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걸었다.
걸었다고 해봐야 석촌 호반 한 바퀴 도는 거다.
그래봐야 2.5 킬로 남짓이니 5천 보나 될까...?
그래도 그동안에 별의별 생각을 다 해보게 되는데
어쩐지 귀가 근질거려 컴을 열어보니
어느 회원의 석촌호 삼전도비 이야기가 떴다.
요즘 회자되는 '환단고기'는
우리의 뿌리를 더 깊이 찾자는 거지만
'삼전도비'는 치욕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인조반정과 병자호란,
최명길 등의 서인파가 역사의 앞에 섰지만
삼궤 구고두례의 치욕을 불러왔던 거다.
지난날 써봤던 글을 다시 꺼내본다.
남한산성과 동물원장 아내
(Zoo Keeper`s Wife)
김 난 석
영화 남한산성이 화제다.
김훈의 소설로 예열이 된 탓이기도 하겠고
연기자들의 열연 탓이기도 하겠지만
요즘의 시국에 덧대어 보는 의미가 있어서도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당시의 상황론이야 하도 이야기가 많이 되어
이젠 거론하는 것조차 식상할 지경이지만
동창녀들과 남한산성 수어장대에 오르니
그네들이 여자의 일생으로 참 많이도 참아 왔다고 해야 할까~
참 좋은 시절에 태어나서 다행이라 할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화냥년'이란 몸을 판 여인을 말하고
'화냥년 시집가듯'이라 하면
아주 몸 파는 걸 일삼는 걸 말한다.
'수어장대(守禦將臺)'라면
임금을 지키는 지휘부라 할 텐데
병자호란 때 이게 한 달 반 만에 사정없이 무너져
50 - 60 만의 백성들이 오랑캐나라에 끌려갔으니...
그 중엔 여성들이 반일 테지만
고관대작 부인이거나 처녀 거나 가릴 것도 없이
혹한에 두 달씩이나 걸려 질질 끌려갔다니...
그것만이 아니다.
끌려가서 성 노리개로 첩으로 식모살이로 일꾼으로...
그러다가 몸이 상하면 속환(贖還)이라 하여
돈을 내놓고 데려가라 했다니...
그게 '환향녀(還鄕女)'다.
조정과 사대부에선 몸을 망친 여자라 하여 내쳤다.
그게 오늘날 '화냥년'으로 전음 된 것인데
그네들이 자의에 의해 몸을 팔았던가?
당시 이게 사회문제화 하자
어명을 받아 속죄시킨다는 게 몸 씻고 오라는 거요
그땐 홍제천 물이 맑았던지,
그 곳에서 몸을 씻으면 죄를 사한다는 것이었으니
그래서 그곳 지명이 임금의 성은을 입은
홍은동(弘恩洞)이 되었다는데
참, 기도 안 찰 일이 아니던가.
나라의 성(城)이 무너지면 더불어 여성의 성(性)도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이다.
영화 '주 키퍼스 와이프(Zoo Keeper`s Wife)'가 상영 중이다.
2차 세계대전 때의 일화를 깔고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동물원 주인 아내가
독일장교 몰래
유태인들을 동물원 지하에 숨겨주는 일을 한다.
이를 감시하는 독일장교 루츠가
감시를 핑계로 동물원에 드나들면서
동물원 주인 아내에 눈독을 들이게 된다.
독일장교 루츠가 그 아내 집 안에서 서성일 때
지하에 숨어있던 유태인들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자
아내는 재빨리 루츠를 끌어안으며
두 귀를 감싸 쥐고 키스를 한다.
그 순간 아우슈비치의 비극으로 이어질 위기를 모면했지만
그 아내의 남편이 오해를 할 수밖에...
“이게 뭐하는 짓이야?”
아내의 대답은 간단 명확했다.
“살아야 할 것 아냐요!”
우리 영화는 주화냐 척화냐로 대책 없는 논쟁만 벌이다가
성 문을 열고 모든 걸 내주자
여성들의 성도 무너져 내렸다.
동물원이야기 영화는 성을 미끼로 많은 목숨을 살려냈으니
살아야 한단 말이냐?
죽어야 한단 말이냐?
어찌 살아야 한단 말이냐?
산성에서 내려오면서 그네들에게
석촌호반의 삼전도비를 보여주고 싶었으나
실버세대의 아픔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역사의 아픔까지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2017. 10. 19.
삼전도비
첫댓글
도심 속에 자리한 석촌호는,
사계절 내내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며,
아름답기도 합니다.
물론 석촌호 근방에서 발견되었다고는 하나
하필이면 그곳에 삼전도비가 자리하여
굴복과 수치스런 역사를 내보여야 하는지요.
물론 치욕의 역사도 우리 역사이긴 하지만,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백성들의 구국일념과 희생에 대해서는
말이 없으니... 남한산성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인조의 삼배고구두례를 생각하게 하는지 언짢을 때도 있습니다.
거기다, 끌려간 환향녀를 화냥년으로 내치는 것과
유태인을 살리기 위해 남편을 속이는 동물원의 안주인의 모습이
크로즈업 됩니다.
오늘 두편의 석촌님 글 올리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석촌호는 전에 한강 수계에 포함되었대요.
그래서 지금의 석촌호 서쪽이 나루였답니다.
나루 이름이 삼전도지요.
도는 나루라는 건널 도를 쓰고요.
비가 홍수로 그곳에 쳐박혀있던 걸 인양해서 오늘날의 그자리에 옮겼다고합니다.
역사의 유물이지만
당사자들을 떠올리면 참 흉칙스럽지요.
여고 때 일반사회 선생님께서
강간죄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
펜과 잉크병을 빗대어 말씀해 주시면서
일대일 때는 반항할 수있으나
총 검이 눈앞에 있을 때는
ㅡ살고 볼일 라고 !ㅡ고
말씀 하셨던 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김훈 소설 수필 좋아했는데
남한산성과
자전거기행을 끝으로
이곳으로 내려온 바람에
무슨 책이 나왔는지도 모릅니다
최근에 좋은 책을 출간 했다고
추천해 준 친구가 있었는데
듣고 그 자리에서 까묵어버렸습니다ㆍ
석촌님!
건필하십시요
그랬군요.
살아야겠지요.
김훈의 최종 저작은 아마
허송세월인것 같습니다.
문장이 남성스럽지요.
@석촌 네네
맞습니다
허송세월 ㅡ감사합니다
그때 보다도 더 작아진 나라에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으려는
분위기는 점점 더 엷어지는 것 같아
애가 탑니다.
현실이 급해서일까요?
점점 더 얄팍해지는것 같습니다만
영화 키퍼스의 아내는 본적이 없는데 그런사연이 있군요
전쟁이 일어나면 남자는 전쟁터에서 죽고
여자는 성노리개가 되는 것을 역사에서 많이 봤습니다
다시는 이땅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맞아요.
전쟁만 안 일어나면 되련만요~
나도 석촌호수를 가끔 걷습니다
석촌호수가 있는 잠실역은 역삼역 우리동네에서 전철 5 정거장 입니다
그래서 전철이 무료가 된 이후 에는 자주 가본거 같습니다
석촌호수는 주위 경치도 좋고 산책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나도 석촌호수 산책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충성
석촌호수 한 바퀴가 5천보 엿어요?
나는 한참 긴 줄 알았어요.
6.25전쟁이 난후 70년이 넘도록 이땅에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없었던 것은 정말이지 천만다행입니다. 그러고 보면 강대국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도 대단한 나라입니다. 곧 전쟁이 끝날것 같기도 합니다.
환향녀의 슬픈 우리역사와 유태인학살로 이어지던 폴란드 상황을 그린 동물원 여주인 얘기까지 모두가 슬픈 역사의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