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사 솔숲길 4시간이나 걸었고 현대차 직원을 위한 강의를 마치니 5시 30분
점심 먹을 틈이 없어 저녁을 때울 요량으로 당진의 삽교천 방조제를 찾았다.
저녁 무렵 인파로 북적거려야 할 수변공원 앞에는 여행객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컸다보다.
호객행위 하는 아주머니만 가득하다.
쌍쌍이나 단체여행객에만 밥 먹으라고 권할 뿐
혼자 어슬렁거리는 내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진작 밥먹을 사람은 난데 말이지.
그런데 어떤 할머니가 네게 다가와 자기 식당에 가서 식사하라고 권한다.
집에 가야 하는데 오늘 차비는 벌어야 한다고
마지못해 할머니 뒤를 따라 갔는데 할머니는 다리를 심하게 저는 것이다.
“손님을 이렇게 모시고 가다가 자빠졌시유.”
할머니의 식당은 바다 경치가 좋은 3층 횟집이었다
원래 칼국수만 먹으려 했는데 다리 불편한 할머니가 안스러워 산낙지까지 시켰다.
‘이 정도면 오늘 차비는 벌겠지.’
“할머니, 다른 아줌마들 저보고 호객행위를 전혀 안하는데 할머니는 왜 하셨어요?”
“원래 혼자 온 사람은 무서워유, 안주 하나 시키고 소주 서너 병 마시고 바다보고 울고.....거기다 술까지 취하면 아주 골치 아파유. 그래서 혼자 온 사람한테 다가가지 않아유. 그런데 아저씨는 그럴 사람 같지 않아서유. 얼굴이 착하게 생겼잖아유. 복스럽고~~”
착한 것은 기분 좋은데...복스럽다니...하하 이거 칭찬이지
그렇게 시작된 인연. 난 할머니의 말벗이 되었고 쓰라린 옛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남편은 시골의 선생님이셨고 할머니는 여관을 운영하면서 나름 합덕에서는 부자에 속했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이 가르쳤던 제자가 사기를 치는 바람에 하루 아침에 알거지가 되었다고 한다.
제자가 여떻게 스승을~~
남편은 원수를 찾기 위해 학교까지 그만두고 백방으로 제자를 찾아 다녔다. 결국 수소문 끝에 잡았지만 막상 제자를 보는 순간 그를 감방에 넣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멱살을 놓으며
“앞으로 절대 그런 사기 치지 마라. 네 선생으로서 마지막 부탁이다. ”
그렇게 허무(?)하게 용서했다고 한다. 아저씨가 부처님이시네.
용서는 했지만 그 고통은 할머니가 다 감수해야만 햇다. . 농사일을 한번도 하지 않은 사람이 밭에도 나가고 일을 했고 행상까지 하고.... 할머니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품삯 3천원을 밭고 배밭에서 일했는데 다른 사람은 3천5백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일을 못해서라는데 너무 슬펐다고 한다. 그 돈으로 둘째 한 분기 등록금을 냈다고 한다.
첫째 아들은 지금 선생님이 되어서 평범하게 살고 있다. 나중에 꽃게탕 칼국수로 특허냄.
둘째는 달랐다. 집안을 말아 먹은 원수를 찾아 복수를 하겠다고 일념으로 경찰시험을 응시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당당히 합격했고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집안의 원수인 아버지의 제자. 그 놈을 어렵게 찾아 집을 찾아갔더니 지하 단칸 셋방에서 근근히 살고 있었단다.
먼발치에서 그 모습만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 오늘부터 그 놈을 잊어버리셔요. 제가 가보니까 우리가 더 잘 사니께유. 이제 미련을 버리셔, 저 이제 경찰 그만 둘랍니다”
5일 만에 경찰을 그만 두고 이리저리 사업을 하다가 몇 번 말아 먹었는데.....인연이 어떻게 닿았는지 우리나라에서 7번째 큰 건설사 사위로 들어가 지금은 엄청난 부자가 되었단다.
셋째는 현대제철에 들어가 월급 많이 받고 있고...하하 자식들이 참 잘 풀렸네
요즘 이 집에 꽃게탕 칼국수(1만2천원)로 대박이 났다고 한다. 해물이 가득한데다 꽃게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칼국수를 첫째아들이 이 요리를 개발해특허까지 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식당에서는 이 요리를 팔고 싶어도 못한단다. 그렇게 입소문이 나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어느날 VJ 특공대에 소개되었고 그 다음부터는 대박이란다. 주말에는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그러고 보니 내가 유명 맛 집에 온 것이다.
지금은 자식들이 식당 그만두라고 성화지만 할머니의 생각은 달랐다.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먹고 살게 한 이 식당 정이 들어서 그만 못 둬유. 이거 안하면 경로당 밖에 더 가유”
철천지 원수인 제자를 용서한 선생님,
복수를 위해 경찰이 되었던 둘째 아들,
피눈물이 날 정도로 고생한 할머니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원수를 용서했다.
이것이 이 집안을 다시 일으킨 원동력이 아닐까.
“할머니, 남은 낙지 좀 싸주세요. 아무래도 소주랑 먹어야 제 맛일 것 같아서요.”
마늘, 고추장, 야채까지 주섬주섬 싸주면서 한 말씀 더하신다.
“그냥 이것만 달랑 싸주기 뭐해서 낙지 한 마리 더 썰어 넣었어.“
용서 +넉넉한 인심^^
할머니와 애기를 나누면서 남몰래 고생한 울 엄마가 애타게 보고 싶었고 바로 차를 몰고 엄마를 찾았다. 낙지 안주를 펼처놓고 막걸리와 함께 나누었다.
사랑스런 울 마미의 얼굴에 할머니의 얼굴이 겹쳐진다. ~
첫댓글 에고고................먹먹하네요...........마미~~~
말씀도 제대로 못하시는 친정엄마 생각나요~~
엄마들은 왜 맨날 고생만 할까요..... ㅠㅠ
대장님 잘 해드릴 엄마가 계셔서 좋으시네요
마음껏 해드리세요..^^
그러게요ᆞ
어떤 예 에서도 엄마가 호사를 누렸다는 기록은 없는 것 같아요
헌신과 수고
그리고
눈물ᆢᆢ
나도 이제는 보고싶어도 볼수없는
6남매 잘 키워내신 울 엄마 보고싶네요
아유~ 아주머니 모습이 후덕하니 잘 살으셨을 것 같은데 . . .
그래도 이젠 다 잘되셨으니 모두에게 좋은 일이네요.
어머니 생각이 절로 납니다. *^^*
할머님!! 사람 볼 줄 아시는 눈을 가지셨네요^^*
엄마!!
불러도 또 불러보고 싶은 이름입니다...
이장하려는 부모님 산소때문에 부쩍 어머니 생각이 많은 데 이글을 보니 더욱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울엄마 보고싶네요.
아...낙지를 싸들고 어머님께 가셨다는 대목에 눈물 나네요.. ㅠㅠ
가슴뭉클한 칼국수집 이야기..감동입니다.
눈시울이 젖고 가슴 뭉클해지는 글이네요^^
감동적이네욧.... 이곳에 가게되면 ..꼭 가고 싶네욧...^^
후덕한 인심에 좋은 글 담고...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감동이야기입니다.
한편의 드라마를 본듯...
식당이 궁금할 것 같아서 사진 첨부....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좋은 인연을 쌓았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장 홧팅
그래도 할머니는 욜시미 살아오신 보람이 있으시네요... 좋은인연 ........ !
어머니~~ 엄마~~ 언제 어디서든 불러도 가슴이 뭄클해지는 이름...
대장님이 나를 울리셨네요 ㅎㅎ
고생고생만 하시다가 49세 정말로 젊으신 나이에 갑자기 암말기 선고 받고 한달도 안되서 돌아가신 울엄마.
너무너무 보고 싶네요ㅎㅎ
엄마~~~~
그 할머님이 사람 참 잘 보셨네요
유명한 작가님을 만났으니
이건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네요~
복스러우신 인상, 맞아요...ㅎㅎ
부모님께 잘 하시고 있는 대징님,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