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 건양다경
입춘을 맞아 집 대붕이나 기둥에 붙이는 입춘첩에 쓰는 글귀들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은 가장 대표적인 문구입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은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입춘이 되면 각 가정에서는 입춘축을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입니다. 입춘첩(입춘축) 문구는 아주 다양합니다.
"부모는 천년을 장수하시고 자식은 만대까지 번영하라"는 뜻의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 (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산처럼 오래 살고 바다처럼 재물이 쌓여라라는 뜻의 수여산 부여해 (壽如山 富如海)도 있습니다.
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는 소지황금출 개문백복래 (掃地黃金出 開門百福來),
온갖 재앙은 가고 모든 복은 오라는 의미의 거천재 래백복 (去千災 來百福),
그리고 재난은 봄눈처럼 사라지고 행복은 여름 구름처럼 일어나라는 뜻을 가진 재종춘설소 복축하운흥 (災從春雪消 福逐夏雲興)도 쓰입니다.
옛 선인들은 입춘첩을 서로 나누며 새해의 길운을 기원했습니다. 입춘축을 붙이면 '굿 한번 하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오늘은 24절기 중 첫 절기이자 봄의 문턱으로 들어선다는 입춘입니다.
기록적인 한파 속에 맞이하는 때이른 입춘입니다. 우리나라보다 계절이 빨리 오는 중국 화북지방을 기준으로 만들어 진 절기를 가져 오다 보니 심정적으로 먼저 봄을 느껴야 할 것 같습니다.
매년 이때가 되면 봄이란 단어가 가져오는 설레임과 함께 애잔함이 들기도 합니다.
농사가 나라의 근본인 우리같은 농경사회에서 봄은 새로움이라는 희망적요소보다는 어려운 노동의 시작이라는 의미가 더 강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입춘 때의 풍속은 풍년을 기원하고 동네의 평안과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습속이 많습니다.
각종 풍속을 적은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연간 약300여개의 풍속 중 1/4 정도가 정월 초하루부터 입춘을 거쳐 정월대보름에 집중되어 있는데, 몇가지 예를 들어 보면 함경도에서는 나무로 만든 소를 끌고 풍년을 기원하는 목우(木牛)놀이를 했고, 제주도에서는 심방이 주관하는 입춘굿을 하는데, 밭을 가는 흉내를 내는 ‘소몰이’를 했습니다. 또 농가에서는 보리 뿌리를 뽑아 보고 뿌리수를 통해 그해 농사가 잘 될지 어떨지를 점치기도 하였습니다.
늦가을에 심은 보리가 입춘 즈음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데, 이때 뿌리를 파보아 세 갈래면 풍년, 두 갈래면 평년작, 시들었거나 하나뿐이면 흉년이 들 징조로 해석했다고 합니다.
또 입춘이 되면 오신채라 하여 이때 먹는 다섯 가지 나물을 먹습니다. 주로 자극적이고 매운맛이 나는 채소를 사용, 색을 맞춰 다섯 가지를 골라 무쳐 먹는데요! 대표적으로 겨자잎, 파, 마늘, 자총이, 달래, 부추, 무순, 미나리, 무릇 등이 있답니다.
이는 오방색(靑, 白, 赤, 黑, 黃)을 나타내며 탕평을 나타내기도 하고 인(仁), 의(義), 예(禮), 지(知), 신(信)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처럼 입춘은 농경과 뗄 수 없는 절기입니다. 물론 모든 절기가 농경과 관련이 있지만..
자료에 의하면 예로부터 입춘이 되면 동풍이 불고, 얼음이 풀리며, 동면하던 벌레들이 깨어난다고 하였습니다.
입춘은 새해에 드는 첫 절기이므로 궁중과 지방에서 여러 의례를 베풀었는데, 특히 궁중에서는 입춘하례(立春賀禮)를 지냈고, 정초에 신하들에게서 받은 신년축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을 골라 백성들에게 내려 대문이나 대들보, 문설주 등에 붙이게 했습니다.
우리가 현재 가장 많이 접하면서 대문에다 붙이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라는 의미》은 송시열과 함께 조선시대 유학계의 거목인 미수 허목이 지어 올린 신년부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늘,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아직 땅은 꽁꽁 얼어 있지만 입춘을 맞아 몇자 적어 보면서 한해 농사의 시작을 위해 마음을 다잡았던 선조들을 따라, 하고자 하시는 일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다져봄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