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 정신보건센터의 김영미 자원전문상담사는 다양한 상담 사례를 들며 “실제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주부들이 많다”고 전한다. 주부 A(47)씨에게는 말 잘 듣는 중학생 아들이 있었다. 아들은 늘 고분고분하고 엄마가 짠 스케줄에 따라 열심히 공부해 성적도 좋은 편이었다. 그러던 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여자 친구가 생겼고, 그 후 점점 엄마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고 성적도 떨어졌다.
아들의 변화에 겁이 난 엄마는 매사에 아들을 감시하며 “학교 끝나고 왜 바로 오지 않았니?” “오다가 슈퍼 들러서 뭐 샀지?” 등 취조하듯 꼬치꼬치 캐묻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엄마의 기대와는 점점 더 멀어졌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도 참고 사고 싶은 것도 아껴가며 모든 것을 아들을 위해 희생하고 아들만을 위해 살아온 엄마는 말할 수 없는 절망감이 들더라는 것.
“날마다 지옥같이 느껴지던 차에 집에 있던 농약을 봤어요. 농약이 저더러 ‘나를 마셔, 나를 마시라니까’라고 말하는 거예요.” 혼자 힘으로는 견딜 수 없어 전문상담사를 찾은 A씨는 상담사의 권유로 바우처 선생님이 되어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자살 충동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남편의 외도로 자살 충동을 느낀 주부 B(45)씨도 지난 일을 후회한다.
B씨의 남편은 돈벌이에 급급하여 집안일은 늘 아내의 몫이었다. 남편은 늘 바쁜 사람이라는 생각에 집안일이나 자녀 양육에 관한 일을 남편과 상의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남편의 부담을 덜어준다며 모든 가정사를 혼자 해결한 것이 남편과 단절을 가져온 것.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안 뒤 ‘내가 세상에 왜 있지?’라는 물음과 함께 고층 아파트에 살던 B씨는 ‘뛰어내려, 뛰어내려!’라는 환청에 시달렸다. 상담 후 B씨는 종종 친구와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신을 위해 돈을 쓰고, 친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내며 환청에서 벗어났다. 내담자 중에는 가족력으로 인해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례도 있다. 김 상담사가 상담을 통해 어렵사리 마음을 잡게 한 C(15) 학생이 있다. 학업 성적도 우수하고 반듯한 학생이었는데, 다시 만날 기회가 있어 물으니 여전히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것. “주변 분들이 잘 해주고 도와주셔서 그분들 생각에 그러지도 못해요”라고 말하는 C처럼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약물 치료가 필수적이다.
김 상담사는 여러 사례를 통해 “나부터 사랑해야 한다”며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착한 척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말한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내담자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남편과 사이가 데면데면한 경우가 많고, 남편의 빈자리를 자식에게 올인 하는 것으로 대리 만족하려 한다”고 말한다. 그런 주부들은 자신을 위해 시간도 돈도 투자하지 않으며, ‘나’는 없고 오로지 자식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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