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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문수회과경(佛說文殊悔過經)
서진(西晉) 월지국(月支國) 축법호(竺法護) 한역
김철수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나열기(羅閱祇)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 대중과 함께 계셨는데, 비구는 1,250인이 있었고, 보살들은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일체 큰 성인들은 신통력이 경지에 도달하고 총지(總持:다라니)를 얻었고, 시방의 지혜를 얻어 세 가지 해탈문[三脫門:空ㆍ無相ㆍ無願]을 세웠으며, 3세(世)를 훤히 알아 장애가 없었고, 3보(寶)를 널리 알리고 3계(界)를 구제했으며, 3승(乘)을 열어 펴고 본래 자성이 공하여 없음[本無]이 위없는 바른 진리[無上正眞:阿耨多羅三藐三菩提]임을 훤히 알게 하였다.
그때 문수사리(文殊師利)보살은 나열기의 기사굴산을 유행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보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었고, 큰 제자와 하늘[天]ㆍ용(龍)ㆍ귀신ㆍ건달바[乾畓和]ㆍ아수라[阿須倫]ㆍ가류라(迦留羅)ㆍ진다라(眞陀羅)ㆍ마후라가[摩睺勒] 등과 권속들이 에워싸고 있었는데, 중생을 위하여 경법(經法:常法)을 자세히 설명하여 분명하게 분별해 주었다. 3승을 배우려는 뜻을 가지고 그곳에 법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본래 성문(聲聞)을 수학하던 이는 문수사리보살에게 4성제(聖諦)에 관한 일을 물었고, 연각(緣覺)을 수학하던 이는 스스로에게 12연기(緣起)의 심오한 일에 대해 물었으며, 대승을 수학하던 이는 이미 행한 다음 6도무극(度無極:波羅蜜)과 네 가지 동등함[四等]과 네 가지 은혜[四恩]와 선권방편(善權方便)과 무극대도(無極大道:涅槃道)를 받아들이는 일에 대해서 자문(諮問)을 구했으며, 어떤 이는 신통력과 네 가지 방일하지 않음[四無放逸]과 네 가지 동등함[四等]과 마음으로 행하는 온갖 분별과 보살도에 관한 논의와 37조도품(助道品)과 불퇴전지(不退轉地)와 초월하여 적멸(寂滅)에 들어감에 대해 물었으며, 어떤 이는 국토의 세계와 허물을 뉘우칠 처소와 10지(地)ㆍ10인(忍)ㆍ10분별사(分別事)ㆍ10서(瑞)ㆍ10지(持)ㆍ10인(印)ㆍ10삼매정(三昧定)에 대해서 물었으며, 어떤 이는 무너지지 않는 모든 법과 하나의 뜻[一義]에 들어가는 것과 어떤 것으로부터 생겨남이 없는 법인[無從生忍]에 대해서 물었다.
문수사리보살은 각각 질문 받은 바에 따라 그에 대한 답을 해 주어 그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남은 의혹이 없게 해 주었다.
그때 그 모임 중에는 새로 배우기로 뜻을 세운 보살들이 있었는데 법을 받으러 찾아왔다. 그들은 모두 죄와 복의 인연을 장차 보호하거나 간직할 수가 없어 5음(陰)이나 5개(蓋)에 의해 덮이고, 허망하게도 여우같은 많은 의심에 의해 가리며, 익히는 것이 뒤바뀌고 용맹스런 의지가 없으며, 형색에 기대어 의지하고 겁약한 마음을 지녀 문수사리보살에게 인연을 제거하여 모든 죄의 괴로움을 깨끗하게 하며, 대승을 닦고 배워 위없는 도에 이르는 것에 대해 자문하지 못했다.
그때 모임 가운데 어떤 한 보살이 있었는데, 이름이 여래제광소요(如來齊光炤燿)였다. 그는 새로 배우려는 보살들이 마음속에 뜻을 품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그들 스스로 묻는 것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서 문수사리보살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죄가 없는 일과 허물을 뉘우치는 뜻과 권조(勸助)에 대하여 허물이 없음에 대해서 묻고 청함에 과실이 없으며 권하여 나아가게 함에 어긋남이 없는 것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문수사리보살이 여래제광소요보살에게 곧 답했다.
“족성자(族姓子) 보살대사(菩薩大士:보살마하살)는 죄업을 제거하려고 평등하게 과거ㆍ미래ㆍ현재 부처님의 법에 들어가 받들어 행합니다. 그는 오체투지(五體投地)하고 다시 일어선 다음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스스로 말합니다.
‘일체 중생은 왼쪽 길로부터 출발하여 왼쪽 길로 도착하니, 그들은 옳지 못한 견해에 있는 것이다. 모두 다 마땅히 현명하고 성스러운 법 앞에 세워 일체 중생의 부류들을 교화하여 모두 다 위없이 바른 진리인 평등한 도에 이르게 해야겠다.’
이러한 뜻이 있기 때문에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마땅히 이와 같이 서원한 것입니다. 마치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서 도량에 나아가 존귀한 나무 아래 앉으실 때 일체 악법을 제거하시고 모든 선(善)을 두루 갖추시는 것과 같이 나 또한 그와 같습니다. 머리와 온몸을 관찰하고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거듭 오른손으로 땅을 가리킵니다. 나는 마땅히 마(魔)와 권속[官屬]을 항복받습니다. 만약 불도(佛道)를 얻는다면 일체 중생의 부류로 하여금 악마의 일과 외부의 원수나 적을 항복받거나 물러서게 하고, 불수(佛樹:보리수) 아래에 앉아 땅을 가리키며 맹세하고 부처님의 성스러운 지혜를 이룹니다. 본래 세존께서 오른손으로 땅을 가리켜 18억 모든 마(魔)와 권속을 항복받으신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뜻이 있기 때문에 오른손 손바닥으로 땅을 어루만집니다. 마땅히 왼손으로 땅을 어루만지고 또한 왼쪽 무릎을 꿇고서 입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어리석은 법에 머물러 뒤바뀌게 받아들여 뜻을 따르지 않고 사납기 때문에 교화하기가 힘들어 좋은 그릇을 만들 수 없으며, 인색하고 탐욕스럽고 마음에 때가 끼고 더러워 위험하거나 해로운 일에 처하면 함께 공부하는 이들을 비방하거나 훼손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도(道)를 알게 되어 지나간 것은 고치고 앞으로는 닦아가되 모두 진실되게 네 가지 은혜의 행을 받아들인다.’
이런 까닭에 왼손과 왼쪽 무릎을 땅에 닿게 합니다. 가령 머리를 땅에 댈 때에는 입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크게 높이는 마음을 버리게 하고, 부모님께 효순(孝順)하고 웃어른을 받들어 공경하되 약간의 공양을 하게 합니다. 마땅히 체득하였다 하더라도 부처님의 정수리는 볼 수 없나니, 부처님 상투의 모습은 일체 세간의 모든 법을 초월하였고, 그 몸은 삼계를 넘어섰으며, 그 지혜는 허공을 뛰어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귀의하나니, 이 오체투지의 예를 올린 공덕으로 모든 중생이 큰 도를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속인들은 5개(蓋)를 낳아 성장시키지만 이 공덕으로 자연히 5개의 덮음을 제거하고 5근(根)을 갖추며, 마침내 5력(力)을 갖추어 5욕(欲)을 끊어 없애고 5신통(神通)을 얻으며, 5음(陰)을 멀리 여의고 5안(眼)을 성취하며, 그곳에 거주하는 오취중생(五趣衆生)의 부류는 특수함을 얻고, 5법행(法行)과 금계(禁戒)가 다소 특수하며, 삼매의 지혜로 해탈을 닦고 일[事]에 대해 알게 되었으면 합니다.’
이렇듯 오체투지의 공덕은 5음과 5개를 소멸하고 5근과 5력에 머무르며, 항상 여래를 생각하되 버리거나, 집착한 일이 없습니다. 다시 말하기를, ‘모든 불세존께서 오로지 은혜와 자비를 베풀어 주시어 애민(愛愍)한 마음을 보이신다’고 합니다.
이때 일체 시방세계의 모든 보살들이 위로 모든 부처님의 지혜에 이르러 장애가 없으며, 그 행이 불이(不二)하여 평등하므로 장차 법상(法相)을 수호하고 법으로 신체를 삼으며, 청정한 말을 하고 어지러운 말이 없으며, 곱고 깨끗한 마음이어서 마음의 작용이 없으며, 모든 법에 대한 지혜로 5음의 가림[蔽]이 없으며, 오거나 감이 없으며, 일체지(一切智)로 모두 다 불쌍히 여기고 널리 보며, 평등하게 여래에 들어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법에 관한 중요한 뜻을 증명하고 죄복(罪福) 인연의 과보를 알 수 있습니다.
모든 불세존께서는 성스러운 눈[聖眼]이 있으시니, 그 지혜가 성취되어 모든 것을 다 증명할 수 있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정진함을 갖추도록 중임(重任)을 맡기십니다. 나는 본제(本際)로부터 생사에 이르고 진제제(眞諦際)에 대해 스스로 미혹되어 민첩하게 도달하지 못하여 아는 바가 없습니다. 비법(非法)에 처하여 법에 대한 생각을 일으켜 바른 율법을 거스르고 범한 것에 대해 계율에 대한 생각[律想]을 내고, 중우(衆祐)가 아닌 것에 대해 중우라는 생각을 내며, 선하지 못한 것을 일으키고서는 선하다는 생각을 냅니다. 마음이 전도됨을 따르니 무상(無常)ㆍ고(苦)ㆍ공(空)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몸[身]이 아닌 것을 스스로 탐하여 몸이라 봅니다. 온갖 악한 죄업이 법답지 못한 것이 되는 것이니, 경전이나 약속을 따르지 않거나 부처님께서 금하셨거나 제한하신 것에 대하여 스스로 죄를 범하거나 다른 사람이 범하도록 하여 마땅히 죄의 덮음과 번뇌를 짓습니다. 법을 듣지 않고 보살성중(菩薩聖衆)의 업을 증오하고 도(道)의 가르침을 받들지 않으며, 온갖 마군[魔]의 일을 보게 됩니다. 바라밀의 모든 도무극(度無極)을 멀리하고, 만일 어떤 사람이 보시하면 억제하여 못하게 하며, 인간의 덕의 근본을 무너뜨려 성취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나는 지금 시방의 모든 불세존으로부터 나오는 광명의 비춤으로부터 스스로 허물을 뉘우쳐 감히 덮거나 가리지 않음으로써 재앙을 제거하고, 지나간 것은 고치고 앞으로는 닦아 지금 이후로 다시는 감히 범하지 않겠으며, 다시는 내가 갖가지 죄의 덮음으로 인해 지옥ㆍ아귀ㆍ축생ㆍ귀신과 빈궁함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인간세계 안에서라면 결핍되지 않게 하고, 천상세계에서는 빈천한 하늘세계가 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널리 많은 경전에 통달하고 도에 대해 빈곤하지 않게 하며, 재산과 일이 풍요로워 액난이나 결핍이 없도록 하고, 일곱 가지 법재(法財)를 사용하여 지혜가 적은 이들에게 공급하겠습니다. 눈ㆍ귀ㆍ코ㆍ입ㆍ몸ㆍ뜻[意]ㆍ음(陰)ㆍ개(蓋) 등이 친척이나 권속에 침투하여 마음이 무너지는 인연이 되면 변방 지역에 태어나 가족들끼리 투쟁하고 서로 헤어지고 지독히 냄새나는 오물로 인해 참을 수가 없으며, 이들 권속과 함께 모이지 않고 항상 마땅히 행해야 할 정사(正士:보살)들로 하여금 함께 모이게 하여 서로 바라보게 하겠습니다. 지금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따라 허물을 뉘우치고 지나간 것은 고치고 앞으로는 닦아 감히 감추어 두지 않겠습니다.”
문수사리보살이 말하였다.
“마땅히 다시 내가 책임을 통감합니다. 내가 전세(前世:전생)에 깨끗하지 못한 행을 하고 몸ㆍ말ㆍ뜻을 훼손하고,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은 마음을 일으켜 해로움을 낳으며, 속이거나 아첨하고, 많은 것을 구하되 물리어 싫증낼 줄 모르고 악업을 쌓아 축적하며, 부처님과 법과 승중(僧衆)을 비방하거나 가벼이 여기거나 훼손하고, 부모님께 효도하지 않고 웃어른을 능멸하였습니다. 중우(衆祐)나 일반인들의 공훈을 흐리게 하고 스스로 깨닫지 못하며, 지혜를 가벼이 여기고 성인을 교만하게 대했으며, 자신의 몸은 찬탄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장단점을 구하며, 자신이 이미 범한 것을 또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였습니다.
법에 순응하는 행을 하는 이는 법을 멀리하게 만들었고, 부처님의 때[時]를 알지 못하였고, 법의 때를 알지 못했으며, 성중(聖衆)의 때를 알지 못하고, 선악의 때를 알지 못했습니다. 탐욕과 음욕에 깊이 빠지고 성냄에 젖었고 저해되었으며, 어리석음에 가려 정진하지 않았고 질투하는 마음으로 진실하지 못하였고, 흉포하여 교화하기 힘들게 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나 자신을 흠모하도록 꾀했습니다. 사람의 수명에 처해서 5취(趣)의 마음을 일으켰고, 모인 대중들이 아첨하는 생각을 품도록 하였으며, 무한하게 법답지 못한 행을 쌓았습니다. 스스로 몸이 있다고 헤아려서 나의 것이라고 생각했고, 무상(無常)한 것을 항상한 것으로 생각했으며, 괴로움을 즐거운 것으로 생각했고, 몸이 없는 것을 몸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으며, 깨끗하지 못한 것을 깨끗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네 가지 전도[四顚倒]됨에 떨어져 악업의 종자를 뿌렸고 형색에 취했으며, 재산 늘리는 일에 심취하였고 오만하고 귀함에 미혹되었으며, 국위(國位)를 황폐화시키고 권속을 어지럽혔으니, 지은 죄과가 이러합니다. 모든 부처님을 뵙고 설하시는 법을 듣고도 긍정하거나 자문을 구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았고 성중(聖衆)을 공양하지 않았으며, 덕의 근본을 떠났고 도무극(度無極)을 버려 도심(道心)을 잊어버리고 삼보를 거스르고 잃었습니다. 다시 다함없는 바른 업과 한량없는 공덕이나 다함없는 성스러운 지혜와 변재(辯才)를 버렸으며 마음 내키는 대로 했으며, 악지식(惡知識)을 따르고 선우(善友)를 멀리하였습니다. 그러나 시방의 부처님을 따라 스스로 허물을 뉘우치고 지나간 것은 고치고 앞으로 닦아 감히 감추어 두지 않겠습니다.”
문수사리보살이 다시 말하였다.
“마땅히 스스로 뉘우쳐 말합니다. 나는 전세에 하열(下劣)한 것에 뜻을 두어 국토에 놀러다니는 데 서원을 일으켰습니다. 대승을 훼손하고 바른 가르침을 막아 끊었고, 삿된 길을 따르도록 권했으며, 정법을 비방하였고, 부처님께서 공포하신 심묘한 경전의 얼마간의 가르침을 억제하여 법륜(法輪)이 유통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또 제 스스로 범하고 다른 사람들이 법답지 못한 일을 하도록 권하고 도왔습니다. 탑과 절을 파괴하고 성중(聖衆)을 어지럽혔으며, 취락을 산란케 했고 국토를 훼손했으며 성읍(城邑)을 위태롭게 하고, 제왕의 지위를 도모했으며, 종성(種姓)과 내외(內外)의 친척과 권속을 해롭게 했고, 다른 사람의 신체에 상처를 내고 종기나 부스럼이 생기게 하여 목숨을 위태롭게 했으며, 감옥에 가두고 다른 사람을 시켜 죽이게 했습니다.
그 마음이 미혹되고 황폐해져 항상 여우같이 의심을 품었으며, 머뭇거리는 사람을 시켜 다른 사람의 죄와 재앙을 말하게 했고, 계를 따르지 않게 하고 삿된 견해에 처하도록 했으며, 이교도(異敎道)의 가르침을 따르고 바른 행과 반대되는 행을 하였으며, 스스로 원한의 마음을 품고 다른 사람의 마음[意]을 혼란시켜 반드시 성내게 하였으니, 지은 죄과가 이와 같습니다. 비록 몸소 범하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 범하도록 하였어도 모든 시방의 부처님을 따라 스스로 허물을 뉘우치고, 오직 불세존의 광명의 은혜를 입어 구제됨을 알고서 지나간 것은 고치고 앞으로 닦아 감히 감추어 두지 않겠습니다.”
문수사리보살이 말하였다.
“마땅히 다시 뉘우쳐 말합니다. 나는 몸에 대해 전에는 내[我]가 있다고 헤아려 나의 것[我所]이라 하였으며, 견해가 전도되어 탐욕에 머물렀습니다. 마음이란 본래 없는 것인데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마음이 허깨비[幻化]와 같다는 것을 분명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본래 자연적인 것으로 모든 부처님의 법은 분별하지 않고 위없이 바르고 진실한 도에 마음을 내어 도의 처소를 엿보려 하면서도, 일체의 모든 법은 다 존재하지 않는 것인데, 오히려 이와는 반대로 있다고 말하였으며, 그 몸과 입과 뜻으로 선악의 업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시방의 모든 비춤을 따라 스스로 허물을 뉘우치고 지나간 것은 고치고 앞으로는 닦아 감히 감추어 두지 않겠습니다.
나는 옛날에 본래 보시ㆍ지계(持戒)ㆍ인욕(忍辱)ㆍ정진ㆍ일심(一心)ㆍ지혜를 행했습니다만 삼매를 알지 못하고 전도된 견해에 머물렀습니다. 보시를 하고는 허망되게 과보를 구할 것을 생각하였고, 마음속의 생각으로는 취하는 바가 있으면서 금계(禁戒)를 수호했고,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해 인욕을 닦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마음이 몸에 기대면서도 정진(精進)을 받든다고 했고, 갖가지 상념에 머물면서도 선정(禪定)을 일으킨다고 했으며, 상응하거나 상응하지 않음을 염두에 두면서도 어떤 사람에 대해 생각했고, 방일함을 즐기면서 지혜를 탐내어 구했으며, 도(道)에 귀의할 것에 뜻을 두고도 처소에 대해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시방세계의 광명을 따라 허물을 뉘우치고 지나간 것은 고치고 앞으로는 닦아 감히 감추어 두지 않겠습니다.
나는 옛날 옛적에 바르고 진실함의 뜻을 훤히 알지 못하고 부처님을 공양했으나 도리어 색상(色相)의 장엄을 의지하여 80종호(種好)를 구했습니다. 비록 부처님을 받들어 섬겼어도 법계의 무너짐이 없는 법에 들어가지 못했으며, 또한 머무는 바가 없는 법을 훤히 이해하지 못하여 모든 법에 머물러 법에 대해 얼마간 생각하였습니다. 경전의 법을 듣거나 강설하는 경우에는 사유함이 취향(趣向)해 나아가도 무위법을 분별하지 못했고, 성중(聖衆)을 헤아려 그 숫자를 생각했으며, 성중을 공양하는 일에도 뭔가 바라는 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을 시방세계의 광명을 따라 허물을 뉘우치고 지나간 것은 고치고 앞으로는 닦아 감히 감추어 두지 않겠습니다.
내가 옛날 옛적에 모든 법을 희망하고 고적한 처소[空處]를 구하여 한적한 거처에서 지내면서 절제하여 만족할 줄 알고 욕심을 덜 내는 것을 덕으로 삼았으나 일체 법이 공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마음에 집착하는 바가 없어 고요한 곳에서 연좌(燕坐)하여 법계에 머물렀으나 법계를 받아들일 바가 없으며 중생계 또한 받아들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 알지 못하였습니다. 나 자신을 의지하여 편벽된 것에 빠져 도를 행하지 못하고, 어떤 사람이 네 가지 은혜[四恩]를 닦지 않는다고 헤아렸으며, 마땅히 중생을 구해야 했는데도 또한 구할 수 없었습니다. 또 불도(佛道)의 자연적인 모습과 또한 37도품법의 자연적인 모습에 대해 훤히 알지 못하였습니다. 나 자신을 보고서 의지하여 희망을 구했고, 적연(寂然)한 사문의 뜻을 알지 못하여 출가하고 수행하며 구족계를 받아 받들고 비구행을 의지하는 것 등 이와 같은 것과 그 밖의 나머지 지은 덕의 근본과 그 덕의 근본을 바탕으로 편안함에 이르고 유위의 복(福)과 무위의 편안함을 얻어 초월하고 끊어 멀리하였으나 도(道)와 합치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을 시방세계의 광명을 따라 허물을 뉘우치고 지나간 것은 고치고 앞으로는 닦아 감히 감추어 두지 않겠습니다.
예컨대 과거의 부처님과 모든 천중천(天中天)께서는 본래 보살도를 받들어 행할 때 모든 죄와 장애와 5음과 5개(蓋)에 대해 뉘우쳤으며, 저 역시 이와 같았습니다. 또한 미래ㆍ현재의 모든 불세존께서 본래 닦아 고쳐 나가는 것처럼, 저도 지금 허물을 뉘우침이 마땅히 이와 같아서 존귀하신 분을 향하여 스스로 머리 숙여 부처님께 귀명(歸命)하여 위[上]로 여기고 어른으로 여기겠습니다. 가장 뛰어나고 특수하며 위없는 덕이어서 아무도 동등하거나 비교할 이 없고, 모든 부처님의 성스러운 지혜는 우뚝 솟아 한량없고 일체 세계의 모든 경계와 온갖 숫자를 다 알고 자재함을 얻어 널리 중생의 마음속 생각을 훤히 알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몸은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阿僧祇劫)의 행에 의해 미혹되어 스스로 방일하였으나 일체의 죄와 5음과 5개의 병통을 뉘우치고, 자신의 몸이 재앙과 허물이 되는 것을 뉘우치고, 지옥ㆍ아귀ㆍ축생 등 5취(趣)에서 일체 중생의 죄에 의해 가려진[蔽] 것을 지금 오체투지로 대신하여 뉘우칩니다. 미묘함을 훤히 깨달아 알고 온갖 제한과 장애를 제거했으며, 이미 일체 법에 노닐고 들어가 관찰할 수 있으니, 비유하면 허공과 같습니다. 뉘우칠 수 있는 사람은 죄도 과보도 없으며, 또한 티끌이나 물듦이 없어서 이미 모든 법에 들어갔습니다. 죄의 덮음이 없는 사람은 일체의 허물을 뉘우친다고 합니다.
이 족성자 보살대사는 옛날에는 결박(結縛:번뇌)으로 일체의 행을 짓고 온갖 억념과 망상을 하였으며, 재산을 늘리는 인연을 지어 받아들이는 것에 의지하여 처소에 머물렀으니, 마땅히 모든 허물을 뉘우쳐야 합니다. 설사 그 가운데 이와 같은 색(色)ㆍ수(受)ㆍ상(想) 행(行)이 불평등하더라도 마땅히 일체가 본래 없음을 분명하게 알게 하고, 가령 일체가 행할 바가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능히 이 근본적인 끝자리[本際]ㆍ분별적인 생각이 없는 끝자리[無想之際]ㆍ형상이 없는 끝자리[無形相際]ㆍ없음과 있음의 두 가지 끝자리[無有二際]ㆍ5음과 5개가 없는 끝자리[無陰蓋際]ㆍ얻을 바가 없는 끝자리[無所得際]ㆍ몸이 없는 끝자리[無身之際]ㆍ욕심을 떠난 끝자리[離欲之際]ㆍ익힐 바가 없는 끝자리[無所習際]ㆍ행할 바가 없는 끝자리[無所行際]ㆍ걸림이나 장애가 없는 끝자리[無罣礙際]ㆍ돌아갈 바가 없는 끝자리[無所歸際]ㆍ말미암이 없는 끝자리[無所由際]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를 보살대사라 합니다. 스스로 허물을 뉘우쳐 죄의 해로움이 없고 부처님의 지혜에 이르며 일체의 재앙이나 장애의 덮음을 멸하여 없애고 휴식시킵니다.”
문수사리보살이 말하였다.
“이 일체의 온갖 죄의 허물을 뉘우치고 위없이 바른 진실한 도에 마음을 내어 일체 중생의 부류를 위해 간청하여 온갖 재앙을 제거하고 죄에 덮인 것을 없게 하여 세간에서 부처님의 바른 진리를 성취하도록 하였으며, 성문승(聲聞乘)ㆍ연각승(緣覺乘)이 되지 않게 중생을 개화(開化)시킵니다. 모든 건넘[度]을 구하는 이들은 마땅히 내가 그들을 건너게 하며, 아직 해탈하지 못한 이들은 내가 마땅히 그들을 해탈하게 하며, 모든 멸도(滅度)를 구하는 이들은 내가 마땅히 그들을 멸도하게 하여 모든 사람들을 구제하는 집이 됩니다. 스스로 귀명할 것을 옹호하고 도의 길을 안내하고 제시하며, 점차 등불의 빛을 따라 광명이 비추는 곳으로 나아가 장차 사(師)의 무리들로 하여금 사람들을 크게 이끌도록 합니다. 이것이 여래의 10력(力)입니다.
뜻을 일으키는 순간에 4무소외(無所畏)와 32대인상(大人相)과 80종호(種好)를 장엄하시고, 여래께서는 음성이나 8부(部)의 소리를 분명히 잘 구별하여 아시며, 여래의 선권방편(善權方便)을 바르게 알아 중생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부처님의 넓고 위없는 큰 지혜가 법계에 존재하여 금계(禁戒)가 청정하고 번뇌가 새지 않아 온갖 법의 금강장구(金剛章句)를 비처럼 내리십니다. 일체 중생의 부류를 버리지 않음이 불퇴전(不退轉)이며, 궁극적으로 일체지(一切智)에 이르게 되시고, 온갖 것에 통하는 지혜로써 바르고 진정한 마음을 일으켜 모든 불법(佛法)에 대하여 집착하는 바가 없으시며, 모든 덕의 근본으로 모든 부처님께서 권조(勸助)하십니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부처님께서 본래 도를 행하고 배우셨으니, 처음 마음을 낼 때부터 위없이 바르고 진실한 도에 이르러 최고의 바른 깨달음[正覺]을 이루시고, 이 중간에 덕의 근본을 나타내시나니,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펴는 것과 같습니다.
일체의 모든 법은 근원이 없고 또한 머무는 바도 없습니다. 보시를 하는 것에는 보시를 하는 것이 없고, 본성이 청정하여 금계(禁戒)가 곱고 깨끗하여 범할 바가 없으며, 중생이 끝까지 다 탐색하되 일어남이 없는 것을 인(忍)이라 하고, 짓는 것 없이 고요히 침묵하는 것을 정진(精進)이라 하며, 그 마음이 자연스러워 생겨나는 것이 없는 것을 일심(一心)이라 하고, 건널 것이 없는 것[無所度]을 건너매 빠른 물살에도 흐트러지지 않으며 모든 그릇된 견해를 버리는 것을 지혜라 합니다.
아주 깊은 12연기(緣起)에 들어가되 들어갈 바가 없으나 감당하여 맡는 것을 현묘(玄妙)라 하고, 공(空)을 행함에 밝게 도달하여 자비로운 마음을 내어 지을 바 없는 것을 짓는 것을 슬퍼함[哀]이라 하며, 모든 법을 행하지 않는 것을 기뻐함[喜]이라 하고, 네 가지 큰 강을 건너 따로 둘이 없는 것[無二]을 수호함[護]이라 하며,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음[受不受]이 없고 또한 포섭할 것도 없는 것을 네 가지 은혜[四恩]라 하고, 근본이 따로 없고 머물 바도 없는 덕의 근본을 5근(根)이라 하며, 뜻이 억념하는 바가 없고 또한 노니는 바도 없는 것을 5력(力)이라 하고, 진정한 진리[眞諦]와 일체의 본말을 깨달아 아는 것을 7각의(覺意)라 합니다. 또한 두 가지에 합하지 않아 합해짐도 없고 흩어짐도 없는 것을 도(道)라 하고, 자연한 상태에 이르러 담박(澹泊: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함)한 행을 적(寂)이라 하며, 지혜로 이해하게 되고 거스르지 않고 부드럽게 순리대로 따르는 것을 관(觀)이라 하고, 지혜가 무리를 이루면 신통이라 합니다. 내가 이런 모든 것을 권조(勸助)하는 마음으로 바른 진리로 돌아가 법륜을 퇴전하지 않게 하고 평등하게 제어하여 부처님께 이릅니다.
여래께서 장엄을 갖추시고 그 몸을 성취하신 까닭은 이러한 뜻으로 문자를 베풀어 설하시고 모든 중생의 언어와 소리를 수순하시어 분별하여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널리 알리는 것이 두루 미치지 않은 곳이 없고 억제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여래께서는 열 가지 능력으로 항상 자재함을 얻으시고 지혜로써 장엄하여 성취하게 되시며, 모든 부처님의 변화된 모습을 나타내 보이시니 위없고 끝이 없어 가장 존귀하시며, 비할 데 없으시어 아무도 동등하거나 비교할 이 없습니다. 나는 이와 같은 법들을 행하도록 권조합니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불세존께서는 본래 청정한 몸이어서 자연히 모두 얻을 수 없음[不可得]을 아실 수 있으며, 말씀도 청정하고 그 마음도 청정하시어 또한 얻을 수 없습니다. 보내는 것이 없으면서도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며, 일체 법에 대해 수호하는 바가 없으면서도 법을 수호하시며, 덕이 없고 무리가 없는데도 성중(聖衆)에게 공양을 하시니, 이 모든 것들이 위의(威儀)와 예절을 다 갖추는 것입니다. 또한 일체의 모든 행을 성취하시니 그 행은 이와 같으며, 아울러 나머지 일에도 그러하여 과거ㆍ미래ㆍ현재 이 모든 부처님의 도혜(道慧)를 평등하게 훤히 비추시며, 평등하게 부처님 법을 행하시고 모든 마군에 잘못 떨어지지 않으십니다. 모든 법과 함께하지 않으시면서도 경계[塵]와 함께하시며, 성문지(聲聞地)ㆍ벽지불지(辟支佛地)에 집착하지 않으시며, 온갖 잘못된 것을 끊어 없애시고 도무극(度無極)을 받드시며, 총지(總持:다라니)를 얻어 보살행을 닦아 신속히 도(道)에 다가서시며, 중생이 말한 것에 대하여 모두 다 답해 주시며, 중생이 하고자 하는 것에 따라 제각기 일깨워 얻게 하십니다. 항상 평등함에 머물되 행하는 것이 자신으로부터 말미암으며, 일체의 모든 불국토를 장엄하시며, 변재(辯才)와 빛이 청정함에 돌아가며, 모든 악취(惡趣)를 끊고 삼매가 자재하며, 일체 중생이 하는 것에 수순(隨順)하여 모든 총지를 얻어 비추지 않은 곳이 없으십니다. 변재를 갖추고 성인의 경지에 도달하여 모든 것이 다 자신으로부터 비롯되고 일체지(一切智)의 마음을 내시니, 모든 마음을 다하여 모든 부처님의 도혜를 권조합니다.
모든 과거ㆍ미래ㆍ현재 부처님의 도를 얻으시니 갖가지 번뇌가 없으며, 계ㆍ정ㆍ혜해(慧解)의 바라밀로 일[事]을 아시고 모든 힘을 두루 미쳐 퇴전하지 않으시고, 무소외(無所畏)를 인연하여 모든 부처님 법에는 장애가 없습니다. 그 궁극이 없는 자비로 아무도 동등하거나 비교할 수 없을 행합니다. 크게 슬퍼하시는[大哀:大悲] 것을 사람들은 우러러 받들지 않으니, 마치 허공과 동등한 것 같고, 정수리를 살펴볼 수 없으며, 공덕과 보응에 대한 생각이 둘이 아닙니다. 청정함으로 미혹된 마음을 제거하여 스스로 몸과 입과 뜻을 장엄하시니, 모든 천(天)ㆍ석(釋)ㆍ범(梵)이 여러 곳에서 다가와 권조하면 도의 가르침을 부연하시어 법의 바퀴를 굴림으로써 지혜 없음과 신통한 앎에 이르지 못함을 버리시고 모든 중생을 교화하시어 부처님의 지혜를 건립하십니다.
나는 모두 권조하여 부처님의 위없는 대도(大道)에 이르도록 합니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부처님께서 멸도(滅道:열반)에 다다르실 때에는 선권방편으로 위신력을 건립하여 사리(舍利)를 유포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공양하게 하시고, 일체 중생의 뜻을 섭수하여 취하십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정법이 멸하여 없어질 때까지 나는 모든 권조할 만한 것은 권조하고, 부처님의 지혜와 위없는 대도(大道)에 뜻을 두었습니다.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모든 불세존께서 멸도를 나타내시자 함께 모여 있던 성문은 모든 장애를 넘어 독실한 믿음을 내게 되었으며, 법계의 맛[法界味]을 알게 되었고, 법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어 여덟 가지 그릇됨[八邪]을 건너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여덟 가지 원만평등함[八等]이란 무엇인가. 무위(無爲)의 종성(種性)의 지위에 머물러 종성의 무리가 흐름을 반대로 하면 수다원(須陀洹)에 이르고, 반대로 빙 돌면 사다함(斯陀含)이며, 이곳에서 죽어서 저곳에서 태어나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 이는 아나함(阿那含)이고, 무위이고 일으킴도 없고 다시 나아감도 없는 이는 아라한(阿羅漢)이며, 심오하고 미묘한 12연기의 바탕을 분별하여 훤히 아는 이는 벽지불이고, 눈으로 모든 것을 다 제대로 보아 지혜가 도달하지 않는 곳이 없는 이는 보살들입니다. 처음으로 마음을 낸 이[初發意者]는 마음의 평등함이 땅[地]과 같아 널리 갖가지 행에 들어가 진제(眞諦)를 행하며, 생사와 모든 법의 원인을 다하며[窮盡], 불법을 갖추어 퇴전하지 않고 일체의 태어남에서 태어나는 바가 없으면 능히 일생보처(一生補處)의 지위에 들어가 존재하는 것이 없는 지혜를 강설하고 선양하여 큰 광명을 진작시키며 모든 덕의 근본은 다 근본이 없으며, 또한 머무르는 바가 없습니다.
나는 이와 같은 모습의 법에 권조하고 부처님의 지혜와 위없는 대도(大道)에 뜻을 둡니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3세 가운데 있는 중생의 부류에게 모든 부처님의 눈[佛眼]을 깨끗하게 하도록 합니다. 보시를 받을 만하더라도 나 자신은 허용하지 않으며, 탐욕과 애착이 없으며, 지은 공덕과 금계는 다함이 없어 한량없습니다. 도의(道義)를 닦고 행함이 없는 것을 행하며, 모든 공덕으로 마음을 다하여 모든 부처님의 지혜와 위없는 대도에 이르도록 권조합니다. 차별이 없고 평등하여 손해가 없고 청정하여 더러움을 떠남이 마치 허공과 같습니다. 뛰어나고 오묘한 지혜 있는 뭇 성인들에 들어가면 가장 훌륭한 성중(聖衆)의 뜻에 이르게 됩니다. 정진하여 법을 행함이 자연스러워 공(空)과 같고, 진실함이 비할 데 없어 또한 무위(無爲)와 같으니, 이와 짝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권조하는 것을 요약하여 말하자면 과거ㆍ미래ㆍ현재 모든 불세존께서는 본래 보살행을 하시어 도를 구하실 때, 행하심이 한량없고 지혜바라밀과 선권방편으로 인해 장애가 없으시고, 진실한 행으로 청정함을 잘 닦으시며, 청정함을 행하신 다음에는 부처님의 지혜를 취하시어 증득합니다. 권조할 만한 것은 온갖 덕을 바탕으로 마땅히 권조하십니다.
나는 이러한 존귀한 법을 닦아 이를 권조하는 일에 힘쓰려 합니다. 부처님의 지혜와 위없는 대도(大道)에 뜻을 두고 시방세계에 가득한 티끌 수와 같은 모든 중생이 몸으로 행하는 일체의 일은 모두 부처님을 아는 것이어서 모두 다 마음을 내게 하되, 헤아려 아는 것이 아니게 하고 대도를 이해하여 자재하게 행하도록 합니다.
나는 마음을 다하여 이러한 갖가지 덕의 바탕을 권조합니다. 이 덕의 근본을 깨달아 알되 집착하여 잡지는 않으니, 일체의 모든 법은 허공과 같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덕의 근본을 이미 권조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본은 없는 것이며, 이내 모든 근본을 떠났기 때문에 호지(護持)할 수도 없고 마음을 두어 생각할 수도 없으며 고요하여 생겨남도 없으니, 이미 생겨남이 없는 경지에 도달했으면 모든 법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미 모든 법에 들어갔으면 덕의 근본을 권할 수 있으니, 예컨대 자신의 몸을 위하여 권조하고, 또한 다시 일체 보살에게 권조하여 중생들을 교화하도록 합니다. 모두 다 함께함이 다시 이와 같이 평등하여 차이가 없습니다. 족성자 보살대사는 부처님의 지혜를 권장하고 그것에 순응함으로써 잃어버리지 않고 대도에 이릅니다.
또한 족성자 보살대사는 이와 같이 심묘한 대의(大義)에 머물고, 그런 다음 다시 입으로 이러한 언설의 가르침을 베풉니다. 시방의 헤아릴 수 없는 모든 불세존께서는 그 세계에서 위없이 바르고 진실한 도를 얻어 최상의 바른 깨달음을 얻으시며 경전을 훤히 알아 네 가지 마(魔)를 넘어서서 어떤 것도 이루거나 잡지 않고 담박하게 법에 머무시되, 문자를 떠나 마땅히 성스러운 두 가지 일을 행하시니, 이와 같이 법에 이르며, 다시 관찰하시고, 선권방편으로 수법(受法)을 나타내 보이십니다. 그러므로 응하는 것에 따라 열어 교화함으로써 중생을 제도하시되 크게 슬퍼하심[大哀]을 잃지 않으십니다.
머리를 숙이고 여쭙겠습니다. 고요함을 즐겨 하시고 저 불수(佛樹)를 관찰하시며, 모든 하늘ㆍ용(龍)ㆍ신(神)ㆍ건달바가 본 것을 자문하면 음성과 언어와 문장을 다 알아 들으시고 일체를 말씀해 주십니까? 만일 이러한 행을 세우면 마(魔)와 그 권속을 항복받을 수 있고 모든 원수와 적을 교화하여 공격하지 않도록 합니다. 자극(刺棘)이란 3독(毒)을 말합니다. 원하는 것을 갖추어 즉시 생각한 것대로 하시고, 몽매하고 어두운 것을 멸하여 없애 세간을 끝없이 널리 비추시며, 성스러운 지혜의 광명이 한량없음에 들어 총명하게 분별하고, 도가 통하지 않은 곳이 없으십니다. 지혜의 바퀴는 막거나 훼손하는 것을 못하게 하며, 선권방편을 행하시어 일체 중생의 근본을 막힘 없이 아시고, 경법(經法)을 말씀하시어 억제하지 않으시고, 일체의 처소와 닫혀 있고 매여 있는 행을 모두 단절하시며, 무리의 어둠을 밝게 비추어 보시고 바라는 것을 수용하십니다.
오체투지(五體投地)하여 모든 부처님께 머리 조아려 존경하여 귀명합니다. 뛰어나시고 빼어나시어 가장 제일이시며 아무도 동등하거나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 위를 넘어서는 것이 없고 비유할 수가 없으며 반려가 될 수 없는 부처님의 지혜는 이와 같이 언급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며, 양끝[二際:열반ㆍ생사]이 없음을 관조합니다.
저도 이와 같은 예(禮)로써 부처님께 예경합니다. 어떤 것으로부터 생겨남이 없으며, 다다르는 곳도 없는 인욕(忍辱)의 예(禮)로 먼저 허물을 뉘우칩니다.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려 허물을 뉘우치고 스스로 귀의합니다. 재앙과 죄는 소멸되어 마치 구름이 걷히면 태양이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가령 한량없는 시방의 모든 세계에 가득하게 티끌이 있다면 이와 같은 숫자의 중생의 부류가 입으로 말하여 발심하는 경각에 모든 생각을 사념함이 헤아려 알 수 없습니다. 모든 부처님을 권조하여 법 바퀴를 굴리게 합니다. 모든 세존께서는 위없는 바퀴를 굴리시어 두 가지 바퀴가 따로 없는 곳에 이르시고 형상이 없으시며, 바퀴를 성취함도 없으시고 바퀴를 얻음도 없으시며, 일체 마라(魔羅:魔)의 그물 바퀴를 찢어 무너지게 하십니다. 오랜 옛날 이래로 어떤 것으로부터 생겨남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시고 대도에 이르시어 깨달음을 일으키는 바퀴를 굴려 중생을 교화하시며, 시방의 모든 불국토의 바퀴를 엄중하고 깨끗이 하시며, 일체지에 의해 많은 것을 꺾어 누르시고 힘으로는 어떤 것도 이 도의 바퀴보다 뛰어나게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십니다.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의 바퀴와 행하는 바 없는 바퀴와, 또한 생겨나거나 일어남이 없는 바퀴와, 존재하는 것이 없어 진제(眞諦)와 같은 바퀴와, 성취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성취함이 없는 바퀴와, 항복받을 수 있는 것에 대해 건너감[度]이 없는 바퀴와, 심오하고 미묘하여 12연기를 잘 이해하는 바퀴와, 온갖 마군을 파괴하고 외적을 물리치는 바퀴를 훤히 아십니다.
미혹과 위해(危害)와 원수를 없애고, 잡을 수 없고 궁극이 없는 법의 북[法鼓]을 두드리십니다. 또 언설이 없는 법의 소라[法蠡]를 부시고, 또한 법혜(法慧)의 깃발을 세우시어 성스러운 지혜와 해탈의 대광명을 아시고, 불이 활활 타오름이 끝이 없어 방추[錠]를 태울 정도이십니다. 질문하면 한량없는 감로를 비처럼 내리시고, 법 물방울의 물이 중생을 기쁘게 하며, 현성(賢聖)의 지혜와 위없는 대도(大道)는 바른 7각지(覺支)로 그것을 가득 만족하게 합니다. 일체 중생 부류의 태어남ㆍ늙음ㆍ병듦ㆍ죽음ㆍ근심ㆍ걱정과 슬피 통곡함과 번민으로 생각을 제대로 못함과 번뇌의 그물에 매여 있는 장애와 어둠과 가려짐이라는 나무의 뿌리나 묘목을 멸하여 없애십니다. 따라서 ‘지혜의 밝음은 끝이 없어 큰 등불과 같지만 중생이 본래 지은 업에 따라 죄와 복의 과보가 각각 나타난다’고 말합니다. 모든 세존께서는 무수하게 많아 헤아릴 수 없는 시방세계에서 부처님의 일[佛事]을 행하시고 법(法)과 율(律)을 잘 나타내 보이시며, 언어의 가르침을 끊지 않으시고 ,이치를 지혜로 잘 분별합니다.
또한 모든 보살들에게 다른 기별[授記]을 주시어 성스러운 대중 속에 견고하게 머물게 하여 중생을 교화하도록 하시며, 현묘하고 고요한 무위(無爲)를 구하게 하시고, 경전을 열어 받되 싫증나지 않게 하십니다.
모든 부처님 대성께서 멸도하시려 하면 나는 모두 권조하여 멸도하시지 않도록 합니다. 오로지 한마음[一心]에 뜻을 두시어 편안하게 행을 하시고 법계에 순응하여 머물러 항상 영원히 존재하십니다. 끝이 없는 수와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阿僧祇劫) 동안 중생을 교화하시고 6바라밀에 머물러 건너가매[度] 남김이 없으시며, 한 사람이라도 건너지 못하면 끝까지 버리지 않으시고 널리 모든 총지문(總持門)에 들어가도록 하십니다. 일체 모든 부처님의 삼매의 바탕이 되는 행의 시초를 보시고, 몇 가지 바른 뜻으로 큰 선정(禪定)을 건립하시고, 大乘에 뜻을 두도록 권하시고, 일체 모든 부처님 세계에 보내 나타내 보이시니, 모든 불세존께서는 태어나는 바도 없으시되 즉시 성도(成道)하시고, 태어나는 바가 있는 것처럼 나타나시지만 진실로 태어남이 없으시니, 멸하는 것이 없는 것도 이와 같아서 멸하는 것이 있더라도 저절로 적정(寂靜)하시어 모두 집착하는 것이 없으십니다. 이러하므로 족성자 보살대사는 부처님의 지혜를 권조하여 죄의 허물이 없기를 바랍니다.”
문수사리보살이 말하였다.
“이미 이와 같이 범한 과실을 뉘우치고 마땅히 위없이 바르고 진실한 도에 마음을 내어 항상 자비의 마음으로 중생들을 향하고, 원한 맺힌 것을 파괴하지 않더라도 이미 원망함이 없으니, 삼계에 초청하여 일체 중생의 덕의 근본을 권조하고, 머리 조아려 모든 부처님께 귀명하여 허물을 뉘우치고 법륜을 굴릴 것을 권조하며, 건립한 덕을 한량없이 나타내 보이면 마땅히 살운야지(薩芸若智:一切智)를 일으키고 모든 것이 영민한 지혜에 통합니다.
시방세계에는 매여 속해 있지 않은 진귀한 보배와 화만(花鬘)ㆍ갖가지 향[雜香]ㆍ바르는 향[擣香]ㆍ윤택한 향[澤香]ㆍ등불ㆍ의복ㆍ당기[幢]ㆍ일산[蓋]ㆍ채색 비단[繒綵]ㆍ기악(伎樂)ㆍ두드리지 않아도 스스로 울리는 북ㆍ궁전ㆍ목욕할 수 있는 연못ㆍ강ㆍ바다ㆍ샘의 원천ㆍ해와 달의 광명이 있습니다. 군주가 아닌 자는 또한 감히 이름도 댈 수 없습니다.
저는 스스로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이러한 것을 취하여 간직하고 모든 세간의 광명이신 부처님 천중천(天中天)께 바칩니다. 이와 같은 갖가지 공양과 신기한 보화와 기이한 보배로 모든 부처님을 받들어 모십니다. 삼계와 모든 천상 세간의 칠보수 나무[七寶樹木]와 자연스럽고 진기한 꽃향과 하늘이 즐기는 자리[牀臥]로 공양합니다.
다시 위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을 마친 다음에는 모든 부처님을 훤히 알고, 하나이거나 동등함에 대해서 이해하며 모든 부처님과 둘이 아니며, 형용(形容)이 없으며, 32상ㆍ80종호(種好)의 상호를 나타내시며, 선권방편으로 한량없는 색을 보이시고, 말씀하시는 음성이 멀리까지 들려 무수한 몸으로 교화하시며, 그 모습을 헤아릴 수 없으며, 모든 세계에서 처하는 곳이 없으시며, 법계에 머무르지 않으시되 성신(誠信)을 품습니다. 인연으로부터 해탈하여 공양받으실 만하시니 받들어 모시는 덕으로 모든 부처님께 바칩니다.
모든 세존께서는 모든 법계에서 움직이지 않으시고 모든 바라밀의 처소를 얻지 않으시며, 걸림없는 곳에 들어가 끝없는 곳에 이릅니다. 중생의 5음(陰)의 체(體)를 관찰하되 마치 광야가 주인도 없고 소유도 없는 것과 같다고 여깁니다. 이를 제대로 훤히 알지 못하면 쓸데없이 우환(憂患)이 됩니다. 중생의 부류를 교화하시고 살운야(薩芸若)에 뜻을 두시어 모든 지혜에 통하시며, 널리 갖가지 행에 들어가 여래의 몸을 취하십니다. 들어가는 행에 있어서는 유(有)와 무(無)를 다 버리십니다. 중생의 경계를 나타내 보이시어 교만이 없게 하시고, 부처님의 법 바퀴를 굴리시되 방일하지 않으시며, 희롱을 버리고 온갖 마군을 억제하십니다.
일반 사람들의 뜻한 바가 한량(限量)하지 않으므로 모든 근(根)을 끊어 제거함도 한량없게 나타납니다. 일체의 중생은 모든 그물에 처하지만 도(道)의 힘으로 그 뜻을 넓게 보여 주시어 평등한 일에는 5음이나 5개가 본래 없으며, 또한 동요됨도 없습니다. 모두 다 보문(普門:무량문)을 일으켜 널리 알리고 살운야의 지혜를 갖추어 이루게 하십니다. 모든 부처님의 공훈의 덕을 깨끗이 닦아 그 몸을 장엄하시고, 사리에 공양하기를 등ㆍ향ㆍ갖가지 꽃ㆍ여러 가지 향기로써 하고, 모든 곳에 공양구를 가지고 공양하는 덕으로 모든 부처님과 세상의 광명이신 분께 바칩니다.
모든 보살이 과거의 부처님 때에 얼마간의 공양을 마음에 집착함이 없이 모든 부처님께 바쳤습니다. 저도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권조하는 일을 세우니, 오로지 모든 대성(大聖)께서 대자비를 베푸시어 불쌍히 여기시고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문수사리보살이 말하였다.
“또한 족성자 보살대사는 자리에 머물러 말하기를, ‘내가 허물을 뉘우치는 것은 허망하여 실체가 없으며, 권조(勸助)하는 것도 또한 생겨나는 것이 없으며, 청하여 묻는 것 역시 존재하지 않으며, 이를 헤아려 뉘우치는 것 역시 허망하여 실체가 없다’고 합니다. 내가 권하는 것도 생겨나는 것이 아니며, 청하여 묻는 것은 이미 존재하지 않으며, 도(道) 또한 이와 같이 허망하여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생겨나는 바가 없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평등한 정(定) 역시 생겨나지 않으며, 건너는[度] 것이 없다면 집착함도 없고 생각[念]도 없습니다. 이미 집착함이 없다면 믿음으로 해탈할 수 있으며, 권조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머리 숙여 허물을 뉘우치고 공덕의 성품으로 도의 마음을 헤아리며, 일체 중생을 죄와 복이 없게 하고 자재함을 얻어 근본적으로 권조합니다. 온갖 덕의 근본으로 일체의 모든 여래께 공양하고 머리 조아려 귀명하여 등불ㆍ향ㆍ꽃ㆍ일산ㆍ영락(瓔珞) 등 약간의 물건을 바칩니다. 공양을 한 이는 이 공덕을 모두 한맛[一味]으로 삼아 청정한 행를 하며, 청정하게 된 이는 본래의 성품이 청정하고 곱고 깨끗하며 밝게 비추어 일체지와 동등하게 됩니다. 대보시를 하여 궁극이 없는 업(業)을 짓고 인화(仁和)하여 더러움이 없어 도를 행하는 것과 같습니다.
원하는 것이 모여들어 마땅히 여래의 도에 귀의하게 하여 위없이 바른 진리를 권조하여 최상의 정각을 이루게 하지만 일체의 모든 법에 권조하는 것도 없습니다.
가령 눈이 색을 보도록 권조하지 않아도 색이 자연함을 알고 눈으로 집착하지 않습니다. 인연과 보응이 그 식(識)을 헤아리는 것과 같습니다. 비롯되는 것은 눈으로부터 출현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색도 없습니다. 따라 일어났다가 무너져 멸하고 사라져 흩어지고 없어져 또한 머무는 처소가 없습니다. 귀ㆍ소리ㆍ코ㆍ향ㆍ혀ㆍ맛ㆍ몸ㆍ느낌ㆍ마음과 법을 권하는 것 역시 그러하며, 뜻[意]은 존재하는 법이 아닙니다. 모든 공덕 또한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도를 권조하지만 도는 덕의 근본이 아니며, 덕의 근본을 따른다면 인연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 행함으로 인하여 마음을 일으킵니다. 도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 또한 머무는 바가 없어 따라 일어났다가 무너지고 흩어져 멸하여 없어집니다. 저것은 그 마음으로 덕의 근본을 짓습니다. 마음을 사용하여 권조하는 행을 하는 이는 마음을 일으켜 전전(展轉)하되 서로 보지 않으니, 마치 등불이 낮 동안의 햇빛 속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어디서 오는 것도 없고 어디로 가는 것도 없습니다. 따라 일어나 불꽃을 내어 인연이 합해지면 이루어졌다가 홀연히 사라지니, 그 처소를 알지 못합니다.
보살의 도의 마음 또한 이와 같습니다. 지혜의 밝음으로 덕의 근본을 일으켜 나타내지만 이 또한 머무는 것이 없습니다. 이와 같은 모습으로 법을 낳는 것을 보살의 권조라고 합니다.
고요함에 들어가 결정적인 인(忍)을 얻고 성스러운 광명과 지혜의 비춤을 얻게 됩니다. 가령 보살이 이 법에서 노닐더라도 마음은 갖가지 더러움의 근원을 즐겨 행하지 아니합니다. 모든 불세존께서 증명하신 것을 마땅히 권조하여 덕의 근본에 뜻을 둡니다. 마치 모든 부처님의 지바라밀과 선권방편이 성스러운 지혜를 바탕으로 많은 보살들로 하여금 바른 덕을 행하게 하고 권조하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도 또한 그와 같이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이와 같이 정진하여 도가 널리 이르러 두루 미치지 않은 곳이 없도록 하며, 지성(志性)의 힘을 계승하여 한량없음에 들어갑니다. 또한 온갖 상념에 응하든, 응하지 않든 모두 버리고 제거하여 갖가지 성품의 행에 들어가 일체 여래가 진실함에 이르는 것을 사념하고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을 허공과 같다고 사유합니다.
일체의 모든 것은 평등하여 허공과 같다는 것을 능히 생각할 수 있으면 한량없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법계를 생각하는 행의 일체를 원만히 갖추고 신통한 지혜로 자재의 전당에 올라 펼쳐 그 마음을 드러냅니다.
세상의 때와 더러움을 모두 다 버리고 그물을 찢어 무너지게 하고, 스스로 경계하여 시방의 부처님인 천중천과 모든 보살 무리를 보며, 벗어나야 할 것을 남기지 않되 바라보지 않으면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이 다 한결같이 한 분이며, 덕의 근본으로 성스러운 지혜를 권조합니다.
나도 지금 권조하여 둘이 없는 세계[無二界]에서 일체에 두루 널리 이릅니다. 지금 이 덕의 근본 또한 이와 같아서 모든 군생(群生)에게 두루 이르러 펼쳐 일체의 모든 수레(탈 것)와 모든 보살문과 태어나는 땅으로 들어가게 합니다.
모든 것을 다 갖추어 보거나 생각하지 않는 것이 없으며, 안근(眼根)으로 하여금 중생을 보게 하고 마침내는 한량없는 부처님 일을 갖추어 준비합니다. 이근(耳根)으로 들어가면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일체의 천상ㆍ인간ㆍ곤충ㆍ날짐승ㆍ벌레의 음향과 말소리를 듣고 문자를 분별하여 결정적인 지혜를 펼치고 곳곳에서 다르게 구별하여 가르침을 원만하게 갖춥니다.
중생이 지은 모든 죄와 복이 돌아갈 곳은 그 행하는 바에 따라 결과의 실제를 볼 수 있습니다. 3세인 과거ㆍ미래ㆍ현재의 일을 관찰하여 중생을 훤히 잘 알고 잘 분별하는 행으로 그들이 말한 바를 잘 이해하며, 모든 덕의 근본이 본래 없고 머무는 바도 없으며 행하는 바도 없다는 것을 잘 알아 모든 바라밀을 원만하게 갖추어 널리 중생을 보고 평등하게 안내합니다. 항상 무아(無我)의 본제(本際)에 의지하여 일체의 세상 사람들과 언제나 즐겁게 지내려 하고, 함께 서로 바라보더라도 세간에서 장애가 없으며, 또한 험난한 구렁텅이가 없으니, 제일가는 도(度)를 얻습니다.
사유하여 들어가 일체 법을 끊고 모든 것에 통달해 들어가며, 모든 법계에 대해서 또한 무너지는 바가 없습니다. 그 노닐고 거주하는 곳은 미묘한 진제(眞際)이며, 그곳에 있는 온갖 고뇌를 가진 중생에게 불국토에 들어가 모든 찰토(刹土)를 관찰하게 합니다. 이 인간세계에서 밝은 눈을 얻어 널리 시방세계를 보고 일체 모든 부처님의 성스러운 덕을 계승하여 군생들의 심성이 나아가는 바를 찾아 살펴 잘 이끌며 죄가 덮는 그러한 행위를 억제하게 합니다.
가르침을 받은 것대로 간직하여 모두 다 나타내 보이고 자재함을 성취하며 도의 업을 받들되 어디로부터 생겨나는 바가 없습니다.
이 네 가지 평등[四等]과 네 가지 은혜[四恩]와 6바라밀[六度]이 부족하지 않아 곤궁과 액난을 구제하여 넓고도 구체적인 특수한 지혜에 이르게 합니다. 중생의 뜻과 성품이 각기 다양하여 같지 않더라도, 뜻하여 원하는 것대로 갖추어 전도되지 않게 하고 그 마음에 기쁨이 넘치게 합니다.
위세와 힘이 특이하니 짝할 만한 것이 없으며, 마음이 이미 한가함을 얻어 정각을 이루었습니다. 눈으로 중생의 성품이 행하여 나아가는 곳을 보고 그들 각각을 교화하고 궁극적인 것을 나타내 보이며, 보살행을 영원히 존재하게 하고 끊지 않아서 모든 중생이 모두 다 6바라밀을 갖추도록 하며, 바른 도에 머물러 남음이 없도록 합니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불세존께서는 모두 중생을 가르쳐 이러한 처소와 위없는 대도를 공양하여 받들어 모시게 하고, 뜻의 성품이 화목하고 우아하게 하시며, 부처님 앞에 참례하는 일을 갖추게 하시어 행함이 없는 법과 경도(經道)의 바퀴에 통하여 들어가게 하십니다.
일체 찰토의 중생의 지름길에 몸의 형태가 있는 자들이면 그들 모두를 교화하시고, 맑고 투철하게 즐거움이 넘치게 하여 타락하지 않게 하십니다.
눈으로 모든 부처님을 보고 봉양하고 귀명하여 이러한 덕을 바탕으로 일체의 색을 보십니다. 부처님의 형상을 보듯이 평등하게 시방의 찰토를 관조하면 모든 불국토를 엄밀하게 깨끗이 하며, 일체의 모든 천상과 인간, 기어다니는 것, 숨을 헐떡이는 사람과 동물들을 평등하게 관찰하십니다.
아첨하고 거짓말하는 것은 허깨비[幻化]와 같습니다. 널리 이러한 것을 헤아려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시고 평등하게 3세를 살펴 한 번 마음을 내는 경각에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으십니다.
일체의 모든 법은 비록 각기 개별적으로 다르더라도 평등하여 약간만 도력(道力)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일체 법으로 하여금 하나의 평등에 이르도록 하며, 상호(相好)가 없음을 잘 다스리고, 평등하게 선권방편을 알아서 중생의 마음이 그 뜻의 성품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관찰하십니다. 쇠약함에 따라 병에 맞게 약을 주십니다. 평등하게 위없는 바른 진리의 도혜(道慧)를 주시고, 세속의 모든 작위를 초월해 넘어서시며, 깨끗하고 곱고 고결하시어 평등에 귀의하십니다.
중생의 티끌[塵勞]과 원한 맺힘과 더럽고 혼탁한 지조(志操)를 씻어 없애 철저하게 맑고 깨끗하게 하시어 이 평등함에 귀의하게 하시고, 일체 모든 부처님께 귀의하게 하시며, 하나의 법신으로 장엄을 성취하게 하십니다.
유순(柔順)한 법에 뜻을 두어 익히시고 그 행을 준수하여 닦으시고 힘을 다해 정진하시기를 은근하게 하여 게으르지 않게 건너시려고 한다면 이 공덕을 바탕으로 시방의 사람들이 한 번 마음을 내는 경각에 널리 모든 중생에게 도달하여 사람들에게 보살행을 알리십니다. 모든 모여든 이들에게 언어와 말의 뜻으로 한 번 말씀함으로써 헤아릴 수 없는 가르침을 출현시키시며, 중생의 선권방편을 나타내 보이시어 한마음 생각하는 경각에 평등한 도의 문을 보고 듣게 하시며, 몸을 화현하여 감화시켜 구제하지 않음이 없으십니다. 법륜을 굴려 혀로 덮을 수 있음이 범천(梵天)에까지 이르시고, 그 음성은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여래의 몸은 도의 문을 나타내 보이시어 중생을 기쁘고 즐겁게 하시며, 한 번 널리 편안하게 하는 것으로써 얼마간의 광명이 한량없이 펼쳐집니다. 부처님의 도는 우뚝하여 단절됨 없이 일시에 드러나 나타나니, 입으로는 시방세계 5취의 처소에 베풀어 설하시고, 부처님의 모습을 변화시켜 나타내 보이시고 노닐고 거주하시며, 덕행을 갖추어 모든 중생들을 위해 가르침을 주시고 이러한 덕의 근본을 나타내십니다.
한량없는 총지법문[總持之門]을 닦아 광명이 우뚝한 지혜에 들어가 일체를 갖추게 하시어 성취되지 않음이 없게 하시며, 사람들이 행하는 갖가지 덕의 근본이 뜻의 성품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총지광명의 지혜에 들어가게 하십니다. 모든 천상과 일체의 사람들이 근심 걱정하고 고뇌하면 온갖 병통을 제거하여 총지광명의 비춤으로 들어가게 하십니다. 일체의 온갖 논의와 문자의 본래 자리[本際]를 총지광명의 비춤으로 들어가게 하시고, 일체의 모든 행과 모든 생각이 응하는 것을 모두 총지광명의 비춤으로 들어가게 하시어 널리 통하는 방법[普門]에 이르게 하시며, 모든 근을 구르게 하여 총지광명의 문(門)으로 들어가게 하십니다.
일체를 장엄하고 깨끗하게 장식하여 총지광명의 문으로 들어가게 하시고, 일체의 지름길에서 중생들이 좋아하는 갖가지 위신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여 총지광명의 문으로 들어가게 하십니다. 장애가 없는 총지의 모든 법은 얼마간의 무수한 위신력의 비춤으로 귀의해 나아가도록 하여 모든 것을 갖추게 하시고, 모든 부처님의 법을 다 얻어 총지광명에 들어가게 하십니다. 이러한 덕의 근본과 이러한 인연으로 모두 다 모든 부처님이 보고 포섭하여 보호하시며, 모든 부처님을 뵙는 것을 부모님 뵙듯 하여 불국토를 섭수해 취하여 엄밀하게 깨끗이 하시고, 모든 선우(善友)를 보는 대로 섭수해 취하시고, 모든 불세존을 공경하고 받들어 모십니다.
몇 가지 좋아함과 즐겨함과 흔쾌함과 기뻐함으로는 마음이 변하여 달라지지 않으시고 흔들리시지 않습니다. 중생을 섭수하여 가르침을 성취하시고, 모든 것을 좋아하여 보호하시되 온갖 악취(惡趣)는 성스러운 위신력으로 번뇌의 뿌리를 끊으시며, 모든 세간에서 나타나는 행집(行執)을 섭취해 선한 마음을 품으시고 일체의 경전을 가르쳐 교화하시는 경우에도 모든 법을 섭취하여 이끌어 안내한 바가 없으며 붙잡아 간직하게 하시려고 그것을 외우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이러한 덕의 근본을 사용하시고 이러한 인연의 과보를 바탕으로 하나의 일에 머물러 두루 많은 일을 보시며 많은 일에 머물러 하나의 일을 보시니 하나의 일은 일체의 일에 들어가고 일체의 일은 하나의 일에 들어가며, 하나의 뜻으로 가르침을 알려 일체의 모든 뜻을 열어 교화하시고 일체의 뜻으로 하나의 뜻을 일으키십니다.
인연 없음[無因緣]으로 모든 인연에 들어가시고, 모든 인연을 변화하여 인연 없음에 들어가십니다. 어떤 일의 법 없이 중생에게 들어가시고 성품과 행이 각기 다르지만 그 모습이나 행에 따라 그들을 가르치십니다.
생각[想]이 없는 가운데 모든 생각에 들어가시고, 아직 나아가지 못한 이들을 다 도에 들어가게 하시며, 모든 생각에 들어가시어 나아가게 유도하심으로써 생각 없음[無想]에 들어가게 하십니다.
이 덕의 근본과 이러한 일을 바탕으로 상서로움에 응하는 까닭으로 한 사람이 기를 머금는 만큼의 심성(心性)의 행(行)에 머무시어 두루 일체 중생의 마음이 귀의하는 곳을 보시고, 일체 중생의 마음속 뜻의 성품[志性]에 머물러 한 사람의 마음이 나아가는 바를 보시며, 궁극적으로는 광대한 마음을 원만하게 갖추게 되니, 가르침이 무한하게 됩니다. 한 사람의 마음을 권하여 교화하심으로써 일체 중생의 마음과 뜻에 품고 있는 것을 베풀어 보여 주시고, 일체의 마음으로써 하나의 마음을 일으키니, 모든 부처님의 위신력은 감동적입니다.
응하는 바대로 교화하여 일체 중생의 행을 이해하시어 한 사람의 마음을 유도하여 일체 중생의 마음의 행[意行]에 들어가게 권하시고, 일체의 마음을 하나의 마음에 들어가게 권하십니다. 중생계를 교화하여 나아가도록 권하시고 부처님 몸의 광명을 펼쳐 보이십니다.
마음은 사람이 없는 끝자리[無人之際]에 머무시고 사람이 없는 끝자리에 마음이 동요하지 않으시며, 처소를 건립하여 중생을 버리지 않으시고 바라밀을 얻어 게으르거나 권태로워하지 않으십니다.
이러한 덕의 근본과 이러한 일을 닦으시기 때문에 하나의 불국토에 머무셔도 모든 불국토 세계를 두루 보시고, 일체 불국토에 머무시어 하나의 불국토를 보시며, 모든 불국토로부터 다함이 없는 불국토[無盡土]에 들어가시고, 한량없는 불국토에서 하나의 불국토로 들어가십니다.
다함없는 본래의 자리[本際]를 장엄하여 꾸미시고 다시 국토를 깨끗이 하고 중생을 가르쳐 들어가게 하시어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끊으시니 흩어지지 않음이 없고, 하나의 국토에 머무시면서도 모든 국토를 교화하시며, 모든 국토에서 하나의 국토로 나아가도록 유도하십니다. 일체의 중생이 염(念)하거나 사유[思]하거나 생각[想]하는 것을 어떤 방면에 이르도록 사람들에게 발심을 권하고, 하나의 찰토에서 일체의 찰토로 들어가게 하시며, 하나의 국토에서 일체의 국토로 들어가게 하십니다.
한량없는 불국토에서 평등하게 삼계를 바라보시며 중생이 일으키는 일에 대해 흔들림이 없으시고 궁극이 없는 슬퍼함으로 사람들을 교화하시지만 처소도 없으시고 머무는 것도 없으십니다. 만일 여우 같은 의심을 품으면 모든 망설임을 구제하시어 중생의 부류를 제도하십니다.
이러한 덕의 근본으로 과거의 일은 과거로 들어가게 하시고, 또한 과거를 미래로 들어가게 하시며, 또한 과거를 현재로 들어가게 하시고, 미래의 일은 미래로 들어가게 하시며, 미래의 일은 과거로 들어가게 하시고, 미래의 일은 현재로 들어가게 하시고, 또한 현재의 일은 현재로 들어가게 하시며, 또한 현재의 일을 과거로 들어가게 하십니다. 일체의 과거ㆍ미래ㆍ현재가 평등한 모습에 들어가게 하시고, 현재로 하여금 현재로 들어가게 하시고, 그 현재의 것을 과거로 들어가게 하시며, 과거ㆍ미래ㆍ현재로 하여금 두루 평등함에 들어가게 하십니다.
이러한 덕의 근본과 인연의 과보로 모든 부처님께서 현재의 눈앞에서 삼매의 중요한 지혜를 얻게 되시고, 부처님의 덕과 성스러운 승가와 여래의 삼매와 정정(正定)을 성취하게 하십니다.
광명화여래(光明華如來)께서 장엄하신 삼매는 모두 깨끗하게 장엄하여 나타내신 삼매가 일체 색(色)을 보여 신삼매(身三昧)를 나타내며, 모든 음성에 들어 언사(言辭)삼매에 이릅니다.
또 수릉엄(首楞嚴)은 약간 종류의 반니원사(般泥洹事)를 나타내며, 불교의 삼매를 끊지 않음에 이르러 전일하고 엄밀하게 깨끗한 삼매와 궁극적으로 잘 머무는 삼매와 선정(禪定)의 마음 상태인 금강도량삼매를 성취하십니다.
금강삼매와 혜안삼매(慧眼三昧)는 이것들을 통해 비교함으로써 일체 중생의 마음이 행하는 것은 얼마간의 지조(志操)가 같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일에 도달하지 않는 바가 없으시니, 여래의 삼매도량입니다. 각기 개별적으로는 다르지만 저 신통력의 지혜에 이르게 하시어 원하는 바를 원만하게 갖추도록 하십니다.
이러한 덕의 근본으로 저와 중생이 다 나아가거나 물러나는 자유를 성취하게 하시니, 궁극적으로는 그 은혜를 입어 청정하게 교화됩니다.
이러한 덕의 근본으로 일체 중생의 눈의 근원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눈과 같게 하십니다. 일체 세간의 중생이 거주하는 곳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것은 부처님의 귀와 같이 되도록 흥성시키시니, 그 들을 수 있는 능력은 끝이 없게 됩니다. 중생의 코는 부처님의 코와 같은 능력을 얻도록 하시어 끝없이 철저하게 통하도록 하시지만 집착하는 바가 없으십니다. 모든 중생이 혀의 능력을 특수하게 하여 세존의 장광설(長廣舌)을 얻게 하심으로써 그들이 가르치는 바가 부처님의 말씀과 같게 하십니다.
일체 세간의 법에 처해서 몸의 일을 지으시고 발흥(發興)시켜 모두 부처의 몸[佛身]을 이루게 하시고, 일체 법계 가운데 처해서 어느 곳에 처하신 바도 없이 중생을 교화하시며, 일체의 행하는 것은 부처님 지혜의 업을 지어 그 사람들의 뜻[志性]이 원하는 것에 따라 병에 맞는 약을 주어 그들을 교화하십니다.
일체의 모든 향은 부처님의 덕의 내음[德馨]으로 변하여 도(道)의 일을 훈습합니다. 일체의 모든 맛은 변화되어 익히는[習] 뜻의 맛을 성취합니다.
일체의 세활(細滑)은 부드럽고 화기(和氣)로워 내적인 성질이 사람의 의업(義業)에 들어갑니다. 일체의 모든 법은 모두 가르쳐 이끌어 도법(導法)을 이루게 하여 중생을 교화합니다. 이것이 모든 들어가는[入] 것입니다.
나는 마땅히 모든 부처님께서 깨달아 들어가 통달하신 지혜를 이루게 하여 사람들의 5음과 5개 등 모든 정(情)이 쇠락하게 합니다. 나는 마땅히 법은 흥하게 하고, 모든 쇠락하는 것들은 소멸시키고, 불사(佛事)를 지어 모든 세계로 하여금 모두 다 부처님 세계가 되게 합니다. 일체의 모든 근(根)을 어떤 근도 없게 하고, 부족한 근을 도(道)의 근이 되게 합니다.
이러한 덕의 근본과 이러한 인연 때문에 머무는 바가 없는 지혜를 건립하게 되고 성스러운 도가 처하는 곳에 건립하여 두루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다 그것들을 훤하게 비추어 보도록 하여 일체의 색이 변화하여 부처님의 형상이 되도록 합니다. 이러한 까닭에 각각의 사람들로 하여금 그 지혜를 훤하게 이해하게 하며, 모든 음향을 변화시켜 다 부처님의 음성을 이루게 하여 일반 사람들을 위하여 도의 가르침을 널리 선포하게 합니다.
이와 같은 데에 가깝게 하며,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티끌과 탐욕의 문을 청소하여 다 없애게 하고, 모든 보살들이 그 행을 치료하여 도법(道法)의 문으로 들어가게 합니다. 이것이 일체 사람들의 뜻의 성품[志性]의 일을 깨끗하게 합니다. 중생을 기쁘게 하는 지혜의 집이 무승지(無勝地)의 세력이 있는 국토에 들어갑니다.
보살도를 행하여 아래로 응할 때에는 어긋나거나 잃지 않습니다. 몸으로 행하고 입으로 말하고 마음이 업을 닦는 경우에 걸림이나 장애가 없으며, 위험이나 해로움이 없고 감추거나 숨길 것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선포합니다. 또한 허망하지 않게 행하여 신통력을 얻고 알아야 할 바를 갖춥니다.
이러한 덕의 근본으로 나의 몸과 모든 중생이 다 청정함에 이르는 것을 성취하여 사람들을 위해 강의하여 설명해 주는데, 이것이 보살대사가 행하는 바입니다. 부처님의 지혜를 권조하여 진제(眞諦)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문수사리보살이 이 오체회과품(五體悔過品)을 설할 때 5백 보살이 모두 어디로부터 생겨나는 바가 없는 법인[無所從生法忍]을 얻었고, 여우 같은 의심ㆍ머뭇거림ㆍ허위ㆍ닫히고 매임ㆍ전도된 번뇌[惑]를 제거하여 버렸으며, 여래제광조요보살(如來齊光照曜菩薩)은 일체 모든 부처님의 파괴되지 않는 삼매의 정(定)을 얻었다.
이때 세존께서는 도력 있는 귀로써 문수사리보살이 강설하는 말을 멀리서 들으시고 깊이 살피고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어진 이가 상쾌하게 이를 설하여 모든 보살의 장애와 죄의 덮음을 제거하고 도에 들어갈 것을 권조하였다. 만약 어떤 보살 무리가 이렇게 권조하는 가르침을 듣는다면 능히 받들어 지니고 암송하고 강의하여 설할 것이니라. 이와 같다면 오래지 않아 모두 일체의 죄의 덮음을 멸하여 없애고 장애가 없게 될 것이니, 등불이나 촛불이 어두운 방 안에 들어가면 많은 어둠이 제거되는 것과 같으니라. 마치 태양이 떠올라 천하를 비추면 그 광명의 은혜를 입지 않는 곳이 없는 것과 같고, 맹인이 눈을 얻는 것과 같으며, 귀먹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것과 같고, 말 못하는 사람이 말을 하게 되는 것과 같으며, 다리를 저는 사람이 제대로 걸을 수 있게 되는 것과 같고, 꽉 막힌 사람이 통하게 되는 것과 같으니라.
5음(陰)이 스스로 사라지고 여섯 가지 쇠락함이 멸하고, 법당에 오르고 도의 집에 들어가며, 지혜의 누대를 넘어서고 대성인(大聖人)의 전각에 처하게 되느니라.
법당이란 무엇인가?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이 이미 펼쳐져 장애가 없고 세 가지 달통한 지혜를 얻는 것을 말한다’고 하셨다.
도의 집[道室]이란 무엇인가? 부처님께서는 ‘삼매의 정(定)을 얻어 시방의 부처님을 보는 것이니, 마치 사람이 거울을 가지고 비추어 보면 멀거나 가까운 것에 관계없이 두루 모든 것이 보이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
지혜의 누대란 무엇인가? 부처님께서는 ‘지바라밀[智度無極]로 일체가 공하여 집착할 바가 없다는 것을 알고 대자대애(大慈大哀)하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대전각(大殿閣)이란 무엇인가? 부처님께서는 ‘선권방편(善權方便)으로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알 때 유위(有爲)에 머무르지 않고 무위에 처하지 않으며, 법신과 더불어 합하거나 합하지 않거나 흩어지지 않으면서 삼계의 형태를 나타내고 부처의 몸을 변화시켜 나타내며, 상호(相好)가 위엄 있는 용모를 갖추어 도의 가르침을 선포하고, 혹은 보살ㆍ성문ㆍ연각ㆍ고매한 선비ㆍ대성(大聖)ㆍ범부ㆍ우행(愚行)을 위하여 적절한 때에 맞추어 교화하며 시방세계를 제도하여 해탈시켜 구제하지 않음이 없이 대도(大道)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여래제광조요보살과 현자 아난과 모든 하늘ㆍ용ㆍ귀신ㆍ아수륜 및 세간 사람들로서 환희하지 않은 자가 없었으며, 모두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