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125장입니다
천 세 우희 미리 정하샨 한수 북에 누인 개국하샤 복년이 갓업스시니
성신이 지나쟈도 경천근민하샤자 더욱 두드시리이다.
님금하, 아라쇼서.
낙수예 산행 가 이셔 하나빌 미드니잇가.
(현대어 풀이)
여러 세대 위에 미리 정해신 한강 북쪽에 (육조가) 덕을 쌓아서
나라를 여시어 왕조가 끝이 없으니 성인이 이으셔도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들을 부지런히 다스리어 (기반을) 굳으시겠습니다.
임금이시여, 아소서
(태강왕처럼) 낙수에 사냥을 가 있으면서 할아버지만 믿으시겠습니까?
선조께서 열심히 노력해서 한강 북쪽(한양)에 나라를 여시어 나라가 계속 이어지니, 어떤 왕자, 왕손이 왕의 자리에 오르더라도,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들을 부지런히 다스리어, 이 나라가 더욱 안정될 것입니다.
임금님이여 아십시오(기억하십시오).
태강왕처럼 낙수에 사냥을 가 있으면서 할아버지만 믿으시겠습니까?
(중국 하나라 태강왕은 왕위에 올랐지만 할아버지였던 우왕의 덕만 믿고, 늘 사냥만 다니고 정사는 살피지 않아, 궁(窮)의 제후인 예(羿)가 백성을 위해 그를 폐위했습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믿는 기둥은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어서 더 문제입니다. 여론에 관심두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럼 무엇에 관심을 둔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자리에 연연한다고 생각하는 정치권 인사는 거의 없다.
두 번째인 총리직에서 본인 스스로 물러날 뜻을 공개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리 교체가 급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가을 국정감사, 의정 갈등을 비롯해 만만치 않은 국정현안, 쉽지 않은 국회동의 과정을 고려했을 것이다.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선 “당분간 한 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와 진보 정권을 아우른데다, 외교 경험까지 갖춘 국정 경륜에 대한 신뢰로 보인다. 믿음대로 대정부 질의에서 정확한 통계와 수치로 야당 공세를 방어하고, 박지원 의원과는 막말 없는 ‘티키타카’까지 보여줬다. 윤 정부에서 2년 4개월째, 노무현 정부 시절 10개월까지 포함해 한 총리는 이제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다.
호불호를 떠나 인사권자가 사실상 사의를 수용한 후 5개월 지나 국정 2인자를 다시 유임시킨 경우라면 국정에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그것도 지난 4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내각 총사퇴의 시동을 걸고는 취지와 무관한 일부 장관만 교체했을 뿐이다. 야당이 아닌 국민을 바라보며 정치한다면 이렇게 눙쳐서 해결될 게 없다. 더구나 정권심판 민의에도 변하는게 없다면 민심은 계속 심판할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문제를 털어내지 않고 임시 대응만 하면서 채 상병 사건, 김 여사 관련 의혹 등 현안은 해법 없이 쌓이기만 한다. 정치공방 수준을 넘어선 의혹들도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내각의 국정 대응이 불신을 받는 점이다. 의료개혁은 처음 대통령 지지도에서 가장 긍정적 요소였으나 지금은 부정 요인으로 바뀌었다.
민생에 중요한 경제만 해도 정부는 잘 돌아가고 있다며, 5개월 연속 ‘내수회복 조짐’이란 낙관론만 펴고 있다. 그마저 대통령이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고 말한 다음 날 나빠진 경제지표를 발표, 손발 안 맞는 모습을 노출했다. 결국 금융시장이 대통령, 장관 발언에 고개를 갸웃하고, 정부당국 구두개입마저 먹히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불신 국정의 대가로 돌아와 있다.
윤 정부 임기는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친윤그룹은 세력도 정체성도 뚜렷하지 않고,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안타까운 수치를 기록 중이다. 대통령실은 늘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정을 잘 챙기겠다고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런 현실은 최저 국정 지지도란 민심 수치가 틀리지 않았음을 알릴뿐이다. 오히려 위기경보인 여론을 무시하는 행보는 국민이 아닌 역사와의 대화는 하는 것이다. 역사에 평가를 맡기는 행보는 과거 대통령들의 임기 말 징후였다.
그런 탓인지 주변에 나라 걱정하는 이들이 제법 많아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나라가 어찌될지 모르겠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나라 밖 여건을 제쳐 놓는다면 깊어진 나라 걱정이 용산의 정치에서 시작된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희망을 얘기하지 않는 정치, 이끌지 못하는 정치인을 견뎌내는 사람들의 허탈함과 배신감이 결국 나라 걱정인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위기감을 갖고 국정을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쟁과 거리를 두고 민생에 집중하면서 정책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야 하고 공직사회 기강도 엄정히 해야 한다. 총리의 역할이 더 요청될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어려운 민생과 시장불신을 감안하면 경제총리 인선을 통해 국정동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총리교체 카드가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이 보여줄 변화의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생전 보수와 혁신의 경계를 가로지른 남재희 전 장관은, 어려울수록 가운데로 나아가 중심을 뚫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한국일보. 이태규 논설위원실장
출처 : 한국일보. 오피니언 이태규 칼럼,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
여론조사는 특정 집단의 특정 시기 생각을 찍은 스냅 사진이라고 합니다.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잣대도, 가야 할 곳을 알려주는 지도도 아니지만, 그러나 국가 지도자에게는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지지율이 낮으면 국정 신뢰와 동력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점을 찍었다고 하는데, 한국갤럽의 정기 조사(9월 둘째 주)에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20%에 간신히 턱걸이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야속할 것입니다. 오직 국민과 미래를 위해 거야 국회와 기득권층 반발을 무릅쓰고 ‘4+1 개혁’에 나섰는데, 정작 국민은 몰라주기 때문입니다.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의대 증원과 관련, 최근 비판 여론이 지지 여론을 앞서기 시작했고,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서도 반대(41%)가 찬성(37%)보다 많은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요?
근원적 문제는 ‘정치인 윤석열’의 실패입니다. 간신히 대통령에 당선됐음에도 지지 기반을 스스로 허물어왔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지금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한덕수 총리를 교체하겠다고 얘기를 한 것이 5개월 전이라고 하는데 이를 기억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겁니다. 얘기만 꺼내 놓고는 그냥 뭉갠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합니다.
정말 이런 식의 국정 운영을 하다가 무슨 일이 날지 큰 걱정일 뿐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