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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는 길] 06
1. 뒷마당-방. 고택. 낮.
고택 뒤로 달리던 도우와 수아. (5회 엔딩) 방 앞으로.
열려있던 방으로 들어가는 도우. 따라 들어가는 수아.
도우가 문을 닫는다. 단둘이 남겨진 방. 급 어색해진다.
수아 : (구석에 가서 앉는다)
도우 : (수아 옆으로 가서 앉으며) 왜 숨어요?
수아 : (당연) 숨어야죠!
도우 : 왜? 3무사인데, 뭘 했다구.
수아 : (잠깐) 그니까요... 왜 숨죠? (하고는 도우를 보다가 다시 외면. 똑바로 보지를 못한다)
도우 : (웃음이. 수아가 긴장하는 거 보인다. 괜히) 정말 우연히 본 거예요? 나 이런 거에 의미 많이 두는 편인데.
수아 : 아니에요. 제가 작정하고 도우씨 찾아서 온 거예요.
도우 : (오호) 내가 여기 왜 있는데요?
수아 : ...일하느라. 건축 비슷한 일 하신다니까..
도우 : 근데 왜 여기에요?
수아 : ...
도우 : 것 봐요. 말이 안 되잖아. 그럼 낮술은요? 내가 왜 일하러 와서 낮술을 마시고 있을까요?
수아 : 일은 해야 하는데 햇살은 이렇구... 누가 새벽에 3무사이 어쩌구 그래서 심란하기도 하구. 그래서 낮술 한잔. 이해해요.
도우 : 아, 내가 그래서 낮술을 한 거구나... (끄덕끄덕)
수아 : 암튼 찾아온 거니까, 너무 운명적으루 해석하지 마요.
도우 : 작정하구 찾아와서 손두 덥석 잡구.
수아 : (아뿔싸! 하지만) 잡는 거 말구요. 만지는 게 문제라구요. 만지는 것과 잡는 것의 차이, 아시잖아요.
의도치 않게 ‘덥석’ 잡은 거니까, 건 괜찮죠.
도우 : 의도치 않게 만지구, 덥석 만져지구 그런 거지. 암튼 뭐, 해석이 그때그때 달라지는 게... (끄덕끄덕) 그런 융통성..
것두 3무사이에 꼭 참고할게요.
수아 : 예전에 어머니가 전통 관련 일 하신다고 해서, 혹시 이 근처 어디쯤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는 기대하고 왔어요.
말도 안 되는 기대라고 생각했는데... 저두 너무 놀라서..
도우 : 일부러 찾아온 거네.. 더 감동적인데.
수아 : ...
도우 : (옆에 앉은 수아를 본다)
수아 : (도우 시선 의식. 무안. 어색) 여기 뭐예요?
도우 : 아무나 못 들어오는 방. (장난) 소리 질러두 아무도 못 들어요.
수아 : 도우씬 들어와두 돼요?
도우 : (끄덕) 허락받고? 백년두 더 된 집이에요.
수아 : 아... (딱히 뭐라 할 말이. 그저 둘이 있는 게 신경 쓰일 뿐)
도우 : (긴장하는 거 알고. 옆 쪽문을 만지작)
수아 : ?
도우 : (한쪽 쪽문을 여니 소담스런 뒤뜰이 보인다. 수아가 볼 수 있게 자리를 비켜준다)
수아 : (소박한 풍경에 감탄) 와~
도우 : (수아 맞은편에 앉아서. 또 특유의 버릇. 수아 빤히 본다)
2. 마당. 도우집/ 객실. 호텔. 낮. <시드니>
-마당을 가로질러 나가는 혜원, 통화중.
-이것저것 테이블 위에 브로셔들 펼쳐져있고, 노트북 열려있고 편하게 앉아서 통화중인 지은.
지은 : 도우가 인생에서 젤 싫어하는 게 뒷통순데, 내가 도우 통수를 후려칠 줄이야. 잘 좀 말해줘. 좋게 좋게.
도우 혼자 더 잘할 거야. 솔직히 도우가 사무실 없어서 일 못하는 것도 아니구. 내 돈 없어두 문제없지, 뭐.
혜원 : 우리 그럴 형편 안 되는 거 알잖아. 명예와 문화재만 있지.
지은 : 그게 더 값진 거 잘 알면서.
혜원 : (떠본다) 지은씨는 거기서 뭐해?
지은 : 그냥 뭐. 엄마가 만나라는 이쪽 디자이너들 만나구. 여기서 열리는 박람회 다니려구. 유럽디자이너들 다 와 있네.
혜원 : ! (멈칫) 어느 쪽.
지은 : 가구...생활용품.?
혜원 : (아... 그쪽으로 다시 시작할 모양이군)
지은 : 인테리어 소품들만 주로 하는 업체도 만나구. 재미는 있어.
혜원 : 어머니 심부름 잘하고, 재미난 소식 있음 꼭 알려주구.
하는데 석이가 전시실에서 나온다.
혜원 : 도우씨 고택에 있어요? (고택으로 향한다)
석 : (혜원 보고 깜짝 놀라고. 영지랑 통화한 뒤라) 아닌 것 같은데... (대충 얼버무리고 고택으로)
혜원 : (석이가 고택으로 향하자. 멈칫. 다시 통화) 아! (지금 막 생각난 것처럼) 지은씨.. 혹시 주변에 ‘효은엄마’라고 있어요?
동창들 많잖아, 그중에.
3. 객실. 호텔. 낮. <시드니>
놀란 지은, 허겁지겁 핸드폰으로 전화.
4. 1층 가게/ 객실. 호텔. 낮. <시드니>
-가게 문 열기 전. 텅 빈 가게. 음악 크게 틀어져 있고.
의자 내리다가 전화 받는 현우.
-지은, 객실에서.
지은 : 그 아줌마 효은엄마 맞지?! 그때, 창밖에서!
현우 : 몰라.
지은 : 혜원씨 대박. 나 심장이 벌렁거려.
현우 : 같잖은 상상하지 마. 도우 주변에 여자사람이 어디 한둘이냐? 걔처럼 탈 없이 주변에 여자 많은 애가 어딨다구.
지은 : 애당초 도우 결혼할 때 말렸어야 했다구. 혜원이 걔. 뭔가, 은근, 무서웠다니까. 여자끼린 보이는 게 있는데.. 아..
현우 : 니가 젤 열심히 말렸어.
지은 : 니가 덜 말렸잖아.
현우 : (듣기 싫다) 끊어.
지은 : 나 지금 잠적중이야! 도우한테 전화 왔단 얘긴 하지마!
5. 방. 고택. 낮.
멀리서 “도우야!” 하는 석이 목소리.
수아, 화들짝 놀라서 쪽문 뒤 구석으로.
도우, 다시 웃음이. 느긋하게 일어나서 수아 옆으로 바짝 가 앉는다. 수아를 가려주는 모양새. 둘의 몸이 닿는다.
수아 : (흠칫)
도우 : (보며) 인사할래요?
수아 : (긴장. 손만 절레절레. 아니요...)
도우 : 언젠가 인사할 사람인데.
쪽문에 얼굴 들이대는 석.
석 : 야! 너 여깄는 거야.
수아 : (필사적으로 몸을 도우 뒤쪽으로)
도우 : (아예 쪽문으로 상체를 내민다. 석이가 수아 쪽을 못 보게)
석 : 영지한테 연락 왔어. 너 기억하지? 혜원씨 이전에 인턴 했던.. 영지 관두면서 혜원씨 뽑은 거잖아.
도우 : 기억 나. (수아 어깨에 손 올린다)
수아 : !
석 : 니 결혼 얘기 듣더니 뒤로 나자빠지더라. (하는데)
도우 : 형. 나가서 얘기하자. 잠깐만. (쪽문을 얼른 닫는다. 그리고 바로 뒤에 있는 수아 코앞에 얼굴을 바짝)
나 나가고, 좀 쉬었다 나와요. 오던 길로 나가면 돼요. 아, 그리구(장난스럽게) 내가 여기 왜 있을까요?
수아 : ?
도우 : (피식)
6. 툇마루. 고택. 낮.
방에서 나오는 도우.
석이는 벌써 앞서 간다. ‘얼른 와.’
일부러 수아의 신발을 툇마루 아래에 신기 쉽게 잘 놓아주고.
7. 방. 고택. 낮.
남겨진 수아. 비로소 방안이 보인다. 고가구가 한두 개 놓인 단출한 방. 잠시 숨을 고른다.
8. 은희방. 고택. 낮.
이불 개키는 은희. 옆에 놓인 약병과 그릇들을 정리. 기운을 차리자마자 주변 정리.
은희 : ...할 일이 많네... (두리번두리번)
9. 툇마루-마당. 고택. 낮.
방에서 나오는 수아. 가지런히 놓인 신발을 본다. 두리번. 있을 리가 없지..
조용히 겉옷 단추를 주섬주섬 잠그며 돌아서 마당 쪽으로 가는데.
끼이익 문소리가.
잰걸음으로 마당을 가로질러 황급히 대문을 나가려다가 옷이 걸린다. 겉옷 단추가 떨어진다.
수아 : (앗! 이걸 어쩌지)
은희 : (소리) 어디 봐봐요.
수아 : (앞을 보니 웬 노인이)
은희 : 옷 벗어봐요. 내 달아줄게요.
수아 : 아니에요. 단추가 어딨는지두 모르겠구. (두리번)
은희 : (단추 떨어진 자리에 손과 끈을 갖다 댄다)
수아 : (뭐지?)
은희 : (매듭을 꼰다. 순식간에 동그란 매듭이. 툭 끊는다) 벗어봐요.
수아 : (홀린 듯 겉옷을 벗어 은희 앞에)
은희 : (달아서 단추 완성, 옷에 끼워준다)
수아 : 어! 할머니 실력 대단하시네요.
은희 : (끄덕) 예전엔 집안일 보는 여자들은 매듭 하나쯤은 다 했어요. 기본이에요. 단추가 다 매듭이었어.
수아 : 감사합니다.
은희 : (지나간다)
수아 : (대문을 나간다)
은희 : (가다가 멈칫, 뭔가 생각났다!)
10. 전시실 앞. 도우집. 낮. (과거. 은희의 기억)
13-1. 전시실>
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꽃무늬 가디건의 한 여자아이. 가슴에는 작은 인형이 장식으로 달려있다. (어린 애니. 당시 서은우)
바닥에서 뭔가를 찾는다.
은희가 다가가자, 몸을 숨기려는 듯.
은희 : (미소) 뭐하시나?
은우 : 단추를 떨어뜨려서요.
은희 : 일루 와봐라.
은우 : (얼굴을 들지 않고) 오늘 첨 입은 옷인데...
은희 : (아까 수아에게 한 것처럼 단추를 만들어서 달아준다)
은우 : (놀라며 미소. 마음이 놓이는지 전시실 가리키며) 저기선 어떤 분들이 일하세요?
은희 : 저기? 이런저런 재주 있는 사람들?
은우 : (끄으으덕) 김혜원씨라고..
은희 : 가 봐요. 있을 거예요.
은우 : 감사합니다. (하고는 들어갈까 말까)
은희 : 들어가도 돼요. 아무나 다. (하는데)
은우 : (골목 쪽을 본다)
은희 : (그쪽을 본다. 어느 남자가 몸을 감춘다)
은우 : (결심한 듯 들어간다)
은희, 애니가 출입구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당황한 모습의 혜원이 뭐라고 말을 한다. (들리지 않는다. 입모양만)
13-2. 은희방>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혜원과 은우. 도우가 “어머니, 혜원씨랑 딸이에요.” 소개한다.
은우의 얼굴을 보는 은희.
은희 : (반가움) 예전에 한번 보지 않았나...?
혜원 : (당혹)
애니 : (차분하게) 여기 처음 와보는데...
은희 : 아, 그래요. (잘못 봤나?) 반가워요.
11. 툇마루. 고택. 낮. (현재)
툇마루에 앉아있는 은희. 생각에 잠긴 듯.
12. 공방. 전시실. 도우집. 낮.
석과 도우.
석 : (종이 한 장 내민다) 영지가 그때 받아뒀던 혜원씨 이력서. 뒷면에 호적등본까지.
도우 : (본다. 호적에는 결혼한 기록이 없다. 부모와 여동생뿐) 일부러 신고를 안 했나..?
석 : 나두 그렇게 생각해서 영지랑 다시 통화해봤거든. 딸이 있다는 자체를 모르더라.
미혼모였다니까 니 결혼 얘기보다 더 나자빠져.
도우 : 형 생각은 어때?
석 : 감쪽같이 속인거지.
도우 : 미혼모라고 얘기 안 했을 사람이야. (하는데)
석 : 우릴 속였다구.
도우 :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속여?
석 : 그걸 모르겠어. 암튼 속였어. 뭔가.. 있어.
도우 : 덥석 그러지마.
석 : 혜원씨 예전 얘기 안 해두 너무 안 했잖아.
도우 : 자존심 강하고, 건드리면 발끈 하구. 사전에 막았을 사람이야. 알잖아.
석 : 그래. 그럴 수 있다구 치구. 넌.. 혜원씨 믿어?
도우 : ...
석 : 니가 언제 남들이 뭐라는 것 신경 썼냐. 니가 확고하다면야 뭔들 못 헤쳐나가. 혜원씨 믿는 거지?
도우 : (본다. 대답은 못한다)
13. 방. 고택. 낮.
방문을 열어본다. 수아가 없다.
아쉬운 듯 보는 도우.
14. 카페. 오후.
와플 먹으면서 몸 베베 꼬는 효은.
효은 : 할머니~ 축구~ 연습가게 해줘.
영숙 : (가정통신문 보더니) 숙제 하고. 시간 되면 축구 하고 안 되면 바로 학원 가고.
현주 : (같이 보더니) 수행평가 준비가 숙제네요. 1분에 윗몸일으키기..
하는데, 바닥에 누워서 윗몸일으키기 자동으로 하고 있는 효은.
현주 : (놀라서) 백번두 하겠다. 패스.
영숙 : 스쿼트? 이것두 수행평가야? (하는데)
이미 스쿼트 자세로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효은.
15. 한강둔치. 오후.
젊은 엄마들 죽 앉아있는데, 끝에 앉아있는 양산 쓴 영숙.
효은 : (달려온다) 할머니 물 없어? (헉헉)
영숙 : 가자. 시간 됐어.
효은 : 할머니 5분만 더!
영숙 : 맨날 5분만 더, 5분만 더. 그래 버릇하면 나중에 커서도 (효은 멀어지자 점점 목소리 커지다가) 시간약속을 안 지켜요.
시간약속부터 책임감을 느껴야! (더 이상 고음이 안 된다. 아고 힘 빠져)
효은, 혼자서 공 가지고 드리블하다가 공을 뻥 찬다. 저 멀리 날아간다.
효은이 그쪽으로 달려가는데. 같이 놀던 남자아이가 효은이 오는 거 보고, 거의 도착할 무렵 공을 뻥~ 영숙 쪽으로.
씩씩거리는 효은, 다시 달려가며.
효은 : 할머니! 공!
영숙 : (원래 잘 안 뛰는데, 공 쫓아서 달려가다가 삐끗. 접질린다) 아고!
16. 병실. 정형외과. 오후.
효은, 옆에서 숙제하고 있고.
죄지은 듯 영숙 보는 수아. 영숙은 다리에 붕대감은 채, 음료수 마시며.
영숙 : 금방 낫는데. 암것두 아니래. 늙어서 며칠이지. 젊었음 파스 한번 부치면 되는 거란다. 걱정 마.
(효은 보며) 그래두 내가 열심히 놀아줬더니 얘가 미안했나부다. 알아서 공불 다 하네.. 볼 일은 다 봤구?
수아 : (공방 다녀왔는데) 죄송합니다. 정말..
영숙 : 그게 왜 니 탓이니. 일하고 왔는데.
효은 : (온몸을 틀며 숙제. 자꾸 배를 긁는다)
수아 : 그만 긁어.
효은 : 간지러워.
수아 : 하기 싫은 걸 억지루 하니 간지럽지.
효은 : 간지러워. (긁으면서 꾸역꾸역 숙제한다)
영숙 : 얘가 하기 싫은 걸 요만큼도 안 할려구 한다. 고집이 아구..
수아 : ...
영숙 : (슬쩍) 그거, 알아서 했겠지만... 처리..했..니?
수아 : ?
영숙 : 월급통장. 그거 처리하러 겸사겸사 회사 간 거 아니었어? (괜히 효은이 어깨 다독)
효은 : (이 틈에 얼른) 숙제 끝.
수아 : (아 맞다!) 깜박했어요. 통장사본 필요하다고 말씀드린다는 게
영숙 : (아..무릎 통증이) 필요하면 얘길 했어야지 얘길! 내가 이 나이에 온몸을 던져 애랑 놀아주는데..
수아 : (고개를 못 들겠다)
영숙 : 아고! 시간 됐다! 얼른! 효은이 학원!
17. 길. 오후.
투덜거리는 효은.
효은 : 안 가! 이미 늦었어!
수아 : 한 시간이라두 해. 첫날인데..
효은 : 싫어! 싫어.
수아 : 할머니한테 미안하잖아.
효은 : 왜 내가 미안해? 엄마가 미안하지? 놀구 온 거 내가 다 아는데..
수아 : 일..했어.
효은 : 내가 지금까지, 엄마가 일 나가면서 이런 차림으루 나가는 걸 본 적이 없어.
거긴 승무원복. 어쩌다, 아~주 어쩌다 정장. 거짓말을 하려면 제대루 하세요.
수아 : (헉)
효은 : 이걸루 퉁쳐. 나 학원 안 간다.
수아 : (대꾸 못한다)
효은 : (다시 노려보더니) 아니라구 우겨. 앞으론 거짓말해 놓구 찍소리 못하면 진짜 들켜. 아니다. 증거 있냐. 우기라구. 응?
수아 : (말문이 막힌다)
18. 2층 작업실. 오후.
현정(홍관장 비서)과 현우, 그리고 도우.
현정 : 조만간 사업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작업실에 대한 지원도 끊길 겁니다.
현우 : (슬쩍 도우 본다)
도우 : !
현정 : 지은씨 대신해서 사과드립니다.
현우 : 대신할려구 지은이 딴 데루 튀게 한 거잖아.
현정 : ..죄송합니다.
도우 : 걸 왜 현정씨가 미안해해요.
현정 : 빠른 시일 내에 정리를 해주시면
도우 : 접을지 말지는 생각을 좀 해보고..
현정 : 저희 재단에서 다른 계획을 구상중입니다.
도우 : 한번 해봤음 됐지 뭘 또 해요. 여기 일 어떻게 할지 결정도 못했는데...
친구들끼리 시작한 거니까 저희 선에서 정리해야죠.
현정 : ...
-사이. 둘만 남았다.
현우 : 어떻게 할 거야.
도우 : 지은이 얘기 들어보구.
현우 : 니가 중요한 걸 자꾸 잊는데. 가끔이라두 고딩때 지은이 생각하지 마.
무모한 지은이. 걔 스물한 살 이후로 의지, 뜻, 생각 없어. 알면서..
도우 : (끄덕끄덕) 들어볼 말 없겠네.
현우 : 이건 일이랑은 상관없는 건데... 지은이한테 전화 왔었어.
도우 : 난 연락 안 되던데.
현우 : 엄마가 시켜서 잠적중이래.
도우 : 잠적중에 안부전화 하대?
현우 : 효은엄마. 그 아줌마 맞냐구.
도우 : !
현우 : 혜원씨가 물었대. 효은엄마 아냐구.
도우 : (본다)
현우 : 지은이한테 물어보면 조르르 나한테 달려가서 누구야 그 아줌마-할테고, 결국 니 귀에 이렇게 들어갈테구.
다 알고 혜원씨가 한 얘기 아니겠어.
도우 : ...어떻게, 니가 나보다 혜원일 더 잘 안다.
19. 홍갤러리. 저녁.
현정과 혜원.
혜원 : (희소식에 눈 반짝) 정말이야?
현정 : 확실해. 북유럽까지 포함해서 네임밸류 확실한 가구디자이너들이야.
완전 내추럴한 사람으루 엄선해서 선생님과 콜라보 추진. 거기에, 브랜드이름에는 고은희-가 들어가는 걸루.
혜원 : 내가 할 일은?
현정 : 일단은 도우씨를 이 사업에 합류시켜야지. 홍관장님도 고은희선생님 이름으루 하는 만큼, 도우씨는 필수라고 생각하셔.
혜원 : 다른 장인들은?
현정 : 배제. 오직 고은희만. 물론 도우씨랑 얘기하기 힘들다는 거 다 알고 있고.
혜원 : 그분들 배제하면 힘들지... 애당초 지은씨가 이 사업 시작할 때 생활고에 시달리는 선생님들 내세워서 꼬신 건데.
장인들 이름두 알리구, 생활고도 해결해드리자...
현정 : 도우씨도 참... 설득도 한두 번이지. 아무도 몰라주는 비싼 예술가를 누가 좋아해.
혜원 : ...
현정 : 고은희선생님을 명장으로 만든다. 홍관장의 오랜 꿈, 포부. 내가 볼 때 지은씨랑 사업하게 한 것두 간 본거야.
역량 확인해서 큰 거 맡기려구. 도우씨 지금 지은씨랑 하는 거 무조건 끝내게 해야 해.
혼자 해보겠다느니. 다른 파트너 찾겠다느니 그럼 곤란해. 무조건 고은희브랜드에 합류시켜. 가능하지?
혜원 : 가능하게 해야지.
20. 도우집 앞. 저녁.
차를 대는 혜원. 나오는 도우를 본다.
혜원 : 낮에 현정이 봤다며.
도우 : ...
혜원 : 어머님 엮어서 사업 다시 시작할 것 같던데.
도우 : 그건 어머니한테 직접 물어봐야지.
혜원 : ...그래. 그래야겠지. 그니까 지은씨랑 하는 거, 혼자서 어떻게든 이어갈 생각 하지 말라구.
알잖아. 우리 공방에 전시실, 다 사비로 운영되는 거야.
도우 : 내가 왜 지은이랑 이 사업 시작했는지, 혹시 기억 나?
혜원 : (새삼스럽게)
도우 : 나 어려서부터 이분들 보고 컸어. 제도권 밖에서 아무도 몰라줘도 평생, 묵묵히, 한곳만 보면서 해온 분들이야.
더러 정당한 대우 받는 분들도 있지만 아직두 어려운 분들 많아. 그리구(하는데)
혜원 : 지겨워. 다 아는 얘기야. 나두 선생님들 챙긴다고 챙겨. 새삼스레 왜 그래?
도우 : 당신은 이 일 왜 시작했어? 우리 집에서 왜 일 했냐구?
혜원 : ..
도우 : 걸 기억해내면 이런저런 제안 흘려들을 수 있어.
21. 운동장. 저녁.
남학생들과 섞여서 축구하는 효은. 효은에겐 공을 주지 않는다. 그저 겉도는 효은.
보다 못해 인터셉트해서 공 몰고 달린다! 드리블 드리블. 하는데 쿵~ 넘어진다. 뒤에서 덩치 큰 애가 넘어뜨린 것.
남학생들 지들끼리만 공 주고받으며 축구. 다시 소외된 효은.
하지만 발딱 일어나 툭툭 먼지 털고. 고개 몇 번 흔들고. 머리 다시 질끈 묶고. 다시 자세 잡는다. 진지하다.
22. 거실. 영숙집/ 병실. 정형외과. 저녁.
-영숙, 병실에서 리모컨으로 여기저기 채널 돌리며 통화중.
-수아는 통화하며 영숙이 하라는 대로 움직이고.
영숙 : 학원서 전화 오더만. 설마 효은이 학원 안 갔니?
수아 : ..찾아볼게요. (현관으로 가다가)
영숙 : 첫날부터 제끼구. 넌 애 관리를 그 모양으로 하니. 매사 5분만, 5분만.. 마늘 깐 건?
수아 : (신발 신다가) 다 깠어요.
영숙 : 베란다에 둬야지!
수아 : (다시 신발 벗고 베란다로 간다)
영숙 : 깐 마늘 담으라고 김치통 씻어뒀잖아!
수아 : (언제? 두리번) 어디..?
영숙 : 부엌에!
수아 : (다시 부엌으로)
영숙 : 김치통 냄새 빠져야 되니까 다시 베란다에 둬!
수아 : (김치통 들고 다시 베란다로) 그니까 어머니, 이 김치통을 베란다서 말려서 깐 마늘을 담아서... 어디 둬요?
23. 병실. 정형외과. 저녁.
전화중인 영숙.
영숙 : 다시 김치냉장고에 둬야지. (아고 복장 터져)
수아 : (E) 네!
영숙 : 대답은(잘해. 진짜 용건) 그거 그거. 안방에 거 있다, 통장. 통장번호 잘 적어가라. (끊는다) 아둔해... 아둔해...
24. 영숙방. 저녁.
수아, 티비장 두 번째 서랍을 열어본다.
칸칸이 정리되어 있는 상자. 왼쪽상자, 오래된 파우치를 여니 통장이.
통장 꺼내고, 오른쪽 보니 액자에 든 사진이.
수아와 진석의 결혼사진이다. 그 옆으로 효은이의 아기사진. 너무 예쁘다.
25. 영숙집 앞. 저녁.
왔다갔다 하는 수아.
저 멀리 터벅터벅 걸어오는 효은이 보인다. 먼지투성이에. 힘없이 걸어온다.
수아 : (손 흔들며) 박효은! 학원 끝나는 시간에 딱 맞춰 집에 오네.
효은 : (두 손 올리고 더 크게 손 흔들며 드리블 하는 발재간) 끝내주지!
수아 : (웃는다)
26. 몽타주.
-2층 작업실. 슬라이드 컷을 고르는 도우. (프레젠테이션 준비중)
-베란다에서 (깐 마늘 담은) 김치통을 들고 주방 김치냉장고에 넣는 수아.
-차안. 운전중인 도우.
-베란다의 수아. 빨래 널다가 우두커니 창밖을 본다.
도우 : (문자소리) 잘 자요.
-차안> 도우집 앞. 차를 대놓고 차안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는 도우. 문자를 받는다.
수아 : (문자소리) 잘 자요.
-문자를 보는 둘. 미소. 동시에 문자를 지운다.
27. 주방. 도우집. 아침.
방금 샤워 마친 젖은 머리의 도우, 커피머신 앞으로.
혜원은 토스트기에 식빵 넣고, 다 된 계란프라이 접시에 올리고.
부부가 늘 하던 일인데, 예전과는 다른 어색한 기류.
세팅 마치고 자리에 앉는 혜원, 태블릿PC 보고. 힐끗 도우 보고.
도우, 혜원 앞에 커피 놓고 착석.
둘이 말없이 식사.
28. 거실. 도우집. 낮.
석, 도우, 혜원 그리고 은희까지.
은희 : 나이가 드니까 내 이름에 뭐가 붙는 게 싫어요. 홀가분하게, 이뤄놓은 것들 구경이나 하면서 늙어가고 싶지..
우리 집안엔 지킬게 많아요. 그걸 잘 지키는 것도 큰일인 겁니다. 제일 중요한 일이기도 하구요.
그럼, 이걸로 홍관장네서 얘기한 사업 얘긴 매듭짓는 걸루.
혜원 : (조심스럽게) 도우씨만이라도 이 사업에 합류하는 건 어떨까요?
도우 : !
은희 : (도우 본다) 그러고 싶어요?
도우 : 지금 일 정리하는 것도 시간 걸려요. 힘듭니다. 대신 혜원이는 합류할 수도 있다고 봐요. 이쪽도 잘 알고. 그쪽도 잘 알고.
중요한 역할 할 수 있을 거예요.
은희 : (혜원 본다) 하고 싶어요?
혜원 : ...
은희 : 그럼 해야죠. 건 괜찮아요. 아, 그리구... 내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그런데...
애니가 우리집에 인사 오기 전에, 나 봤다는 얘기 안 했나요..?
도우 : ?
혜원 : (뭐지?)
석 : (혜원 표정 힐끗)
은희 : 애니 생각을 하두 해서 그런가, 뭐가 팍 떠오르는데. 내가 그 애 단추를 달아줬어요. 알록달록한 옷이었던 것 같은데..
혜원 : 어머님이 단추를 달아줬으면 제가 알아보고 고이고이 간직했겠죠.
은희 : 하긴.. (하다가 멈칫) 누가 옆에서 ‘들어가 봐라’ 했던 것 같긴 해요. 아빠였나..
혜원 : ...
석 : (도우 본다)
도우 : (석의 시선을 느끼지만 시선은 아래로)
혜원 : 애니 아니에요.
은희 : 내가 단추 달아준 애가 애니였음.. 했나봅니다. 하나라도 더 해줬음 해서..
아고 오늘따라 뭐가 이렇게 마음이 급한지..
29. 뒷마당. 도우집. 낮.
작업대 앞에 서 있는 석, 고개 갸웃.
석 : 그게 은우아빠가 맞으면... 그때까진 살아있었다는 건데. 그럼 은우 말이 맞을 수도 있는데...
왜 언제 죽었는지 말을 안해? (아 답답) 하긴 서도우가 물어보질 않으니..
30. 혜원서재. 도우집. 낮.
혜원과 도우.
혜원 : 어머님도 도우씨도 없는데, 나한테 무슨 일을 주실까?
도우 : ...
혜원 : 왜 이 집에서 일 시작했냐고 물었지? 어머님. 고은희선생님의 작품 때문에. 난 정말루 어머님 작품이 좋아.
그것들이 이 쪼그만 전시장에서 오가는 뜨내기들을 상대로 헐값에 보여지는 게 싫어.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만지고. 만원에 사네 마네... 참을 수가 없다구. 어머님 작품 소중하게 거래되게 하는 게 내 목표야.
도우 : ...
혜원 : 내가 큰 사업 해서 큰돈이라도 벌고 싶어하는 거 같아? 그래 보여? 정말 못 믿겠어요?
도우 : (안다.. 혜원이 어땠는지)
#전시실. 밤. (과거)
마당. 밤늦게 들어가는 도우. 창너머 전시실 내부가 보인다.
희미한 불빛 아래 혼자 남은 혜원. 작품들 조심조심 만지며 설치중.
도우 : 믿어. 어머니에 대한 당신의 진심, 믿어. 그것마저 믿지 않음,
혜원 : (본다)
도우 : 당신에 대해서 중심을 잡을 수가 없어.
혜원 : 아직두 뭐가 있는 거야? 아직두? 애니 친아빠 때문에? (헛웃음) 설마?
도우 : 애니는 아빠가 있었고. 만나러 갔고. 난 데려다줬어. 하지만 당신 말대루 그런 사람은 애당초 없었고.
애니가 상상을 한 거였다면. 그럼, 그동안 내가 딸로 믿었던 애니는... 어떻게 되는 거지?
혜원 : ...
도우 : 딸을 두 번 잃는 거야. 하지만, 그래도, 딸을 두 번 잃더라도, 당신을 믿도록 할 테니까. 조금씩만 양보하자.
혜원 : ...
31. 승강기 앞. 복도. 호텔. <시드니>
승강기 앞으로 오는 미진, 버튼 누르고 서 있는데.
룸에서 나오는 진석, 성큼성큼 걸어서 미진 옆으로.
딩동~ 승강기 오자. 진석, 매너손(먼저 타시죠) 미진, 네. 하고 올라탄다.
같이 타는 진석. 둘이 아무 말 없이 침묵.
진석 : 시드니는 얼마만이신가요?
미진 : (승무원톤. 끝 올리는) 이년만입니다.
진석 : 감회가 새로우시겠습니다.
미진 : (같은 톤) 아닙니다. 감회 같은 거 없습니다.
아래층에서 딩동. 문이 열리고 다른 승무원(상협, 은주)이 탄다. 인사하고. 다시 침묵.
1층에서 선다. 다들 먼저 내린다.
미진이 진석과 똑같이 매너손. ‘내리시죠.’ 진석, 내린다.
32. 비즈니스석. 기내.
소리 버럭 지르는 남자손님.
손님 : 너 말구. 여기 기장 나오라구 해! 기장!
미진 : 죄송합니다, 손님.
손님 : 아씨. 아줌마 말고. 기장! 뭐가 이렇게 그지 같냐구! 내 돈 주고 담요 달라는데!
33. 일각. 기내.
스피커폰으로 보고중인 은주.
은주 : 이륙하기 전에는 담요보급이 안 된다고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지금 달라고 생떼십니다.
34. 칵핏(조종실). 기내.
케빈 : (스피커폰 끊고. 진석 보며) 담요 가지고 뭔 난린지. 이륙하면 준다는데. 경찰 부를까요?
진석 : (재킷 벗은 상태. 기장석에 앉기 전) 경찰 오면 시간이 얼마나 지연되지?
케빈 : 제가 나가 보겠습니다.
35. 비즈니스석. 기내.
손님 : 담요 내놓으라고! 담요! (광분. 분노제어 장애가 있는 사람이다)
아직 비행기 안 떴잖아! 기장보고 나와서 사과하라구 하라구.
미진 : 기장님은 승객 모두의 생명을 책임지기 때문에 조종실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승객들께 피해가 되면 경찰을 출동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손님 : 경찰? 그래, 해보자구. 어디 갈 데까지 가보자. 나는 니들같이 외모만 믿구 깝치는 것들이 세상에서 젤 싫어.
미진 : (허리 숙인다. 꿈쩍 않는다)
손님 : (소리) 고개 숙이면서도 나 경멸하지? 다 들리거든! 기장 나와! (부들부들 떤다)
진석 : 안녕하십니까. 기장 박진석입니다.
상협,은주 : (놀라서 본다)
미진 : (동공 확장. 허리 펴지 못하고)
손님 : (진석 보더니 급 수그러든다) 그러니까 기장이 나와서 잘못했다 사과하면 내가 된다구...
미진 : (허리 핀다. 이런)
진석 : 좋은 여행되십쇼.
36. 갤리. 기내.
승무원들 쑥덕쑥덕.
은주 : 기장님 조종실에서 나오는 거 첨 봐요.
상협 : 아 진상 진상. 살다 살다. 담요 원하는 시간에 안 준다고 저 난리 치는 인간... 와 (고개 절레절레)
진상손님의 새로운 장르다.
미진 : 분노조절이 안 되는 사람은 결국 조사를 받아야 끝나요. 그럼 조사 끝날 때까지 이륙 지연되고, 승객들 기다리시고.
(능숙하게 다방커피에 얼음 세 개 동동 띄운다)
37. 조종실 앞. 기내.
조종실문을 두드린다. 낙낙낙낙 낙낙낙낙(그들만의 암호처럼)
문 열리지 않는다.
38. 칵핏. 기내.
케빈 : 암호가 다른데.
진석 : (아무렇지 않게) 고마웠겠지. 간단명료하게 일을 해결해줬는데.
케빈 : ?
39. 조종실 앞. 기내.
미진, 문 다시 두드리려니 열린다. 케빈이 서 있다.
40. 칵핏. 기내.
아이스커피 들고 들어가는 미진.
케빈 : 비밀암호가 틀린데요? 바뀌셨어요?
미진 : (아, 이거 아니지) 죄송해요. 예전 걸.
진석 : (조종에 집중)
케빈 : 기장님이 송선배님일 거라고 말씀하셔서 알았지. 장난인줄 알았을 겁니다.
미진 : 이거. (냉커피 건넨다)
케빈 : 사무장님 냉커피네. (컵홀더에 고정시켜 놓는다)
진석 : (보지 않고) 고마워요.
미진 : 박기장님, 아까는 감사했습니다. 제 선에서 해결했어야 하는 건데.
진석 : 송미진씨가 그런 걸 해결 못하네. 그 덕에 저도 기장생활 15년 만에 처음으로 밖에 나가봅니다.
미진 : ...뭐 드시고 싶은 거라도.
기장 : (대답 없다)
케빈 : 쏭라면!
41. 조종실 앞.
조종실을 나오는 미진. 따라 나오는 케빈.
케빈 : 아까 제가 나가려고 했거든요. 기장님 절대 사과 안 하시잖아요. 그런데 그냥 나가시더라구요. 빨리 해결하고 끝내자구.
미진 : (급미소) 기대해요. 쏭라면!
42. 대학 전경. 오후.
43. 강의실. 오후.
슬라이드 사진에는 한옥의 재료에 대한 사진들. (오래된 골목. 담벼락. 담벼락에 대한 설명. 문양. 소재 등)
도우가 설명하는 중.
-사이. 텅빈 강의실.
도우, 핸드폰에서 ‘효은엄마’라는 이름을 찾다가 문득 문자 보내는.
도우 : (문자소리) 갖고 싶은 이름 없어요?
44. 거실. 영숙집. 오후.
낑낑거리며 양파 포대 거실로 내어오는 수아.
‘학교 다녀왔습니다’ 인사하고 얼른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효은.
수아 : 엄마가 볶음밥 해줄까?
방에서 튀어나오는 효은. 현관으로 직행.
수아 : 학교에서 오자마자 또 나가?
-사이. 양파 한단 싱크대 위에 올려놓고. 식탁에 걸터앉는 수아. 문자 본다.
수아 : 불리고 싶은 이름?
도우 : (문자소리) 전 핸드폰에 무슨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어요?
45. 사무실. 오후.
지은할아버지 정원에 쓰였던 ‘정원 미니어처’를 보여주는 도우.
40대 후반 정도의 여자(보연), 흥미롭게 도우의 프레젠테이션 듣는다.
보연 : 이게 지은이 할아버지네 정원인가?
도우 : 네.
도우, 설명해주고.
수아 : (문자소리) 공항. 공항서 봐서.
46. 주차장. 오후.
운전석에 앉아서 ‘효은엄마’를 지우는 도우.
도우 : (문자소리) ‘공항’에 버금가는 장소로 바꿨습니다.
47. 마트. 오후.
에코백에 장보는 수아.
수아 : (문자소리) 어딘데요?
도우 : (문자소리) 어디를 가면 또 우연히 볼 수 있을까요? 전 글루 갑니다.
-수아, 핸드폰 문자 확인하더니 놀람.
수아 : 어디지? (하다가. 알겠다)
48. 길. 오후.
장보다 말고 달리는 수아. 버스정류장으로.
수아 : (문자소리) 저두 마침 글루 가는 중인데.
49. 길. 오후.
운전중인 도우.
도우 : (문자소리) 그럼 또 우연히 보는 건가요?
50. 공방. 전시실. 오후.
“석아!” 하고 들어오는 은희. 석이를 찾는데. 열려있는 서랍.
은희, 서랍 닫으려다가 안에 있는 혜원의 호적등본을 본다. 찬찬히 보는 은희. 혼인사실도 은우도 없는 혜원이다.
명치가 욱신. 숨을 고르는 은희.
51. 전시장-마당. 도우집. 오후.
수아, 전시장을 구경하는 것처럼 들어가 왔다갔다.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 경숙. 수아를 쓱 보고 마우스 누르며 컴퓨터만 본다.
수아, 경숙의 눈치가 보인다. 다시 나가려는데 혜원이 들어와서 경숙에게 간다.
수아, 얼른 마당 쪽으로 간다.
경숙 : 고은희 선생님 작품들요. 지금까지 찍어둔 것들 색보정만 하면 될 것 같은데요.
혜원 : 그럼 찍어둔 것들이라도 죽 정리해봐. 연대순, 날짜순으루..
52. 뒷마당. 고택. 오후.
왔다갔다 하는 수아.
수아 : 여기가 아니네. 오다가다 보는 것도 어쩌다 한번이지.
수아 : (문자소리) 어디세요?
53. 한강둔치/ 방. 고택. 오후.
-한강 바라보며 앉아있는 도우.
도우 : (문자소리) 한강.
-고택방 쪽으로 가는 수아.
수아 : (문자소리) 제 이름이 ‘한강’?
도우 : (문자소리) 한강둔치요. 어디에요?
수아 : (문자소리) 고택. 역시 ‘어쩌다’는 한번뿐이었나 보네요.
도우 : (문자소리) 아쉽네요. 간 김에 툇마루에서 쉬었다 가요.
-멀리서 효은이 축구하는 거 발견한 도우.
도우 : (미소) 나랑 할 땐 힘으루만 밀어붙이더니, 제법 기술도 구사하네.
축구하던 효은, 까르르 웃는다.
도우 : 오랜만에 듣네. 박효은 특유의 웃음소리... (미소)
#다리 위. 활짝 웃던 애니의 얼굴.
도우 : (씁쓸. 효은 옆의 제아를 본다) 누구지..?
하는데 효은이 “삼촌 그게 뭐야!”
도우 : 삼촌. 수아씨 동생.
도우, 흥미롭게 둘의 축구를 본다.
하늘을 보는 도우. 순간 바람이 휘이~
효은 : (공차다가) 뭐야! 갑자기 웬 바람?!
54. 툇마루. 고택. 오후.
툇마루에 걸터앉아있던 수아, 일어나려는데 바람에 풍경이 달랑달랑.
(*뭔가 신비로운 느낌. 한강에서 이곳까지 부는 일순간의 바람)
뒤돌다가 방문이 조금 열려있는 것을 발견. 문을 톡 건드려본다. 열린다!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뭔가를 적던 은희와 눈이 마주친다!
수아 : (헉) 죄송합니다. (얼른 문 닫으려는데)
은희 : 들어와두 됩니다.
수아 : (다시 보니) 어. 단추할머니 아니세요?
은희 : (끄덕) 기억하네.
수아 : 그땐 고마웠습니다.
은희 : (수아를 빤히 본다. 그러더니 미소)
수아 : (도우를 닮았다. 뚫어지게 보는 모습이) 누구 닮았어요..
은희 : 누구요?
수아 : 아녜요. 사람 빤히 보는 게 비슷해서.
은희 : (미소) 이름이 뭐예요?
수아 : 최..수..아.
은희 : 수아씨. 나가는 김에 나 팥죽 한 그릇만 사다줄래요?
수아 : ?
은희 : 고맙다면서요. 보답으루다가. 요 앞에 잘하는 집이 있어요. 미안한데 한 그릇만 사다줘요.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두 장 꺼내 건네며) 오늘 일을 많이 했더니... 힘이 딸려서..
수아 : (주섬주섬 일어나 나간다. 나가면서도 ‘이래도 되나?’)
은희 : (온화. 뚫어지게 보더니)
55. 팥죽집. 오후.
수아, 팥죽 포장을 들고 뛰어나온다.
56. 방. 고택. 오후.
은희 : (맛있게 먹는다) 맛있어요.
수아 : (한 그릇 다 먹는 거 보니 보람이 느껴지는. 괜히 흐뭇)
은희 :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팥죽 한 그릇을 다 비우구 가셨어요.
부엌 솥에 있는 걸 어떻게 아셨는지 나보고 가져오라는 거예요. 어떻게 알아? 했더니, 알아지더래요.
잘 드시고는.. 아 배부르다, 하시곤 주무시다 돌아가셨어요.
수아 : 호상이네요.
은희 : ‘사람이 죽기 전에 소중한 사람을 위해 하나쯤은 꼭 해주구 간다...’ 간절하게, 그 사람을 위해서. 매번 그러셨는데...
수아 : (잠깐 이 말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5회 68씬.
도우 : 죽음을 앞둔 사람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아끼는 사람을 위해서 뭐 하난 꼭 남겨준대요. 간절한 마음에...
소중한 사람한테 필요한 걸.
수아 : 비슷한 말을 들어본 것 같은데.
은희 : 노친네들이 맨날 하는 소리에요. (수아를 보더니) 팥죽 잘 먹었어요. 고마워요.
수아 : 여기 사세요?
은희 : (끄덕)
수아 : ! 죄송해요. 함부루 들어오구.
은희 : (주머니에서 끈목 하나를 꺼내더니) 팥죽 보답으루.
수아 : 뭐예요?
은희 : (손 내밀며) 줘봐요.
수아 : (손을 내밀자)
은희 : 아니.
수아 : ?
은희 : (수아의 발을 가리킨다)
수아 : (발!? 내밀자)
은희 : (발목에 발찌처럼 묶어주며) 여기저기 다니느라 고생도 많고... 발을 편하게 해줘요.
수아 : (어떻게 알았지!? 하지만 침묵. 뭐지 이 경건한 느낌은?)
경건하고, 조용히 시간이 흐르는 듯.
은희 : (매듭하다가 멈춘다)
#13-1. 애니가 출입구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당황한 모습의 혜원이 뭐라고 말을 한다. (들리지 않는다. 입모양만)
은희 : 이게 왜 이제야... 알아지는지(들리는지...)
수아 : ? (걱정된다) 할머니?
은희 : 헛소리 하는 거 아니니까 겁먹지 말구. (매듭 마무리) 다 했어요. (미소)
공방 쪽 가서 석이라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애 좀 불러다줘요. 석이에요. 딴 사람 말구.
수아 : 네.
은희 : 아, 그리구. 울 아들 보면 저기 책상서랍에 뭐 써놓은 거 있으니까 전해줘요.
수아 : (무슨 소리지?) 아드님이 누구?
은희 : 석이부터. 어서요. 최수아씨.
57. 마당. 도우집. 오후.
뛰어가는 수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괜히 다급하다.
58. 방. 고택. 오후.
은희 : 사람이 보이고, 들리고...
#전시실. (씬13-1의 상황에 이어지는)
은희, 애니가 출입구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당황한 모습의 혜원. 그리고 뭐라고 말을 한다.
은희 : 니가..
#전시실. (씬13-1의 상황에 이어지는)
혜원의 입모양과 딱 맞게.
혜원 : 니가.. 은우라구?
-스르르 잠이 드는 은희.
바람 한 점 없는 곳에 풍경이 울린다.
#1회> 또르르르 굴러가는 옥구슬. 수아의 발치에.
59. 마당. 도우집. 늦은 오후.
달려가던 수아, 멈춰 선다. 풍경소리 나는 쪽으로 돌아본다. 바람 한 점 없는데. ‘뭐지 이 느낌은?’
발목에 묶인 발찌를 본다.
-들판에서 웅크리고 앉아서 기다리는 애니. 그 위로
애니 : (E) 기다리고 기다리고
60. 한강둔치. 늦은 오후.
푸른 하늘을 보는 도우.
애니 : (E) 또 기다리고
도우 : (하늘 보며) 니가 거짓말했다고 해서, 엄마만 믿어줘서 억울해? 그럼, 한방 날려주든가.
하는데, “거기 공 좀!” 하는 소리에 정면을 본다. 공이 날아온다.
도우, 공 다리로 받아서 컨트롤. 제아가 “이쪽이요!” 하는데, 도우 일부러 효은이 앞으로 공 차준다.
효은 : (공 받다가. 잠깐) 아저씨?
도우 : (미소로 다가간다)
효은 : (달려간다) 아저씨! 애니 아저씨! (울음 터트린다) 어어어엉...애니..어엉어엉 언니..어엉 아저씨.
-사이. 제아와 효은, 아이스크림 먹고 있고.
도우 : 오니까 좋아?
효은 : (끄덕? 갸웃? 끄덕)
도우 : (미소. 효은이 머리 쓰담) 역시 집이 좋지?
효은 : 우리집 아녜요. 할머니네지..
도우 : (미소)
효은 : 언니가 서울 안 간다고 해놓구 가서 인사도 못하구. (울먹)
도우 : 간다고 얘기 안 했어?
효은 : 매번 가고 싶은데 못 간다 그래서... 이번에두 안 가는 줄 알구..
도우 : 가고 싶은데 못 가?
효은 : 얼마나 가고 싶어했다구요. 그리울 때마다 천장에 붙여놓은 아저씨 사진 보구,
한 시간 걸려서 거기 전시회에 할머니 있다고 가구.
도우 : (..!)
#전시실. <말레이시아> (과거)
애니 : (교복차림으로 뛰어 들어가서) 할머니 다녀왔습니다! 석이 삼촌 (손으로 하트모양) 안녕.
효은 : (따라서 하트모양) 안녕하세요~
도우 : (하지만) 몰랐는데..
효은 : 어떻게 그걸 몰라요. 첨엔 누가 무서워서 안 가는 줄 알았거든요. 왕따사건 뭐 그런 걸루.
근데 나중에 뭐라더라.. 지키고 싶은 게 있어서 못 간다구. 뭐더라.. 아주 어렵게 말했는데. 못 지킬까봐 무섭다구 했나?
#메리집 앞. 낮. <말레이시아> (과거)
둘이 축구공으로 툭툭 치면서 연습중.
효은 : 언니는 왜 서울 가고 싶으면서 안 가? 무서운 애들 있어? 언니 괴롭혀?
애니 : (미소) 너 정말 무서운 게 뭔지 알아? 소중한 걸 못 지킬까봐... 그게 젤 무서워.
효은 : (뭔소리? 어려워라. 하지만 끄덕끄덕) 그래. 그거 정말 무서워!
61. 터널. 늦은 오후.
터널을 걸어 나가는 도우.
도우 : 제대루 한방 날렸어.
#들판. 웅크리고 있는 애니. 고개를 천천히 돌려서 카메라를 응시.
당돌하지만 간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 (아빠, 알아야 해요. 뭔가 말해주듯)
도우 : (소리) 니가 그토록 지키고 싶은 게 뭐였는지.... 알아낼게.
62. 전시실. 도우집. 늦은 오후.
수아, 헐레벌떡 들어가는데. 석이 혼자 있다.
수아 : 여기 석이씨라는 분이.
석 : 전데요.
수아 : 단추할머니 아드님이세요?
석 : ? 울 엄마? 돌아가신 지가 언젠데...
63. 마당. 도우집. 늦은 오후.
석 : (방쪽으로 향하며) 팥죽을 드시다가 석이를 불러오라구?
혜원 : (공방에서 나오다가) 어머님 못 봤어요?
석 : (대꾸 없이 수아에게만) 어르신 아닌가?
수아 : 손으로 뭐 (매듭 흉내) 꼬는 거 잘하시던데.
석 : 맞네! (앞서 간다)
혜원 : (따라가며) 어머님 얘기하는 거예요? 도우씬요?
수아 : (같이 가려다가 멈칫. 도...우? 순간적으로 혜원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본다. 잠깐)
#3회 84씬. 바에 앉아있는 수아 뒤로 들리는 혜원의 목소리 “도우씨!”
뒷걸음질 치는 수아.
#뒷마당에서 낮술 한잔 마시며 일하던 도우.
#방안. “아무도 못 들어오는 방인데..”
석 : (수아 보며) 왜 안 와요?
수아 : ...불러만 달라고 해서요. (뒷걸음질) 가세요.
혜원 : (수아쪽 신경도 안 쓰고 그저 고택 쪽으로)
수아 : (뒤돌아 달려 나간다)
석 : (의아하게 수아를 본다. 하지만 얼른 고택으로)
64. 길. 도우집 앞. 늦은 오후.
숨을 몰아쉬는 수아. 치고 드는.
도우 : (E) 내가 여기 왜 있을까요?
수아 : (도우집 보며) 최수아... 너 바보니...?
F.O
65. 전시실. 도우집/ 베란다. 영숙집. 저녁.
-책상 위, 전화벨이 울린다. 나가려다가 허겁지겁 달려와서 전화 받는 경숙.
-베란다에서 전화중인 수아.
경숙 : (다급) 네.
수아 : (잔뜩 긴장) 뭐 좀 여쭤볼려구 하는데... 거기 할머니 한분 계시죠? 혹시 그분이.. 서도우(하는데)
메리 : (소리) 실례합니다.
경숙 : (돌아본다) 누구세요?
메리 : (인사하며) 여기가 서도우씨 댁 맞죠?
경숙 : 네. 그런데요.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경숙과 메리의 대화 듣고 있던 수아, 놀란다.
-전시실>
메리 : 전 서도우씨 딸, 애니가 말레이시아 있었을 때 홈스테이주인이었던 사람인데.
수아 : (들었다. 심장이 쿵! 이 집 서도우네 맞다! 집중해서 듣는다)
메리 : (E) 오늘 서울 도착한다고 서도우씨랑 연락을 했거든요. 오긴 왔는데 도통 전화를 안 받는 거야.
서울에 10년 만에 왔더니 정신도 없구.
경숙 : (E) 그럴 경황이 없을 거예요. 서도우씨 어머님이 병원에 계세요. 갑자기 쓰러지셔가지구.
(전화 받던 거 기억난다) 잠깐만요. (수아에게) 여보세요!
수아 : 서도우씨 댁이니까..
경숙 : (E) 그런데요?
수아 : 그 병원이..
66. 대학병원전경.
67. 복도. 특실 앞. 저녁.
병실에서 나오는 도우. 전화하는 혜원이 보인다.
#모두 애니의 상상이야! 하던 혜원.
#들판사진을 찍는 애니.
#“아빠는 손이 크고...” 친부에 대한 애니의 이야기.
도우, 계속 혜원을 관찰하듯 보는데.
핸드폰 끊는 혜원, 도우 쪽으로 오며
혜원 : 현정이. 홍관장님 병원에 들르신다구.
도우 : ..
혜원 : (도우 눈치 보더니) 한번만 어머님께 물어보면 안 될까?
도우 : 뭘?
혜원 : 고은희브랜드. 한번만.
도우 : (아찔) 의식도 없으셔.
혜원 : 들으실 순 있으시잖아. 손가락만 까닥하면..
도우 : (문을 연다. 침상 위에 누워있는 은희를 보이며. 엄하게 혜원 본다. 이래도 물어볼래? 하듯)
혜원 : (움찔)
68. 특실. 밤.
도우는 침대 앞에, 석이는 간병인 침대에 앉아있다.
석 : (도우 본다. 안쓰럽다. 일어나서) 자리 바꿔. 여기 와서 누워.
도우 : (대답 대신) 형이 있으니까 낫네.
석 : (착잡) 요 며칠 계속 집에 있으라구 하셨거든. 니 옆에 있어주라구. (감정 울컥) 해드린 것두 없는데...
도우 : 형이 다 했지. 마지막으로 어머니 본 것두 형이구. 팥죽두..
석 : 나 아냐! 모르는 여자가 그 방에 어르신 있다구 가르쳐줬어. 어르신 마지막으루 본 여자가 그 여잘껄?
-사이.
혼자 남은 도우. 은희 침상 옆에서 문자 본다. 그 위로.
# 도우 : (문자소리) 어디에요?
수아 : (문자소리) 고택.
#애니와 부딪히는 수아. 그 위로 수아의 목소리. “제가 죽기 직전의 애니를 봤어요!”
#방안, 팥죽을 먹는 은희와 그걸 보는 수아. 평화로운 느낌의.
도우 : (의식 없는 은희를 보며) 어머니... 이 사람... 뭐예요?
69. 효은방. 영숙집. 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아. 도우에게 전화 걸까 말까 망설이다가 걸지 못한다.
70. 정형외과 전경. 낮.
71. 병실. 정형외과. 낮.
퇴원 준비하는 영숙. 옷 곱게 차려입고 일어난다.
뒤에서 가방 들고 따라나서는 수아.
영숙 : (간병인에게 인사) 아고 또 언제 보나.. 고생하시구요. 냉장고에 남은 과일이랑 물은 다 드셔두 돼.
간병 : (조선족말투)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구요~
72. 정형외과 앞. 낮.
택시를 잡는 수아.
한쪽에 서 있던 영숙. 서 있기 힘든 듯 비틀거리더니 와락, 쓰러진다.
놀라는 수아!
73. 다시 병실. 정형외과. 낮.
퇴원했던 병실에 다시 누운 영숙.
의사 : 후십자인대 이상으로 무릎에 물이 찼습니다. 수술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수아 : !!!
74. 특실. 낮.
의사 : 2016년 10월 5일 2시 13분. 운명하셨습니다.
도우, 혜원, 엉엉 소리 나게 우는 석.
75. 병실. 정형외과. 저녁. 비.
간병인이 냉장고문 열어서 귤 꺼내며.
간병 : 하나 쟈실래?
영숙 : 싫습니다.
수아 : (갑자기 생각났다!)
#60씬> 은희 “울 아들 보면 저기 책상서랍에 뭐 써놓은 거 있으니까 전해줘요.”
수아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영숙 : 진석한테 연락 좀(하고 돌아보니. 수아가 없다. 두리번)
76. 정형외과 앞. 저녁. 비.
병원 밖으로 뛰어나오는 수아.
77. 장례식장. 저녁. 비.
상주 이름에 ‘서도우’가 보인다.
수아, 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다 허둥지둥 그곳을 떠나고.
잠시 뒤, 메리(화사한 옷 입었다)가 다가와 상주 이름을 확인한다.
메리 : 이 차림으루 들어갈 수도 없구. 비는 오구.
78. 복도. 장례식장. 저녁. 비.
계속 도우에게 전화 거는 혜원. 하지만 도우가 받지 않는다. 문자 보낸다.
혜원 : (문자소리) 어딨어요? 도우씨 찾는 분 많아.
79. 일각. 장례식장 밖. 저녁. 비.
수아쪽> 장례식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는 수아.
메리쪽> 그런 수아를 멀리서 본 메리, 반갑고 놀라운 마음에
메리 : 효은엄마!
혜원쪽> ㄱ자로 꺾인 곳에서 ‘효은엄마’라는 소리를 들은 혜원.
(*ㄱ자로 되어있는 곳. 메리는 수아가 보이고, 혜원이 꺾으면 메리가 있는 곳)
혜원,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새벽. 도우 핸드폰에 뜬 ‘효은엄마’라는 이름.
수아쪽> 메리가 부르는 소리 듣지 못하고, 울리는 핸드폰부터 확인. 공항!
수아 : (받는다. 쉽사리 입이 열리지 않는다)
도우 : (E) 비 맞구 서서 뭐해요?
수아 : (놀람. 두리번)
비를 피할 수 있는 일각. 벤치에 앉아있는 도우. 검정바지. 흰셔츠. 느슨한 넥타이.
#1회 67씬. 티켓팅카운터 앞. 수아, 옆에 선 남자를 본다. 힘겨운 얼굴의 도우.
수아 : (와락 눈물이. 얼른 도우 쪽으로 달려간다)
-수아가 달려가는 쪽으로 가보는 메리. 뭐지?
-동시에 혜원, ‘효은엄마!’ 소리 난 메리 쪽으로 다가가고.
80. 외진 곳. 장례식장 밖. 밤. 비.
앉아있는 도우에게 가는 수아.
도우 : (수아 올려다보며) 어머니께 팥죽 드린 사람이 수아씨 맞아요?
수아 : (끄덕) 그분이... 어머니...
도우 : (끄덕)
수아 : (울컥)
도우 : 고마워요.
수아 : (울먹. 더듬더듬) 뭐라구... 위로를...
도우 : 위로는 됐구. (앉은 채 수아를 확 잡아당긴다. 안긴다)
수아 : (안으며)
폭우 속, 깊고 따뜻한 포옹에서.
-6회. 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