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제패를 꿈꾸었던 일본. 대동아 공영론을 내세우며 일제 말기부터 일본 침략주의를 탈 서구적 동양주의로 조작한 일본. 청나라에 이어 러시아까지 무너뜨리면서 일본의 급강성함을 우려한 미국에 대항해서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 일본 도쿄땅을 팔면 미국땅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던 일본. 자신들의 제국주의로 인한 주변국들의 피해를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지금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주변국들의 영토를 노리는 일본. 갖은 방법으로 호시탐탐 주변국들에게 일본의 영향력을 끼치려 안간힘을 쓰는 일본. 그런 일본이 요즘 이런 저런 이유로 하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경제 하락으로부터 시작된 붕괴현상은 요즘 자연재난과 각종 병균들의 유행 등으로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령화로 인해 나라 전체가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으로 유명합니다. 한때 세계 2위의 강대국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미국에게 위협을 가한 댓가로 1985년 미국 뉴욕에 있는 플라자 호텔에서 달러화 가치를 내리고 엔화 가치를 높인다, 다시 말해 달러 강세로 무역 수지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이 일본에게 압박을 가해 이뤄진 합의 즉 플라자 합의에 의해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으로 접어듭니다. 미국에게 원폭을 얻어맞고 패망하던 일본이 한국전쟁으로 기사회생해서 중공업을 바탕으로 급속한 성장을 한 경제 위상은 점차 기울게 됩니다. 세계 2위자리를 중국에게, 그리고 3위자리도 독일에게, 그리고 인도에게 4위자리를 물려주고 이제 5위로 내려 앉았습니다. 물론 일본이 그동안 해외에서 투자한 것들이 엄청나서 갑자기 몰락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순위가 더욱 떨어지면 떨어지지 올라가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한때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욕으로 가득 찼던 일본이 서서히 기울면서 일본에는 뭔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2위국에서 한계단씩 내려 앉으면서 그런 분위기는 더욱 짙어졌습니다. 열심히 일해도 임금이 오르지 않고 지겹게 보고 듣는 일본 정치인들의 세습체제 등으로 인한 정체된 사회가 계속 되자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들 히키고모리가 생기고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신적인 문제나 사회생활에 대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사회적인 교류나 활동을 거부한 채 집 안에만 있는 무리들 말입니다.
일본의 히키고모리가 급증하는 것은 단지 경제적인 문제뿐만은 아닙니다. 일본 정치는 80년 가까이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그밥에 그 나물 상태가 80년 정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치적 세습현상이 토착화되고 자민당 일당 체제는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변화가 없는 사회에서 정체가 심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정체된 곳에는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마련입니다. 일본 자민당에서는 정치스캔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치의 리더들은 바뀌지 않고 그야말로 회전문 총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젊은이들에게 살 맛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그 오래된 계습 세습 사회의 악풍이 아직 일본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으뜸인 초고령사회입니다. 얼마나 노령인구가 많았으면 이제 새로운 고려장 제도 도입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얼마전 영화화된 플랜 75가 바로 그런 사회풍조를 담은 작품입니다. 나이가 75살이 넘으면 일본의 미래를 위해 이제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일본 젊은이들의 외침이 담겨져 있습니다.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옵니다. 초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이 점점 노골화된다는 것인데 바로 이 문제가 지금 일본 사회에 무거운 짐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자연재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진에 쓰나미에 화산폭발이 끊이지 않는 나라가 바로 일본입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일본 침몰이 요즘처럼 현실적으로 등장한 적은 없었습니다. 얼마전 일본에 대지진 주의보까지 내려졌습니다. 일본 난카이 대지진의 공포가 일본 전역을 덮고 있습니다.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20여 만명이 생명을 잃게 되고 피해액수는 가늠이 되지 않는 천문학적인 액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지진은 후지산의 폭발을 야기시켜 일본의 수도를 비롯한 대도시가 마비되는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쉬쉬 숨기려고만 했던 일본 정부가 이제는 내놓고 대지진 주의보를 발령할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지진과 화산폭발만 문제가 아닙니다. 요즘 일본 전역을 강타하는 태풍도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올들어 발생한 태풍가운데 몇개만 제외하고 상당수가 일본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태풍은 갈수록 강력화하는 만큼 당하는 일본의 피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태풍의 방향이 일본으로 향할 가능성이 앞으로도 더욱 잦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지구 자전축의 변화가 일본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안 그래도 뒤숭숭한 일본에 이번에는 각종 전염병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도에서 원숭이 두창에다 성병인 매독 감염환자까지 급증하고 있어 일본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몇년전 코로나 19에 대한 초기 방역에 실패해 올림픽을 연기까지 한 아픈 과거가 있기에 일본 방역당국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과 한국 등지에서도 매독환자가 동시에 늘어나고 있지만 한때 의료 강국에다 청결하기로는 세계에서 으뜸인 나라라는 자부심에 대단한 붕괴가 온 것은 사실입니다.
일본인은 한때 재기의 민족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각종 자연재해에다 원자폭탄을 두방이나 맞았지만 기사회생한 것을 두고 세계인이 평가한 것입니다. 그만큼 오뚜기처럼 잘 일어나고 잘 버틴 나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전혀 다릅니다. 올 1월에 발생한 일본 혼슈 중부 노토반도 지진이 발생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국가부채가 265%에 이릅니다. 세계 1위입니다. 정부 예산에 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매년 되풀이 되는 강력한 자연재해때문에 복구비 조달에 허리가 휠 정도입니다. 이제 복구할 힘도 잃은 듯 합니다. 나라의 정부는 돈이 부족하고 경제는 하락국면이고 국민들은 힘을 잃고 있으며 자연재해는 더욱 기승을 부리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일본 정치는 변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같으면 혁명이 일어나도 수차례 일어났을 뻔 한데 일본인들의 그 고유의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정신에 입각해 참고 있는 듯 합니다. 이달에 일본 총리가 새로 선출된다고 하지만 자민당 그 일당 세습 체제에서 새로운 개혁이나 혁신의 바람은 불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래저래 일본은 하강일변도의 상황이고 이제 일어설 수 있는 힘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불안한 현실과 미래에 대해 길게 언급하다보니 사돈 남말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기야 일본에 비해 이런 저런 상황에서 나은 것이 별로 없는 한국에 사는 일개 서민이 남의 나라 일에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도 주제 넘을 뿐 아니라 좀 낯 간지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2024년 9월 1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