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스토리] 사마천 편: 제3회 진실을 말하여 옥에 갇히다
(사진설명: 사마천의 동상)
제3회 진실을 말하여 옥에 갇히다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총총히 흘러 사마천이 <사기> 편찬을 시작한 지 7년이 지났다. 이 7년 동안 사마천은 줄곧 역사인물들의 삶 속에 묻혀 자신도 잊은 듯 했다. 역사인물들 속에 빠져 혹은 멍을 때리고 혹은 웃기도 하고 또 혹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사마천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미치광이 같았다. 하지만 사마천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역사 속에서 인성의 추악함과 아름다움을 보았고 마귀와도 같은 악인과 천사와 같은 선량한 사람도 보았으며 더 많이는 복잡하고 변화 많은 일반 사람들을 보았다. 그는 존경하여 우러르는 마음으로 칭송할 만한 영웅을 기록하고 증오의 마음으로 비판을 받아야 하는 악인을 밝혔다. 그로 인해 사마천은 가끔 자신이 역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듯 느꼈다. 하지만 그는 시종 역사적 책임감을 잊지 않고 진실한 역사를 후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다.
천성적으로 엽기적인 것을 좋아한 사마천은 역사적으로 발생한 레전드 스토리의 실록에 관심이 컸고 그로 인해 그의 신사(信史)는 전기적인 색채를 다분히 띄고 있다. 그는 또 협객의 정을 가진 개인 영웅주의자여서 일당백의 영웅을 유난히 좋아했다. 그로 인해 그의 붓끝에서 씌어진 인물은 전기적인 인물이든 일당백의 영웅이든 모두 뼈와 피를 가진 생생한 인물들로 세상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하루는 사마천이 <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을 쓰고 있었다. 사마 가문과 이씨 가문은 오랫동안 사귀어 온 두 명문가였다. 그래서인지 사마천은 평생 사선을 넘나들며 나라의 변경을 지켰으나 끝까지 제후에 책봉되지 못하고 원한을 품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광(李廣) 장군을 우러러 본 동시에 그에 대한 동정도 아끼지 않았다. 사마천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광 장군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데 갑자가 아내 유씨(柳氏)가 놀란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여보!”
사마천이 머리를 들며 눈물을 훔치는데 아내가 서재로 달려 들어왔다.
“여보, 무슨 일이오? 왜 그렇게 놀라는 거요?”
사마천이 묻는 말에 유씨가 대답했다.
“이릉(李陵)이 싸움에 패해서 흉노에 항복했대요!”
“뭐라고!”
이릉은 이광 장군의 장손이다. 사마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바람에 필세(筆洗)가 엎질러지면서 옷소매에 검은 먹이 가득 묻었다. 한(漢)나라는 군법이 엄해서 한 사람이 적국에 항복하면 온 가족을 연좌해서 가문을 멸했다. 그러니 사마천 내외가 어찌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마천의 아들 사마강(司馬江)도 들어와서 침울한 얼굴로 격분해서 말했다.
“이릉 장군은 이사(贰師) 장군 때문에 망했어요! 이제 온 가문이 화를 당하게 됐어요.”
사마천이 급히 물었다.
“강아, 도대체 무슨 일이냐? 빨리 이 아비에게 알려줘!”
사마강은 이릉 장군이 싸움에서 지게 된 상황을 대충 설명하고 나서 탄식했다.
“보병 5천명으로 8만의 기병과 7박 8일동안 싸워 1만 3천의 적을 벴습니다. 그리고 4백명만 남아 변경에서 수십 리(里, 1리=0.5km) 까지 퇴각했는데 이사 장군의 대군이 그 때까지도 구원하러 가지 않았으니 이게 의도적으로 이릉 장군을 해치려는게 아니면 뭐예요?”
유씨가 시마강의 말을 받았다.
“이사 장군은 폐하의 처남이잖아요. 그의 누이동생 이부인(李夫人)은 비록 이 세상에 없지만 폐하께서는 하루도 이부인을 잊은 적이 없어요. 듣자니 폐하께서 사람을 황궁에 불러 들여 이부인의 혼을 부르려고까지 한대요. 그러니 이사 장군이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폐하께서는 그를 탓하지 않으실 거예요. 이릉 장군도 그래요. 전사하더라도 흉노에 항복은 하지 말았어야지요. 자신의 목숨은 살렸지만 모친과 아내, 자식들은 버린 목숨이잖아요!”
아들과 아내의 말에 사마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광과 그의 아들 이감(李敢)을 생각하고 또 오늘 이런 지경에까지 이른 손자 이릉을 생각하니 사마천은 만감이 교차해서 이씨 가문에 대한 하늘의 불공평을 탄식하는 외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릉의 흉노 항복은 한나라 조정을 뒤흔들었다. 노년에 이른 한무제(漢武帝)는 성격이 불 같고 변덕이 심했다. 이릉 사건으로 화를 참지 못한 한무제는 대신들을 불러 사건처리를 논의했다. 조정에서 대신들은 화가 날대로 난 한무제의 얼굴을 보고 누구도 감히 황제의 의사를 거스르지 못하고 한나라를 더럽힌 이릉 장군은 죽어 마땅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마천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본 한무제는 태사령의 견해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 호명했다.
“사마 태사는 이 일을 어떻게 보시오?”
사마천은 이렇게 생각했다.
“폐하께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태사의 말을 듣고 싶다고 하시는 것은 진실을 들으시고자 함이다. 대신들이 모두 폐하의 눈치만 보는데 나마저 남의 장단에 춤을 추면 이 조정에서 누가 진실을 말하겠는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사마천은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폐하께 아룁니다. 소신은 이릉 장군이 평소 집에서는 효자이고 벗에게는 의리를 지키며 사람들도 예의로 대하고 병사들에게 은혜와 신뢰를 주며 조정의 일에 책임을 다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국사(國士)의 풍모를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5천의 군사를 거느리고 출정했다가 불행히도 8만의 흉노군사와 조우해 홀로 싸우면서 5천의 보병으로 1만 2천의 기병을 꺾는 뛰어난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7박 8일동안 싸우면서 퇴각하는 동안 구원병이 없고 화살이 떨어져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음에도 여전히 적을 베었습니다. 고대의 명장들이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 정도밖에 못할 것입니다. 이릉 장군은 고립무원(孤立無援)과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상황에서도 많은 적을 베었으니 충분히 세상에 이름을 떨쳤습니다. 그가 죽지 않고 잠시 흉노에 항복한 것은 필히 한나라에 보답할 다른 기회를 찾고자 함일 것입니다. 폐하께서 좀 더 지켜보신 후에 이릉의 공적과 과실을 평하심이 어떨까요?”
사마천이 이릉 장군을 구원하러 가지 않은 이사 장군을 나무라고 죽기가 두려워 항복한 이릉 장군의 죄를 변명한다고 여긴 한무제는 천둥같이 노해서 욕설을 퍼부었다.
“사마천, 네가 감히 태사의 신분으로 군대를 잃고 국위를 실추시킨 이릉의 성과를 평가하고 장점을 거론하다니. 패전하는 장군마다 항복하면 어떻게 군사들이 희생적인 정신을 가질 수 있겠느냐? 네가 이사 장군을 나무라는 것은 수치스럽게 항복한 장군의 죄를 씻기 위한 것이 아니냐?”
한무제가 노발대발하는 중에 출정에 나갔다가 패전하고 돌아온 이사 장군이 조정에 나와서 아뢰었다.
“폐하께 아룁니다. 적국에 항복한 이릉이 선우(單于)의 부마가 되어 흉노 대군을 거느리고 우리의 변경을 범하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한무제는 즉시 어명을 내렸다.
“이릉의 가문을 전부 멸하라! 사마천은 정위(廷尉)의 심리에 맡겨 법에 의해 죄를 묻도록 하라!”
흉악한 호위들이 두말 않고 다짜고짜 달려 들어 사마천을 조정에서 끌어내다 하옥시켰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