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이 아닌 ‘공존동생’으로
최근 서울의 한 중학교에 설치된 유전자증폭(PCR) 이동형 검사소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동아일보DB
“한번 걸려 보니 죽다가 살아난 것 같습니다.”(S대 의대 교수)
“입원할 정도는 아닌 줄 알았는데, 입원 후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 보니 폐렴이 있더라고요.”(G대 의대 교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걸려 고생한 주변 의사들의 얘기다.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으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분들이다. 그런데 막상 걸리고 보니 심한 가슴통증과 음식을 삼킬 수 없을 만큼의 인후통을 경험했다고 한다. 67세 신경외과 의사 한 명은 목이 아프고 가슴에 통증이 있었지만 재택치료를 하다 뒤늦게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여전히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치명률이 낮아 ‘엔데믹(계절성 유행)’을 염두에 두고 정부가 거리 두기를 확 푼 탓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세계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문제는 확진자 수가 많다 보니 사망자 수도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려대 예방의학과 최재욱 교수는 “현재 방역 포기와도 같은 거리 두기 완화 때문에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사망자 줄이기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만약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을 때 확진자들이 챙겨야 할 사항은 어떤 것이 있을까. 무엇보다 본인이 고위험군인지 아닌지 스스로 챙겨야 된다. 고위험군은 코로나에 걸리면 폐렴이나 중증 사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고위험군은 △60세 이상 고령자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자 등 만성병 기저질환자 △암환자, 이식환자, 스테로이드 등 면역억제제 복용자 △6세 미만의 영유아 등이다. 임신부도 포함된다.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걸리면 조산, 유산 등의 위험이 있다.
고위험군이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가장 위험한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폐렴으로 발전해 산소가 떨어지면 호흡곤란이 와서 숨쉬기가 괴롭다. 그러면 위험한 신호다. 그런데 코로나19 특징상 폐렴으로 인한 호흡곤란은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측정기가 없다면 8∼10개 단어로 된 문장 하나를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이런 문장을 끝까지 말하지 못하고, 중간에 한 번 숨을 쉬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호흡곤란으로 보면 된다. 그 외에 의식 저하, 극심한 두통, 어지럼증을 느끼면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가야 한다.
요즘은 약국에서 감기약조차 구하기 힘들다. 확진자가 워낙 많아 조금만 증상이 생겨도 감기나 몸살 약을 처방받기 때문이다. 감기약을 만드는 제약사도 수요가 이렇게까지 늘어날 것을 예상하지 못해 생산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가글액까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약사들의 단체 채팅방 등에선 감기약을 구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진다.
더구나 확진자들이 열이 날까 봐 미리 혹은 미열 정도만 있는데도 예방 차원에서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38도 이하의 미열은 우리 몸에서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와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굳이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보다는 몸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 증상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지 점점 악화되고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39도 이상의 고열은 전신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해열제 복용을 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특정 해열제를 찾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해열제도 간에 해로운 해열제가 있고 신장에 해로운 해열제가 있다. 약통에 쓰인 부작용을 자세히 읽어보고 평소 본인의 건강에 맞춰서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19의 장기화, 확진자 급증, 의료계 과부하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다. 혹시 우리 주변에 돌봐줄 사람 한 명 없는 고위험군 확진자가 있다면 전화 한 통으로 안부와 건강을 묻는 등 각자도생 대신 ‘공존동생(共存同生)’으로 살아가면 어떨까.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