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은 참으로 예전 추석과 다르게 보입니다. 엄청난 고물가에다 역대급 날씨가 그렇고 코로나 재유행도 그렇습니다. 지금 한국을 뒤흔들고 있는 의료대란으로 추석이 전혀 추석답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직업이 없는 사람들은 어제와 다름없는 명절이요, 직장이 있는 사람들은 그저 며칠 휴가를 받은 느낌일 것입니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에 의료대란으로 자칫 어딘가 아플 경우 정말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몸소 체험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번 추석이 공포스런 것은 먼저 물가고입니다. 천정부지로 오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과일값도 그렇고 채소값도 생선값도 그렇습니다. 이번 추석 차례상이 아주 단촐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소득은 오르지 않는데 고물가 상황이니 더욱 그렇습니다. 차례를 지내는 가정에서 주부들의 시름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추석은 차례를 지내지 않고 그냥 통과하자 그렇게는 못하는 것 아닙니까.
역대급 무더위도 추석을 추석답지 않게 만듭니다. 정말 역대급 폭염이 몇달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년 내내 열대야라는 동남아시아보다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이 지금 한국의 폭염입니다. 습도도 무지하게 높아 그야말로 시원한데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에어컨을 가동해야 잠을 이루니 전기값에 서민들의 이마에 주름이 가득합니다.
무더위는 건강에도 상당한 위협을 줍니다. 원래 추석에는 송편과 햇과일 등 먹을 거리를 충분히 장만해 가족들과 이웃들과 나누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추석에는 절대 그러면 안됩니다. 음식이 금방 상해버립니다. 식중독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농후합니다. 오랫만에 고향에 온 자식들과 손주들이 먹고 배탈 또는 식중독이 날 경우 대책이 없습니다. 달려가서 치료받은 응급실도 지금 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입니다. 물론 정부가 강압적으로 명절 연휴에 문을 열라고 강요하지만 자발적 의술행위와 강압적으로 할 수 없이 하는 의술행위가 같을 수가 없습니다. 면도사도 자신의 기분 상태에 따라 손님의 얼굴에 생채기를 낸다고 하지 않습니까.
요즘 다시 유행하는 코로나 상황도 심상치 않습니다. 4년전에 비해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화됐다고 하지만 걸렸다하면 자신뿐 아니라 주변인들에게 아주 큰 피해를 끼칩니다. 명절에 가족 친지들이 모였다가 집단으로 감염될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요즘은 코로나에 감염되어도 병원에 찬밥신세입니다. 조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중증환자들이 즐비한데 코로나 환자에게 진료 순서가 돌아오기는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올 추석에는 고향을 찾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전체의 36%에 해당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도 아직 고향을 찾는 사람과 찾을 사람들은 매우 많습니다. 고속도로와 주요 국도는 상당한 혼잡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조심 운행하시길 바랍니다. 혼잡한 고속도로나 국도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응급조치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차량이 운집해서도 그렇지만 인근 응급실을 찾아 들어가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같을 테니까 말이죠. 정말 조심 조심 운전하시길 바랍니다. 성질대로 했다가 이번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덥고 아무리 의료대란이 난리이고 아무리 물가고에 시달려도 오랜만에 부모 자식 형제 자매 등 가족들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즐겁고 흐뭇한 일인가요. 사실 한국의 힘은 가족에서 나온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였습니다. 요즘은 많이 탈색이 됐지만요. 그래도 가족의 정과 그속에 응집된 힘이 집안을 지탱하고 사회를 유지하는 토대였습니다. 그래서 정말 힘들고 피곤해도 고향을 찾는 것일테지요. 하지만 올해 추석만은 정말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기분좋다고 술 많이 드시지 마시길 바랍니다. 배탈나면 상황이 심각해집니다. 음식도 많이 드시지 마세요.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요즘 같이 한여름 더위에는 음식이 상하기 쉽습니다. 조금만 드시고 피로를 충분히 푸시고 귀경하시길 바랍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이번 추석이후 서로 얼굴을 못볼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정말 각자도생해야 살 수 있는 나라가 됐습니다. 언젠가부터 말이죠. 부디 즐거운 추석보내시고 무사히 귀경해서 서로 얼굴 뵙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24년 9월 1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