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가족 26-21, 어머니 댁 방문
이보성 씨 집을 찾아간다. 오늘 어머니 댁 방문을 알리자 “옷, 양말!”이라 한다. 외출할 준비를 하고 싶은가 보다. 어머니에게 출발 문자를 보낸다. 이보성 씨가 의자에 앉아 있으니 눈이 살짝 감긴다. 눈에 초점이 흐려진다. 잠시 자고 가면 어떨지 묻는다. 침대로 향한다. 곤히 잔다. 어머니께 상황을 전하고 출발할 때 다시 연락하기로 한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출발한다.
어머니 댁에 도착한다. 어머니와 강아지가 마중 나와 있다. 차에서 내리자 강아지가 이보성 씨 옆을 다가간다. 잠시 멈짓 하더니 함께 집으로 들어간다. 집 앞 벤치에 점심을 준비했다. 갈비, 비빔국수, 오이와 열무, 장아찌 등 제철 음식이 가득하다. 아들에게 식사를 권한다. 수저를 들지 않는다. 정성껏 준비한 음식인데 한술 떠보라고 해도 미동도 없다. 그런 아들을 어머니는 그저 쳐다본다. 어머니는 밥 몇 술 뜨지 않는다.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까? 좋은 소식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이번 방문은 발걸음이 무겁다. 말을 꺼낸다. 며칠 전 아버지가 서울 아산병원에 다녀왔고 수술이 어렵다는 소식을 전한다. 어머니는 듣더니 화를 낸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똑똑한 의사들이 있는 병원인데도 아들을 치료 못한다니. 침묵이 흐른다. 뇌전증 치료를 하려 무던히도 애를 썼던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것일까? 어머니는 천천히 화를 삭힌다.
“보성이 아빠가 고생했네요. 아들 치료하려고 애를 많이 썼는데 실망이 크겠네요.”
“말씀은 없지만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 있는게 다행이죠.”
식사를 정리하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이보성 씨는 ‘마라톤 갑니다’ 책을 어머니에게 전한다. 직원은 이보성 씨를 대신해 책 내용을 소개한다. 예전 담당인 정진호 선생님이 쓴 글로 이번에 교보문고에 등록해 개정판이 나왔다. 올해도 책을 준비하고 12월까지 기록해서 내년 3~4월 쯤이면 책이 나온다. 어머니는 책을 한 장씩 넘기며 훑어본다. 감사 글을 유심히 본다. 수필 공부를 계속하고 있어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매년 책에 감사나 축하 글을 넣고 있어요. 올해 책에 어머니 글을 넣으면 어떨까요?”
“언제까지 쓰면 될까요?”
“올해 12월까지 쓰면 됩니다.”
“그래요?”
“네. 그럼 2장 정도 비워 둘께요.” 직원의 말에 어머니는 웃음으로 답한다.
어머니와 직원이 대화하는 동안 이보성 씨는 강아지와 공놀이한다. 얼굴에 혈색이 돌고 평소 모습이 나온다. 한참을 놀고 나니 강아지가 힘든지 공을 던져도 가만히 있다. 어머니는 새벽에 텃밭 일을 하느라 피곤해 잠시 눕는다. 이보성 씨는 쇼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본다. 강아지는 그 옆에 엎드린다. 가족의 늦은 오후 일상이다.
이발하러 어머니 미용실로 향한다. 어머니는 여름이라 머리를 짧게 깎자고 한다. 이발을 하고 아들을 쳐다본다.
“선생님, 우리 아들 잘생겼지요. 머리를 깎아 놓으니 살도 좀 쪄 보이네요.”
“예전 사진과 비교하니 이목구비가 뚜렷해졌어요.”
다음에는 8월에 만나기로 한다. 해가 뉘엿뉘엿 진다.
“보성아, 잘 가. 다음에 또 와!”
2026년 6월 29일 월요일, 정승창
‘가족의 늦은 오후 일상이다.’ 장면이 그려집니다. 여느 가족의 희로애락이 듬뿍 담긴 일상, 하루 같습니다. 식사부터 수술 소식과 이발까지 이보성 씨가 어머니 사랑을 듬뿍 느낀 하루였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주 찾아뵈니 이런 날을 맞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오가는 길 고생하셨습니다. 매번 고맙습니다. 박효진
아들 위해 음식 준비하시고, 아들 위해 화내시고, 아들 위해 글을 쓰시고, 어머니, 고맙습니다. 신아름
어머니 속상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하소연하며 이야기 나눌 상대가 있어 다행으로 여깁니다. 소식하고 어머니 말씀 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니 댁 가는 보성 씨 발걸음은 한결 같을 테니 아들과 함께하며 즐겁고 복되게 지내시기 빕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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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마음을 붙잡아 두기보다, 지금 당장 아들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일에 마음을 쓰시는 어머니 감사합니다.
저도 어머니께서 큰 사고를 겪으신 뒤 후유증으로 심장 질환이 생기셨고, 치료를 위해 아버지와 연고도 없는 곳에서 지내고 계십니다. 병원에서는 아직까지 정확한 병명은 모른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때 가족으로서 마음이 많이 무너졌는데, 이보성 씨 어머니의 모습 보며 저도 알 수 없는 내일보다 어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지금을 더 소중히 여기고, 자주 찾아뵈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