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에 관한 질문 / 고두현
누에는 고치 속에서 번데기로 열흘 살고 나방이 되오.
고치 하나에 1,500미터씩 나오는 실로 명주를 짜고
비단옷을 만드니 열흘 사는 누에집이 곧 비단집이오.
제비는 진흙과 지푸라기로 밤낮 제집을 지었다가
여섯 달 뒤 버리고 이듬해 돌아와 새 둥지를 트오.
까치는 한곳에 머물면서도 해마다 새집을 짓고
헌 집은 기생충 때문에 다시 쓰지 않는다오.
보금자리란 이렇게 새가 알을 낳거나 깃들이는 곳
지내기에 매우 포근하고 아늑한 곳을 가리키오.
이들이 창자에서 실을 뽑고 침으로 진흙을 반죽하며
부지런히 띠풀을 물어오느라 주둥이가 헐고 꽁지가
빠져도 피곤한 줄 모른다고 다산 선생이 말하였소.
열흘 사는 미물도 이렇듯 생을 다해 짓는 게 집이거늘
백년을 살다가는 우린 어떤가 하고 오늘 다시 묻소.
ㅡ계간 《열린시학》 202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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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현 시인
1963년 경남 남해 출생. 경남대 국문과 졸업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오래된 길이 돌아서서 나를 바라볼 때』
시선집 『남해, 바다를 걷다』 등.
김달진문학상 외 수상.
현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