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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앞 민심 법원 안 막장
자유일보
홍승기
지난 주 출근길 법원 앞 풍경, 수십 명이 모여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제법 큰 카메라가 몇 개 고정되었고, ‘민주당’이며 ‘백현동 사건’이라는 플래카드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급히 길을 건너다 말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 점잖지 못하게 쌍소리까지 절로 따라 나왔다. 그 순간 빙긋 웃는 대학 동기 얼굴이 잡혔다. 한 호흡 쉬고 들으니 빨리 유죄 판결을 하라는 듯했다. 약간 민망해서 잰걸음으로 사무실을 향했다.
두어 시간 뒤에 친구가 전화를 했다. 먼저 질렀다. "아니, 당신이 왜 거기서 나와? 이재명 무죄 판결하라는 억지인 줄 알았지." "떠날 사람 빨리 떠나라는 집회야. 정치가 제대로 굴러가야지."
현실정치에 무관심하다보니 전화를 끊고도 상황 판단이 더뎠다. 민주당 원외지구당 당직자 중에 이재명 대표에게 반기를 든 몇몇이 나섰나 싶었고, 어쨌든 그런 변화가 반가웠다.
오늘 출근길에 그 수십 명을 또 만났다. 친구가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어기적어기적 가방을 무릎에 끼고, 외투 안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찬바람에 곱은 손으로 사진을 찍었다.
플래카드 글씨가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이재명 백현동 사건 재판 공판만 66차! 신속재판 촉구한다-새미래민주당." 사무실에 와서 당명을 검색하고서야 친구가 민주당을 탈당한 사실을 알았다.
친구는 촉망 받던 정치지망생이었다. 민정당 실세 국회의원 이종찬의 보좌관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색했으나 그저 이해하려고 했다. 이종찬 의원은 민정당 사무총장에서 DJ호로 갈아탔고 DJ의 안기부장으로 여전히 권세를 누렸다.
거물급은 당적을 바꿔도 나름의 셈법이 있다. 따라간 보좌관은 아무도 보호하지 않는다. 저쪽에서는 배신자이고 이쪽에서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이다. 국회의원 출마를 하면 구속이 됐고 천신만고 끝에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를 받았다. 다행히 소박한 고향 도시에서 시장에 한번 당선됐다.
공수처가 경찰이 검찰이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매일 막장 드라마를 쓴다. 서부지방법원장이 신평 변호사를 고발했다기에 피식 웃었다. 오늘 아침, 마이크를 통해 들리던 친구의 걸걸한 목소리가 새롭다. "이제 보내야 할 사람은 보내고 정치를 회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치도 회복해야 마땅하지만, 망가진 사법은 어떻게 회복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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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기 변호사·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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