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오름을 오를 때는 언제나 설레임이 따른다. 오늘은 1100도로변에 위치한 거린
사슴을 오르는 날이다. 가을 하늘이 유난히 파랗다.
여기는 거린사슴 전망대이다. 서귀포 앞 바다의 섬들과 오름들이 너무 아름다워 관광
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서귀포 사가지와 주변 경관이 우리를 압도한다. 오늘따라 하
늘에 떠 있는 흰구름도 멋있다.
오름을 오르는 길은 간이화장실 뒤편으로 나 있었다. 경사가 다소 가파르지만 숲이 우
거져 시원한 오름이다. 비고가 103m 지만 중턱에서 오르는 격이라 별로 힘들지 않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정상에는 넓쩍한 바위가 자리해 있어서 우리는 그 위에 올라
주변 경관을 볼 수 있었다. 웅장한 한라산과 서귀포와 모슬포 쪽의 아름다운 경치가 제
법 잘 보였다. 우리는 운공네가 가지고 온 와인으로 축배를 들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른 시간이지만 꼴찌가 탐라문화제 제주어말하기대회 취재차 일찍 가야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미리 가졌다. 오늘도 도원 덕분에 점심은 풍성하다. 복분자주로 축배를 들
고 꼴찌는 서둘러 떠났다.
우리는 서귀포휴양림과 인접해 있는 무오법정사 항일운동 발상지를 찾았다. 먼저 법
정사라는 조그만 암자를 찾았는데 90세라는 주지 보살님이 여기가 100년이 넘는 원조
법정사라고 주장했다. 사실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서귀포시에서 주관하는 발상지 시설
은 기념관과 부속건물들이 제법 잘 지어져 있고 산책로 등이 잘 꾸며져 있었다. 인접한
휴양림과도 연계해서 개방한다면 좋은 관광지가 될 것도 같다.
우리는 다시 제2산록도로변에 자리한 녹하지악을 찾았다. 녹하지악은 레이크힐스 골
프장 안에 자리잡고 있어서 골프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완산을 따라 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오름은 비고가 121m 로 제법 높은 오름이다. 삼나무숲을 지나면 억새가
우거진 풀밭길이 반듯하게 나있다. 원추형으로 경사가 제법 급한 오름이다.
정상은 봉수대처럼 평평하다. 마치 인공으로 쌓아놓은 성벽처럼 생겼다. 사진을 찍다
가 은하수가 벼랑으로 떨어질뻔한 일도 있었다. 운동신경이 발달한 은하수니까 가까스
로 나뭇가지를 잡고 올라 올 수 있었지만 다른 친구였다면 큰 곤욕을 치를 뻔 했다. 그
러나 우리는 웃으며 사진을 찍고 주변경관을 만끽한 후 그늘을 찾아 내려오기 시작했다.
기슭에 거의 내려오자 삼나무숲이 시원하다. 낙엽이 수북이 깔려 양탄자처럼 푹신하다.
우리는 자리를 깔고 앉거니 눕거니 하며 남은 음식을 먹으며 시원한 늦은 오후를 즐겼다.
돌아오는 길에 아직도 힘이 남아 펄펄한 완산이 모라이오름을 하나 더 오르자는 바람에
서귀포 폐기물처리장 쪽에 차를 세우고 오름으로 향했지만 서귀포경찰서장의 무단침입
하면 엄벌에 처한다는 으시시한 경고문을 읽고 발길을 돌렸다. 모라이오름은 서귀포경찰
서 소유로 작전훈련용으로 사용하고 있단다.
비록 마지막 모라이오름은 포기했지만 오늘 거린사슴과 무오법정사, 그리고 녹하지악까
지 지칠 줄 모르는 노익장을 과시한 하루였다. 2009. 9. 10.
첫댓글 조퇴해서 억울하네...
가을 하늘 맑고 청명한 하루였겠다. 참 부럽네.
부럽기는... 나이도 잊고 하루를 온갖 풍악으로 즐겼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