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전경 [사진 = LH]
"지난달 다주택자, 일시적 2주택자 매물이 쏟아지면서 호가가 많이 떨어졌다. 지금도 매물이 많아 추가 조정 가능성도 있다."(다정동 S부동산 관계자)
지난해 역대급 상승장이 펼쳐졌던 세종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행정수도와 국회 이전 이슈로 세종시 집값이 과도하게 오른 데 따른 피로감과 공시가 인상으로 인한 보유세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21일 기준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보다 0.02% 하락했다. 지난달 셋째 주 하락세(-0.1%)로 돌아선 뒤 6주 연속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역대급 가격 상승으로 전국 아파트 시장을 견인했던 세종시는 올해 1월부터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종의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지난 1월 첫째주 0.24%로 전국 평균(0.27%)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2~3월 0.2%대 아래로 내려가며 0.25% 안팎의 상승률을 보인 전국 수치와 격차를 벌렸다.
세종시 아파트값 하락은 고운·다정동 등에서 매물이 누적되고 호가가 하락하며 전반적인 시세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70.68% 올랐다. 높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게 주택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세종시 새롬동 A중개사무소 대표는 "세종시 아파트값이 최근 한 달 넘게 조정받고 있다"며 "최고가 대비 1억원 낮게 거래된 사례가 나오고, 현재 호가도 작년 말보다 5000만~8000만원 내렸다"고 말했다.
일례로 종촌동 가재마을 9단지 전용 96㎡는 지난 21일 7억5000만원(국토부 실거래가 자료 참조)에 거래됐다. 이 주택형의 작년 9월 최고 매매가는 9억4000만원이었다. 약 9개월 만에 가격이 1억9000만원 떨어진 셈이다. 같은 동 가재마을 12단지 전용 84㎡는 지난 12일 7억4000만원에 손바뀜돼 올해 초 거래된 최고가(8억5000만원)보다 1억1000만원 하락했다. 새롬동 새뜸마을 4단지 전용 100㎡도 지난 5일 9억2000만원에 거래돼 올해 1월 매매가(10억4000만원)보다 1억2000만원 넘게 떨어졌다.
올해 1월 10억2500만원에 거래됐던 세종시 보람동 호려울마을8단지 전용 98㎡도 지난달 1억1500만원 내린 9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아파트 매물도 쌓이고 있어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아실(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세종시 아파트 매물(매매 기준)은 6개월 전 3080건에서 현재 3814건으로 23.8%나 늘었다. 공급이 늘어나면서 세종시는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된 상태다. 세종시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전국에서 가장 낮은 89.3을 기록했다.
이같은 하락세는 그동안 가격 급등에 대한 피로감과 계절적 비수기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아파트값 급등 결과 올해 세종시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전년보다 70.6% 올라 전국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도담동 T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 대전시에 신규 분양 아파트도 늘어나고 가격의 격차도 세종시의 급등에 따라 상대적으로 낮아져 다시 대전시로 이사가는 가구가 많다"며 "쇼핑몰이나 학원, 학군 등 대전시의 생활기반시설이 세종시보다 우수하다는 점도 대전시로 다시 돌아가려는 사람이 많아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세종시 주요 아파트 단지들이 집단으로 공시가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도 최근 시장에 자극을 줬다. 여기에 오는 7월 1350가구(6-3생활권)를 포함해 올 하반기에만 3666가구의 분양이 예정된 점도 매매보다 청약시장으로 수요자를 이끌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종시의 주력 매수층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근무자"라면서 "이들에 대한 정부의 투기 엄단 의지, 특히 세종 이전 공무원에 대한 특별공급 부정 의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와중에 공무원들이 아파트를 사겠다고 손을 드는 건 쉽지 않을 일"이라고 진단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작년에 워낙 단기간에 치고 올라간 데다 올해 입주 물량 증가, 낮은 전세가율, 금리 인상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숨 고르기가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국회 세종의사당 이전 등 정치적 이슈가 남아 있어 조정 국면이 계속될지는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