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연】 대전mbc 어느 인기 방송인과 잊지 못할 추억
- 퇴임 후에도<지식나눔 열정>보여주는 임종식 선생님과의 '페북 만남' -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충남수필문학회장
“윤 선생님, 저희 방송에 출연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건강 관련 우리 지역의 ‘명사 칼럼’ 코너가 있는데, 윤 선생님을 꼭 모시고 싶습니다.”
경찰공무원 퇴직을 몇 개월 앞둔 어느 날, 대전MBC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진의 전화를 받았다. 방송 출연 제의가 반갑고 고맙기는 하지만, ‘명사 칼럼’이라는 타이틀이 좀 과분하고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아니, 저에 관한 정보를 어떻게 아셨어요?”
그러자 방송 제작자가 웃으면서 답했다.
“저희 프로그램 제작 책임자이신 임종식 부국장님이 윤 선생님을 잘 아십니다. 문단 활동도 오래 하시고, 대전지역에서 좋은 글 쓰시는 문인으로 잘 알려진 분이라고 들었어요.”
아, 임종식 선생님!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언젠가 임종식 PD 선생님 소개로 대전MBC 라디오 <나의 살던 고향은>이라는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내 고향 「청양신문」에서는 <출향인 소식>으로 이렇게 보도했다.
『경찰 작가 윤승원 씨가 지난 1일 저녁 7시 45분 대전 MBC 라디오의 『나의 살던 고향은』 프로에 출연했다.
지역 명사들과 출향인들의 고향에 대한 애틋한 추억 등을 들어보는 이 프로에서 윤승원 씨는 경찰관(대전 북부경찰서 근무)으로서 세 번째 출간한 수필집의 내용과 함께 고향인 장평면 중추리 가래울을 소재로 한 추억담을 털어놓았다.
윤 씨는 이날 방송에서 고향 동네의 망월산과 장수평 들, 장날 풍경, 마을 앞 냇가, 지금은 헐려버린 ‘은행나무 안집’ 옛 생가 등을 떠올리며 고향에서 보낸 유년시절을 그리워했다.
윤 씨는 또 청양신문에 자신의 작품 ‘생가’가 발표된 이후 “서울 등지의 출향 인사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았으며 수십 년 만에 고향 친구도 전화로 만났다.”면서 자신의 글을 읽고 동병상련의 기분으로 서로 위로하고 생가 복원방법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말했다.』 - 「청양신문」 2000년 9월 6일자
■ 관련 기사 바로가기 :
윤승원씨, 방송출연 고향 추억 이야기 나눠 - 청양신문 (cynews.co.kr)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고향 어르신들은 물론, 전국에서 청양신문을 애독하는 출향인들부터 반갑다는 안부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이번엔 건강 관련 ‘명사 칼럼’이라는 과분한 프로그램에 출연 제의를 받았으니, 잊지 않고 기억해 준 임종식 선생님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느껴졌다.
※ mbc라디오 <로하스 건강시대> - 명사칼럼
* 방송시간 : 2010. 4. 17(토) 오전 11:15 ~ 12:00
* 연출 : 임종식 * 구성 : 강혜정 * 진행 : 김하나
■ 진행자 : 명사들을 찾아가 그들만의 노하우가 담긴 건강비결을 들어보고, 그들을 통해서 로하스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실천 방법을 알아보는 시간.
오늘은 현직 경찰관이자 대전·충남수필문학회장인 윤 승 원 님의<마음의 보약과 양생비결>을 들어 봅니다.
▲ 대전mbc <로하스 건강시대 / 명사칼럼>에 출연(2010. 4. 13.녹음),
사진촬영 = 대전mbc 편성국 이주진 리포터)
【방송칼럼】
마음의 보약과 양생(養生)비결 - 온상 속 화초는 아름답기는 하나 비바람에 약하고, 야생화는 누가 보살피지 않아도 질긴 생명력을 지닌 것처럼… -
공적인 모임이 되었든, 사적인 행사가 되었든, 사람이 모인 장소에 가면 으레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화젯거리로 오고 가기 마련입니다.
인사말 가운데도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이 ‘건강 좋으시냐?’, ‘건강하세요.’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 집안 형제들도 직장에서 정년 퇴임하여 ‘건강관리’를 가장 중요한 삶의 화두로 삼다 보니, 서로 안부를 물을 때도 건강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중요 정보처럼 교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선 경찰이라는 거친 직무환경에서 30여 년 넘게 긴장하면서 살아온 저와는 달리, 교육자 형님들은 비교적 정서가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해 오신 터여서 그 ‘건강비결’을 귀담아듣고 살아왔습니다. 형님들의 건강비결은 무엇보다 <순리적인 생활 방식>에 있었습니다.
가령, ▲ 잠을 편안하게 잘 자는 것 ▲ 담백한 음식을 먹는 것 ▲ 속상한 것을 가급적 피하거나 간직하지 않고 사는 것 등을 말합니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철저히 지키는 것이 있습니다. 저녁 아홉 시 이후에는 가급적 전화하지 말도록 자식들한테도 일러 놓고 삽니다.
대개 깊은 밤에 걸려오는 전화는 걱정스러운 일이 많고, 밤에 서둘러 봤자 시원스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닐 바엔 조금 늦어도 낮에 연락해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가능한 ‘험한 꼴’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그렇습니다. 뜻밖에 충격적인 장면이라든지, 끔찍하여 몸서리쳐지는 사건뉴스는 가급적 외면하려는 것이지요.
경찰 직업을 가진 저로서는 어느 한 가지도 따르지 못할 것들이어서 형님들께 말씀드렸지요.
“제시간에 정상적으로 잠자고, 제때에 소박하고 담백한 음식 가려먹고, 적당히 운동하고, 긴장되는 전화 받지 않고, 험한 꼴 보지 않고, 그렇게 살 작정이면 경찰이라는 직업은 아예 버려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자 형님들은 동생의 처지가 안타깝다는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저의 직장 동료들도 대부분 수긍하나 일부 생각을 달리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생각을 달리하는 직원 중에는 이런 말을 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인간이 그렇게 약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자극성 있는 음식도 먹어야 면역성이 길러지는 법이고, 험한 꼴도 더러는 보고 살아야 마음이 강직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온상 속의 화초는 아름답기는 하나 비바람에 약하고, 야생화는 누가 보살피지 않아도 질긴 생명력을 지닌 것과 같습니다.
살아가면서 이따금 자신에게 묻습니다. 진정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돈인가? 명예인가? 아니면 몸을 망치면서까지 몰두할 만큼 중요한 것이 있는가?
문제는 ‘삶의 균형과 조화’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 면만 지나치게 의식하여 고집하지 말고, 보통 사람의 상식의 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게 살아가려는 삶의 지혜 즉, ‘양생(養生)비결’이 자신을 지키는 ‘보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예부터 전래된 養生秘訣(양생비결)
○ 少言語 養育氣(소언어 양육기) 말을 적게 하여 속 기운을 배양할 것 ○ 戒色慾 養精氣(계색욕 양정기) 욕망(성)을 자제하여 정기를 배양할 것 ○ 薄滋味 養血氣(박자미 양혈기) 음식을 담백하게 하여 피를 맑게 할 것 ○ 莫愼怒 養肝氣(막신노 양간기) 흥분과 분노를 삼가하여 간기를 배양할 것 ○ 節食 養胃氣(절식 양위기) 음식을 절도 있게 먹어 위의 기운을 배양할 것 ○ 少貪慾 戒心憂(소탐욕 계심우) 탐욕을 줄이어 근심을 적게 할 것 ○ 聽聲樂 悅心神(청성낙 열심신) 아름다운 음악을 자주 들어 심신을 기쁘게 할 것 ○ 避過勞 防未病(피과로 방미병) 과로를 피하여 질병을 미연에 예방할 것
※ 필자 주 : 본 <양생비결>은 언젠가 대전의 모 한의원에서 원기를 보충하는 약재를 지어왔는데, 그 약봉지에 들어 있었던 글귀이다. 어찌보면 사후 보약보다 병을 사전 예방하는 ‘양생 비결’이 낫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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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같은 방송 출연을 끝으로 임 선생님과의 인연이 멈춘 게 아니었다. 그로부터 10여 년 세월이 지난 최근에 임종식 선생님을 뜻하지 않게 <페이스북>에서 만난 것이다. 임 선생님도 직장에서 퇴직하여 고향인 보령지역에서 새로운 활동 무대를 펼치고 있었다.
지난 9월 1일에 페이스북에 올라온 임 선생님 글 중 한 대목이다.
『퇴직 후 고향에 정착하고 싶었다. 그중 내가 좋아하는 일로 봉사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보령 도시 재생을 만났다. 사람들은 관계를 중시한다. 그중 3대 커뮤니티, 학연, 지연, 혈연, 또 하나의 인맥 흡연(?). 직장 동료끼리 회의 중 한 대 피우고 나면 더 가까워진다는 흡연, 아마 나에게는 취미처럼 좋아하는 일을 단원들과 함께 하는 편안함이 흡연 아닐까?』 (임종식 페이스북)
임종식 선생님은 본래 남을 ‘즐겁게 웃기는 일’로 출발한 분이다. <우스갯소리의 달인>이다. 1979년 mbc개그 콘테스트에서 입상한 경력도 있다. 풋풋한 청년 시절, 개그(?)로 성공하여 방송국 명 진행자로도 활약했다.
대전mbc FM <가요산책>과 <젊음이 있는 곳에> DJ를 맡았으며, 특히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들었던 인기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 진행을 맡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기를 누렸으니, 지금도 이 분을 기억하는 청취자가 많을 것이다.
필자와도 '남모르는 인연'을 맺고 살아온 자랑스러운 방송계의 스타 임종식 선생님.
※ 유머 추억 여행 : 임종식 선생님과의 남다른 인연은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일보 자매지 《주간한국》의 지상(誌上) 폭소 대 잔치인 '낙서유머 시대' 원조격 '개그 개척자'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고, 그 후 어느 재담꾼들에 의해 유머 책자로도 필자 허락(?) 없이 발간됐다. 우연히 대전의 대형 서점가에서도 내 이름이 수록된 유머 책자를 발견(1986년)하였는데, 임종식 선생님께서도 자신의 이름이 수록된 이런 유머 책자가 전국 서점에 깔렸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아마도 임 선생님은 방송계에서 인기 폭발 상승으로 정신 없이 바쁘셨을 시기이니,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는 아예 모르고 지나쳤을 거라 짐작한다.
필자와 인연 맺은 지 어느덧 40여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임 선생님은 아직도 내 이름 석 자 잊지 않고 불러준다. 필자가 찾아가는 게 아니다. 흐르는 세월 속에 잊을 만하면 임 선생님이 내 이름을 용케 기억해 내어 먼저 불러주는 것이다.
방송국에서 한평생 닦아온 반듯한 언어와 누구나 살갑게 대해주는 친밀감에서 특유의 따뜻한 인품과 정을 느낀다. 그 분은 풍부한 유머로 청취자와 대중을 즐겁게 웃겨 왔지만, 평소 지인을 대할 때도 깍듯한 예(禮)로 신사의 도(道)와 품격을 잃지 않는다. 보령의 명문가 자손의 위상(?)과 품위라고나 할까.
최근에 뜻하지 않게 필자에게 보내준 <페이스북 메신저> 내용이다.
“윤 회장님 잘 지내시죠? 궁금했었는데, 페이스북에서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
(Facebook친구, 소개 글 : 충청남도 보령 거주, 대전문화방송에서 DJ & 프로듀서로 근무했음)
임 선생님이 오늘은 자신의 퇴직 후 활동무대가 된 <사랑하는 보령시 / 페이스북 그룹>으로 필자를 초대했다. 퇴직 후에도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지식 나눔 열정과 빛나는 사회 활동이 부럽다.
2021. 09. 12. 윤승원 記
첫댓글 ※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댓글
◆ 낙암 정구복(역사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1.09.12.07:05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인연이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다 인연이 있듯이, 인간관계도 인연입니다.
인연은 내가 어떻게 태어났는가를 포함하여 혈연, 지연, 학연에 이어 업연(직업이나 업무상의 인연) 등이 있습니다. 이런 인연은 인간관계입니다.
자연과, 국토, 지리, 기후, 습생 등과의 인연도 있습니다. 거기에 한 가지 다른 유형의 인연에는 문화적, 예술적인 지적, 영성적 인연도 있습니다.
윤승원 선생의 일생을 인연으로 풀이하면서 즐거웠고, 의미 있었던 추억을 되살린 위 글은 많은 교훈과 양식을 줍니다. 감사합니다.
▲ 답글 / 윤승원 2021.09.12. 07:17
존경하는 정 박사님께서 인연에 대한 깊이 있는 정의와 현실적인 자상한 해석을 해주시니, 방송과 유머 글을 통해 인연을 맺고 살아온 임종석 선생님과의 최근 페이스북 만남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남다른 인연이 감사함으로 이어지는 아침입니다. 이른 아침 귀한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 비단모래(옛 이름 이현옥, 시인, 전 대전mbc구성작가) 2021.09.12.11:30
같이 오래 일한 피디입니다.
▲ 답글 / 윤승원
네. 그러시군요.
20대에 만난, 오랜 인연이 페이스북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양생비결 잘 읽었습니다.
평소 <養生秘訣> 8가지만 실천해도 병원에 갈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저는 한 때 책상 유리판에 이 글을 넣어두고 매일 바라본 적이 있으나 실천을 제대로 못한 것 같습니다.
카페에 이 글을 다시 소개하면서 스스로 실천을 다짐해 봅니다.
이득주 선생님은 평소 잘 실천하고 계신 <건강비결>이겠지요.
늘 활력이 넘쳐 보이시니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