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은 본사 사옥1층의 10평
남짓한 커피전문점도 재벌3세에게 몰아주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사내 점포 운영권을 사고로 사망한 직원의 가족에게
제공하거나, 경쟁입찰을 통해 제3자에게 내주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더욱이 지난 정부에서 커피전문점을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재계서열 10위권 재벌 3세가 10평 남짓한 커피숍 장사를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한진빌딩 1층 입구 이디야 소공점 점주는 ‘땅콩회항’을 일으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다. 조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인하대병원 1층 이디야
인하대병원점의 사장이다. 소공점 영수증엔 대표가 ‘조현아’로 돼 있고, 인하대병원점은 대표가 ‘조에밀리리’로 돼 있다.
에밀리(Emily)는 조현민 전무의 영어 이름이다.
-
- 지난 10일 서울 남대문로 1층 이디야소공점 매장 영수증의 대표자 명에 '조현아'가 찍혀있다/클리앙게시판 캡쳐
이디야 소공점이 입점한 한진해운센터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정석기업이 보유한 건물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2002년부터
지금까지 13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디야 인하대병원점은 조원태 부사장(장남)이 2003년부터 운영하던 것을 조 전무에게 넘겨준
것이다. 조 전무는 2007년 3월 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에 과장으로 입사하면서 이 점포를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석기업은
인하대병원 상가점포를 위탁 관리하고 있다.
이들 매장은 한진그룹이 보유한 건물 중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알짜상권으로
손꼽힌다. 조 부사장이 보유한 소공동 매장은 이 건물에 근무하는 직원만 1000여명에 이르는 데다,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와
명동 상권과도 인접해 직장인 고정수입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 등 유동인구 수입도 상당하다. 인하대병원점은 외래병동 접수처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이 곳은 병원을 찾은 고객들이 주로 대기하는 장소다.
-
- 인천 인하대병원 1층의 이디야인하대병원점 매장 입구 전경.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이 점포의 대표로 등록돼 있다./ 창업몰 제공
창업컨설팅업체에 따르면 이디야 소공점의 일평균 커피판매 잔수는 700여잔 정도다. 카페모카 한 잔 가격이 3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일평균 매출은 210만원, 연 평균 매출은 7억5600만원에 이른다. 이는 웬만한 중소기업의 연매출에 해당한다.
인하대병원은 상주인원만 2200여명, 입원·외래·면회객 등 일 평균 방문객이 1만여명에 이른다. 이 중 10%가 커피를 마신다고
해도 하루에 1220잔, 연10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인근 상권 관계자들은 인하대병원이
조 전무가 대표로 있는 커피숍 점포를 거의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매장을 제외한 제과점(파리바게트)과
아이스크림(베스킨라빈스) 등 입점 점포는 매월 임대료를 내지만, 커피숍은 월 임대료를 내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제인실천연합과 인천보건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두 자매의 커피숍이 한진그룹은 물론 인하대병원에 상당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 왼쪽부터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부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조선일보 DB
실제 한진그룹의 부동산자산을 관리하는 정석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538억, 순이익은 155억원을 기록했다. 정석기업의
자산가치가 서울 중구 해운센터 빌딩과 인천·부산 정석빌딩 대전 정석프라자 등 토지와 건물의 장부가치만 2300억원이 넘고,
총자산이 2549억원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이 회사는 또 미국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한편 조원태 부사장은 2012년 자신이 지분 40%를 보유한 한진정보통신이 인하대의 정보통신망 사업을
독점으로 따내 매년 사용료를 받아 챙긴 것이 시민단체에 적발돼 구설에 올랐다. 그 당시 조양호 회장은 학교 앞에서 시위하는
시민단체를 향해 “이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라 나”라고 말해 충돌을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