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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마실 과정이라고,
글을 올렸지만,
사실상 하는 것은 없었다.
특히나,
반찬마실 당일에는 더 할것이 없다고,
박시현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다.
마실진행과 음식장만은,
모두 어르신께서 직접하시고,
원더걸스어머님께서 해주시기에 그러하다.
어르신들이 힘에 겨운 부분만 2%로 거든다.
슬램덩크라는 만화책에서,
강백호가 점프슛을 연습할 때,
그런 대사가 있었다.
'왼손은 그거 거들 뿐'
저희 또한 그렇게 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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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30분쯤 마실을 하기로 하였고,
그 전에 장을 함께 봐주신다는
변○○어르신과, 오○○어르신과 함께,
장을 보러 갔다.
두 어르신 모두
'너희들이 암꺼나 골라'
반찬팀 중 한명이,
'어르신이 좋아하시는 거 골라야죠'
환하게 웃으며 말을 한다.
변○○어르신은,
'이런 건 여자가 하는 거다.'
'난 안해도 된다.'
어르신께서 체통을 지키신다.
이 점을 지켜 드려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싫으시지 않을 정도로
부탁을 드려본다.
음료수 살 때,
부탁을 드리니,
'오렌지쥬스보다는 배주스가 더 달고 시원하지'
고맙게 한 말씀 해주신다.
간식을 어르신 두분이서 다 고르고,
콩조림과 열무물김치의 주재료를 사러 간다.
콩과 열무를 살 때,
어떤 것이 좋은지,
가격은 적땅한지,
여쭈어 본다.
그리하여 재료를 사고,
백○○ 어르신댁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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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부탁드렸던,
반찬마실하는 분들의 밥을 한솥 가득 준비하셨다.
주상이형과 샛별이가 그렇게 맛나다고 자랑한,
고추튀김과 된장찌개..
왜 그렇게 자랑한지 그때서야 알만했다.
어르신 모두 진지를 드시고,
아직 오지 않으신 어르신을 기다린다.
가만히 앉아 계시는 것이,
지루하고, 좀이 쭈신지,
다듬지 않은 콩을 가져 오라고 하신다.
한번 부탁을 드렸다.
알겠다고 하셨지만,
조금 있다가 다시 다듬겠다고 하셔,
그렇게 함께 다듬었다.
모든 어르신들과,
마실의 꽃인 원더걸스 어머님도 오셔,
반찬을 만들려고 한다.
할아버지도 계셨는데,
할머니들이 뭐라고 하셨는지,
할아버지께서
'그럼 열무는 내가 다듬지~'
그리하여 열무 다듬는 것은 할아버지 몫으로 돌아갔다.
반찬 만들 준비가 끝나고,
한쪽에서는 끓이고 있고,
소일꺼리가 없다.
심심하고, 조용한 분위기이다.
그 때, 원더걸스의 리더이신,
이옥순어머님께서 수건돌리기 하자고 하신다.
난 의아해 한다.
천막이라, 기둥도 있고,
땅에 깐 갑바도(?) 작아,
술래를 잡으러 가다 넘어지시는 않을까?
놀이의 재미를 찾을 수 있을까?
하실려고 하실까?
안 된다는 편견으로 가득차 있다.
나의 예상 밖이였다.
간단하게 수건돌리기의 놀이설명을 해드리고,
바로 게임을 시작하였다.
처음에 이옥순어머님께서
먼저 술래를 하신다.
어떤 할아버지 뒤에 수건을 몰래 둔다.
그리고 계속 가지고 있는 것처럼 하며,
다시 그 할아버지에게 왔을 때,
뒤에서 따뜻하게 안아준다.
할아버지가 술래가 되신다.
그 전에 벌칙을 받아야 된다.
노래 부르기이다.
잔치집에 가락이 빠질쏘냐?
할아버지께서 멋지게 한 곡조 뽑으신다.
*반찬마실을 올 3월부터 행하면서,
노래를 많이 불렀지만,
계속 부탁드려도 노래를 부르지 않는 어르신이 계셨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은 우리가 말하는 분위기를 타셨던 것일까?
노래를 처음 부르셨다.
박시현선생님께서는 그 어르신께서 노래를 부르시는 것을 보고,
감동 받으셨다고 하셨다.
* 반찬마실의 끝난 뒤,
유수상목사님께서 해주신 이야기 였는데,
목사님과 함께 교회분들이 물놀이를 가셨는데,
튜브 위에 계신 할머니를 목사님께서 물에 빠뜨리셨다.
물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있다는 장점을 일단 버리고,
할머니께서 좋아하신다.
마실을 한 뒤라,
할머니께서 물놀이하시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이 대강 잡힌다.
충분히 가능하다.
지레짐작으로 가득찬 고정관념을
날려 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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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를 마치고,
변○○어르신의 생신잔치를 한다.
8월 중의 어르신 생신이 있는 달이라,
반찬마실겸 생신잔치를 한다.
케익도 사고,
장을 직접 보신 분이 변○○어르신이기에,
상 위에는 어르신이 직접 고른,
어르신이 좋아하시는 음료수와 과자가 오르게 되었다.
농활할 때,
가장 먼저 생신잔치팀이 활동을 해서 그런지,
반찬마실 날을 정할 때,
가능하다면, 그 주에 하면 안되는 것일까?
동료들은 나에게 이것의 핵심은 반찬마실이지,
생신잔치가 아니라고 말을 해주었다.
아직 자연주의사회사업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에게는,
더 공부한 뒤, 꾸준히 생각해 봐야 될 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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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이 끝나간다.
열무물김치 간을 보고 계신 원더걸스 어머님께서,
물김치의 간에 대해 계속 얘기를 나누신다.
난 옆에 가서 한 숫가락 얻어 먹었다.
약간 싱거웠다.
'나중에 되면 야채에서 물이 나올니'
'약간 짜게 해야 되지 않을까요?'
어머님이 맞다며 '잘 아네~' 하신다.
절로 신이 난다.
박시현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음식의 최종단계의 간을,
내가 조금이나 도움이 됐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흐뭇하고 미소가 지어진다.
두 가지 반찬을 비닐봉지에
하나씩 하나씩 담는다.
열무물김치가 남아,
어머님께서
'너희들은 뭐먹고 사노?'
'반찬은 있나?'
물어봐주신다.
'없어요~', '주세요~'
두 봉지나 얻게 된다.
*이 열무물김치는,
농활2기 지윤선배, 민정선배, 세미가 왔을 때,
반찬마실 때 만든 것이라며,
뽐내며 대접해드린다.
맛나다며 모두 잘 드신다^^;
선생님께서는 어르신댁으로
태워 드리고,
우리는 뒷정리를 한다.
뒷정리가 끝나고, 우리도 이제 갈 시간이다.
주상이형과 샛별이가 가정방문[사례관리]할 때에는,
문 밖으로 나오지 않으셨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만남이 농활에서는 마지막이기에,
섭섭하신지 문 밖 길모퉁이까지 나와 배웅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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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든다는 표현을 몇번 언급했었는데,
선생님께서 돌아가는 도중,
얘기를 나눴다.
선생님께서 나무젓가락을 사러 가셨을 때,
농활팀은 아무도 몰랐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였다.
박시현선생님이 없어도,
주체가 어르신이였고, 어머님이 진행하셨기에 마실은 돌아갔다.
단, 자리에 잠시 없는 것이지,
완전 참석 안한것과는 다르고 하셨고,
그 전에 사회사업가로서 공작을 하셔야 된다고 하셨다.
미리 어머님들이 어떻게 하시는지 알려드리는 것을 포함해서,
공작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하셨다.
비하인드 스토리로는,
이번 8월달 반찬마실을 했고,
다음 9월달 반찬마실을 논의해야하는데,
선생님께서 까맣게 잊고 계셨다.
그것을 원더걸스 어머님께서
'다음 달 마실 얘기해야 되지 않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지금 생각해도 재미있다.
원더걸스 어머님께서,
기존의 선함을 박시현선생님께서,
잘 공작하였기에 이런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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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신잔치팀이 활동할 때,
나는 그 저 옆에서 정말 조금 도와줬다.
생신잔치가 끝나고, 쉐어링할 때 그 말을 했다.
나도 생신잔치팀이고 싶었다.
뭔가를 했다는 성취감,
그 속에서 찾은 행복감, 보람감?
이번에는 반찬팀과 내가,
일을 마쳤다.
이 기분을 누가 알리오?
지역사회의 재조명을 꿈꾸는 배고픈 연어
제3기 농촌사회사업활동 거창 반찬마실팀 백성철
첫댓글 농활3기 반찬팀 동료분들, 박시현선생님 잘못된 곳이 있으면 수정요청 부탁드립니다^^
왼손은 그저 거들 뿐. 공감한다, 성철아.
"어르신들이 힘에 겨운 부분만 2%로 거든다." "왼손은 그저 거들 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핵심이지요. 어르신이 잘 할 수 있도록 거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지요.
주상오빠랑 샛별언니가 백○○어르신의 된장찌개가 참 맛있다고 자랑했지요. 저도 그 맛을 느끼고 싶었는데...^^ 성철오빠가 간을 보셨군요. 참 중요하지요. ^^ 열무김치 참 맛이 좋았습니다.
주상이형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형과 활동하면서 행동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 모두 저에게 배움이였습니다. 깨닫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는 '그저 거드는 왼손' 중 한 손가락 정도가 아니었을지...^^ 난 동료든 어르신이든 지극히 섬기는 성철이 모습이 감동적이었어. 고맙다.
우정아 고마워. 혜정이 얘기가 빠졌는데, 마실 전 혜정이가 백○○어르신께 '저도 먹고 싶어요~' 그랬었는데, 마실 당일 혜정이가 조금 늦게 왔었지. 근데 어르신께서 그걸 기억하시고, '그 학생은 안보이네?' 관심가져주셨어. 한명 한명 반찬팀 챙겨주시는 어르신이 고맙더라.
주인의식? 이네.^^
멋지다. 이번에는 동례리 할머니 집에서 반찬마실 했네.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