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3일 연중 제18주일
신부가 되고 나서, 나의 부족함을 정말로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강론하는 것, 신자들과의 만남, 어려운 사람을 향한 배려 등등 무엇 하나 잘하지 못하는 저였습니다. 그래서 자기 계발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잠을 줄이고 열심히 독서했으며, 또 각종 강의를 들으면서 저를 만들어갔습니다. 시간 활용을 위해 플래너를 사용하고, 매일 일기를 쓰면서 하루하루를 반성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살다 보니 빡빡한 하루의 연속이었고, 또 이렇게 살아야 잘 산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신학생 때와 다른 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미래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더 중요한 미래는 이 세상에서의 미래가 아님을, 즉 하느님 나라라는 미래를 대비해야 함을 많이 묵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하나를 지웠습니다. 플래너와 일기 쓰기를 멈췄습니다. 하루를 시간 단위로 빡빡하게 사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최우선에 두어야 할 것을 확실하게 하려고 합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하느님 사랑이야 당연하지만, 인간 사랑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 모두를 사랑의 대상으로 보듬을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너그럽고 베푸는 삶을 습관처럼 행해야 했습니다. 즉, 사랑에 성실한 제 모습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했습니다.
노후 준비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하느님 나라에 갈 준비가 더 중요합니다. 우리 본당에 파견 나온 부제가 강론 중에 “제가 30년 뒤, 이 본당 주임 신부로 올 수도 있다.”라는 말을 합니다. 그 순간 계산합니다. 30년 후에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하느님 나라에 갈 준비가 얼마나 시급함을 깨닫습니다.
‘어리석은 부자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어리석은 부자는 마음의 변화와 불안, 그리고 근원적인 헛됨을 깨닫지 못하고, 재산으로 자신의 성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자신을 위해 재산을 쌓아두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서, 정말로 중요한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라고 말씀하십니다.
인간은 재물로 생명을 연장할 수 없으며, 생명은 오직 하느님의 손에 있습니다. 따라서 재물을 하느님보다 더 의지하는 것은 커다란 위험에 빠지게 합니다. 진정한 부유함은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사람이 얻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그래서 그토록 강조하셨던 사랑의 실천이 중요했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오늘 밤 나를 부르신다면, 나는 과연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으로 설 수 있을까요? 내 재물을 하느님 나라와 다른 이를 위해 어떻게 쓰이는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의 명언: 사람, 사랑, 삶.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글자 셋은 꼴만큼이나 속성도 닮았다. 저마다의 모서리와 귀퉁이를 가진 사람이 하늘처럼 둥근 사람과 합쳐 삶이 된다(유선경).
사진설명: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첫댓글 빠다킹(조명연 마태오)신부님 강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