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고)브루스 트리거의 고고학사(역 성춘택)의 6장 문화사 고고학의 전파론 파트를 읽다가 재미난 부분이 있더군요
중략) 특히 산업혁명이 가장 오래 지속되었던 영국에서는 빈민굴, 경제위기, 외국과의 경쟁 증가 등과 더불어 산업혁명의 문제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또한 중간계급이 가지고 있던 정치적 우위 역시 노동운동을 통해 위협을 받게 되었는데, 이런 노동운동의 취지는 선거를 통한 권력의 공유, 아니면 혁명을 통한 권력 획득이었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 젊은 세대의 지식인들은 진보라는 생각에 반대하게 되었다.
중략)이 시기에는 국민국가들에 내재된 경제 및 사회적 모순들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인종주의적 경향이 강조되는 현상이 커져갔다. 프랑스인, 독일인, 영국인은 생물학적으로 서로 다르며 행위들은 경제 및 정치적 요인들이 아니라 본질적이고 불변하는 인종적 차이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고 주장되었다. 중간계급의 지식인들은 상이한 국적의 노동자들이 기질상 너무도 달라서 공통의 목적을 추구하여 단결할 수 없다는 생각을 독자들에게 주입시키고자 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식인들은 각 나라가 사회계급과는 무관하게 공통의 생물학적 유산으로 통일되어 있음을 주장함으로써 국민(민족)적 통일성을 고취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므로 노동계급은 스스로의 정치력을 찾지 말고 중간계급의 정치가들이 최선을 다하여 평민들을 도울 것임을 신뢰하라는 것이었다.
중략)인간을 변화를 싫어하는 존재로 간주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사실 이 파트들어가기 전에 일단 유럽에서의 민족주의 성행에 대해서 먼저 설명을 합니다. 즉 민족주의에 대해 설명하고 그 다음에 전파론에 들어가는데 이는 두 이론이 서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중 극단적인 전파-이주론은 기본적으로 민족성-종족성이라는 한계를 규정하여 인간의 공통적 문화 현상들(예를 들면 활과 토기의 제작, 국가와 정치체의 형성)은 한 번 이상 발명, 발견 될 수 없고, 어느 특정 우월한 민족이 발명-발견하여 다른 곳으로 전파-종족의 이주를 통해서만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 방식입니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사실 발명-발견이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고, 분명 고고학적으로 전파-이주를 통한 발전은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실제 고고학 유물-유적에서 등장하는 각 문화권의 독특함과 각 문화의 내재적인 역동성을 설명할 수 없었고, 더 나아가서 각 문화권 내부의 계층별 행동 양식의 차이는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즉 실제로 결코 민족성-종족성이라는 상당히 인종주의적인 시각으로 절대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너무 간단하게 설명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형식학의 발전과 고고학 자료의 증가를 통해서 결국 논파됩니다.(물론 인종주의적 시각을 고고학에 적용시키는 경우는 이후 구스타프 코시나 같은 예에서도 보듯이 계속 되긴 합니다만)
저는 이를 보면서 한가지 떠오른게 있었습니다. 과거 제가 논산 훈련소에서 어느 영관급 장교분께서 정훈교육을 할 때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를 찬양하면서 하던 말이 "유전자에는 잘 사는 유전자와 못 사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런 유전자가 바뀌려면 한 세대정도 걸린다. 헌데 이제는 잘 사는 유전자가 모두에게 각인되었으니 앞으로는..."하면서 과연 생물학 교과서에 나오는 진화론 파트는 제대로 배웠는지 궁금할 소리를 너무나 당연한 듯이 말하시던데
사실 이런류의 발언은 사회에서도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조선인은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라는 노인분들의 발언 "한국인은 머리가 똑똑한데..."라고 말씀하시는 중년층과 젊은이들의 착각....
그런데 이런 "반성 없는 자기 비하와 근거 없는 자신감" 들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은 바로 저는 한국 특유의 민족주의와 종족성에 대한 믿음 때문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즉 전반적인 사회 문제를 사회구조와 계층-계급별 차이로 보는게 아니라 하나의 민족이라는 두리뭉실한 개념으로 묶어서 이를 너무나 단순하게 파악하려고 한다는 면에서, 사실 한국의 민족주의는 단순히 파시스트의 재림이나 인종주의 또는 역사 왜곡과 같은 문제만이 아니라, 사실은 한국 사회 모순에 대한 성찰 기회조차 방해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스스로 한계를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뭐 정리하면 위에 전파론과 관련시키면 종족성-민족성이라는 체계로 단순화시킨 설명을 통해 사회를 이해하려고 든다고 할까요?
추신: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저는 민족주의에 대해서 매우 싫어합니다. 과거 제가 환빠였던 적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 민족주의가 여러 분야에 걸친 왜곡에 기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헌데 오늘 책을 읽으면서 이 문제는 단순히 거기서만 그치는게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듭니다.
추신2: 브루스 트리거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 중에 상당히 인상 깊었던 말
The greatest obstacle to making progress in archaeology is complacency, without the ability to imagine alternative explanations, archaeology languishes. on the other hand, without the opportunity and determination to test ideas, imagination is of little value.(B. G. Trigger 1998)
대략적으로 해석해보면 "고고학의 가장 큰 장애는 대안적인 설명이 없는 안주다. 하지만 그러한 설명을 증명할 기회를 가지지 않으면 이는 결코 가치가 없을 것이다"
사실 이건 단순히 고고학만이 아닌 어느 학문이나 마찬가지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언제나 필요한 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추신3: 글을 잘 못 쓰다보니 뭔가 행설수설한 것 같네요... 솔직히 목욕하면서 읽고 있었는데 그때 떠올랐던 글 전개가 막상 책상에 앉아 쓸려고 하니... 뭔가 논리적이지 못한 글이 된 것 같습니다.
첫댓글 사실 그 문제는 한국사회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장을 추구했다는 것에서 출발했지요. 일제시대를 통해 왜곡된 근대화를 이룬 한국사회는 그 다음 박정희로 이어지는 위로부터의 부국강병을 맞게 되지요. 일제시대 때는 '한국인은 봉건사회를 거치지 않았기 떄문에 안되!' 라는 일본의 주장과 그에 반대하는 '한국인은 우수하다'라는 독립운동가 및 지식인들의 주장이 대치를 이루게 되지요. 박정희 때도 별반 달라지지 않아서 '우수한 지도자가 있어야지만 한국인은 성장한다'라는 주장과 '한국인은 우수하기 때문에 부국강병을 할 수 있다'라는 서로 상반된 주장들이 나타나게 되지요.
또한 우리 옆에 있는 대천불구의 원수인 일본과 있으니 주적인 북한 때문에 이러한 민족주의가 더 널리 퍼질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일본과 북한을 이길려면 부국강병을 추구해야 했고 이러한 부국강병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국가를 위해 백성을 희생해야만 했지요. 그러니 민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강압적인 정책들이 이루어졌고 교육을 통해서 이를 정당화 시켰지요. 만약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같이 스스로 전통을 포기하거나 스스로 전통을 보전하면서 근대화를 추구했다면, 민족주의로 인한 '반성 없는 자기 비화와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느 정도 약화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래서 제대로 된 진화론과 생물학 교육이 필요한거에요..;; 제대로 된 이해가 없으니, 잘못된 진화론과 우생학이 판을 치고, 이게 사회관념까지 영향을 미치니깐요.. 히밤 이제 독립한지 60년 쯤 지났으면 뭔가 개선이라도 되어야 하는건 아닌가 싶음. 이건 뭐 교과서에서 진화론 파트 수준부터 시망이니..
뭐 문화진화론(상당히 단선진화론적이죠)과 생물진화론에 대한 구분도 시망이니...
진화론의 기본인 [적자생존]의 개념 조차 모로 아는 병신들이 수두룩하니까요...-_-; 약육강식과 동급으로 안다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