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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회
시즌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5월부터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의 굵직굵직한 이적이 터져나왔습니다. 범주를 조금 확장시켜보면 더 많은 선수들이 있겠지만 근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선수는 바로 디에구와 마리오 고메즈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적시장 벽두부터 리그 최대어들이 - 프랑크 리베리를 제외한 - 새롭게 팀을 찾은 까닭에 앞으로의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시중에 풀린 어마어마한 돈은 재투자 혹은 대체재 구입에 사용되기 마련이니깐요. 당장 엄청난 판매대금을 손에 넣은 브레멘과 슈투트가르트는 예전과 같았으면 '그림의 떡'이었을 법한 선수들과 연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디에구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죠. 개인적으로 21세기 들어 분데스리가 최고의 사이닝은 디에구를 헐값(?)에 잡은 브레멘의 선견지명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브레멘은 디에구와 함께 리그 상위권 클럽들의 위치를 공고히 했고 디에구 역시 브레멘이라는 공격 지향적인 팀을 만나 잠시 잊혀졌던 자신의 재능을 만개했죠. 이런 점에서 양자의 지난 3년은 '윈-윈' 게임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었죠. 언젠가 디에구는 브레멘을 떠나 더 큰 클럽으로 이적할 선수이며 단지 그 시기가 문제였음을 말이죠. 사견이지만 브레멘은 디에구를 붙잡을 수 있는 최대한의 '한도'를 다 채웠다고 봅니다.(사족이지만 바이에른이 리베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길어봐야 다음 시즌까지로 봅니다만... 뭐 이건 추후에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네요)
물론 소위 말하는 월드클래스를 지닌 선수 - 분데스리가에서는 손에 꼽을만한 - 를 떠나보내는 것은 지난해 라파엘 판 더 바르트의 이적과 같은 맥락에서 아쉬운 일임에 분명합니다. 라이벌 클럽의 팬이 봐도 말이죠.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은 브레멘의 입장에서는 실로 적절한 타이밍이었다고 보여지네요. 우선 2450만 유로라는 거금의 이적료 수입을 기록하며 향후 이적시장에서의 충분한 실탄은 물론 수류탄까지 확보한 기분입니다. 성적에 대한 압박과 클럽이 지닌 야망을 기저에 깔아두면, 브레멘이 이 금액을 시티뱅크에 쌓아둘 팀은 아니죠. 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리얼부'들이 활개를 치고 다녀서 그렇지, 클럽의 자체적 예산 조달까지 합쳐 형성될 3000만 유로 이상의 영입자금은 굉장히 큰 액수임에 분명합니다. 역설적으로 브레멘이 이적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디에구를 통해 열린 셈이지요.
금전적인 문제는 물론, 디에구의 이적은 시기적으로도 적절했다고 보여집니다. 디에구의 보유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를 중심으로 한 팀 운영을 부르는 것이겠죠. 디에구의 원맨쇼는 브레멘이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그가 부진할 때나 결장할 때 현격히 떨어지는 브레멘의 공격력과도 밀접한 함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워낙 뚜렷한 중앙 프리롤의 색채를 가지고 있었던 디에구의 성향상 4-4-2 다이아몬드 시스템의 정형화도 하나의 문제가 되었지요. 이는 지난 시즌 상대적인 부진과 맞물리며 팀 체질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고개를 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제도씨는 지난 시즌의 교훈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추구해온 공격 시스템 - 걸출한 플레이메이커를 활용하고 미드필더들의 확실한 역할분담을 추구하는 - 의 손질을 생각하고 있을겝니다. 바야흐로 지난 몇 년간 브레멘을 지배해 왔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열차게 밀어붙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뜻이죠. 브레멘 공격축구의 핵심인 미드필드는 지금까지 정형화된 틀에 적절한 선수를 키워 맞추는 경향이 강했습니다만 아마도 다음 시즌에는 확실히 다른 전술적 색채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프랑크 바우만의 은퇴와 기동력이 현격히 떨어진 토어스텐 프링스에 대한 고민도 함께 녹아 있어야겠죠.
샤프 감독의 머릿속에 어떤 구상이 자리잡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현재까지 연계되는 선수들을 보면 공수 양면에서 소폭의 변화가 있으리라 봅니다. 이 정도 덩치의 클럽에서 대대적인 변화란 필연적으로 큰 위험성을 동반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엄청난 도박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 같구요. 우선 디에구와 바우만의 동시 이탈로 인해 미드필드의 정리가 필요하겠죠. 브라질에서 쉬고 계시는 그 분이 아닌 마르코 마린과 끈질기게 연계되는 것을 보면 브레멘이 더 이상 플레이메이커에 의존하지 않을 것임을 넌지시 시사하고 있다고 봅니다. 메수트 외칠과 마린은 디에구보다 좀 더 측면에서 활약하는 비중이 높은 선수일 뿐더러 디에구만큼 높은 볼 소유권을 요구하는 선수도 아니기 때문이죠. 공격 루트를 다변화하겠다는 팀의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도 했구요.
바우만이 해줬던 역할 - 지난 시즌이 아닌 전성기 당시 - 인 중앙의 청소부 역할을 수행할 선수는 오히려 '영입 0순위'에 놓고 진행해야 할 상황이라 봅니다. 프링스가 정상이라면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역시 전성기의 활동량이 나오지 않는 시점에서 강력한 홀딩 미드필더의 필요성은 누차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겠지요. 더 이상 디에구가 없고 팀 공격전개의 방향이 좀 더 측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프링스의 적절한 공격가담을 위해서도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강력한 보디가드는 그 가치가 높다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런던으로 돌아갈 것이 유력한 클라우디오 피사로의 대체자도 관심거리인데요. 영입될 미드필더들의 면면에 따라 전술적 색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피사로의 대체자가 변화의 화룡점정을 담당하지 않을까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동안 샤프 감독은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피사로 같은 미드필더와의 연계플레이에 능한 공격수들을 선호해 왔습니다. 마르쿠스 로젠베리의 중용이나 마리오 만주키치의 영입설 등도 같은 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구요. 그러나 만약 브레멘이 좀 더 정통스러운 스타일의 중앙 공격수를 영입한다면 팀의 공격 전술 자체가 아예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봐야겠습니다. 측면에서 공격이 주도되고 휴고 알메이다와 같은 스트라이커들이 페널티 박스 내에 포진되어 있는 브레멘의 공격진이라... 물론 어떻게 조합하느냐는 샤프 감독의 몫이겠죠. 많은 분들이 지적하시는 수비진은 두 눈이 달린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개편안이 준비되어 있을거라고 봅니다.
고메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오면... 우선 물경 3000만 유로에 이르는 그의 이적료가 부담스럽다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결코 비싼 금액이 아니라고 봅니다. 우선 고메즈는 득점에 있어서 만큼은 리그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사나이'죠. 여기에 자국선수이며 젊다는 프리미엄은 적어도 바이에른에서 생각 외로 큰 가치를 지닙니다. 자신들이 독일을 대변한다는 강한 자의식을 가진 바이에른은 항상 자국출신의 슈퍼스타를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렸던 클럽이니깐요. 또한 유로 2008에서의 시종일관 삽질의 기억을 접어두면 그는 대외컵에서도 쫄지 않고 준수한 성적을 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게다가 고메즈의 종착역이 남독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죠. 이말은 즉슨 2-3년 뒤 바이에른이 고메즈를 재판매함으로써 원금을 상당 부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연결됩니다.
우야튼 슈투트가르트는 이 슈퍼스타의 판매로 역시 엄청난 자금을 손에 넣었습니다. 팬 포럼에서는 "왜 하필 바이에른이냐"라고 원성을 자자한 걸로 알고 있지만 세어도 세어도 끝이 없는 쩐은 일말의 위안을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죠. 냉정히 말해 슈투트가르트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재투자만 잘된다면 지난 시즌 이상의 전력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죠. 앞으로 들어올 선수들의 면면도 기대가 되지만 이러한 예상을 섣불리(?) 내리는 것은 이 팀의 펀더멘털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고메즈의 이탈이 득점력에 있어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는 하겠지만 팀의 뼈대가 그대로 살아있는 한 대체는 가능하다는 이야기죠. 개인적으로 디에구가 빠진 브레멘과 고메즈가 빠진 슈투트가르트를 놓고 봤을 때 오히려 그 타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확률은 슈투트가르트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해야하는 상황상 슈투트가르트 역시 이적시장을 부지런히 누빌 것으로 전망됩니다. 물론 첫 타겟은 고메즈의 득점력을 대체할 스트라이커겠죠. 치프리안 마리카를 1년 더 믿어보는 상식 외의 행동은 하지 않을테니깐요. 다만 팀의 입장에서는 고메즈의 이적으로 단단히 삐져있는 팬들의 마음을 돌릴만한 '대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팬들의 영원한 페이버릿인 알렉산더 흘렙의 복귀 떡밥이 쉴새없이 투척되는 것, 그리고 이름만 들어도 "오, 통 좀 커졌는데?"라는 말이 나올법한 스타 선수들과 연계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겠죠. 이적 수입의 절반 정도는 여기에 투자되지 않을까 싶고 나머지 절반은 벤치 멤버의 양질을 보강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에 사용될 것 같네요.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쪽팔리지 않는 성적을 위해서는 현재의 선수들보다 더 뛰어난 인재들이 적어도 3명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고메즈의 이적을 통해 팀의 기초체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2002년 바이어 레버쿠젠이 보여줬던 어설프고 소극적인 행보가 재현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천금같은 기회를 날려버림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도태되는 재앙을 의미하겠죠. 분명 슈투트가르트는 '셀링 클럽'이 아니지만 앞으로도 팀 잔류와 이적을 사이에 두고 고민할 수많은 어린이들을 생각할 때 이 기회에 클럽의 파이를 키워놓을 필요가 있음은 확실해 보입니다. 올 이적시장의 행보는 단순히 다음 시즌의 성적뿐만 아니라 슈투트가르트의 향후 2-3년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흘렙의 이적으로 벌어들인 금액을 훌륭하게 썼다고는 말하기 힘든 슈투트가르트의 과거까지 감안하면(욘 달 토마손과 예스퍼 그롱카예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겠지요.
물론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 특성상 이 선수들의 성장이 팀 전력 상승에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미래는 밝다고 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토마스 히츨스페르거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 베테랑 선수의 영입은 반드시 필요하겠죠. 한 시즌을 치르면서 팀에는 응당 업앤다운이 있기 마련인데 지난 시즌 슈투트가르트의 모습은 다운되는 젊은 선수들을 지탱해줄 베테랑들이 너무나도 미비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찌됐건 슈투트가르트는 클럽 역사에 길이 남을 뜨거운 여름을 보낼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다음 시즌 종료 후 그들이 받아 들인 성적표가 벌써부터 궁금해질 정도네요.
p.s : 오히려 슈투트가르트에서 가장 걱정되는 건 벤치라고 생각하는... 이적시장에서의 대대적인 영입으로 기대치가 높아질테고, 챔피언스리그 무대가 선사하는 중압감과 빡센 일정. 흠, 저만의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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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지금 브레멘에서 가장 큰 구멍은 풀백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도씨는 혹시 샤프인가요?! 헐..
아...뭔가 했더니...ㅋㅋㅋ
브레맨은 손볼곳이 너무 많은..슈트트도 베스트11은 좋은데..서브진이..
브레멘은 전력이 상당히 불안한 곳이 많다고 봅니다. 우선 센터백들의 호흡이나 전술적 문제도 보완되어야하구 양사이드백들의 기량이 미달에다가 미들진의 전반적인 구조개선, 공격진의 선택문제등이요... 사실 아직은 내년의 브레멘 성적을 낙관하기는 힘들듯 보입니다.
브레멘 전력이 상당히 불안한 이유는 팬들의 기대치가 이제 더이상 리가내에서가 아니라 유럽에서의 위치를 생각하기때문이라고 봅니다.. 우에파 클럽랭킹 8위 팀 치고는 사실 스타플레이어가 부족한건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센터백들의 호흡이 문제이기 보다는 팀 전체적인 전술이 공격적이다보니 뒷공간을 너무 많이 내주는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호흡만 본다면 지난 4년간 꾸준히 주전으로 출전한 날도 메아테 라인은 리가 어느팀 수비라인보다 호흡이 잘 맞는다고 볼수있겠죠..
또한 전술적인 문제점은 사실 어느팀이나 가지고 있는거죠...전술이라는것이 시소와 같아서 공격적으로 조금 기우면 수비쪽에서 구멍이 생기는거죠..이 균형을 어떻게 잘 맞추느냐가 참 힘든것이겠지만 ,올시즌 유럽무대에서 AC 인터 밀란을 이겼고 , 우에파 준우승에 포칼 우승이라는 성적을 올린 브레멘의 전술이 그렇게 보완해야할점이 많을정도로 실패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양사이드백들의 기량미달과 디에고 바우만이 빠진 미들진의 구조개선은 저 역시 동감하는바입니다.. 또한 브레멘의 내년시즌 성적을 낙관하기는 힘들것으로 보는것 도 그렇구요.....사실 브레멘 전력이 약해지는것보다는 , 타팀들의 전력이 강해진다고 보는것이 맞겠죠... 리가의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가는거죠.... 막강자금력의 볼스북 호펜하임 HSV , 전통의강호 샬케 레버쿠젠 슈투트 , 복병 도르트 헤아타... 바이에른 역시 더이상 우승을 장담 못할정도로 상향평준화 되버렸고 , 상대적으로 자금력이딸리는 브레멘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되는것 같네요..
아~ 물론이죠 ㅋ 브레멘의 전력이 불안하다는 것은 브레멘의 기대치와 유럽 대외컵에서의 좋은 성적을 조건으로 걸었을때를 말하는 것이죠. ㅋ 이번에 디에구 판 돈으로 제대로 보강했으면 합니다. 다만 전 마린과 외질... 이 두명이 디에구에 좌지우지 된 과거보다는 공격면에서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다만 2% 부족했던 센터포워드를 확실히 한 선수에게 주전을 보장좀 해주거나 영입을 하고 사이드백 영입은 필수로 보여집니다. 셀틱의 힌켈좀 노려보면 좋을텐데요...
브레멘의 성적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것은 우승권을 말하는 것이죠 ㅋㅋㅋ 올시즌 같이 이런 순위에 머무는 일은 절대 없길 바랍니다. 전 어느정도 분데스리가도 상위권층이 형성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