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시평 13]차마 어쩌지 못하는 마음, 불인지심不忍之心
정치인들이 흔히 자주 쓰는 금도襟度라는 말이 있다. ‘지도자는 금도가 있어야 한다’거나 ‘지도자다운 금도’ 등으로 쓰이지만, 사실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금도禁度로 많이 쓰이는 것같다. 앞의 금도는 ‘남을 받아들일 만한 마음이나 생각’ ‘도량度量’이라는 뜻이고, 뒤의 금도는 ‘넘지 못하는 선’ ‘넘어서는 안될 선’의 ‘레드 라인red line’이라는 뜻이라 하겠다. 한 야당 국회의원이 이재명 대표의 단식에 침묵하는 대통령실에 대해 “참으로 금도를 넘어선 집단이라는 생각에 씁쓸하다”고 말한 것을 두고, 여당에서 언제부터 우리말을 그렇게 잘 알았는지 “아나운서 출신이 사전에도 없는 말을 쓴다”며 공격에 나선 것을 보고, 헛웃음이 절로 나와서 하는 말이다. 언중言衆이 대부분 그렇게 쓰니, 어느 국어사전에 표제어로 올리기도 한 우리말인 것을, ‘사안’(이재명 대표의 단식투쟁)의 심각성은 개무시하고 접어둔 채 그것도 비난이라고 하는 것일까?
작금昨今의 사태를 보는 시골 초로初老 농사꾼인 나의 심정이 이를 데 없이 착잡하다. 솔직히 말하면, 도대체 나라 걱정 때문에 편히 잠을 잘 수가 없다. TV 뉴스를 볼 수도 안 볼 수도 없거니와, 밤 12시 넘어 유튜브 보기가 겁이 난다. 아무리 정치를 모른다해도, 한 나라 대통령의 저 ‘이상한 폭주暴走’를 이해할 수가 없다. 심지어 대통령 출마를 앞두고 “쥐약 먹은 놈들뿐인 야당은 플랫폼이다. 나는 정권 교체만 관심이 있지 대통령은 귀찮다.”고까지 말한 육성 녹음이 공개되지 않았던가. 이럴 수는 없다. 이런 식의 행태와 언행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이다. 군화발 정치의 박정희와 살인마 전두환의 정치는 어쩌면 이보다 낫지 않았을까? 휴우-, 정말 그런 것같다. 미친.
야당 원내대표가 “정치는 없고, 경제는 나쁘고, 민생은 힘들다”고 어제 국회에서 말했다. 온 국민이 다 아는 진실을 이제야 말하는 저 금배지는 또 무엇인가? 바보. 언론은 그것을 세게(강경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한다. 민생民生이 힘든 게 아니고 괴롭다. 괴로워도 너무 괴로운 게 문제이다. 170석의 거대 야당은 1년 4개월 동안 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참다못해, 당의 대표가 19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데도 '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 당이 갈라져 있다. ‘그놈들도 그놈’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게 만든다. 최강욱은 내년 총선에도 나오지 못한다. 중차대한 내년 총선에선 어느 놈을, 어느 당을 찍어야 할 것인가? 어떤 출구도 보이지 않는다. 첩첩산중. 그래서 문제다.
아무튼,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게 아니고, 야당 대표의 단식을 두고 대통령, 대통령실, 여당의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사람이라면 최소한 ‘말’이라도 ‘최소한의 예의’가 있어야 하는 법이거늘, 얘들은 정말로 금도禁度를 넘어섰다. 한마디로 인간이 아닌 금수禽獸, 즉 숨을 쉬는 짐승, 개쉐키라는 말이다. 욕하기조차 민망하고 싫다. 몇 천 년 전 어느 성인이 “인유개불인지심人有皆不忍之心”이라고 했다. 맹자孟子 공손축장구상公孫丑章句上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사람은 모두다 불인지심을 갖고 있다? 불인지심不忍之心이 무엇인가? 차마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다. 이때의 인忍은 ‘참을 인’이 아니고 ‘차마 못할 인’으로 새긴다. 과연 그러한가? 그 대목을 조금 더 보자. 선왕先王(옛 임금들)은 차마 어찌하지 못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곧 사람을 어찌하지 못하는 정치를 한 것이다. 사람을 어찌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어찌하지 못하는 정치를 하면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손바닥 위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불인지심만 가지고 있으면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쉬운 게 정치이거늘.
차마 어찌하지 못하는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거늘, 작금의 대한민국 대통령을 어찌 하는가? 정치를 아무렇게나, 자기 마음 내키는대로 하고 있지 않은가? 나라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오기로 정치를 하는 사람도 처음 봤다(내가 너무 오래 산 탓일까? 당선이 되니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부터 나를 공격하던 '똑똑새' 이재명을 조근조근 죽이자고 다졌을 것이 아닌가. 그렇게 1년 4개월이다. 거기에 해당하는 사자성어는 쌔고 쌨다. 후안무치, 인면수심, 적반하자, 양두구욕, 내로남북, 오불관언, 우이독경, 일로매진, 극악무도, 무법천지, 패륜, 문제는 이념전쟁이다. 이념이 무엇인지 네가 아느냐? 어디 갈데까지 가보자(전쟁이 나도 상관없다. 나는 이미 기시다형님에게 망명을 신청해 놓았다.테러리스트 안중근동상도 끌어내릴 거다. 독도도 넘겨줬으니 안봐주면 개새끼다. 바이든도 재선할 테니 무슨 걱정인가. 예쁜, 여시같은 여편네도 팽개치고 나만 줄행랑칠 거다. 메롱). 나의 '영원한 쫄병' 한동훈이 니가 다 알아서 해라. 나는 이제 '술시'가 되었으니 폭탄주나 말아먹으러 가야겠다.
'누가 단식을 하라고 했냐고? 쓸데없는 일을 하고 지랄이야? 내가 하라고 했으면 큰일났겠네' 이제 단식 19일째만에 처음으로 내놓은 대통령실 반응인 것을. 또 유엔에 간 '그놈'은 특유의 '썩소(썩은 미소)'를 짓고 있으리라. 그러니, 우리가 괜히 '그놈의 그런 일거수일투족'에 매급시 흥분할 일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