 가장 흔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사소한 습관만 바꿔도 예방할 수 있다. 심우문 원장은 “마우스를 움직이는 손 밑에 패드를 받쳐 손목의 무리를 줄이고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할 때에는 중간중간 손목을 풀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목에 저릿한 느낌이 들 때는 하던 일을 멈추고 손목을 가볍게 주무르거나 따뜻한 물수건으로 손목을 마사지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심우문 원장은 “근육을 풀어 주는 갈근이나 인대, 근육을 강화시키는 우술, 뭉친 피를 풀어 혈액순환을 돕는 홍화 등의 약재로 만든 한약이 근육통을 완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낡은 집의 반란 ‘헌집증후군’
새로 지은 아파트의 마감재나 페인트에 남은 화학물질은 눈, 코, 목 등에 자극을 일으킨다. 이른바 ‘새집증후군’이다.
헌집이라도 벽지나 장판, 가구를 새로 바꾸면 새집증후군처럼 아세톤이나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각종 유기화합물이 유출돼 두통이나 알레르기와 같은 만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충분히 환기를 시켜야 한다.
최근에는 오래된 집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헌집증후군도 주목 받고 있다. 집이 오래되면 집 곳곳에 숨은 곰팡이가 기관지염이나 천식, 알레르기를 유발하며 낡은 배수관이나 가스관에서 메탄가스와 암모니아,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이 유출돼 두통 또는 현기증을 일으킬 수 있다.
곰팡이는 공기 중에 포자를 퍼뜨려 번식하는데, 이 포자를 흡입할 경우 각종 기관지염이나 알레르기, 천식이 생길 수 있다. 집에서 나는 알 수 없는 쾌쾌한 냄새나 매스꺼움, 피로감, 두통, 피부 간지러움의 주범도 곰팡이다.
헌집증후군을 예방하려면 화장실, 다용도실, 베란다의 환기를 충분히 시키고 습기제거 용품이나 환풍기를 설치해야 한다. 곰팡이는 실내온도가 섭씨 20~30도, 습도가 60%이상에서 가장 잘 번식한다. 습기가 많은 벽의 모서리나 장판 밑, 욕실 타일, 창문 주변도 곰팡이가 생기기 쉬우므로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잠 못 드는 밤 ‘하지불안증후군’
다리에 불편한 느낌이나 불쾌한 감각이 심해져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하지불안증후군도 많아지고 있다. 이 증후군은 잠자리에 들면 자꾸 다리를 움직이게 돼 수면에 장애를 일으킨다. 결국 불면증 때문에 다음날 집중력과 작업 수행능력이 떨어지고 운전할 때 사고 위험성도 커진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성인의 약 7.5%가 겪을 정도로 흔한 질환으로 20세 미만 환자가 약 40%에 이른다. 주로 낮보다 밤에 더 잘 발생하고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심해지고 움직이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특징이다. 김주한 한양대 신경과 교수는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철 결핍, 다발성 신경병증, 척수 질환, 류머티즘 관절염 같은 질환과 함께 나타날 수 있고 유전자 이상으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불안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삶의 질이 낮다고 느끼기 쉬우므로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김주한 교수는 “하지불랑증후군은 레보도파 같은 약제나 도파민 작용제, 철분제제 등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규칙적인 수면과 스트레칭, 운동, 마사지 요법도 도움이 된다. 숙면을 방해하는 알코올, 카페인, 담배를 줄이는 것처럼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배는 빵빵, 속은 찌릿찌릿 ‘과민성대장증후군’
식사만 하면 복부 팽만감과 함께 복통이 생기고 설사를 자주 하거나 변비가 심해지는 등 배변장애가 오는 과민성대장증후군도 있다. 일반적으로 변을 본 뒤에는 통증이 줄어들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게 된다. 권계숙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잦은 복통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고 식사 때마다 부담을 주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장 신경이 예민해지거나 장의 운동성에 변화가 생길 때 발생하며, 대장 내시경이나 엑스선검사를 하더라도 특별히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는다. 권계숙 교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맵거나 짠 음식처럼 자극적인 음식이나 폭음, 폭식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과로, 불안, 긴장 같은 스트레스도 윈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장의 운동성에 변화를 일으켜 설사나 변비를 일으킨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세가 있다면 카페인이나 술, 지방을 많이 함유한 음식, 찬 음식, 가스를 많이 발생시키는 콩류나 잡곡류를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특정 음식을 먹은 뒤 증상이 악화되면 그 음식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섬유질이 많은 채소나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치료해야 한다. 권계숙 교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적당한 운동을 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만약 증상이 심하면 전문의를 찾아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약물치료에는 위와 장을 진정시키는 진경제나 신경안정제가 보조적으로 쓰인다.
tip 증후군과 질병의 차이는?
증후군(Sydrome)은 원인을 모르는 증상들의 집합을 말한다. 반면 질병은 원인이 뚜렷이 밝혀진 증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열이 심하게 나면서 콧물이 흐르고 기침이 나는데 그 원인을 알 수 없다면 증후군이 되지만 그 이유가 바이러스로 밝혀지면 감기라는 질병이 된다.
일반적으로 원인이 알려지면 그에 맞는 치료법이나 수술법을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는 증후군은 치료법도 근본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면 각각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증후군 대부분은 암처럼 심각한 질환으로 변하지는 않지만 사회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다시 증후군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증후군은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각종 증후군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스트레스인 만큼 생활 패턴에 변화를 주거나 생활습관만 고쳐도 대부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과음이나 과식을 줄이는 것도 증후군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헬스조선에서...)
* 도움말 김주한(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 한종완(현대유비스 병원 척추센터 과장), 권계숙(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심우문(튼튼마디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