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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는 길] 07
1. (6회 엔딩 상황) 일각. 장례식장. 밤. 비.
-메리, 달려가는 수아를 보고 “효은엄마!” 부른다.
-‘효은엄마’라는 소리를 들은 혜원, 소리 나는 쪽으로 가고.
-반가운 마음에 수아가 달려가는 곳으로 가다가 멈추는 메리. 얼핏 보이는 도우.
수아가 오자 몸을 안쪽으로 숨기는 둘. 둘이 보이지 않는다.
놀라서 돌아서는 메리. 곧장 간다. ‘이게 뭐지..?’ 오른쪽으로 꺾자마자 부딪히는 여자, 혜원.
혜원 : (가로막고 있는 메리에게) 잠시 좀 비켜주시겠어요.
메리 : (보더니) 애니엄마?
혜원 : (경계) 누..구?
메리 : (잠시 고민. 뒤쪽으로 쳐들어갈 것이냐. 마느냐. 결국 혜원의 손잡으며 호탕하게) 메리이모잖아요! 애니 홈스테이!
혜원 : 아! (놀람. 반가움. 하지만 수아가 달려간 곳 쪽을 보는데)
메리 : (혜원 손 끌고 수아가 있는 곳과 반대방향으로 가면서)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딨어요. 애니가 세상 떠난 지 얼마나 됐다구.
그새 이런 일이. 말이 되냐구요.
둘이 멀어지고, 카메라 천천히 메리가 오던 길을 되돌아가면
외진 곳에 도우와 수아가 포옹한 채. 보일 듯 말듯.
빗소리가 거세다. <공 항 가 는 길>
2. 일각. 장례식장. 밤.
자판기 커피를 뽑아주는 혜원.
메리 : 이게 얼마 만에 맛보는 한국 자판기 커핍니까!
혜원 : 어쩐 일이세요?
메리 : 집안일도 있고 겸사겸사요. 10년 만에 나왔어요.
혜원 : ...
메리 : 애니엄마는 처음 보는 건데, 한눈에 애니엄만 줄 알아보겠어요.
혜원 : (반응 없다)
메리 : (무안. 마신다) 맛있네.
혜원 : 아까 효은엄마라구 부른 게 (메리 가리키며) 맞죠?
메리 : (어디다 손가락을)
혜원 : 효은엄마 온 거예요?
메리 : 빗속이라... 잘못 봤네.
혜원 : ..
메리 : (혹시) 알아요?
혜원 : 아뇨. 이름만요.
메리 : 하긴. 효은네야 애니네 잘 알고, 애니네야 효은이네 잘 알구.
혜원 : 전 잘 모르는데. 본 적두 없구. (하다가) 모르죠 또. 저 빼구 다 아는지.
메리 : (헉)
혜원 : 애니꺼 더 발견된 건 없죠. 경찰에서 조사한 건 거기서 다 처리했구.
메리 : ..그럼..요.
혜원 : (석연찮은 대답에) 앞으론 애니에 관한 건 저한테 알려주세요. 주실 거 있음 저한테 꼭 주시구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망설이는 척 하다가) 도우씨, 애니 친아빠 아니에요. 애닌, 제 딸이에요.
메리 : (살짝 놀람)
혜원 : 애니 데리고 들어와서 이 집에 사는 날부터, 늘 전전긍긍했어요.
지금도 그래요. 저 혼자 감당하고 싶으니까... 그래주세요.
메리 : 그래서 그렇게 차갑게.. (끄덕끄덕) 이제야 이해가 되네. 아이는 저렇게 애쓰는데, 엄마가 왜 저리 차가울까 했는데...
혜원 : ...
메리 : (횡설수설. 다급하게 자리 뜬다) 고생 많은데 전 이만 가볼게요. 차림두 이렇구.
나중에 따로 서도우씨한테 전화한다구 전해주세요.
3. 비개인 다음날 아침.
도우와 수아가 있던 외진 곳. 빗방울만 톡톡.
4. 복도. 장례식장. 아침.
사람이 없는 복도. 의자에 앉아있는 도우. 흰색 면장갑을 낀다.
그 옆으로 오는 현우와 석. 석이 은희의 영정사진을 들고 서 있다.
일어서서 받아드는 도우.
5. 방. 장례식장. 아침.
티나지 않게 초췌한 메이크업하는 혜원.
6. 복도. 장례식장. 아침.
방에서 나오는 혜원. 도우 옆으로 가서 선다.
문이 열리고, 그 앞으로 검정양복, 원피스 차림의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
영정사진을 든 도우가 앞장서 나가면서.
7. 주방. 영숙집. 아침.
쌀 씻는 수아.
#6회 엔딩에 이어지는> 포옹하는 수아와 도우. 수아의 손안에 도우의 얼굴. 흐느끼는 도우의 어깨를 내려다본다.
쌀 씻다가 멈추는 수아. 눈물이.
8. 방. 고택. 저녁. (장례식 모두 끝난 뒤. 상복 그대로)
앉은뱅이책상의 서랍을 연다. 한지봉투가.
조심스럽게 꺼내보는 도우.
은희 : (소리) 내가 아프고 나더니 겁이 났나봅니다. 평생 이루고 싶었던 소원도 말 못하고 가면 어떡하나 우려하는 마음에,
소원 몇 자 적습니다.
찬찬히 읽는 도우의 표정. 울먹거리다가 미소 짓다가. 그 위로.
은희 : (소리) 내가 아끼던 작품들, 내 초창기 작품들, 죽 몇십 점 다 모아서. 박물관이라고 하긴 좀 거창하고.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아주 작고 작은, 소박한 집에 갖다 둬줘요.
#인서트. 돌담을 따라가며 보여지는 제주도의 한적한 마을. 나무. 햇살. 국수나무꽃. 그 너머로 보이는 바다.
(미래, 도우에 대한 예고편 같은)
은희 : (소리)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파도소리 들리고, 돌멩이 냄새에, 듬성듬성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서걱서걱, 햇살이 짜안~한, 고작 경운기 한 대 지나갈까 말까 한 거기에 말이에요.
거기서 내 작품들이 햇살을 쬐며 그 풍경들을 볼 수 있게.
내가 스물다섯 살 때 만든 조각보가 국수나무꽃을 보고 있네요. 앵두나무에, 동백나무까지 보고 있어요.
-방. 과거>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글을 쓰던 은희. (수아가 문을 열기 직전)
은희 : (소리) 여기 작품들이 있는 주소예요. 찾아가서 사정 얘기하고 양해 구해서 모아줘요. 다들 이해해주실 겁니다.
생각만 해도 행복해져요. 이게 내 소원이에요.
-방. 과거>
수아를 보며 ‘이름이 뭐예요?’ 했던 은희.
-도우, 편지 마지막장에 <전달. 최수아>라는 글귀를 본다.
도우 : 바람이 솔솔 불고 돌담을 타고 걷다보면 바다가...
F.O
9. 승무원교육장. 아침.
승무원들 모여있는 가운데 강사가 진행멘트하고 있다.
(수아, 혜진, 선영이 참석. 미진, 은주, 상협은 시드니비행중입니다)
강사 : 우리 항공사 안전교육 빡센 거, 다 아시죠?
승무원들 : (고개 끄덕)
강사 : 일 년에 한번 있는 단순한 교육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번 교육에서 떨어지면 비행기 못 탑니다.
실제상황처럼! 리얼하게! 지금 내가 받는 교육에 승객의 목숨은 물론 내 목숨까지 걸려있다!하는 각오로!
승무원1 : (작은 목소리로) 리얼은 무슨... 실제보다 더 해.
승무원2 : 오늘 우리 다 죽었다..
강사 : 그럼 교육 시작하겠습니다!
-수영장. 비상탈출 교육을 받는 승무원들. (해마다 시뮬레이션으로 재교육 받는다)
실제와 똑같이 구명조끼 입고, 모형 비행기에서 슬라이드 타고 내려와 보트까지 가는.
-보트 위에서 구명조끼 입고 물속으로 떨어지는 승무원들.
-보트 위의 수아. 물속에서 사람들을 한명씩 올려 태우며 “괜찮습니다!” “두려워 마십쇼!” “살 수 있습니다!” 제일 크게 외친다.
-교육 끝나고 지쳐서 나오는 수아. (물에 젖어서)
수아 : (강사에게 인사하며) 수고하셨습니다.
강사 : 교육으루 오고 싶다고 했다며.
수아 : (끄덕) 티오가 나야 가죠. 경쟁 치열한데..
강사 : 애 외국 보내놓고 일 계속 할 거라구 큰소리치더니.
수아 : 내가 그랬어요? (한숨) 한치 앞도 못 보구.
강사 : 일이 그렇지. 기다렸다 순번대로 띄엄띄엄 오는 것두 아니구. (말마라) 난, 애 봐주던 울 엄마가 갑자기 아프신데.
하필 그때, 남편은 잘 다니던 회사 때려치구 중국 어디 가서 친구랑 동업한다고 난리구.
하필 그때, 나오는 스케줄마다 7박 8일에. 딱 미치겠더라. 근데, 바로 그때, 극적으루, 여기 자리 생겼잖니.
수아 : (끄덕끄덕) 스토리들이 비슷비슷한데 선밴 ‘극적으루’가 있네. 역시 되는 사람은 하나가 달라. 수고하셨어요.
강사 : (승무원 미소. 끄덕. 수아 가는 거 보며) 다음 차롄 최수아네... 너두 오래 버텼다. (쯧쯧)
10. 사무실. 인천공항. 낮.
인터넷 확인중인 수아(사복착용).
<최수아>가 올린 글. <오클랜드행으로 바꿔주실 뜨거운 열정의 승무원을 기다립니다. 최수아>
달린 댓글이 한 개도 없다.
수아, 자리 뜨자 지나가던 주현(승무원복), 게시판 본다.
교육 마치고 들어오는 혜진과 선영.
혜진 : 뭐 봐?
주현 : 최선배 바꿔달라고 글 올렸는데 댓글 빵.
선영 : 가고 싶음 뭐해. 직급이 안 되는데..
11. 한정식음식점. 낮.
메리 : 이 집 음식을 꼭 먹고 가고 싶은데, 이 집이 1인분을 안 팔아요.
수아 : 잘 부르셨어요.
메리 : (먹는다. 수아랑 눈 마주치지를 않는다) 맛있네.
수아 : 와서 만나실 분들은 만나셨구요.
메리 : 사람은 봤구. 선산이 큰 문제에요. 찜찜해요. 여기 가족이 없으니 그 사람들이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모르겠구.
수아 : 어딘지 알려주세요. 제가 자주는 못해두, 일 년에 한두 번 가서 봐드릴게요. 효은이 있을 때 잘해주셨잖아요.
메리 : ...
#도우에게로 달려가는 수아.
메리 : (여전히 수아 보지 못하고, 딱 잘라) 돈 받고 한 일들인데요 뭐.
수아 : (웃으며) 부탁하셔도 돼요. 제가 체력으로 하는 건 좀 자신 있는 편이라.
메리 : 그 일이 참 고생스러운데... 그럼, 부탁할게요. 근데 서도우씨랑 친해요?
수아 : 친한...편이에요.
메리 : (드디어 수아 본다. 먹던 수저 내려놓으며. 안되겠다) 내가 남의 일에 이래라 저래라 안 하려구 했는데.
장례식장에서 서도우씨한테 달려가는 거, 봤어요. 비를 뚫구.
수아 : !
메리 : 애니엄마가 내 쪽으로 걸어오기도 했고. 그래서 얼른 자릴 떴어요.
수아 : (고개 숙인다. 하지만 어디서 당당함이 나오는지) 그냥 좀 친한 것뿐이에요.
메리 : (저 말 믿고 싶다)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수아 : ...
메리 : (먹다가 멈칫) 모르겠어요. 뭐가 뭔지. 누가 누군지... 뭐가 애니를 위한 건지. 알면 알수록 애니만 불쌍하고...
수아 :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
메리 : (더 이상 못 먹겠다. 수저 내려놓는다)
12. 객실. 호텔.
가방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 보는 메리.
#경찰에게 상자를 건네받는 메리.
#상자 안. 사고 당시 애니 가방과 옷.
그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메리. 마지막 통화기록이 MOM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음성녹음파일을 눌러본다.
‘오지마’ 혜원의 음성이 나오자마자 끊는다.
숨을 고르는 메리. 핸드폰을 다시 상자에 넣는다.
메리 : 엄마랑 싸울 수도 있지. 친엄마라잖아. 더 엄하게 했다잖아. 그래서 오지 말라고 야단칠 수 있지.
이걸 뭘 아빠한테 알려줘. 어수선한 집구석에 뭐 하러. 남의 일이야. (상자 꾹 닫는다)
애니야... 널 위한 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울컥) 불쌍한 것...
13. 출구 앞. 인천공항.
시드니 다녀온 운항승무원(진석, 케빈)과 객실승무원(미진, 은주, 상협 등)이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같은 인사로 비행을 마치는.
케빈 : 내일 저녁에 술 한잔 꼭 했으면 좋겠습니다!
미진 : (끄덕) 다른 사람도 아니구, 우리 훈남 케빈 부기장님의 부탁인데. (진석 들으라는 듯)
은주 : 저도 갑니다!
미진 : 오케이.
케빈 : (진석 보며) 기장님은?
진석 : (간만에 합류할까? 긍정의 표정 지으며) 시간이 되니까(하는데)
미진 : 당연히 안 가시지.
케빈 : 괜찮습니다. 하하.
미진 : 이번 비행은 유독 힘드네. (자리 뜬다)
은주 : (진석에게 인사하고 자리 뜬다)
진석 : (그래 안 간다) 수고했어요. (사라진다)
그때, 한쪽에서 이들 무리를 본 주현. 얼른 핸드폰으로 문자 보낸다. 수신인 ‘시드니의 신사’
14. 공항버스정류장. 저녁.
버스정류장 앞에 서 있는 진석. 핸드폰을 켜니 문자들이 몇 개 뜬다.
그중에 주현이 뜬다. 열어보니.
주현 : (문자소리) 오랜만이에요. 전 얼마 전에 퀵턴 갔다가 최수아선배랑 같이 비행했어요. 뜻 깊은 자리였죠.
혹시 차 한잔 하실래요? 전 바로 뒤에 있습니다.
진석 : (돌아보니, 공항출입문 너머 실내 화단에 앉아있는 주현)
주현 : (진석이 보자 일어선다)
15. 카페. 인천공항. 저녁.
주현 : (오가는 사람들이 신경 쓰인다) 딴데루 가면 안 될까요?
진석 : 빨리 집에 가봐야 해서.
주현 : (힐끔 보는 사람들 신경 쓰인다) 최선배님 참 좋으시더라구요.
진석 : 그 얘기 하려구 나 불렀어요?
주현 : 아니...아닙니다.
진석 :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나본데. 정리해봅시다. 그날 우연히 맥주집에서 주현씨 만나서 얘기 좀 나눴고.
다음날 또 우연히 만나서 얘기 나눈 기억밖에 없는데. 내가 모르는 뭐가 더 있었나?
주현 : ...
진석 : 뭐가 더 있을 뻔했지. 아침에 불쑥 찾아와서 서울서도 계속 만나도 되냐구 물어봤을 때. 아, 양손에 커피 들구.
주현 : (억울하다) 밤새도록 속 깊은 대화 며칠 했다고, 제가 오버했습니다. 밤을 새면, 그게 어디든 여자들이 착각을 좀...
하는 경향이 있긴 하죠. 유부남이 그러니까 더 그랬나 봐요. 아, 맞다. 취중이라 기억나실지 모르겠지만,
수아선배님 얘기도 하셨어요. 와이프는 집이라는 곳에 있는 하나의 가구다.
진석 : 했지. 집에 있는 가구는 밖에 있는 가구랑 달라. 똑같은 침대라두 집에 건 편한데, 기내 침댄 불편해. 등도 배기구.
참 신기해요.
주현 : (어쭈) 아, 그런 뜻에서 가구.. 호텔 침대선 잘 주무시던데. 주무시는 것까지 보구 나왔거든요.
잠들면 불 끄고 나가달라구 하셔서. 기억, 안 나시죠?
진석 : (살짝 눈빛이 흔들리는)
주현 : (승기 잡은 듯) 최수아선배님 성격 참 좋으시더라구요.
적당히 둔하고, 기장님 일거수일투족 신경 쓸 만큼 꼼꼼, 예민하지두 않구.
진석 : (저 진의를 다 안다) 좋은 사람이야. 덤덤하고. 허당 같은 매력이 나랑 잘 맞아.
주현 : (저 면상을)
진석 : 이걸로 김주현승무원과는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는 걸로 알고.
주현 : 아, 생각났다. 최선배님, 기내에서 어떤 남자분이랑 오래, 은밀하게, 진지하게 얘기하시던데. 이름이.. 서도우라나..?
진석 : ?
주현 : 딸 친구 아빠라든가? (웃기죠? 그런 거짓말을 칩디다)
진석 : (주변 슥 보더니 차갑게) 그래서?
주현 : (주눅들지만 힘껏) 그렇다구요.
16. 카페 앞. 인천공항. 저녁.
카페를 나오는 진석.
진석 : 서도우..? (갸웃. 하다가 핸드폰으로 미진에게 전화. 받지 않는다)
17. 피부과. 저녁.
승무원복의 미진. (끝나자마자 그대로 왔다)
핸드폰 본다. 박진석기장. 받지 않는다.
미진 : 이번 비행 때문에 5년은 팍 늙은 거 같거든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의사 : (대답)
-사이. 시술받고 있는 미진.
18. 병실. 정형외과. 저녁.
영숙 침상에 앉아있는 기장복 입은 진석.
영숙 : 수아야 집에 있지.
진석 : 병실엔 안 와요?
영숙 : 저녁에 효은이 봐야지. 낮에 와. 제복 입은 거 오랜만에 본다. 그 옷 입네 마네.
진석 : (짜증) 옛날 얘긴 왜 꺼내요.
영숙 : 그래두 그때 견디길 잘했지. 공사 들어가구 비행기 못 타겠다고 난리 난리. 이젠 비행 중 그런 일 없지?
진석 : 스무살 때 잠깐 힘들어했지. 기억도 없어요. 그만해요.
영숙 : 이게 다 니가 와이프 잘 만나서 그런 거야. 배우자 잘 만나면, 자기만 아는 콤플렉스가 극복이 돼.
진석 : (낮지만 짜증 지대로) 콤플렉스라뇨. 아..놔..
영숙 : 잘못 만나면, 없던 고민두 생기구.
진석 : 며칠 같이 살더니 두둔을 다 하시네.
영숙 : 살아보니 애 무던하구 좋더만. (핸드폰 울리자) 진숙이다. 뉴질랜드. 너두 받을래.
진석 : 수술 잘 하십쇼. (일어나며) 별거 아니라니까, 걱정 안 하셔두 돼요. (하고는 병실 나간다)
영숙 : (가라는 손짓) 어 딸! 엄마 내일...
19. 복도. 정형외과. 저녁.
진석 : (병원 나오면서 전화중) 어디야?
수아 : (E) 집이요.
진석 : 도대체 어쩌구 돌아다니길래 내 귀에 남자얘기가 들려?!
수아 : (E) 무슨 소리에요.
진석 : 사무장이 손님이랑 사적인 대화가 길어지면 다른 승무원들이 쑥덕거리는 거 잘 아시는 분 아닌가?
20. 야외 일각. 영숙집/ 복도. 정형외과. 저녁.
-혼자서 드리블 연습하는 효은.
한쪽에서 같이 몸 풀던 수아, 전화 받으며 놀란다.
진석 : (E) 누굴 본거야? 효은이 친구 아빠라며.
수아 : 말해두 몰라요. 간단히 인사만 한 건데.
효은 : (축구 하다가) 아빠야?
수아 : 어떻게 알았어?
효은 : 엄마 표정이 너무 우울해. (놀리는 웃음) 으흐흐흐흐.
수아 : (뜨끔)
효은 : 아빠 언제 와?
수아 : 언제 오냐구 효은이가 묻네. 지금 일루 와요?
-병원 복도의 진석.
진석 : (거짓말) 가양동 왔어.
수아 : 내일은 효은이 학교 끝나고 봐줘야 돼요. 와서 얘기해요. 스케줄이 좀 복잡해요.
진석 : (끊는다)
수아 : ...
#진석소리. 도대체 어쩌구 돌아 다니길래 내 귀에 남자얘기가 들리나.
#메리소리. 장례식장에서 서도우씨한테 달려가는 거, 봤어요. 비를 뚫구.
수아 : (고개 숙인다. 하지만 털어버리고 싶은 듯, 바로 일어나 효은이 있는 쪽으로 달려간다. 전력질주)
효은아! 엄마한테 패스! 패스!
효은 : (엄마의 합류에 신나서 더 열심히)
21. 도우집 전경. 아침.
22. 은희방. 고택. 아침.
-방에 들어오자마자 큰절부터 하는 도우.
-창문을 모두 열어 환기시킨다.
-장롱문도 열고. 서랍도 열고. 어머니가 쓰시던 옷, 이불들도 햇빛을 보게끔.
23. 주방. 도우집. 아침.
한식이 차려져 있는 식탁.
혜원 : (자리에 앉지 않고. 냉장고에서 주스 꺼낸다) 이 집 떠난다고 한 상 차려주셨네.
도우 : (착석. 석 보며) 오늘 가?
석 : 아니.
혜원 : 이번 주까진 저 많이 바쁘니까 천천히 가셔두 돼요. (주스 컵에 따라서 마신다)
석 : 안 간다구. 아예 안 가.
도우 : (본다)
석 : 이 집에 내 방 있는데, 여기 있어야지.
도우 : (안도)
석 : 어르신 뜻 제대로 지켜지는지 악착같이 지켜보구.
혜원 : (주스 컵 내려놓는다)
석 : 혜원씨한텐 미안하게 됐네.
혜원 : (기다 아니다 대답 없이 일어난다) 출근할게. (나가자)
도우 : (먹으면서 슬쩍) 요즘에 아침 차려주는 와이프도 드물다는데..
아침상 떡 벌어지게 차려주는 형두 있구. 내가 전생에(하는데)
석 : 나랄 구했음 이 고생을 하겠냐..
도우 : (미소) 다 감당할 만해.
석 : 어르신이 어떻게 키웠는데... 선하게 잘 키워주셨으면 잘 살아야지.
도우 : (먹으며) 이 정도면 꽤 사는 거 아닌가?
석 : (애잔하게 도우 본다)
24. 마당. 도우집. 아침.
마당을 가로지르는 혜원. 순간
#‘효은엄마!’라는 소리.
혜원 : (고개 갸웃. 솔직히 확신이 안 든다. 핸드폰이 울린다. ‘황현정’이다)
25. 일각. 홍갤러리 밖. 낮.
혜원 : (어이없어서) 그게 무슨 소리야.?
현정 : 고은희브랜드 자체를 엎을 것 같다구. 선생님 돌아가셨지, 서도우씨 슬픔에 잠겨있지. 시기가 안 좋잖아.
솔직히 고은희선생님 이름 빼고 가두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구.
여기 장인들이랑 유럽 디자이너들 콜라보로 폭넓게 갈 것 같던데.
혜원 : (초조하지만 내색 않고) 내가 할 일은...
현정 : (없지) 글쎄... 고은희 추모전을 열든가. 집안일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
니네 공방, 초중고 현장체험학습장으루 사업장 변경해봐. 그게 수입이 쏠쏠하대. (비아냥인지 충고인지 모를)
혜원 : (기가 막히지만 표정은 편안하고 단호하게) 도우씨가 승낙했다는 걸 어떻게 보여드리나.
현정 : (진짜?) 극구 반대였다는데.
혜원 : 도우씨가 나한테 이런저런 일로 많이 미안해하거든. 이번만큼은 도와줄 분위기인데, 이걸 어떻게 증명하지?
현정 : (갸웃)
26. 1층 가게. 낮.
현우 : 도우 없습니다.
수아 : (팥죽포장 현우 앞에 내놓는다)
현우 : ?
수아 : 이거, 도우씨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드셨던 거예요. 냉동실에 뒀다가 해동해서 데워 먹으면 맛 똑같아요.
넉넉히 샀으니까 같이 드세요. (나가려는데)
현우 : 저기요.
수아 : (멈칫)
현우 : (손에 묻은 물 닦고. 옷 탁탁 털고)
수아 : ?
현우 : (정중) 나 고등학교 때 우리 집보다 도우네 더 많이 있었어요.
울 부모가 쌍으루(강조) 바람나서, 둘은 둘대로 잘 살고 난 도우네서 알아서 잘 살고.
수아 : ..
현우 : 그래서 도우어머니 잘 알아요. 우주에서 젤 따뜻한 분.
...마지막으루 그쪽이 식사 대접 해준 거 얘기 들었어요... 고마워요.
수아 : (괜히 울컥. 얼른 나간다)
현우 : (나가는 것 보고 2층 올려다보더니, 속이 타는지 맥주를 한잔 따른다) 오늘의 1번 맥주. (벌컥벌컥 마신다)
27. 2층 작업실. 늦은 오후.
도우, 은희가 남겨둔 목록을 컴퓨터에 입력중. 작품들 목록을 만든다.
쟁반 들고 들어오는 현우.
현우 : (도우 앞에) 먹어.
도우 : 맥주 달라니까. 1번 맥주.
현우 : ...
도우 : 여자 생겼냐? 너 여자 생기면 1번 맥주 나 안 주잖아.
현우 : 닥치구 먹어. (도우 옆에 두고 나간다)
도우 : (일하느라 얼핏 보다가. 제대로 본다. 팥죽이다)
28. 운동장. 저녁.
축구 연습하는 효은. 제아가 골대 앞에서 효은이 차는 슛 막아낸다.
효은 : 내일 축구부 테스트 잘할 수 있겠지?
제아 : 당연하지. 내가 태어나서 너처럼 잘하는 여자초딩축구선수를 본 적이 없어.
효은 : 여자초딩축구선수? 왠지 디게 귀하게 들리는데? (미소)
제아 : 귀하지. 다시 슛!
29. 2층 작업실의 도우/ 효은방과 베란다의 수아. 저녁.
-효은방.
효은이 물건 정리중인 수아. (승무원답게 정리정돈이 능숙한 느낌)
책상 위, 서랍,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연필들 필통에 정리. 가방 구석구석에 쑤셔있는 가정통신문 꺼내서 차곡차곡 파일에 넣고.
도우 : (소리) 팥죽 잘 먹었어요.
수아 : (소리) 어머님도 맛있게 잘 드셨어요. 아주 행복해하시면서.
도우 : (소리) 어머니가 수아씨 이름을 알던데.
수아 : (소리) 물어보시더라구요.
도우 : (소리)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새긴 이름이 수아씨네.
수아 : (문자 보다가 멈칫. 다시 문자 쓴다. 소리) 그날 선물도 받았어요. 발찌. 발을 편하게 해주라고.
꼭 제 직업을 알고 주시는 것 같더라구요.
-2층 작업실.
컴퓨터로 화면 보며 마우스 움직이면서 도면 그리는 도우. 그 위로
도우 : (소리) 생전에도 어머니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알고 주시는 것 같다고.
수아 : (소리) 그 전에도 있었네요. 조각보. (아!) 단추도 있었어요.
도우 : (소리) 단추. 보. 발찌. (음...) 새롭게 엮인 사람을 잘 감싸 안아 자유롭게 떠나라. 그거네.
(문자 보내놓고) 억지다 억지.
-효은방.
효은이 체육복 잘 접어서 보조가방에 넣다가 피식 웃음.
수아 : (소리) 그 의미는 제가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메리이모 만나셨어요?
도우 : (소리) 아뇨.
수아 : (소리) 저희 둘 같이 있는 거 봤나 봐요.
-작업실.
의자에 앉은 채 죽 밀어서 창가 쪽으로 이동하는 도우. 문자 유심히 보다가.
도우 : (소리) 해줄 말이 있는데. 이건 문자로 하기가 곤란한데.
-베란다.
마른 빨래 걷던 수아. 세탁기 위에 둔 핸드폰이 울린다. 얼른 받는다.
수아 : (문자는 편한데 전화하면 급 어색해지는) 네.
도우 : 3무사이잖아요. 너무 겁먹지 말라구요.
수아 : 난 또. 심각한 얘긴 줄 알고. (하다가. 전화 온다) 잠깐만요. 전화가 와서. (보니 쏭미진)
30. 술집. 저녁.
자리잡고 앉아있는 미진과 은주.
미진 : (수아가 전화 안 받자) 아줌마 집에서 끌어내려주려고 했더니...
은주 : 안 오신대요? 선배님 오랜만에 뵙고 싶었는데.
미진 : 전화두 안 받는다.
31. 2층 작업실의 도우/ 베란다의 수아. 저녁.
도우 : (창가쪽 왔다갔다) 수아씬, 사랑해서 결혼했죠?
수아 : 갑자기 왜..
도우 : 어떻게, 얼마나요?
수아 : ...말로 하기가 좀. 문자로... (빨래걸이에 걸려있는 마른 옷들 통에 넣는다)
도우 : 그냥 해요.
수아 : (동작 멈추고) 많이 좋아했죠. 남편은 승무원 사이에서 인기 많은 기장이었구. 쳐다만 보던 사람이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죠 뭐. (다시 빨래 걷는다. 다 걷었다)
도우 : 그렇게 된 게 어떻게 된 건데요?
수아 : 뭘 알고 싶으신 건지.
도우 : (창가 걸터앉으며. 장난스럽게) 그게 굉장히 중요한데.
수아 : (통 들고 베란다 나가면서) 문제의 시드니죠. 밤새 얘기하다가... 뭐. 마침 호텔 투숙중이었겠다.
도우 : 그걸 또 말하란다고 술술..
수아 : (멈칫. 앗. 참)
32. 술집. 저녁.
케빈, 미진, 은주 외에 몇몇 승무원들과 상협, 창훈, 혜진, 선영. (모두 사복)
창훈 : 무슨 소리야. 관둔다니?
케빈 : 그렇게 됐습니다.
미진 : 아쉬워서 어떻게 살아! 앞으로 무슨 즐거움으루 시드니까지. 말두 안 돼.
(옆 사람에게) 야, 술 따라봐. (하는데 상협이다) 너 언제 왔어?
상협 : 이런 자리에 빠질 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술 따른다)
은주 : 아예 기장직을 관두시는 거예요?
창훈 : 외국계 좋은 비행사두 다 마다하구 한국 온 거잖아.
케빈 : 제가 미국서 나고 자라서, 할아버지 계신 나라서 일 해보는 게 꿈이었거든요. 그래서 굳이 여기로 지원한 건데
매번 외국으로만 다니니까. 한국 온 거 맞나, 싶고. 다시 지방항공사로 응시했는데, 운 좋게..
상협 : 또 합격! 어딜 가나 합격하는 인물들은 따루 있어.
미진 : 아쉽다. 이렇게 나이스한 기장을 또 어떻게 만나. 너무 아쉬워서 눈물이 날라 그러네. (정말 운다)
케빈 : (놀라서) 왜 그러세요!
미진 : 내가 진짜 이 일 관둘 때가 됐나부다. 사람들 떠날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상협 : 지난주에 지연씨 관둘 땐 안 울었잖아요.
미진 : 걘 누구니? (관심 없다)
하는데, 들어오는 주현.
주현 : 늦었습니다. (미진 보더니) 어머! 선배님 웬 대성통곡?
미진 : 넌 왜 왔어?
주현 : 선배님과 상궁대화 좀. (맥주 한잔 따라서 가져간다)
-상협과 창훈, 귓속말로 수군수군, 은밀한 상궁대화 흉내 낸다.
-주현, 무리와 떨어진 테이블에 앉자 미진도 그쪽으로 간다.
-승무원들 쪽.
은주 : (케빈에게) 부기장님, 계신 곳으로 놀러가도 되죠?
케빈 : 그럼요! 언제든지요!
상협 : 뭐야. 둘이.
은주 : 저희요? 별 사이 아닌데요. 굳이 따지자면 마음으로 모시는 선배가 부부라는 정도?
창훈 : 난?
은주 : 박선배님도 존경하죠. 하지만 제가 마음으로 모시는 온리원 선배는 최선배님이십니다. 죄송합니다.
창훈 : (인정) 수아가 사람이 좋지. 그 부부도 참 안 어울릴 듯 어울려.
케빈 : 잘 어울리죠! 부러워죽겠습니다. 하하.
-미진, 주현 쪽.
주현 : (맥주 마시고 목 축인 뒤) 어제 시드니의 신사와 독대했어요.
미진 : 너두 차암 징하다.
주현 : (낮게) 제가 수아선배님이랑 퀵턴 같이 갔었거든요. 그런데! 수아선배님이 어떤 남자랑
너무나도 진지하게 얘길 하고 있는 거예요. 화장실 앞에서 커튼까지 닫아놓구.
미진 : 누군데 그 남자가?
주현 : 이름은 서도우.
미진 : (동시) 딸친구아빠.
주현 : (동시) 딸친구아빠-래요. (헉) 에? 진짜루요?
미진 : 어. 수아딸, 효은이 친구 아빠. (미친) 야. 그걸 박진석한테 흘렸다구?
주현 : 둘이 너무 진지해서. 무겁구. 보통 간단하게 인사 정도만 하잖아요.
미진 : 그 남자 딸 얼마 전에 죽었구! 사정 다 아는 사람들끼리 우연히 만나서 방긋 웃고, 눈인사만 하겠니?
당연히 칙칙하지. 무겁구.
주현 : 왜 수아선배님은 그렇게 단순하고 건전한 거야? 그러니까 남편이 지 멋대루.. (다시 미진 본다) 죄송합니다.
미진 : 니가 최수아 바람나라고 물 떠놓고 비는구나.
주현 : 시드니의 신사가 교묘하게 빠져나가잖아요. 반박도 못하게. (아..진짜)
통수 제대로 맞으려면 믿었던 와이프에게 크게 한번 당해봐야..
미진 : 행여. 최수아가? 바랄껄 바래라. (맥주잔 들구) 야, 절루 와.
주현 : (아 쪽팔려)
33. 효은방의 수아/ 2층 작업실의 도우. 밤.
세탁물 통 내려놓고, 버릇처럼 스팀다리미 켜는 수아. 켜놓고 효은 침대 옆에 가서 앉는다.
수아 : 와이픈... 어떤 사람이에요?
도우 : (소파 쪽으로 간다)
수아 : 알고 싶기도 하고 알고 싶지 않기도 하고, 대답 곤란하면 안 해두 돼요.
도우 : (앉으며) 그게 아니라, 순간 어떤 사람인지 헷갈려서.
수아 : ?
도우 : 수아씬. (뜸들이다) 남편이랑 헤어진다는 생각 해본 적 없죠.
수아 : ...네.
도우 :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럴 사람이고... (대뜸 딴소리) 우리 3무는 여전한 겁니다.
#빗속의 포옹.
도우 : (수아 속 읽은 듯) 토닥인 거 가지고 신경쓰지 말고.
수아 : ...
34. 1층 가게 앞. 밤.
차 한 대가 주차장에 선다. 라이트를 끄고. 차에서 내리지 않는 혜원.
1층. 꽉 찬 좌석. 서빙하는 현우.
2층을 올려다본다. 불이 켜져 있다.
35. 2층 작업실의 도우/ 효은방. 영숙집. 밤.
도우 : 지금 뭐했어요?
수아 : (핸드폰 든 팔 바꾸고 손목 돌린다) 팔이 저려서. 팔 안 저려요?
도우 : 왔다갔다 하면 좀 나은데.
수아 : (베란다 화장대 의자에 앉는다) 이십대 때는 아무리 오래 전화해도 괜찮더니, 이젠 삭신이..
도우 : 진작에 보구 얘기하는 건데.
수아 : (갑자기 생각났다) 아, 다리미! (벌떡 일어나 스팀다리미 끈다)
도우 : (수아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다리미. (피식)
수아 : (기억난다. 다리미) 내일 비행이라 셔츠 다려둬야 해서요.
도우 : 어디루요?
수아 : 말했잖아요. 오클랜드. 7박 8일 비행요.
도우 : 언제 말했어요? (이런! 벌떡 일어나) 지금 봐요!
수아 : (효은 침대에 앉으며) 오늘은 전화만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도우 : 마주보고 얘기(강조)만 할 자신이 없어요? (농담 던진 건데)
수아 : (진심으로) 네. 제가 요즘 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서.
도우 : (안 되겠다) 내가 그쪽으루 갈게요. (허둥지둥 책상위 자동차 키 집는다)
수아 : 아니에요. 못 나가요. 지금은 쫌.
도우 : (문 열고 나가려다가 그래. 관두자. 일 난다)
수아 : 어디에요?
도우 : 작업실요.
수아 : 그냥 궁금해서... 어디서, 어떻게 내 전화를 받는지.
도우 : (진지) 갈게요. (문 연다)
36. 1층 가게 앞. 같은 시간.
차안의 혜원, 조용히 2층을 본다.
37. 주방. 수아집. 밤.
들어온 진석. 냉장고문 열면서 수아에게 전화. 받지 않자 영숙집(‘본가’로 저장)으로 전화.
38. 거실. 영숙집. 밤.
전화벨이 울린다. 하지만 아무도 받지 않는다. 수아가 없다.
39. 1층 가게 앞. 밤.
혜원, 계단을 내려오는 도우가 보인다. 전화중이다.
도우, 밖으로 나가려고 가게문을 연다.
놀란 혜원, 다시 시동을 거는데.
나오다말고 갑자기 웃는 도우. 다시 실내로 들어가 현우에게서 맥주를 받아 다시 2층으로 올라간다.
혜원, 시동을 끈다.
40. 운동장. 밤.
뻗어서 누워있는 제아. 서 있는 효은.
효은 : 더 하자니까?!
제아 : (헉헉) 야...넌....힘이...남아도니...? 헉...(하는데 핸드폰이. 받는다) 어 누나.
(헉헉) 힘들어 죽겠어. 뭐야 쟤(하다가 듣더니. 바로 상체 일으켜 효은이 안 보이게 몸 돌리더니)
시간외 수당이라는 게 왜 있겠어. 해줄게. 콜!
41. 길. 밤.
택시! 외치는 수아.
42. 현관 앞. 미진집. 밤.
현관 앞에 서 있는 진석.
미진, 그냥 슥 지나가려는데.
진석 : 뭐 드시고 싶은 거 없냐고 묻지 않았나요? 송사무장님?
미진 : 건 기내에서 얘기죠. 박기장님.
진석 : 와이픈 육아 때문에 집에 없고. 출출해서 컵라면이라도 살까..하고 나왔는데 때마침 송사무장님을 뵙네.
실례가 안 된다면
미진 : 당연히 실례 되죠. 알만한 분이. (비밀번호 누른다)
진석 : (번호 누르는 거 본다) 번호도 그대루.
43. 미진방. 밤.
승무원복 훌러덩 벗고 평상복으루.
미진 : 뻔뻔하게 왜 여기서 밥타령이야!
44. 주방. 미진집. 밤.
식탁에 앉아있는 진석. 잘 차려진 밑반찬에 식사중이다. 김에 달래간장에. (진석이 좋아하는거다)
진석 : 비밀번호도 그대로, 음식솜씨도 그대로..
미진 : (진석 먹는 거 보며) 고마워서 주는 거야. 그 자존심에, 나와서 머리까지 숙여가며 나 대신 사과해줘서.
진석 : (대꾸 없이 먹는다)
미진 : 고맙다는 말은 했으니까. 이젠 주현이. 언제까지 주현이 같은 애들 만들구 다닐래?
진석 : 걔 뭐?
미진 : 살의를 느끼는 애들 다독이며 ‘너를 아껴라’ 충고하고, 안 되면 ‘선배남편 건드릴래?’ 협박하고.
내가 너 때문에 상담한 애만두!
진석 : 세 명이겠지. 오정아. 이연우. 김주현.
미진 : 이연우란다. 이우연! 셋 아냐. 더 있어.
진석 : (그럴 리가?) 정말 여자들이란, 말만 걸면. 왜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게다가 난 유부남인데.
미진 : 그러게 왜 유부남이 찔러. 그니까 애들이 심각해지지.
진석 : 유부남은 여자들이랑 대화도 못하는 이 영악한 세상.
미진 : 상습적이잖아. 도대체 왜 그러구 살아? 언제 정신 차릴래? 아직두 여자가 들러붙어야 자존감이 살아?
그게 남자의 자존심이라며? 너 같은 애한테 달래간장을 만들어준 내가 병신이지. 인류 최대의.
진석 : 맛있어.
미진 : 주현이가 서도우 얘기까지 너한테 했다며.
진석 : 누구? 와이픈 나 모르는 사람이라던데.
미진 : 애니아빠잖아! 그 죽은..
진석 : 아~ 우리를 혼돈에 빠트린 그 집구석이구만.
미진 : 아주, 수아가 바람이라도 난 것처럼 신나서 얘기하더라.
진석 : 최수아가 바람이라.. (피식 비웃는다)
미진 : (어쭈) 당신 서도우 못 봤지? 완전 멋있어. 그런 남자가 좋다면 최수아라도 넘어가. 정말 그럼 어떡할 거야?
진석 : 그랬다간. (정적) 대대적으로 개망신이 뭔지를 보여줘야지. 반쯤 죽여놓고.
미진 : 최수아가 바람나면 내가 널 사랑해준다.
진석 : 적선하냐?
미진 : 어. 진심 불쌍해서.
진석 : 난 나이든 여자랑은 사랑 안 해. 마음이 안 가. 그 몸에 가지고 있을 군살, 잔병, 우울, 기미... 아. (싫어)
미진 : 재수 없기도 여전하시고..
진석 : (계속 먹는다) 사랑은 됐고. 밥은 가끔 줘. 내 입맛에 딱이야.
미진 : (잘 먹는 거 보더니 살짝 애틋. 하지만) 저 대신 조종실을 친히 나와 사과해준 감사의 표시는 여기까지.
그것만 먹구 꺼지세요. 박기장님.
45. 진석과 미진. 밤.
-미진집에서 나오는 진석. 뿌듯. 엘리베이터 버튼 누른다.
-미진, 진석이 먹다 남은 음식 깡그리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린다.
46. 1층 가게 앞. 밤.
택시 안의 수아. 하지만 내리지 않고.
수아 : (내가 뭔 짓을) 아저씨.. 저 여기 5분만 있다 가면 안 될까요?
기사 : 그러세요.
수아 : (2층 창가를 본다. 불이 켜져 있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그때 핸드폰이 울린다. 보니 ‘공항’. 얼른 받는다) 네..
도우 : (E) 안 왔어요?
-주차장>
차안의 혜원. 차창 너머 멈춰서 있는 택시가 보인다. 뭐지?
-2층 작업실>
도우 : (창문 닫으려고 하다가) 온다더니.
수아 : (E) 미안해요. 효은이가 잠이 깼어요.
도우 : 이런 식으루 위기를 넘기네. 하. 할 수 없죠. 괜찮아요. (창문 닫는다)
-택시 안>
수아, 도우가 창문 닫는 걸 본다. 그것만 봐도 좋다.
-2층 작업실의 도우.
도우 : (E) 7박 8일. 꽤 긴 시간인데..
수아 : (그냥 듣는다)
도우 : 다녀오면 달라져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수아씬, 어떻게 됐음 좋겠어요?
수아 : 무사히, 별일 없이 오래 도우씨 봤음 좋겠어요... 그것뿐이에요.
도우 : 오클랜드 덕에 위기는 넘겼으니까... 그렇게 될 겁니다.
수아 : (웃음이) 잘 다녀올게요.
도우 : 잘 다녀와요.
수아 : (전화 끊는다)
-주차장>
혜원, 차창 너머 수아가 택시에서 내리는 것을 본다. 혹시 ‘효은엄마?’
침착하게 바라보며, 핸드폰으로 찍을 준비하고.
혜원 : 들어가... 들어가...
택시에서 내린 수아. 그런데, 멀거니 서서 2층만 바라본다.
혜원, 그런 수아의 모습을 보자 침착함을 잃는다.
혜원 : (부들부들) 들어가라구 들어가! (하더니 갑자기 울먹이며) 들어가지마... 들어가지마.. 안 돼!
(갑자기 클락션을 누른다. 삐~)
-요란한 클락션 소리에 현우 나오고. 2층에 있던 도우, 창문 열고 내다보고.
놀란 수아. 클락션 소리가 어디서 나나? 두리번거리다가, 얼른 택시에 올라탄다. 택시가 출발한다.
-2층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도우. 아무도 없다.
47. 길. 밤.
운전하다 급정거하는 혜원.
혜원 : (소리 지른다) 니들 뭐야! 니들 뭐냐구! 으아아악.
F.O
48. 주방. 도우집. 밤.
들어가는 도우.
컴컴한 실내. 천장등 하나 켜 있는 주방. 맥주 마시는 혜원 보인다.
도우 : (앞에 가서 앉는다)
혜원 : 당신이랑 일 끝내구 이렇게 마주앉아 술 한잔 하면서 오늘 무슨 일 있었는지... 얘기 참 많이 했었는데.
난 꼭 와인 마시자고 하고. 당신은 아무 술이나 상관없는 사람이고.
밖에선 까탈스러워 보여두 집에선 하나두 안 까다로운 남자. 참 좋은 남자.
도우 : 무슨 일 있었어?
혜원 : 궁금하지두 않으면서. (끄덕끄덕) 맞아. 대단한 날이었어.
도우 : ...
혜원 : 난 서도우랑 살면서도, 사실 서도우 좋아하는 거 반, 고은희 며느리라는 자리 반, 그래서 결혼한 줄 알았거든.
어떻게 사람 하나만 보고 결혼을 해. 이것저것 따져야지. 근데.. 오늘 깨달았지 뭐야. 내가 얼마나 서도우를 사랑하는지..
도우 : ...
혜원 : 하필 지금. 타이밍 그지 같지? (피식)
도우 : (빤히 보기만)
49. 길. 도우집 근처. 아침.
달리는 도우.
50. 주방. 도우집. 아침.
샤워 마치고 주방으로 가는 도우.
석이가 아침을 차리고 있다.
도우 : 안 해두 돼. 맨날 뭘 차려, 형 힘들게. (식탁 보니 현미밥에 간단한 장아찌와 밑반찬. 모두 건강식) 사찰음식 수준인데?
석 : 너 원래 그런 거 먹구 컸어. 혜원씨한테 맞춰주느라 오일버무린 풀떼기에 밀가루 먹었지..
(밥 푸며) 혜원씬 새벽부터 나가더라.
도우 : ...
51. 옻칠장인집. 경기도 어딘가. 아침. (8회에 나올 장인집 중 하나)
52. 툇마루. 옷칠장인 작업실. 아침.
정택 : (장인. 노인. 작은 상자를 혜원에게 건넨다) 고여사 부탁인데...
혜원 : 감사합니다.
53. 차 안. 길. 오전.
혜원, 받은 물건을 고은희식으로 잘 포장. (보자기에. 매듭으로 묶는)
54. 효은방. 영숙집. 오전.
효은 : (몸 꺾으며 과하게 스트레칭 중) 엄마 가는 거 보구 학교 갈거야.
수아 : (승무원복 입으면서) 선생님께 문자 넣었어. 조금 늦는다구. 속은 괜찮아?
효은 : (한숨) 너무 긴장했나봐 계속 (배 문지른다)
수아 : 일루 와봐. (옷 입다 말고, 효은이 무릎에 눕히고 배 문질러준다) 축구부 테스트 몇 시야?
효은 : 점심시간.
수아 : 출발 전이니까 엄마랑 꼭 통화하구.
효은 : (일어나 엄마 꼭 안는다) 왜 그렇게 멀리 가? 가다가 사고 나면 어쩔려구!
수아 : (단호) 절대 그런 일 안 생겨.
효은 : 엄마가 옆에 있어야 힘도 나지. 안 가면 안 돼?
수아 : (착잡. 입술 내밀며 일부러 더 활발하게) 뽀뽀.
효은 : 내가 애야? (억지루 볼에 쪽)
수아 : (효은 볼에 쪽쪽쪽 하는데 문자가)
확인해보니, 모르는 번호가 수신인.
문자 : (소리) 안녕하세요. 댓글 남겼는데 확인을 안 하셔서요.
오늘 오클랜드행 제가 대신 간다고 지원했어요. 처리된 것으로 아는데.
수아 : (놀람) 이게 웬일이래? (바로 전화해본다) 여보세요. 최수압니다. 네.
(듣더니) 제가 확인을 지금 해서요. 아닙니다. 네 고마워요. (끊는다)
효은 : (눈 동그랗게) 안 가두 돼?
수아 : (심드렁) 그렇다네. (얼른 홈페이지 들어가본다)
효은 : (덩실덩실 만세) 엄만 왜 안 좋아해?
수아 : (확인하더니) 딜레이야. 차라리 갈 때 가는 게 나은데.. (전화 건다)
55. 카페/ 효은방. 영숙집. 오전.
현주와 마주앉아 간단히 아침(커피에 프렌치토스트, 과일 등) 먹는 창훈(승무원복).
창훈 : (통화중) 스케줄표 봐. 니 스케줄 연기된 것까지 내가 어떻게 알아.
수아 : (관자놀이 손가락으로 꾹) 가게 될 때 가는 게 나은데.
효은 : 무슨 소리야!
창훈 : 그럼 빨리 글을 내렸어야지. 일처리를 그렇게 하면 어떡해. 나 바로 사무실 들어가니까 알아볼게.
현주 : 걘 지가 바꿔달라구 호소만 하구 확인을 안 한 거야?
창훈 : (핸드폰 끊으며. 끄덕)
현주 : 정신머리 없는 거 하구. 그럼 가기로 했을 때 가는 게 낫지. 주변 다 어렌지 해놨을 텐데.
창훈 : 딱 그 얘기야 지금. 가는 게 낫다구.
현주 : 옛날 생각난다... 어렌지 한다고 사방팔방에 부탁하고.. (프렌치토스트에 슈거파우더 더 붓는다)
창훈 : 설탕 그만.
현주 : 이 정돈 먹어줘야 돼.
창훈 : 당신 건강 걱정돼서 그래. 일 관두구 아침마다 케잌 반판에 커피에 때려먹을 때,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현주 : 그 힘으루 버텼잖아. 좀만 더 냅둬.
56. 효은방. 영숙집. 오전.
수아 : (핸드폰으로 댓글 다는 중. 마음이 편치 않다)
효은 : (수아 트렁크 책상 옆으로 끌어다 놓는다)
57. 소월로 전경. 오전.
가게에서 보이는 전경으로.
58. 1층 가게. 오전.
바닥에 막 무릎을 꿇을락 말락 하는 지은.
현우 : 왜 꿇지.
지은 : 더럽잖아.
현우 : 청소했어.
지은 : 아 씨.. 미안해. 도우야. (다리 저린다. 일어난다) 으으으~
도우 : (본다. 차갑게)
지은 : 내가 단언하는데, 우리 엄만 널 너무 사랑해. 그래서 새로 하는 사업에 너 끼고 가려구 강수 두는 거야. 작업실두..
도우 : 언제까지 비우면 되는데.
지은 : (죽을 맛) 내일.
현우 : 내일? 일 한번 쌈박하게 정리하시네.
도우 : (어이없지만) 내 짐만 빼면 되겠네.
지은 : 그 짐 고스란히 우리 갤러리루 옮기면 돼. 울 엄마 너 우리 일에 끌어들이려구 괜히 저러시는 거야.
도우 : 관심 없어.
지은 : 도우야. 나랑 같이 다시 해보자. 이번 일, 완전 대박이라니까.
우리가 존경해 마지않는 고은희선생님, 한국사에 길이 남을 여류장인으루 만들 수 있어.
도우 : (전화가 온다. 보더니 받는다) 네. 어쩐 일루. (듣더니 인상 쓴다. 스피커폰으로)
보연 : (E) 도우야. 너 그러는 거 아니다. 내가 너 동생처럼 여기는데. 이렇게 유명하지도 않은 사람을 끼워 넣어?
널 믿었는데, 이럴래?
도우 : (지은이 보며) 실력은 제가 보증합니다.
-(6회 49씬에 나왔던) 사무실의 보연, 소파에 앉아
보연 : 유명한 사람이 실력있는 사람이지!
지은 : (듣다못해) 언니! 무식하게. 나 지은이야 지은이. 한성호선생님 무시해?!
언니 나름 대학원서 미술사 전공했잖아! 아, 쪽팔려!
보연 : 지은아! 너 거기 왜 있어?! 니네 엄마가 너 이 사업 안 한다더만.
도우 : (스피커폰 해제. 지은에게 준다. 둘이 얘기해)
지은 : (받으며) 언니 왜 이래... 울 엄마가 시켰구나. 일 주지 말라구!
현우 : (가게문 열어준다. 나가!)
지은 : (나가면서 계속) 정말 내가 못산다.
현우와 도우만 남았다.
현우 : 짐 아래루 내려놔두 돼. 며칠 문 닫지 뭐.
도우 : ...
현우 : 나 같은 친구도 있어.
도우 : (헛웃음이) 눈물 난다.
59. 관장실. 홍갤러리. 낮.
혼자 앉아있는 혜원. 조용히 심호흡을 하기도 하고.
사이. 홍여사와 마주앉은 혜원. 현정(비서)은 옆에서 듣기만.
혜원 : (상자를 건넨다)
홍 : (열어보니, 인감도장 케이스)
혜원 : 만들고 계시던 중에 그렇게 되셔서.
홍 : ...
혜원 : 그리구 어머님은 콜라보에 대해서 긍정적이셨어요. 물론 제게 그걸 입증할 방법은 없습니다.
병환으로 누워 계셔서 문서작성도 힘들었구요. 다만, 이걸루 어머님이 긍정적으로 생각하셨다는 걸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홍 : (본다) 모든 결정권은 이젠 도우가 가지고 있는 건가요?
혜원 : 네. 예상은 하셨겠지만 도우씨와 어머님은 의견이 달랐어요.
도우씨가 하던 사업을 접는 과정에서 지은씨에 대한 신뢰를 잃었어요. 이 부분은 이해하실 겁니다.
홍 : 물론.
혜원 : 하지만 여기서 추진을 한다면. 어머님의 뜻도 있고. 반대는 하지 않을 겁니다.
홍 : ...그거 책임질 수 있어요?
혜원 : 네. 제가 도우씨 설득할 수 있어요.
홍 : (그러니? 본다)
#컷> 2층을 올려다보는 수아의 모습.
혜원 : (단호) 도우씨, 이 일 찬성하게 될 겁니다.
홍 :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
60. 수술실 앞. 정형외과. 낮.
이동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가면서도.
영숙 : (중얼중얼) 오클랜드 오클랜드~ 난리를 치더니.
수아 : 어머님 파이팅!
영숙 :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수술날짜 받아놓고 얼마나 심란했는데. 넌 비행가고 난 수술하고.
내가 월급통장 욕심 부려 이런 일이 생기나.. (수술실문 닫힐 무렵)
수아 : 드릴게요.
영숙 : 내가 한 게 뭐 있다구! 난 공 돈은 싫~ (수술실문 닫힌다)
수아 : (혼자 남자, 핸드폰을 꺼내 문자 쓴다) (문자소리) 비행 취소됐어요... (하다가)
#메리소리. 장례식장에서 서도우씨한테 달려가는 거, 봤어요. 비를 뚫구.
#진석소리. 도대체 어쩌구 돌아다니길래 내 귀에 남자얘기가 들리나.
수아 : (쓴 것 지우고 다시 쓴다. 문자소리) 곧 비행이에요. 이틀 동안은 핸드폰 확인 못해요. 돌아와서 연락해요.
(전송버튼 누른다) 당분간은 연락을 받을 수도, 보낼 수도 없는 걸루...
61. 2층 작업실. 낮.
도우, 문자를 보낸 뒤 작업실을 휘 둘러본다. (지은이 짐은 이미 빠졌다)
조금 휑한 실내. 문자 본다.
도우 : (문자소리) 일주일 뒤. 우리에게 뭐가 그대로고 뭐가 달라져 있을지. 나도 궁금하네요. 잘 다녀와요.
62. 그리고.
-수아, 도우의 문자를 한참 보다가 주고받은 문자 모두 삭제.
-도우, 책상 위 물건들 상자에 넣다가 (애니방에서 가져온) 액자들 죽 본다.
책상 위에 걸터앉아서 우두커니 창밖을 본다. 모든 상황이 힙겹다.
63. 거실. 영숙집. 오후.
장 봐온 것을 냉장고에 넣는 수아. 핸드폰이 울린다.
64. 효은학교 앞. 오후.
정신없이 뛰어가는 수아. 계속 전화중.
수아 : 학교 어디라구?
현주 : (E) 운동장. 선생님한테 대들구. 난리두 아니야. 내가 지금 선생님이랑 얘기하고 있으니까..
아. 네. 선생님. 네. 효은이엄마 맞아요. (낮게) 빨랑 와. (끊는다)
65. 운동장. 효은학교. 오후.
운동장 한복판에 누워있는 효은. 그 옆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현주.
효은 : (발광) 왜 안 되냐구! 왜 여자가 축구부에 들어가면 안 되냐구! (발악) 여자축구부를 만들어라! 만들어라!
현주 : (슬슬 창피해지기 시작. 저 멀리 수아가 달려오는 것을 본다) 야, 엄마한테 말해!
수아 : (현주 쪽으로 가며) 언니 고마워요. 미안.
현주 : 담임선생님 만나뵀어. 여자축구부 만드는 거 선생님이 직접 건의한다니까 기다려봐.
(효은이 발광하기 시작하자) 요즘 여자애들 초딩 5학년이면 사춘기 시작이거든. 쬐끄만 것들이 중2병 흉내 내구. 난리 난리.
내가 지랄 맞은 여자애들 진짜 많이 봤는데, 니 딸이 한 수 위야. 나름 논리까지. (혀 내두르며) 강적이다 강적. 간다!
수아 : (천천히 효은에게 가는데)
지나가는 어떤 남자아이가 공을 효은에게 뻥 찬다. 정면으로 맞은 효은. 벌떡 일어나더니 울지 않고.
효은 : 너 거기 서!
남학생 : (몸개그로 놀리자)
효은 : (남학생 조준. 뻥 찬다)
남학생 : (제대로 맞는다)
효은 : (씩씩거리며 서 있는다)
수아 : (효은이 잡고) 화풀이했음 가자.
효은 : 싫어. 안 가! (수아 보자 더 큰소리로) 절대 안 간다구!
시간경과.
해질 무렵. 텅빈 운동장에 꼿꼿하게 서 있는 효은.
그런 효은을 바라보는 수아. 힘들다. 주저앉는다.
수아 : 효은아. 이제 가자. 응! 너 봐줄 사람도 없구. 내가 볼 땐 축구부 입단은 힘들어.
여자축구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보자. 응?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하는데)
효은이가 픽~ 쓰러진다. 달려가는 수아. “효은아!”
얼른 효은이 들쳐 업는 수아. 무겁고 다리 힘 풀리고.
그런데 정신없는 가운데서도 중얼거리는 효은. “축구부 있다있다있다있다.”
수아, 효은 업고 달린다.
66. 레스토랑. 저녁.
혜원과 도우, 프렌치 레스토랑에 마주앉아 식사중.
혜원 : 얼마 만에 나와서 먹는 거야.
도우 : ...
혜원 : 오늘 홍관장님 만났어.
도우 : (본다)
혜원 : 고은희브랜드.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하고 왔고.
도우 : (손에 든 나이트와 포크 내려놓는다. 냅킨으로 입 닦고) 이미 끝난 얘기 아닌가?
혜원 : 하고 싶어.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다고.
도우 : 어머니도 안 계시는 데 뭘 한다는 거야?
혜원 : 고민해봐야지. 어머님 작품은 살아있다, 알려야지. 그래서 더 하고 싶고.
도우 : ...
혜원 : 조용히 얘기하고 싶어서 여기서 보자고 한 거야. 하게 해줘.
도우 : 이젠 내 의지와 상관없어. 그건 어머니 뜻이 아냐.
혜원 : 일이라도 미친 듯이 해야 서도우에 대한 내 사랑이 분산되지.
도우 : (보더니) 안 그래도 당신 찾는 사람 많아. 일 넘쳐.
혜원 : 죄다 뒤치다꺼리들. (결심한 듯) 해줘야 할텐데. (차분하게) 효..은.엄마.
도우 : (본다)
혜원 : 라고, 알지? 그러니까 들어줘.
도우 : ...
혜원 : 내 느낌이야. 본 것도 없고 확인된 것도 없어. 거기까지 파헤칠 정도로 나, 당신 우습게 보지 않아.
여전히 어려워. 고은희선생님 아드님이잖아. 그런데 말야. 내 느낌으론,
당신이 나한테 아주 미안해할 이유가 되는 사람이야. 효은엄마.
도우 : (표정 차갑게 변하자)
혜원 : 난 애니아빠 얘기만 나오면 괜히 미안해지거든. 무작정 미안해. 그 사람 얘기만 나오면 주눅들구.
당신한테 그런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싶어서. 아닌가?
도우 : (한치의 망설임 없이. 담담) 아냐.
혜원 : 서도우가 아니라면 아닌 거지. 근데 뭐가 아냐?
도우 : 당신한테 미안한 사람, 아니라구.
혜원 : (끄덕끄덕) 그래..?
도우 : 효은엄마, 나한테 소중해.
혜원 : (뭐....야?! 표정관리 순간 안 된다)
도우 : 지은이가 나랑 동업할 때 소중했던 것처럼.
혜원 : ?
도우 : 애니 일 생기고, 제일 많이 얘기 나눴던 사람이야. 애니 짐도 가지고 오고. 애니 사후에 누구보다도 도움 많이 줬고.
당신하고 애니 얘기 한마디도 할 수 없었을 때 유일하게 애들 얘기 편하게 나눌 수 있었고.
혜원 : (부들부들. 하지만 티내지 않는다)
도우 : (혜원이가 위축되는 거 순간적으로 느낀다. 쐐기를 박는다) 그래서 지금은, 뒷통수 친 지은이보다 훨씬 가까워.
그게.. 당신한테 미안함을 느껴야 될 정돈지는.. 생각해봐야 할 거 같은데.
67. 길. 저녁.
운전중인 도우.
#도우 : 애니 일 생기고, 제일 많이 얘기 나눴던 사람이야. 애니 짐도 가지고 오고. 애니 사후에 누구보다도 도움 많이 줬고.
당신과 애니 얘기 한마디도 할 수 없었을 때 유일하게 애들 얘기 편하게 나눌 수 있었고.
도우 : (소리) 사실이다. 동시에... 다 거짓이다.
68. 1층 가게. 저녁.
가게로 들어오는 도우.
도우 : (바 앞을 지나간다)
현우 : 안 마셔?
도우 : 이따가. 사람들은?
현우 : 벌써 왔다.
도우 : (계단으로 간다)
69. 현관입구. 미진집. 저녁.
나가려던 미진. 문자가 온다. 발신인 박진석. <간만에 술 한잔 하자.>
70. 1층 가게. 저녁.
진석 : 여긴 뭐야? (사람들 북적북적 인상 쓴다)
미진 : 내가 아는 사람‘들’이 하는 곳.
진석 : (경계하듯 현우를 본다) 쟤야?
미진 : 응. 쟤두 알고, 위층에도. 아. 서도우. 그때 주현이가 얘기했던 사람.
진석 : 누구? (기억 안남. 됐고) 여기 사람이 너무 많은데.
미진 : 보는 사람 없는 곳에서 만나고 싶겠지. 취향이 그렇잖아. 아는 사람, 관심 갖는 사람 없는 곳에서. 그저 술 한잔.
그저 밤새도록 나누는 이야기. 뭐 그저 그런 동료사이. 그런 거 원하잖아. 딱 스물다섯에서 아홉살루다가.
진석 : (본다) 젊은 애들이 들러붙는 걸 어쩌라구.
미진 : (자세 바꾸며) 슬프다.
진석 : 나이 든 게 니 탓이냐.
미진 : 니가 너무 한심해서 슬프다구. 이런 한심한 인간과 내 젊은 시절을. (말하다) 관두자.
여한 없이 사랑해봤다-여기에 의미를 두자. 니 와이프처럼 ‘뭐지? 뭐지?’ 하다가 코 꿰어서 결혼하는 것보단..
진석 : (지 와이프 얘기하는 와중에도 좋단다) 날 사랑했지. 송미진. 건 내가 인정해.
미진 : 했었었지. 나의 흑역사.
진석 : (원래 남의 말에 신경 안 쓴다. 욕을 해도 계속 자기 얘기) 예쁜 건 스물다섯이긴 한데, 좋은 건 서른 이상.
요즘 이십대 애들은 영악하고, 치밀하고. ‘마음’이 없어. ‘명품가방’이 마음이야. 섹스도 거침없이 치구 들어오구.
미진 : 나 최수아 친구다.
진석 : 나의 오랜 오피스 와이프이기도 하지. 여기 주문 왜 안 받아.
미진 : (벙 찐다. 뭐 이런 인간이)
-바>
미진, 현우 앞으로 간다.
미진 : 위층에 서도우 있어요?
현우 : (댁은 누구?)
미진 : 나 지은이 친구요.
현우 : 걔 친구가 한둘이어야지.
미진 : 있어요? 없어요?
하는데, 위에서 짐꾼이 상자를 들고 나간다.
미진 : 저기 짐 왜 나가요? 이사하나? 서도우씨 있네. 좀 불러줘요.
현우 : 왜요?
미진 : 그렇게 멋진 남자와 잘 안다는 걸 저기 저(진석 가리키며) 인간에게 한번만 자랑하게.
현우 : 맥주 나왔습니다. (맥주만 건넨다)
미진 : (무안)
-진석의 테이블>
진석 앞에 맥주를 내려놓으며.
진석 : (건배하려고 하는데)
미진 : (그냥 마시고는) 주현이랑두 잤니?
진석 : 미쳤냐. 같은 직원끼리.
미진 : 같은 직종이 아니면 자니?
진석 : (무시) 걘 좀 이상해. 얘기만 나눴는데 아침에 룸으로 찾아오더라.
미진 : 뭔가 여지를 줬겠지.
진석 : 난 문제 될 일은 절대 안 해. 조강지처 버리고 잘 산 인간 없어.
미진 : 감동입니다.
진석 : 편하긴 송미진이 최고지. 진정한 오피스 와이프.
미진 : (술 들이켜더니) 이 말 언젠가 당신에게 하겠지, 하겠지, 했던 말. 할게.
진석 : (그러든가)
미진 : 이 말을 하고 나면, 이 맥주를 당신 얼굴에 부어버릴지도 모르는데.
진석 : ?! (뒤로 물러서자)
미진 : 등신. 겁도 많으면서 와이프 친구를 만나겠다고.
진석 : (다시 앞으로)
미진 : 그래. 이런 당신을 위해서 한마디만 할게. (맥주 마시고) 당신이 나랑 동거하면서도 다른 여자들 만나고 돌아오면
받아주고 돌아오면 받아주고 했는데. 수아랑 결혼한다고 했을 때, 내가 수아한테 그랬어. 고맙다고.
걘, 그 의미 지금도 몰라. 왜 내가 맨날 지한테 고마워하는지. 나의 이 질기고 아둔한, 미련한 집착을 끊어준 사람이거든.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 당신과 사는 수아가 측은하고, 솔직히 미안하기까지 해.
당신이란 사람이 어떤지 사실대로 얘길 못해줬거든. 수아가 아니었음 난 아직도 그러고 살았겠지. 더럽게 한심하게.
그럼, 당신이란 사람은 내게 뭐냐. 싹 지워버리고 싶은 창피한 과거. 한때 사랑이, 누구에게나 애틋하지만은 않아. 박기장.
진석 : (반은 장난) 다시 만날래?
미진 : 정신 차려. 미.친.놈.아.
진석 : (웃음) 역시 송미진이 세상서 젤 편해.
미진 : (더 이상 타이를 힘도 없다. 일어난다)
진석 : 뭐야?
미진 : 바람 좀 쐬려고요. 술 탓인지 역겨워선지 토 쏠립니다.
진석 : 늙어서 그래. 술 작작 마셔.
미진 : (졌다. 졌어. 나간다)
71. 1층 가게 앞/ 가게 안. 저녁.
-가게 앞의 미진.
미진 : 20대에 하고 싶은 말을 30대에 하고 나면 사이다(ㄹ)줄 알았더니 김빠진 맥주네. 다 때가 있는 법. 기분만 더러워.
(하는데 앞으로 택시가. 그냥 타버린다)
-실내의 진석. 핸드폰으로 축구경기 본다. 술 마시면서.
72. 택시 안/ 효은방. 영숙집. 밤.
뒷좌석의 미진. 취중진담 중이다.
미진 : (핸드폰으로 애교) 내가 사랑하는 친구. 뭥행?
수아 : (E) 술 마셨어? 누구랑?
미진 : 말하명. 혼냉중겡? 서도우네 아래층 맥주집서 혼자서 한잔 했당.
수아 : (따라서) 어딩?
미진 : 서도우. 애니아빠. 그 사람 짐 빼더라. 거기 작업실 빼나봥.
-이마에 냉각파스 붙이고 자는 효은. 효은침대 옆에 앉아서 전화중인 수아.
수아 : (놀라서) 이사?
73. 2층 작업실. 밤. 휑한 작업실. (짐이 대부분 나간 뒤)
도우, (걸터앉을 수 있는 곳)에 걸터앉아 프로젝터로 지금까지 작업했던 슬라이드 사진들을 죽 본다. 맥주 마시면서.
#컷컷이 바뀌는 사진들 미니어처 앞의 도우와 지은. 공사 중의 사진.
그리고 여러 노년의 장인들의 얼굴. 작업하는 장인들 사진 등등. 하다가, 쿠알라룸푸르 전시장 사진.
정지시키는 도우. 천천히 다음 장을 넘긴다.
#파티사진(미진과 지은의 모습이. 1회) 그리고 다음사진(미진 옆에 수아. 그리고 지은)
그리고 다음사진(수아) 정지.
사진을 보는 도우. 일어나서 다가간다.
불안하고, 옷이 불편한 수아의 모습.
#(1회 44씬, 46씬. 도우의 시점) 2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수아. 슬라이드 사진 속의 원피스를 입고 불편해하며 전화를 받던.
왔다갔다. 옷깃을 여미고. 주저앉아 엉엉 울던.
사진 앞으로 가는 도우. 진지하게 사진 본다. 맥주 마신다.
74. 효은방. 영숙집/ 2층 작업실. 밤.
수아, 효은이마에서 냉각파스 떼어준다. 손으로 열감 체크.
효은 : (뒤척)
수아 : 열 내렸네.
효은 : (끄덕) 졸려..
수아 : 자. (어깨 살살 쓰다듬어 준다)
비로소 안도하는 수아. 치고 드는.
#텅빈 작업실. 혼자서 창밖을 볼 도우의 뒷모습.
자신이 낮에 도우에게 보낸 문자를 본다. (56씬. “곧 비행이에요. 이틀 동안은 핸드폰 확인 못해요. 돌아와서 연락해요.”)
수아 : (주문 걸 듯) 난 지금 비행기 안이다. 가면 안 된다. 안 된다.
-2층 작업실.
도우, 수아의 마지막 문자를 본다. <곧 비행이에요. 이틀 동안은...>
문자 쓰는 도우.
-수아. 문자가 온다. 발신인 ‘공항’이다. 열어본다.
도우 : (문자소리) 오늘이 작업실 마지막이에요. 같이 있고 싶어요. 지금 여기루 와요. 당장.
수아가 문자를 확인 못할 거라 생각하고 보낸 도우의 고백.
수아, 도저히 안 되겠다. 급히 어딘가로 전화한다.
75. 택시 안. 밤.
미진 : (전화 끊더니 운전사에게) 아저씨 죄송한데 택시 좀 돌려주실래요?
76. 거실. 영숙집. 밤.
미진 :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수아 : (정신없이 나가려고)
미진 : 야! 야! (미친 듯이 나가는 수아를 보며) 너 뭐야? 왜 이래?
수아 : 미진아. 나중에. 나중에 얘기하자. 효은이 열 다 내렸어. 다 나았어. 그래두 혹시 모르니까..
미진 : 너, 이상해.
수아 : (끄덕끄덕)
77. 길. 밤.
헐레벌떡 달려가는 수아. 택시를 잡으며.
78. 1층 가게. 밤.
-혼자 앉아서 핸드폰으로 경기 보는 진석의 뒷모습.
그 뒤로 조용히 걸어 들어오는 수아. 홀을 지나 2층으로.
-진석쪽.
진석 : (맥주 마시며 두리번) 송미진. 튄 거야? (어이없다)
79. 2층 작업실. 밤.
도우, 맥주 마시며 수아사진 본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가.
도우 : (본다) 현우? (대답이 없다) 문 열려 있는데.
아무 소리가 없자, 맥주 책상 위에 내려놓고 문 앞으로 가는 도우.
문을 여는데, 서 있는 수아.
놀라서 보는 도우. 수아를 확~ 안으로 당기고 포옹.
80. 문 앞. 2층 작업실. 밤.
쾅~ 문이 닫히고, 철컥~ 안으로 잠기는 소리에서.
-7회. 淵-